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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설교685

목자와 양 목자와 양(대한성공회 분당교회 4월 21일 부활 4주일 설교 말씀) 성경에서는 하느님과 백성들과의 관계를 여러 가지 비유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왕과 신하, 주인과 종, 남편과 아내, 어버이와 자녀 등등... 그 중에 가장 많이 여러 곳에 등장하는 비유는 목자와 양입니다. 어릴 때 목동이어서 양떼를 돌보았던 다윗은 시편 23편을 통해 하느님을 믿는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지를 감동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야훼는 나의 목자, 아쉬울 것 없어라...” 이 세상을 아쉬울 것 없이 산다면 아마도 가장 행복한 사람일 것입니다. 세상을 다 가져도, 가장 높은 지위에 올라도 아쉬울 것이 있고 부족하며 허기가 지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다윗은 하느님이 나의 목자가 되어 주신 것 하나만으로 아쉬울 것이.. 2013. 4. 20.
그러나 그러나(대한성공회 분당교회 4월 14일 부활 3주일 설교 말씀) 인생을 한 권의 책으로 비유하기도 합니다. 모든 사람이 각자 자신만의 책을 한 페이지씩 평생을 두고 써내려간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책은 몇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우선 한 번 쓰면 다시는 수정할 수 없습니다. 어느 누구도 한 번 지나간 삶을 돌이켜서 다시 고쳐서 살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책은 아무리 잘못 써도 찢어 없앨 수 없습니다. 아무리 부끄러운 흉과 허물이라도, 아무리 괴로운 사건이라도 한 번 지나간 일을 지우거나 없앨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기에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중하고 엄숙한 삶인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그 부끄럽고 괴로운 내용들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끝까지 간다고 생각하면 정말 고통스러운 일.. 2013. 4. 15.
평화가 있기를! 평화가 있기를!(대한성공회 분당교회 4월 7일 부활 2주일 설교 말씀) 불과 몇 분 뒤에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에 처해 있다면 어떻게 행동하게 될까요?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은 유대인들을 아우슈비츠 탄광에 가두어 놓고 생체실험을 비롯한 야만적인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그런데 빅터 프랭클이라는 한 정신의학자가 이곳에서 살아남아서 나치의 만행을 고발하였습니다. ‘밤과 안개’라고 하는 책에서 그는 한계상황에서 인간은 무엇을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행동하는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는 육체적인 고통과 정신적인 굴욕 속에서 한 조각의 빵을 차지하려고 서로 다투는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이 최후까지 인간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었다는 놀라운 사실을 증언합니다. “섬세한 성질의 인간이 때때로 강건한 신체를 가진.. 2013. 4. 8.
빈무덤에남은것 빈무덤에 남은 것(2013년 3월 31일 부활절 설교 말씀) 예수님이 부활하셨습니다. 따스한 봄바람이 겨울의 대지를 녹이고 여린 새싹들과 수줍은 듯이 얼굴을 내미는 봄꽃들의 웃음 속에서 부활절을 맞이합니다. 그러나 부활절은 겨울이 가면 봄이 오듯이 계절의 변화를 따라 기계적으로 맞이하 는 날이 아닙니다. 부활은 아주 특별한 주님의 역사가 일어나는 날입니다. 때문에 준 비된사람,죽음과삶의의미를귀중히여기는사람,새로운삶을살겠다고다짐한사 람, 묵은 생활을 떨쳐버리고 하느님께서 제시하신 은총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살 겠다고 다짐하는 사람에게 찾아오는 축제입니다. 그리고 하늘나라에 희망을 거는 선 한 백성들이 진정으로 기뻐할 승리의 날입니다. 성탄을 하늘이 땅으로 내려오는 사건이라고 한다면, 부활은 땅이 하늘로 .. 2013. 3. 31.
거기 너 있었는가? 거기 너 있었는가? (2013년 3월 24일 고난주일 설교 말씀) 군중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수 백 년을 나라 없이 이민족의 침략과 억압 을 받아가면서 눈물과 한숨을 토해냈던 사람들이 마침내 왕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거리로 나왔습니다. 예언자를 통해 약속했던 그 분이 나귀를 타고 나타나셨습니다. 사람들은 천지가 진동할 환호와 찬양을 올립니다. “호산나! 다윗의 자손! 주의 이름으로 오시는 이여, 찬 미 받으소서. 지극히 높은 하늘에서도 호산나!” 많은 사람들이 손에는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고 어떤 사람들은 겉옷을 벗어서 그의 앞길에 깔아 놓기도 했습니다. 예수님 이 예루살렘으로 입성하는 모습은 이렇게 감격과 환희의 축제였습니다. 오늘은 우리도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며 세상의 왕으로 오시는 예수님을 .. 2013. 3. 25.
거룩한 낭비 거룩한 낭비(2013년 3월 17일 사순 5주일 설교 말씀) 만찬 중에 예수님 곁으로 마리아가 다가와서 매우 값진 나르드 향유를 가지고 와서 예수님의 발에 붓고 자기 머리털로 그 발을 닦아드렸습니다. 유다는 ‘이 향유를 팔면 1년치 연봉에 해당하는 돈을 받을 것이고 이 돈을 가난한 사람에게 나누어 줄 수 있을텐데 이게 무슨 짓인가?’ 하며 책망합니다. 예수님은 오히려 마리아의 행위를 두둔하며 ‘이것은 내 장례일을 위하여 하는 일이니 이 여자 일에 참견하지 말라.’고 하십니다. 마리아가 저지른 막대한 낭비를 보고 분개한 유다와 제자들을 누가 감히 비난 할 수 있을까요? 가난한 사람들을 돌보아 줄 책임을 맡은 사람들이나 복지 행정을 맡은 공무원 같으면 절대 유다의 입장을 비난하지 않을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 2013. 3. 18.
어서돌아오오 어서돌아오오 (2013년 3월 10일 사순 4주일 설교 말씀) 홀어머니와 외아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아들을 위해 모진 고생을 다하면서 키웠습니다. 그러나 장성한 아들은 어느날 집안에 깊숙이 간직해 놓았던 약간의 돈과 패물을 훔쳐서 집을 나갔습니다. 멀리 도회지에서 친구들과 방탕한 생활을 하던 아들은 돈이 떨어지자 굶주리며 방황하다가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모두가 잠든 깊은 밤 먼발치에서 본 집에는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습니다. 집으로 다가간 아들은 대문이 열려 있는 것을 보고 이상하다 생각하고는 어머니! 하면서 방안으로 들어갔습니다.어머니는 앉아 있는 채로 졸고 계셨습니다. 어째서 이밤중에 불을 켜놓고 대문까지 열어 놓았느냐고 아들이 물었습니다. 어머니는 ‘네가 집을 나간 이후로 매일 같이 이렇게.. 2013. 3. 12.
회개하는 사람의 복 회개하는 사람의 복 (2013년 3월 3일 사순 3주일 설교 말씀) 인류 최초의 죄는 아담과 하와가 선악과 열매를 따 먹은 사건이라고 합니다. 이를 두고서 교회에서는 하느님처럼 되고자 하는 인간의 ‘교만’이라는 원죄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그 죄와 더불어서 인간에게는 고질적인 죄가 하나 더 있습니다. 그것은 자신의 죄를 인정하지 않는 죄입니다. 아담과 하와는 하느님이 추궁하셨을 때 자신의 죄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아담은 하와가 처음 나타났을 때 ‘드디어 나타났구나! 내 뼈에서 나온 뼈요, 내 살에서 나온 살이로구나!’라고 탄성을 질렀지만 정작 하느님으로부터 추궁을 받자 그 책임을 하와에게 전가합니다. 그리고 하와는 다시 뱀에게 핑계를 댑니다. 하느님한테 용서를 구하지도 않았습니다. 죄를 추궁받기 전에, .. 2013. 3. 8.
종착지 종착지 (2013년 사순 2주일 설교 말씀) 길을 걸으면 길에 펼쳐진 세계가 나에게로 들어옵니다. 그리고 그 길은 나의 세계를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인생을 여행길로 비유하나 봅니다. 누구에게나 가야할 길, 가고 싶은 길, 가기 싫은 길이 펼쳐집니다. 누구든지 자기가 가고 싶은 길만 가려고 합니다. 화창하고 평탄하고 꽃들이 만발한 아름다운 길, 실패란 있을 수 없는 성공의 길을 꿈꿉니다. 때로는 가파른 언덕길을, 때로는 눈물 의 골짜기를 지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성공이라는 종착지를 향해 불가피 한 것이라면 기꺼이 받아들입니다. 그런데 인생이 우리에게 인도하는 길은 엉뚱하게도 전혀 다른 길일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나의 성공과는 거리가 먼 길로만 가기도 하고 감당하기 어려운 시련의.. 2013. 2. 24.
인생아 기억하라! ‘인생아 기억하라 그대는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가리라!’(2013년 2월 17일 사순 1주일 설교 말씀) 사순절을 시작하는 수요일 재축복식에서 이마에 재를 바르며 하는 말씀입니다. 창 세기에서 죄를 짓고 에덴동산에서 쫓겨나는 아담과 하와에게 하느님이 하신 이 말씀 을 우리는 해마다 사순절을 시작하면서 듣습니다. 우리가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간다고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자연의 이치이자 하느님의 섭리입니다만 새삼 이마에 재까지 바르면서 강조하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요? 아마도 우리는 너무도 쉽게 이 자명한 진리를 망각하고 살기 때문일 것입니다. 지위고하, 남녀노소, 부자와 빈자, 인종을 망라해서 한 줌의 재로 변할 수밖에 없는 운명에 처해 있지만, 우리는 세상의 창고에 재물을 가득 채워 넣고서 ‘영.. 2013. 2. 17.
나의 뿌리를 찾는 명절 설명절 주일 설교 말씀 (2013년 2월 10일 주일) 이 세상에서 인간만이 특별한 날을 기억하고 기념합니다. 인간만이 생일날 케이크 에 촛불을 밝히고 가족이나 친한 사람들과 간단한 의식이라도 거행합니다. 아무도 이 특별한 날을 기억해주지도 않고 기념도 하지 못한다고 하면 삶의 의미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공허함에 빠지게 됩니다. 중학교 1학년 학생과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은 신체적으로나 문화적으로 큰 차이는 없습니다. 그러나 일단 중학교에 진학하고 나서는 절대 초등학생하고 같이 놀지않고 또 같은 대접을 받는 것을 싫어합니다.졸업식과 입학식이라는 의식을 거치면서 자신은 초등학생과는 다른 청소년이라는 자의식이 형성되었기 때문입니다. 과거에 많은 젊은남녀들이 무작정 상경해서 공장같은 곳에서 일하다가 눈이 맞아 .. 2013. 2. 9.
산에서 나와 봐야 산이 보입니다 오늘의 말씀 : 산에서 나와 봐야 산이 보입니다2013년 2월 3일 연중 4주일 설교 말씀 / 루가복음 4장 21절 ~ 30절설교 : 장기용 요한 신부님 지구 밖 우주를 처음 여행한 사람이 돌아와서 말했습니다. 지구가 푸른 별이라고... 지구가 푸른별이라는 것을 우주밖으로 나가서 비로소 알게 된 것입니다. 산속에서만 있으면 자기가 머무는 산이 어찌 생겼는지 모릅니다. 산에서 나와 봐야 산이 보이는 법입니다. 자기가 머물고 있는 곳에 안일하게 안주해서 그것이 세계의 전부라고 생각하면 우물 안 개구리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우물 안에 있는 개구리는 자신이 행복하다고 생각 할 수도 있습니다. 자기가 본 세계만이 전부라고 믿어버리면 그만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고민이나 희망도 필요 없습니다. 플라톤은 이것.. 2013. 2.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