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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설교685

너도 가서 그렇게 하여라! 너도 가서 그렇게 하여라! (대한성공회 분당교회 7월 14일 연중 15주일 설교 말씀) 1964년 뉴욕의 퀸즈 지역 어느 아파트에서 살인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새벽 3시쯤 한 여성이 일을 마치고 귀가하는 중에 수상한 남자를 발견하고는 도망갔으나 그 남자는 그 여인의 등에 칼을 찔렀습니다. 이 여인은 비명을 지르면서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그러자 아파트 이곳저곳에서 불이 켜졌습니다. 창문을 여는 소리도 들렸지만 이내 불이 하나 둘씩 꺼졌습니다. 범인은 달아났다가 창문들에 불이 꺼진 것을 보고 다시 돌아와 살인을 저질렀습니다. 50분 동안 벌어진 살인 사건에 불을 켜고 본 사람들은 38명이나 되었다고 합니다. 이 중 어느 한 사람도 신고를 하거나 이 여인을 도우러 내려온 사람은 없었습니다. 비정한 사회의 단면.. 2013. 7. 15.
파송된 자 파송된 자 (대한성공회 분당교회 7월 7일 연중 14주일 설교 말씀) 우리는 감사성찬례 마지막에 파송예식을 합니다. ‘나가서 주님의 복음을 전합시다.’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아멘!’ 거의 습관적으로 하는 예배의 마무리로 받아들여져서 성당 문을 나오면서 바로 잊기 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는 신성한 예배에서 그것도 자신의 이름도 아니라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맹세한 것을 쉽게 잊는 것에 무감각하기가 쉽습니다. 그러나 말 그대로 하자면 우리는 한 주간 일상생활을 이 한 마디로 시작한다고 해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즉, 우리 교인들은 한 주간 동안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전하러 성당 문을 나서서 세상으로 파송된 자들입니다. 때문에 우리 각자는 나름대로 파송된 사람으로서 사명감과 목표의식을 가져야 할 것입.. 2013. 7. 6.
뒤 돌아보지 마라! 뒤 돌아보지 마라! (대한성공회 분당교회 6월 30일 연중 13주일 설교 말씀) 성서에는 ‘뒤돌아보지 말라’는 말이 자주 나옵니다. 창세기에서 소돔성이 유황불로 심판을 받을 때, 하느님께서는 아브라함과조카 롯의 가족을 살려 주십니다. 그대신 “저 소알이라는 땅으로 도망가라. 그러나 가는 길에서 뒤는 돌아보지 말아라.”라고 당부 하십니다. 그러나 그만 롯의 아내가 뒤돌아보다가 소금 기둥이 되어 버렸습니다. 왜 뒤를 돌아보았을까요? 그는 불타는 소돔성과 함께 죽어가는 과거를 보다가 자신도 죽었습니다. 미련이 남았고 아쉬움이 남았기 때문입니다. 심판의 불비를 피 해 탈출을 했지만 마음으로 떠나지는 못한 것입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오르페우스가 사랑하는 아내 에우리디케가 죽자 천신만고 끝에 죽음의 강을 건너.. 2013. 7. 6.
악령 악령(대한성공회 분당교회 6월 23일 연중 12주일 설교 말씀) 악령 들린 사람은 오래 전부터 옷을 걸치지 않고 집 없이 무덤들 사이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예수님을 보자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의 아들 예수님, 왜 저를 간섭하십니까? 제발 저를 괴롭히지 마십시오.’하고 크게 소리 질렀습니다. 악령 들린 사람은 수치를 모릅니다. 옷을 입지 않은 벌거숭이로 쇠사슬과 쇠고랑을 부수어 버리고 광야로 뛰쳐나가곤 합니다. 생명이 살아 숨 쉬는 곳보다는 죽음과 있는 것이 편하기에 무덤가를 배회합니다. 아무도 말릴 수도 없고 통제가 불가능합니다. 이미 이성과 양심보다는 악령의 기운이 그 사람을 지배하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그는 어쩌면 속편한 사람인지 모릅니다. 자신은 그저 악령이 시키는 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2013. 6. 24.
한 여인의 눈물 한 여인의 눈물 (대한성공회 분당교회 6월 16일 연중 11주일 설교 말씀) 한 여인이 예수님의 발 앞에 엎드려 하염없이 눈물을 흘립니다. 얼마나 흘렸는지 예수님의 말을 적셨다고 합니다. 무엇이 그토록 서러워서, 또는 억울해서 눈물을 흘렸는지 알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 눈물은 보통의 눈물이 아님을 우리는 금방 알 수 있습니다. 그 여인은 자신의 머리카락으로 예수님의 발을 닦고 향유를 부었습니다. 적어도 그 눈물은 거짓 눈물이 아님을 우리는 금새 짐작할 수 있습니다. 웃음은 억지로 웃어 보일 수는 있어도 눈물은 쉽게 짜내지지 않는 법이기 때문입니다. 가슴 속 깊은 곳에서부터 복받쳐 오르는 감격이나 슬픔, 진실이 없다면 그렇게 철철 흐를 수가 없습니다. 물론 악어는 그 큰 입으로 먹이를 삼키고 나서 찔끔.. 2013. 6. 17.
젊은이여 일어나라! 젊은이여 일어나라! (대한성공회 분당교회 6월 9일 연중 10주일 설교 말씀) 자식을 잃은 부모의 고통을 ‘단장’(斷腸)의 아픔으로 표현합니다. 고대 진나라가 촉과의 전쟁을 위해서 배에 군사를 싣고 양자강을 지나는 도중에 한 병사가 새끼 원숭이를 잡아왔습니다. 자식을 빼앗긴 어미 원숭이가 배를 따라 백리를 쫓아오면서 슬피 울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가까스로 따라잡고는 몸을 날려 배에 오르자마자 그만 죽고 말았는데 병사들이 죽은 어미 원숭이의 배를 갈라보니 창자가 토막토막 끊어져 있었다고 하는 전설에서 자식 잃은 부모의 아픔을 절절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작가 박완서 선생은 남편을 일찍 여의고 아들마저 군대에서 잃게 되었습니다. 이때의 아픔과 슬픔을 일기 형식으로 쓴 글이 ‘한 말씀만 하소서’라는 책으로 .. 2013. 6. 10.
한 말씀만 하소서! 한 말씀만 하소서! (대한성공회 분당교회 6월 2일 연중 9주일 설교 말씀) 가슴이 따스한 사람이 그리워지는 세상입니다. 환하던 봄꽃이 만발하더니 연초록의 신록이 아름답게 펼쳐지고 장미꽃 피는 계절이 오는 축복받은 이 땅에는 여전히 마음에 피는 따스한 꽃이 아쉬운 세상입니다. 약육강식의 정글이 법칙이 철저한 교리로 적용되는 사회에서 약자들에 대한 차별이 서러움의 앙금으로 남는 현실은 꽃의 아름다움을 잊게 만듭니다. 경쟁에서 낙오된 사람들, 또는 낙오의 위험에서 절망하는 사람들은 인간 이하의 패륜과 저주 섞인 욕설과 반사회적 범죄로 역습합니다. 가슴이 따스한 사람이 그리워지는 정도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가슴의 온도를 측정해봐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루가복음에 나오는 백인대장은 가슴이 따스한 사람입니다. 그.. 2013. 6. 3.
진리의 영 진리의 영 (대한성공회 분당교회 5월 26일 성삼위일체주일 설교 말씀) 유한한 인간이 영원한 세계와 하느님의 존재를 어찌 알 수 있을까요? 속된 생활 속에 파묻혀 사는 사람들이 성스러운 세계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그것은 우주를 탐색하고 생명의 신비의 끝을 탐구한다는 첨단의 과학이나 철학적 사유로 알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신의 존재를 증명한다는 신학자가 있었지만 그 ‘신존재증명’을 안다고 해서 신을 안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과학적 사고에 익숙한 사람들이 성서의 진리를 받아들이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하느님이 말씀으로 세상을 창조하셨다는 것과 예수님의 탄생과 부활까지 절대적으로 믿어야 하는 상황에서는 극단적으로 문자적으로 믿거나 아니면 완전 부정을 하거나 하는 갈림길에서 .. 2013. 5. 27.
가물어 메마른 땅에 가물어 메마른 땅에 (대한성공회 분당교회 5월 19일 성령강림대축일 설교 말씀) 인간은 나약 하지만 신앙은 강합니다. 모두가 포기하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신앙이 있는 사람들은 희망과 긍정의 끈을 절대 놓지 않습니다. ‘구름이 하늘을 가려도 태양은 여전히 빛나고 있음’을 믿고 희망의 불씨를 스스로 꺼버리지 않은 위대한 신앙인들이 역사를 바꾸고 새로운 삶의 좌표를 만들어 왔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외면하는 일들도 신앙인은 기쁨으로 해내면서 참된 가치를 실현하기도 합니다. 이기적인 사랑이 아닌 하느님의 사랑으로 세상을 새롭게 볼 수 있도록 하는 신앙의 힘이야말로 인간이 이룰 수 있는 ‘기적’이라 아니 할 수 없습니다. 그 기적은 다름 아닌 성령의 역사입니다. 인류의 역사는 그 기적들을 통해 발전해 왔고 하느님 .. 2013. 5. 19.
진정한 승리자 진정한 승리자 (대한성공회 분당교회 5월 12일 승천후주일 설교 말씀) ‘귀천’(歸天)이라는 시로 유명한 천상병 시인은 평생을 욕심 없이 살았다고 합니다. 그는 아내나 혹은 친구들이 집어주는 단돈 몇 푼만으로도 삶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그에게는 자식도, 돈도 없었습니다. 과거에 동백림 사건 때문에 억울한 누명을 쓰고 폐인이 될 정도로 고문을 받아 심신이 온전치 못했습니다. 그 때문에 수개월 동안 시립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도 그는 언제나 “좋다! 참 좋다!”라는 말을 진심으로 했다고 합니다. 생전의 천상병 시인 (출처 : 도서출판 답게) 歸天귀천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아침 이슬 더불어 손에 손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 2013. 5. 13.
사랑의 거듭남 사랑의 거듭남(대한성공회 분당교회 5월 5일 부활 6주일 설교 말씀) 하느님이 우리에게 주신 많은 선물 종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만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가까이 있는 가족이야말로 하느님께서 내게 주신 가장 고귀한 선물이라고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누구나 부모를 선택해서 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은 없습니다. 이 넓은 세상에서 하필이면 그 분들을 통해 이 세상에 태어나게 되었을까... 알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냥 하느님이 보내주신 것이라 할 수밖에요. 우리는 부모님의 자식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숭고하고 이타적인 것인가를 잘 알고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가 전해옵니다. 한 청년이 여인을 만나 사랑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여인은.. 2013. 5. 6.
교회 성장의 원동력 교회 성장의 원동력(대한성공회 분당교회 4월 28일 교회축성 14주년 부활 5주일 설교 말씀) 오늘은 우리 분당교회가 설립된 지 14주년을 맞는 뜻 깊은 날입니다. 우리에게 교회를 허락하시고, 인도하시어 교회의 지체로 공동체를 이루신 하느님을 찬양합니다. 14년이면 사람으로 치면 이제 청소년기에 들어서는 시기입니다. 청소년기는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자신의 삶의 방향과 정체성에 대해 질문하고 답을 구하는 매우 중요한 시기입니다. 지금 분당교회도 이러한 중대한 시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어떤 교회를 이룰 것인가를 고민하고 공동체적 합의를 해야 하는 시점에 이른 것입니다. 우리는 이 시대 이 지역사회에서 우리의 교회가 꼭 존재해야 하는 가치와 이유를 물어야 합니다. 우리 교회의 정체성 확립과 성장은 가장 .. 2013. 4.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