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말씀/설교685

보잘 것 없는 종의 의무 보잘 것 없는 종의 의무 (대한성공회 분당교회 10월 06일 연중 27주일 설교 말씀) “주 안에서 바보 되고 주 위하여 손해 보라!” 85세를 일기로 하늘나라에 가신 한국의 슈바이처라고 불리운 장기려 박사가 제자들에게 즐겨 가르치신 말씀이라고 합니다. 춘원 이광수가 병원에 입원해서 치료를 받을 때 담당 의사였던 장기려 박사를 가리키면서 “당신은 바보 아니면 성자야!” 하고 말했듯이 그는 젊어서부터 바보처럼, 그리고 성자처럼 겸손하고 성실하게 살아왔습니다. 어느 정월 초하룻날 아침 한 제자가 세배드릴 때 선생은 따뜻한 미소를 머금고는 “금년에는 날 좀 닮아서 살아 봐” 하고 덕담을 주었다고 합니다. 그 제자는 “선생님 닮아 살면 바보 되게요?” 했답니다. 선생은 껄껄껄 웃으면서 “그렇지, 바보 소리 들으.. 2013. 10. 9.
분당교회의 성장 계획과 목표 분당교회의 성장 계획과 목표 (대한성공회 분당교회 9월 29일 성미카엘과 모든 천사들 - 대한성공회 설립기념일 설교 말씀) “너희는가서이세상모든사람들을내제자로삼아아버지 와아들과성령의이름으로그들에게세례를베풀고내가너 희에게 명한 모든 것을 지키도록 가르쳐라. 내가 세상 끝날까 지 항상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19-20) 사랑하는 분당교회 교우 여러분! 제가 분당교회 사목의 부름을 받아 이곳에 온지 어느덧 계절이 세번 바뀌고 8개월을 지내고 있습니다. 두렵고 떨리는심정으로 제대에 서면서 분당교회의 발전을 위해 누룩이 될 수 있기를 하느님께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어떻게 사목의 방향을 세워야할 지 모르는 저에게 많은 분들이 분당교회의 현실과 전망에 대해서 말씀을 해주셔서 참으로 감사를 드리며 이제는 나.. 2013. 9. 30.
약은 청지기의 교훈 약은 청지기의 교훈 (대한성공회 분당교회 9월 15일 연중 24주일 설교 말씀) 소설 ‘도가니’에서 장애인들이 학대받는 현실을 감추려는 불의한 세력들의 엄청난 협잡과 음모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작가 공지영은 이렇게 씁니다. “진실이 가지는 유일한 단점은 그것이 몹시 게으르다는 것이다. 진실은 언제나 자신만이 진실이라는 교만 때문에 날 것 그대로의 몸뚱이를 내어놓고 어떤 치장도 설득도 하려 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진실은 가끔 생뚱맞고 대개 비논리적이며 자주 불편하다. 진실 아닌 것들이 부단히 노력하며 모순된 점을 가리고 분을 바르며 부지런을 떠는 동안 진실은 그저 누워서 감이 입에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세상 도처에서 진실이라는 것이 외면 당하는 데도 실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면 있.. 2013. 9. 23.
잃었던 양은 잃었던 양은? (대한성공회 분당교회 9월 15일 연중 24주일 설교 말씀) 어린 외아들을 둔 부부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약속을 어긴 아들에게 아버지는 “다시 약속을 어기면 그땐 추운 다락방으로 보낼테다.”하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아들은 그만 또 다시 약속을 어기고 말았습니다. 그날 밤 추운 다락방에 아들을 올려 보내고 부부는 서로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남편의 약한 마음을 헤아린 아내는 “당신 마음은 아프겠지만 그 애를 지금 다락방에서 데려오면 아이는 앞으로 당신 말을 듣지 않게 될 거예요.”라고 했습니다. 남편은 “당신 말이 옳아. 그러나 그 애는 지금 얼마나 무섭고 추울까...”하고서 조용히 일어나 방을 나갔습니다. 추운 다락방의 딱딱한 바닥에서 이불도 없이 아들이 웅크린 채 잠들어 있습니다. 아.. 2013. 9. 16.
값싼 은총과 십자가 값싼 은총과 십자가 (대한성공회 분당교회 9월 8일 연중 23주일 설교 말씀) 20대 초반에 신학박사 학위를 받은 천재 신학자 디트리히트 본회퍼 목사는 히틀러 암살 계획에 참여했다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기 직전에 처형되었습니다. 그는 교회의 타락과 신앙의 변질을 보면서 ‘값싼 은총’을 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값싼 은총은 그야말로 싸구려 또는 떨이로 취급하는 상품처럼 여겨지는 것을 말합니다. 싸구려이기 때문에 그것을 산 사람도 함부로 사용하거나 존중하지 않습니다. 값싼 은총은 하느님에 근거하지 않고 우리 자신을 중심으로 하는 것으로써 십자가 없는 은총을 말합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구원의 은총을 주신 것은 세상에 오셔서 성육신 하셨고, 십자가에 달리시는 비싼 값을 치렀기 때문입니다. 값비싼 은총.. 2013. 9. 10.
낮은 자리, 깊은 마음 낮은 자리, 깊은 마음 (대한성공회 분당교회 9월 1일 연중 22주일 설교 말씀) 시인 도종환은 ‘깊은 물’이라는 시에서 “이 저녁 그대 가슴엔 종이배 하나라도 뜨는가?”라고 묻습니다. 강물엔 나룻배를 띄우고 바다엔 고깃배를 띄울 수 있습니다. 개울엔 종이배를 띄우고 큰 바다엔 여객선이나 화물선을 내보냅니다. 사람들은 물을 보고 그 물에 뜰 수 있는 배가 어떤 배인지를 압니다. 물의 처지에서 보면 그 물이 품을 수 있는 배가 따로 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는 “물이 깊어야 큰 배가 뜬다. 얕은 물에는 술잔 하나 뜨지 못한다.”라고 했습니다. 과연 우리 가슴에는 종이배 하나라도 뜰 수 있는 깊이와 여유를 지니고 있는가를 반성하게 됩니다. 마음의 깊이보다는 눈앞의 이익에 사로잡혀서 시냇물커녕 메마른.. 2013. 9. 4.
율법주의와 예수 율법주의와 예수 (대한성공회 분당교회 8월 25일 연중 21주일 설교 말씀) 구약의 율법은 두 가지의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는 하느님은 거룩하시니 그 자녀 된 백성들도 거룩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하느님을 섬기는 법, 즉 제사와 절기를 지내는 법과 일상생활에서 성결하게 사는 법에 대해서 매우 구체적으로 정해놓고 있습니다. 둘째는 하느님의 백성다운 도덕성과 품성을 지니고 평화와 사랑을 나누며 살아가는 인간관계에 관한 법들입니다. 도둑과 살인과 강간 등 사회적 범죄에 대해서 강한 처벌을 규정하기도 하고 개인적인 비행에 대해서도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습니다. 또한 구약시대의 약자들인 떠돌이, 고아, 과부와 종살이 하는 사람들을 보호하는 법들을 규정하는 등 약자보호 정신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안.. 2013. 8. 26.
불을 지르러 왔다! 불을 지르러 왔다!(대한성공회 분당교회 8월 18일 연중 20주일 설교 말씀) 우리는 평화와 사랑의 예수님이 늘 격려와 위로를 주실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끔 복음서에는 쉽게 이해하기도, 받아들이기도 어려운 말씀을 하신 대목을 만날 때마다 당혹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루가복음 12장에는 “나는 이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 “내가 이 세상을 평화롭게 하려고 온 줄로 아느냐? 아니다. 사실은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고 하셨습니다. 이와 비슷한 마태복음에서는 “내가 세상에 평화를 주러 온 줄로 생각하지 말아라. 평화가 아니라 칼을 주러 왔다.”고 적혀있습니다. 심지어는 가족 간에도 심한 대립이 일어날 것이라고까지 말씀하십니다. 아버지와 아들, 어머니와 딸,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서로 반대를 한다니.... 2013. 8. 19.
진실한 충성 진실한 충성(대한성공회 분당교회 8월 11일 연중 19주일 설교 말씀) 성경에서는 모든 인간이 하느님의 새로운 세계를 기다리고 준비하는 과정에 있음을 일깨워 주고 있습니다. 우리가 단지 ‘죽음에 이르는 존재’ 또는 ‘아직 죽지 않은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와 함게 시작된 ‘새 하늘과 새 땅’을 향해 부르심을 받았다고 하는 것입니다. 신앙인들은 이에 대해 응답하는 사람들이고 그 날과 그 시간을 기다리며 준비하는 사람입니다. 예수께서는 “너희는 허리에 띠를 띠고 등불을 켜 놓고 준비하고 있어라. 마치 혼인잔치에서 돌아오는 주인이 문을 두드리면 곧 열어 주려고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처럼 되어라. 주인이 돌아 왔을 때 깨어 있다가 주인을 맞이하는 종들은 행복하다.”고 하셨습니다. 주인이 오는.. 2013. 8. 14.
하나님께 인색한 사람의 종말 하나님께 인색한 사람의 종말 (대한성공회 분당교회 8월 4일 연중 18주일 설교 말씀) 사람은 모두 다 행복을 위해서 삽니다. 그런데 행복이란 무엇인가요? 어디서 오는 것일까요? 만드는 것일까요? 쟁취하는 것일까요? 법정 스님은 밖에서 오는 행복도 있겠지만 안에서 향기처럼, 꽃향기처럼 피어나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행복의 근원을 물질에서, 그것도 소유에서 찾는 경향이 많습니다. 어느 호스피스 간호사가 이런 이야기를 전합니다. 자신이 처음 도와준 환자는 중년부인이었는데 그 부인은 젊은 시절부터 세계일주가 꿈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남편이 벌어다준 적은 월급 중에 일부를 저금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돈은 하늘이 두 쪽이 나도 쓰지 않을 결심이었습니다. 사회봉사단체에서 버려진 사람,.. 2013. 8. 5.
행복을 위한 기도 행복을 위한 기도 (대한성공회 분당교회 7월 28일 연중 17주일 설교 말씀) “한 사람이 신께 빌었다. 쌀 항아리를 채워주시고, 과일 광주리를 채워주시고, 고기 상자를 채워주시라고.... 하도 졸라대는 통에 신은 허락해주고 말았다. 그런데 쌀 항아리와 과일 광주리와 고기 상자를 주워 담으면 담은 대로 커지게끔 하였다. 그 사람이 쌀 항아리 앞에 가면 쌀이 저절로 생겼다. 쌀 항아리에 쌀을 퍼 담는 그는 신이 났다 한참 쌀을 담다 보면 쌀 항아리는 커지는데, 고기 상자가 그대로인 게 그는 불만이었다. 이번에는 고기 상자 앞에 섰다. 이내 고기가 저절로 생겼다. 고기를 집어넣는 대로 고기 상자 또한 커졌다. 허나 과일 광주리가 그대로인 게 그는 또 불만이었다. 그는 다시 과일 광주리 앞으로 갔다.... 그.. 2013. 7. 29.
필요한 것 한 가지 필요한 것 한 가지 (대한성공회 분당교회 7월 21일 연중 16주일 설교 말씀) 처음 목회지를 농촌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성직자가 상주한 적이 없었던 교회라 사택이 있을 리 만무했던 조그만 교회였습니다. 총각이었던 때라 어느 교우님 댁 문간방에 신세를 지고 있었는데 어머니들이 가스렌지랑 냄비와 밥그릇 등을 챙겨주시고 성미 모은 것을 가져와서 밥 지어 먹으라 했습니다. 가끔 밥을 해 먹긴 했는데, 어느 날 문득 꾀가 나서 교우님들과 대화도 할 겸 가정방문을 가기로 했습니다. 사는 것은 어떠하고 무슨 애환이 있는지, 무슨 기도의 제목이 있는지 알아보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물론 식사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되리라 생각했습니다. 그 시절 농촌에서는 누가 와서 함께 밥 먹는 것 정도는 별로 부담.. 2013. 7.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