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위한 기도
(대한성공회 분당교회 7월 28일 연중 17주일 설교 말씀)
“한 사람이 신께 빌었다. 쌀 항아리를 채워주시고, 과일 광주리를 채워주시고, 고기 상자를 채워주시라고....
하도 졸라대는 통에 신은 허락해주고 말았다.
그런데 쌀 항아리와 과일 광주리와 고기 상자를 주워 담으면 담은 대로 커지게끔 하였다.
그 사람이 쌀 항아리 앞에 가면 쌀이 저절로 생겼다.
쌀 항아리에 쌀을 퍼 담는 그는 신이 났다
한참 쌀을 담다 보면 쌀 항아리는 커지는데, 고기 상자가 그대로인 게 그는 불만이었다.
이번에는 고기 상자 앞에 섰다. 이내 고기가 저절로 생겼다.
고기를 집어넣는 대로 고기 상자 또한 커졌다.
허나 과일 광주리가 그대로인 게 그는 또 불만이었다.
그는 다시 과일 광주리 앞으로 갔다.... 그리고는 또 다시 쌀 항아리... 고기 상자...
이렇게 번갈아 쌀 항아리와 고기 상자와 과일 광주리를 채우다 보니 어느덧 죽는 날이 다가왔다.
그는 그제야 문득 깨달았다. 게걸스러운 거지가 되어 살아온 자기 삶을...
그는 신께 항의했다. 어찌 이렇게 거지인 채로 살아오게 하였습니까?
신이 대답하였다. 그건 내 탓이 아니라 순전히 네 탓이다. 꽉 차지 않아도 만족할 줄 알았으면 그렇게 살지 않았을 것 아니냐?”
(정채봉, 생각하는 동화 ‘차지 않는 그릇’)
만일 하느님이 소원 한 가지 꼭 들어주시겠다고 하면 무엇을 청원할까요? 그것이 우리 영혼의 현주소이고 삶의 가치일 것입니다. 위의 정채봉 선생의 우화처럼 평생을 소유에 집착하면서 거지로 살아가는 사람은 행복하지 못한 사람입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기도를 가르치셨습니다.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주의 기도’입니다. 그런데 그 기도의 목적은 하느님 나라의 성취입니다. 이를 위해서 세 가지의 현실적인 청원이 있는데, 첫째 일용할 양식, 둘째 죄의 용서, 셋째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더 많이 차지하고,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더 많이 소비하는 세속적인 가치관과는 사뭇 다릅니다. 우리가 일용할 양식을 구하는 것은 인간답게 살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물질적인 재원을 말합니다. 다시 말하면 일용할 양식이 있으면 충분하다는 것입니다. 일용할 양식에 만족하고 감사하라는 말씀입니다. 불필요한 것을 과다하게 소유한다고 해서 행복이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행복의 열쇠는 우리 영혼이 감사하느냐에 있기 때문입니다. 행복을 위해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의 죄를 용서받는 일입니다. 그리고 하느님 나라로 가는 길을 방해하는 유혹에서 벗어나는 일이야말로 우리가 평생 기도하며 추구할 목표라는 것을 예수께서 가르쳐 주셨습니다.
기도할 때마다 하느님께서 응답해 주시고 원하는 것을 채워주시지는 않습니다. 그 모든 것이 하느님의 계획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기도하는 마음에는 반드시 확신이 필요합니다. 하느님께서 들어주시지 않을 것이라는 의심이 있으면 기도는 아무 소용이 없는 일이 되어버립니다.
확신을 가지고 기도하는 마음에 하느님께서는 더 큰 선물을 주십니다. 기도하는 사람의 마음에 하느님 나라의 평화와 축복을 담아주셔서 하느님의 사람으로 변화되는 것입니다. 주님께서 주시는 영원한 생명과 사랑에 감사하며 행복할 수 있는 새로운 존재로 만들어 주시는 것만큼 더 큰 축복이 어디에 있을까요?
소유를 위한 청구서 말고, 새로운 존재를 위한 기도를 드립시다.
장기용 (요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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