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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탐구39

하느님은 현존(existence)이시다 하느님은 현존(existence)이시다. 따라서 존재하는 모든 것/곳에 현존하신다. 하느님이 모든 곳에 현존하신다면 우리가 하느님으로부터 분리될 수 있는 상황이란 있을 수 없다. 물론 우리는 분리되어 있다고 느낄 수도 있고, 분리되어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애쓴다 하더라도 우리가 하느님과 분리될 수 있는 길은 없다. 이처럼 현존하시기 때문에 하느님이 휴가라도 가시지 않는다면 우리는 하느님의 현존에서 결코 분리될 수 없는 것이다. - 토머스 키팅, 중에서 성서도 침묵에 대해 침묵하지 않는다. 아브라함은 한밤중의 침묵과 정적 속에서 하늘의 별을 세면서 하느님의 임재를 경험했다. 야곱이 하느님을 경험한 베델도, 모세가 하느님을 만난 호렙산도 광야라는 광활한 침묵의 공간이었다. 모세와 이스라엘.. 2019. 11. 17.
기도 단상 하느님이 일반 원리로 혹은 신학적으로 우리와 함께 거하시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그분을 추상적으로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분의 임재는 매일 매일의 삶 속에서 구체화되어야만 하고 그것은 기도를 통해서 가능해진다. …기도는 “하느님이 우리와 함께 하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기도는 하느님이 우리 곁에 가까이 계심을 증거해 주는 [즉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기도는 이렇게 하느님이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것에 대한 증거[경험]이며, 우리가 하느님께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해도 된다고 하느님이 친히 허락해주신 것이라 할 수 있다. - 자크 엘룰, 중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영적 체험을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거나, 영적 체험을 깊이 이해하기 위해 영적 체험들을 회상하고 싶어 한다. 어느 정도까지는 이러.. 2019. 11. 10.
내면의 진실 우리가 다른 사람을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일은 그 사람의 가장 깊은 내면에 있는 것을 굳게 다져 주는 것입니다. 즉 시간을 들여서, 상대의 가장 깊은 내면에 가장 그 사람다운 것이 무엇인지를 찬찬히 알아보고, 인정과 격려를 통해 그것을 굳게 다져 주는 일입니다. 우리의 겉모습만 보는 사람... 그들은 우리 각자를 한 사람의 인간으로 대하려 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우리를 우리 이하의 존재로 대우합니다. 그런 사람들과 계속해서 같이 있을수록 우리는 점점 우리 이하의 존재가 되어 갑니다. 그런데 우리 삶에 이와는 다르게 들어오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는 우리를 이용할 목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넉넉한 마음으로 우리 내면의 진실에 관심을 가지며, 우리의 약점을 잡거나 우리에게 흠집을 내려 하지 않고, 우리.. 2019. 10. 13.
칼을 쓰는 사람은 모두 칼로 망한다. "그리스도교 공동체가 시민 공동체에 공동 책임을 진다는 것은 최상의 국가 형태가 무엇인지, 가장 합리적인 국가 조직이 무엇인지를 인간적으로 묻는다는 것을 뜻합니다. 하지만 그리스도교 공동체는 인간이 고안하는 (물론 자신의 협력 아래서도 고안하는) 모든 정치 형태와 조직의 한계성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모든 정치 이념과 대항하면서 그 어떤 정치 이념을 그리스도교적인 이념이라고 주장하는 일도 삼갈 것입니다. 하느님 나라를 선포함으로써 그리스도교 공동체는 모든 정치 이념에 맞서서 자신의 희망과 물음을 관철해 나가야 합니다. 정치적으로 실현된 모든 것에도 맞서서, 아니 바로 이러한 것들에 맞서서 그렇게 해야 합니다. 비록 모든 정치 이념이 실현되었을지라도, 그리고 비록 여전히 실현해야 할 정치 이념이 많.. 2019. 9. 29.
성사란 무엇인가요? 그리스도교인은 성사의 백성입니다. 성공회 신자들은 그저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말씀을 듣는 데 그치지 않고 그분을 만지고, 보고, 향을 맡고, 맛을 봅니다. 보이지 않는, 실제적 은총이 우리에게 나타나며 만질 수 있는 표지가 됩니다. 물과 기름, 빵, 포도주와 같은 구체적인 물질을 통해 우리는 하느님의 은총과 새롭게 만납니다. 성서의 거룩한 이야기를 듣고 반응하는 것이 중요한 일인 만큼이나 우리는 공동기도서에 제시된 성사가 제공하는 시작, 소속, 힘과 회복, 소망과 안식을 소중하게 여깁니다. 이러한 예식은 성공회 전통에 속한 그리스도인인 우리에게 보다 큰 실재를 가리킵니다. 성공회 신자들은 삶 자체를 일종의 성사로 대합니다. 이러한 접근은 성육신,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죽음, 부활에 근거합니다. 우리는 신.. 2019. 8. 4.
캔터베리 대주교란? 캔터베리 대주교는 어떤 사람이며 성공회 교우들은 그를 어떻게 보나요? 597년 그레고리우스 대정은 영국 제도 남동쪽에 아우구스티누스라는 수사를 파송하여, 현지 앵글로 원주민들, 그레고리우스의 표현을 빌리자면, “흰 피부의 ‘천사’angel들”에게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파하게 했습니다. 켄트에 상륙하여 캔터베리로 이동한 아우구스티누스는 에셀베르트 왕의 왕비를 비롯한 많은 사람이 그리스도교 신자라는 사실을 알고 놀라워했습니다. 그리스도교는 초창기부터 브리타니아에 전파되었으며 니케아 신경이 만들어지기도 했던 325년 니케아 공의회에 두 명의 대표가 참가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때 아우구스티누스가 발견한 것은 그에게 친숙했던 로마 전통이 아닌 지역 켈트 문화의 영향을 받은 그리스도교였습니다. 그레고리우스 대종과.. 2019. 6. 30.
세계성공회란 무엇인가요? 각국 성공회는 다른 그리스도교 교파에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그 규모가 작지만, 세계성공회 Anglican Communion 라 불리는 국제단위 공동체는 로마 가톨릭과 러시아 정교회 다음으로 큰 교파를 이루고 있습니다. 뉴질랜드 기도서에 수록된 ‘신앙의 개요’는 세계성공회에 관한 훌륭한 설명을 담고 있습니다. 언뜻 보기에 성공회는 로마 가톨릭과 비슷해 보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성공회를 로마 가톨릭이라고 오해하거나 때로 로마 가톨릭의 아류라고 농담 삼아 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주목할 것은 로마 가톨릭이 모든 수위권을 가지는 교황을 중심으로 한 하나의 국제 조직인 반면, 세계성공회는 국가적, 지역적인, 무엇보다 ‘자치적’self - governing인 교회들의 엽합체라는 사실입니다. 세계성공회는 이렇듯 .. 2019. 6. 23.
성공회 교우들은 왜 삼위일체를 믿나요? 삼위일체에 대한 믿음은 모든 그리스도교 교회의 공통된 특징입니다. 그리스도인 개개인이 교리에 대하여 이견을 가질 때에도 교회는 철저하게 삼위일체 신앙에 머무릅니다. 어떤 그리스도인들은 삼위일체 교리가 추상적이고 당혹스럽기 그지없는 교리라고 생각합니다. 하나가 셋이라 말하고, 셋이 하나라 말하는 당혹스러운 주장으로 여깁니다. 하지만 삼위일체 교리는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 고유의 하느님 이해를 말이 되게 하려는 시도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예수 그리스도를 육신을 입은 영원하신 하느님이라고 믿습니다. 우리는 그분의 생애를 통해 하느님의 말씀과 만난다고 믿습니다. 다른 말로, 여러분이 그리스도인들에게 “하느님이 어떤 분이신지 아십니까?”라고 물어보신다면, 그들은 이렇게 대답할 것입니다. “우리는 나자렛 예수의 삶과.. 2019. 6. 16.
예수는 죽은 자 가운데서 부활하셨나요? 그리스도인들은 십자가의 죽음이 끝이 아니라고 믿습니다, 성 금요일에 하느님은 이 비극을 끌어안으십니다. 부활주일에 하느님은 소망의 실현을 약속하십니다. 우리는 부활이 참이라는 믿음을 공유합니다. 그러나 부활이 정확히 어떻게 이루어졌는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성공회 교신자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무덤이 확실히 비어 있었다고, 예수의 인간적인 몸이 영적인 몸으로 변화했다고 믿습니다. 사도 바울로가 로마인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언급하는, 필멸의 육신이 경험할 변화에 대한 기대가 그것입니다. 로마인들에게 보낸 편지 8장에서 바울로는 이러한 변화가 인간 뿐 아닌 모든 피조물에 해당함을 암시하고 있습니다(로마 8:19-23 참조). 그리스도가 죽은 자들 가운데서 다시 일어나셨다는 확신은 초기 그리스도교 .. 2019. 4. 21.
성공회 교우들은 성서를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나요? 성공회 교우들은 성서를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나요? 때때로 성공회 교우들은 ‘책의 백성’ people of the book 이라고 불리기도 했습니다. 여기서 책이란 성서가 아니라 공동기도서를 말합니다. 다른 그리스도교 교회는 회중석에 성서를 비치하고 있는 경우가 일반적지만 성공회 교회는 대개 기도서와 성가를 비치해 두고 있습니다. 주일 예배에 성공회 교우가 개인이 소유한 성서를 가져오는 일은 드뭅니다. 그리고 그 성서에서 메모나 밑줄을 찾기란 더더욱 드문 일입니다. 언뜻 보면 성공회 교우들 대다수가 성서를 별로 중시하지 않는 것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어쩌면 많은 성공회 교유가 여기에 동의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견해는 잘못된 것입니다. 성공회 전통이 시작하던 때 토머스 크랜머는 기도서에 성서를 .. 2019. 2. 18.
성공회 교우들은 세상의 종말에 대해 무엇을 믿나요? 성공회 교우들은 세상의 종말에 대해 무엇을 믿나요? 우리는 세상의 종말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또한 종말은 성서의 중요한 주제 가운데 하나이기도 합니다. “마지막 때”에 대한 이러한 연구를 기술적 용어로는 종말론 eschatology 이라고 합니다. 신경에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다시 돌아오실 것이라는 기대가 담겨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성공회 신자들은 진리를 발견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기꺼이 배우고자 라는 태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성공회 신자들은 다양한 사람들과의 대화에 열려 있습니다. 먼저 이 문제에 대한 과학자들의 견해를 살펴봅시다. 과학적 관점에서 우주의 끝은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찾아옵니다. 모든 과학적 시나리오는 전체 우주의 종말이.. 2018. 12. 16.
감사한 죄 감사한 죄 - 박노해 - 새벽녘 팔순 어머니가 흐느끼신다 젊어서 홀몸이 되어 온갖 노동을 하며 다섯 자녀를 키워낸 장하신 어머니 눈도 귀도 어두워져 홀로 사는 어머니가 새벽기도 중에 나직이 흐느끼신다 나는 한평생을 기도로 살아왔느니라 낯선 서울땅에 올라와 노점상으로 쫓기고 여자 몸으로 공사판을 뛰어다니면서도 남보다 도와주는 사람이 많았음에 늘 감사하며 기도했느니라 아비도 없이 가난 속에 연좌제에 묶인 내 새끼들 환경에 좌절하지 않고 경우 바르게 자라나서 큰아들과 막내는 성직자로 하느님께 바치고 너희 내외는 민주 운동가로 나라에 바치고 나는 감사기도를 바치며 살아왔느니라 내 나이 팔십이 넘으니 오늘에야 내 숨은 죄가 보이기 시작하는구나 거리에서 리어카 노점상을 하다 잡혀온 내 처지를 아는 단속반들이 나를 .. 2018. 11.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