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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나눔

감사한 죄

by 분당교회 2018. 11. 4.

감사한 죄

                      - 박노해 -

     

새벽녘 팔순 어머니가 흐느끼신다

젊어서 홀몸이 되어 온갖 노동을 하며

다섯 자녀를 키워낸 장하신 어머니

눈도 귀도 어두워져 홀로 사는 어머니가

새벽기도 중에 나직이 흐느끼신다

 

나는 한평생을 기도로 살아왔느니라

낯선 서울땅에 올라와 노점상으로 쫓기고

여자 몸으로 공사판을 뛰어다니면서도

남보다 도와주는 사람이 많았음에

늘 감사하며 기도했느니라

아비도 없이 가난 속에 연좌제에 묶인 내 새끼들

환경에 좌절하지 않고 경우 바르게 자라나서

큰아들과 막내는 성직자로 하느님께 바치고

너희 내외는 민주 운동가로 나라에 바치고

나는 감사기도를 바치며 살아왔느니라

 


내 나이 팔십이 넘으니 오늘에야

내 숨은 죄가 보이기 시작하는구나

거리에서 리어카 노점상을 하다 잡혀온

내 처지를 아는 단속반들이 나를 많이 봐주고

공사판 십장들이 몸 약한 나를 많이 배려해주고

파출부 일자리도 나는 끊이지 않았느니라

나는 어리석게도 그것에 감사만 하면서

긴 세월을 다 보내고 말았구나

 

다른 사람들이 단속반에 끌려가 벌금을 물고

일거리를 못 얻어 힘없이 돌아설 때도,

민주화 운동 하던 다른 어머니 아들딸들은

정권 교체가 돼서도 살아 돌아오지 못했어도

사형을 받고도 몸 성히 살아서 돌아온

불쌍하고 장한 내 새끼 내 새끼 하면서

나는 바보처럼 감사기도만 바치고 살아왔구나

나는 감사한 죄를 짓고 살아왔구나

 

새벽녘 팔순 어머니가 흐느끼신다

묵주를 손에 쥐고 흐느끼신다

감사한 죄

감사한 죄

아아 감사한 죄


가을이 떠나기 전에 


가을이 타 버릴 듯 붉게 익어간다

익고 타면 곧 한줌의 재만 남겠지

아쉬움에 불러보고 다시 보며 

너의 빛깔 너의 향기 

너를 안고 음미하며 취해본다

참 아름다워라 

지구별 지금 여기

높고 위대하신 창조주를 찬양하며 

더 없이 맑고 고운 하늘을 주목한다

내일 우리는 

낙엽 내린 황토 오솔길을 맨발로 걷고 싶다

가을엔 더 많이 사랑하고 싶다

가을엔 한가득 감사로 채우고 싶다


감사의 연도

✝ 우리에게 베풀어 주신 풍성한 은혜에 대하여 우리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하늘과 땅과 바다에 있는 모든 창조물의 신비와 아름다움을 인하여 주님께 감사하나이다. 

◉ 주님께 감사와 찬양을 드리나이다.(이하 반복)  

✝ 그리스도의 사랑을 알게 해주는 남자와 여자의 삶 속의 모든 은혜로움을 인하여 주님께 감사하나이다.

✝ 일용할 양식과 음료를 주시고, 따듯한 가정과 가족, 그리고 친구가 있게 하심을 인하여 주님께 감사하나이다.

✝ 생각할 수 있는 마음과 사랑할 수 있는 가슴과 봉사할 수 있는 손을 주심을 인하여 주님께 감사하나이다. 

✝ 일할 수 있는 건강과 힘을 주시고, 쉬고 놀 수 있는 여가 주심을 인하여 주님께 감사하나이다.

✝ 고난 속에서 인내하며, 역경 중에서도 충실한 이들이 우리에게 있음을 인하여 주님께 감사하나이다.

✝ 진리와 자유와 공의를 추구하는 정의로운 이들이 우리에게 있음을 인하여 주님께 감사하나이다.

✝ 장소와 시간을 초월하는 모든 성도의 상통함을 인하여 주님께 감사하나이다.

✝ 그 무엇보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에게 큰 자비와 구원의 약속을 인하여 주님께 감사하나이다. 

✝ 전능하시고 자비로우신 하느님, 모든 생활 속에서 주님의 은총과 사랑을 보게 하시니 감사하오며, 어떠한 형편과 처지에서도 우리를 향하신 주님의 크신 사랑을 신뢰하고 변하지 않는 신앙과 소망 속에서 사랑을 실천하며 살게 하소서. 하느님 아버지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와 성령께 찬양과 영광을 돌리나이다. 

◉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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