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설교685 존 웨스터호프의 성공회 신앙의 이해3-2 : 이성 3-2 이성 성공회가 16세기 종교개혁에 동참하면서도 “오직 성서”라는 구호를 따라하지 않고 “이성”과 “전통”을 더하였다. 개혁파가 강조하는 성서나 로마교회가 강조했던 전통(교회의 권위 있는 가르침)이나 이미 이성의 역할이 거기 있을 수밖에 없다는 자각 때문이다. 이때 이성이란 인간이 자기 경험을 돌아보고 숙고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성서든 전통이든 이성과 무관하게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라는 것이 처음부터 성공회가 가진 눈이다. 앞에서 살펴보았듯 성서 자체가 애초의 기록을 자신의 상황에 비추어 해석하되 앞선 해석을 참고하면서 기록한 것이다. 성서-이성-전통이라는 세 요소는 늘 삼위일체처럼 함께 작동하게 마련이라는 방법론적 성찰을 통해 성공회는 종교개혁 당시 서로 대립하는 양편을 품을 수 있는 넓은 .. 2011. 7. 18. 존 웨스터호프의 성공회 신앙의 이해3-1 : 성서 (1) 성서 웨스터호프는 굳이 그리스도교는 한 인격 예수 그리스도를 신앙하는 것이지 책의 종교가 아니라는 말을 한다. 그리스도인에게 하느님의 말씀이란 기록된 책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라는 한 인격이다. 다만 우리가 이분에 대해 알고자 할 때 관련된 기록이 성서 특히 복음서에 들어 있기 때문에 성서는 “상대적인 의미에서” 하느님의 말씀이라는 것이다. 이 구분은 성서문자주의가 팽배한, 그래서 성서의 문자기록을 거의 우상처럼 그대로 신봉하는 한국의 풍토에서는 특히 기억해 둘 만하다. 성서에 기록된 문자는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처럼 한 인격 예수 그리스도를 가리키고 있다고 보면 우리는 성서와 끝없이, 늘 새롭게 대화할 수밖에 없다. 살아 있는 인격과는 부단히 만날 수 있을 뿐 어떤 식으로든 박제(剝製)해서 손.. 2011. 7. 18. 존 웨스터호프의 성공회 신앙의 이해 1_ 서론 서론: 성공회다움을 찾는 것이 분파적? 성공회 신자들 중에는 성공회다움을 말하면 불편해 하는 이들이 있다. 그리스도교라는 넓은 지붕을 말하면 그만인 것을 왜 편협하게 선을 긋느냐는 것이다. 성공회, 천주교, 침례교, 순복음 할 것 없이 경계 없이 넘나들고 사는 것이 좋은 것이고 나아가 그러한 무경계가 오히려 성공회다움 아닌가까지 말한다. 그러나 일견 가슴 넓어 보이는 이 무경계의 평등주의엔 함정이 있다. “지역적인 것이 곧 세계적”이라는 말이 있다. “세계적이기만 해서는 오히려 세계적일 수 없다”는 역설이기도 하다. 코스모폴리탄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결국 미국적인 것을 소비하는 모습을 왕왕 드러내듯 무교파의 너른 가슴을 말하는 이들이 결국 다른 교단의 문화를 성공회 내에서 주창하고 소비하는 이들이 되고 만.. 2011. 7. 18. 성공회의 전통 제목: “성공회의 전통” 대성당 사순절 강좌 / 이주엽 신부(분당교회. 성공회대 영성신학 강의) -------------------------------------------- 사순절은 부활을 준비하는 기간입니다. 성탄과 부활 사이에 놓여 있는 것이 사순입니다. 성탄 때 우리는 “성탄 축하합니다” 하는 인사를 나눕니다. 부활 때도 “부활 축하합니다” 하고 인사합니다. 무슨 기념일을 축하하는 게 아니고 우리가 하느님의 빛과 생명을 내적으로 깨달았음을 축하하는 것입니다. 다만 성탄이 씨앗이라면 부활은 나무와 같은 차이가 있을 따름입니다. 씨앗이 싹이 터서는 온갖 비바람과 계절을 견디면서 큰 나무로 모습을 드러내듯 성탄은 사순을 통과하면서 부활생명으로 완성되는 것입니다. 전례의 절기는 바로 그 진리를 표현하고.. 2011. 4. 30. 성공회 인물시리즈 : 페스토 키벤제레(Festo Kivengere 1921-1988): 세계적인 전도자 우간다는 오늘날 8백만의 성공회 신자가 있는 나라로서 전 세계 성공회 신자 열 명 중 한 사람은 우간다인입니다. 이 우간다, 나아가 전 세계 복음주의자와 성령운동파 사람들이 기억하는 전도자가 페스토 키벤제레입니다. 우간다에 성공회 선교사들이 처음 들어간 것은 1877년의 일입니다. 들어가자마자 신앙의 박해를 받아 1885년에는 세 명의 소년(11세가 최연소, 15세가 최연장)이 화형을 당하는 것을 필두로 제임스 해닝턴(James Hannington) 주교도 순교합니다. 이 세 소년이 불을 두려워하지 않고 죽음을 맞이하는 것을 본 어른 40여 명이 그날로 그리스도인이 되었다고 합니다. 우간다의 첫 그리스도인 순교자로서 이 세 소년의 기념비가 캄팔라 근교에 있다고 합니다. 1887년 우간다 선교 10주년에는.. 2011. 2. 23. 성공회 인물시리즈 : 매들린 렝글(Madeleine L'engle 1918-2007): 이야기꾼 매들린 렝글은 아동 및 청소년 대상 소설로 우선 유명한 미국의 여류작가입니다. A Wrinkle in Time이라는 소설은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아동문학상인 뉴베리상(Newbery Medal)을 수상했습니다. 하지만 렝글은 선뜻 아동문학가라는 딱지를 붙이기가 쉽지 않습니다. 판타지나 공상과학 분야 서가에도 렝글의 책이 꽂혀 있고 자서전, 시, 일반소설 분야에서도 꽂혀 있습니다. 그리고 영성에 관한 책들도 썼습니다. 이렇게 쓴 책이 50여 권에 달하는 다작(多作) 작가가 매들린 렝글입니다. 희한하게도 렝글의 선배격인 도로시 세어즈나 C S 루이스나 넓은 분야에 걸쳐 글을 썼다는 특징을 공유하며 당연한 얘기겠지만 독자층도 다양해서 아동과 성인을 망라하는 것을 물론 신자와 비신자들이 다 읽는 작가라는 공통.. 2011. 2. 14. 성공회 인물시리즈 : 버너 도지어(Verna J. Dozier 1917~2006): 평신도 선교를 재정의해 준 여성 성공회의 영성가들 하면 대개 과거 영국의 성직자들을 떠올릴 것입니다. 그런데 교회는 99퍼센트 이상이 평신도이고 그 중 절반 이상이 여성입니다. 성공회도 예외는 아닙니다. 게다가 오늘날 세계성공회 신자의 절반 이상은 아프리카 흑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영국이 아닌 미국의 평신도 여성이자 흑인인 버너 도지어는 20세기 이후의 성공회를 생각하기 좋은 이미지가 아닐까 합니다. 도지어는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에서 평생 살면서 공립학교 교육에 이바지한 교사요 행정가입니다. 한편 성서연구와 성서세미나를 이끈 평신도 성서신학자이기도 합니다. 버너 도지어는 파킨슨씨병으로 2006년 9월 1일 88세를 일기로 사망합니다. 워싱턴에서만 3대째 살아온 토박이 집안의 딸로서 도지어의 어머니는 경건한 침례교인이었고 아버지는 .. 2011. 2. 14. 성공회 인물시리즈 : C. S. 루이스(C. S. Lewis 1898-1963): 순전한 그리스도인 C. S. 루이스는 20세기 후반의 가장 유명한 그리스도인 작가일 것입니다. 그의 유명세는 사후 5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에도 그칠 줄을 모릅니다. 루이스가 사망한 1963년 11월 22일은 공교롭게도 올더스 헉슬리(Aldous Huxley)와 존 F. 케네디가 사망한 날이기도 합니다. C. S. 루이스는 북아일랜드의 수도인 벨파스트에서 태어났습니다. 그가 아홉 살이던 해에 어머니가 암으로 사망합니다. 그러자 아버지는 어린 루이스를 영국의 기숙사 학교로 보냅니다. 루이스는 학교생활을 지긋지긋해 하다가 옥스퍼드 대학에 입학합니다. 그런데 옥스퍼드의 학창생활은 전과 다르게 무척이나 좋았다고 합니다. 루이스는 옥스퍼드와 캠브리지에서 차례로 영문학 교수생활을 합니다. 자기 분야에서 밀턴의 실낙원 입문을 포함한 .. 2011. 2. 14. 성공회 인물시리즈 : 도로시 세어즈(Dorothy L. Sayers 1893-1957): 별종 변증가 도로시 세어즈는 동물원에서 고슴도치 같이 생긴 호저(豪豬)를 사들이는가 하면 돼지를 애완견처럼 기르기도 했는데 이 돼지의 이름을 프란시스 베이컨이라고 했답니다. 오토바이를 타고 돌아다니고 자기 스타킹을 손수 짜서 만들고 요상하게 생긴 귀걸이와 진주 목걸이를 즐기는 줄담배에 때론 시가까지 꼬나물었던, 정말 요상한 여성입니다. 사춘기 때 앓은 병 때문에 머리가 거의 대머리에 가까웠고 몇 가닥 안 되는 머리칼마저 빗지도 않고 아무렇게나 하고 다녔답니다. 지갑 들고 다니기 귀찮아서 주머니가 많은 코트를 입고 필요한 건 죄다 거기 넣고 다니는 여하간 별종인 인물이었습니다. 성공회 사제의 외동딸인 세어즈는 어릴 적부터 꽤나 똑똑했던 모양입니다. 결국 옥스퍼드 대학에 진학하고 졸업하는 최초의 여성들 중 하나가 됩니다.. 2011. 2. 14. 성공회 인물시리즈 : 윌리엄 템플(William Temple 1881-1944): 철학적이었던 고위 성직자 윌리엄 템플 대주교는 철학자이자 신학자, 변증가, 빼어난 교사요 전도자, 교회일치 운동가이면서 사회계급도 다르고 관점도 달랐던 온갖 사람들이 다 친구로 여겼던 성공회의 인물입니다. 20세기 전반부에 템플만큼 폭넓고 다양하게 사역한 인물도 드뭅니다. 템플은 켄터베리 대주교의 아들로 태어나 걸음마를 배우고 말을 배우는 것과 나란히 신앙을 배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에게는 다른 사람들처럼 심각한 신앙의 회의나 의심이 없었습니다. 유별난 회심체험도 없었으니 사실 그럴 필요가 없었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템플에게는 그리스도를 따를 것인가가 문제인 게 아니라 ‘어떻게’ 그리스도를 따를 것인가만이 문제였으니까요. 템플은 옥스퍼드 밸리얼 칼리지에서 철학을 공부하면서 무신론자와 불가지론자 학생들과 열띤 토론을 벌.. 2011. 1. 17. 성공회 인물 시리즈 : 이블린 언더힐(Evelyn Underhill 1875-1941): 기도생활의 안내자 그리스도교 영성사에 기여한 여성은 꽤 있습니다. 휘트비의 힐다, 빙엔의 힐데가르트, 노르위치의 줄리언, 시에나의 카타리나 등. 그런데 이들은 죄다 전문 수도자들이었습니다. 20세기에 이블린 언더힐이 등장하기 전까지 재속의 여성으로 그리스도교의 영적 안내자로 널리 인정받은 인물은 17세기 프랑스의 마담 귀용 정도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블린 언더힐은 영적 운운하는 길과는 거리가 멀 것 같은 성장배경을 갖습니다. 부유한 부모는 평탄한 결혼생활을 했지만 신심은 별로 없었습니다. 그저 외동딸에게 좋은 교육을 시켜 언더힐은 철학과 역사, 언어 그리고 식물학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이 서른둘에 어릴 적 소꿉친구와 결혼해 런던 친정 부모가 사는 근처에 보금자리를 꾸미고 유복한 삶을 누렸습니다. 변호사 신랑과 .. 2011. 1. 7. 성공회 인물시리즈 : 롤런드 앨런(Roland Allen 1868-1947): 바울로처럼 선교하자고 외친 예언자 겉으로 봐서 롤런드 앨런의 삶은 그리 “있어 보이지” 않습니다. 1893년에 성공회 사제로 서품 받은 이후 2년 간 보좌로 일하고 중국 선교사로 떠났다가 7년 뒤 건강이 좋지 않아 귀국합니다. 그 다음에 버킹엄셔(영국 남부)의 시골교회에 발령을 받아 3년 일하고 물러납니다. 이 이력을 끝으로 앨런은 다시는 교회 발령을 받지 못합니다. 이후 40여 년을 책벌레에 은둔성향마저 있는 그는 학교에서 가르치거나 정부기관에서 일하면서 연명합니다. 가끔 집전하기도 하고 돌아다니면서 선교에 대한 자신의 비 주류적 견해를 전하며 한편 열심히 글을 쓰지만 읽어주는 사람도 별로 없습니다. 앨런과 아내는 말년에 케냐 나이로비로 가서 스와힐리어를 배워 몇몇 스와힐리 고전을 영어로 번역합니다. 그는 죽어 나이로비에 묻힙니다. 한.. 2011. 1. 4. 이전 1 ··· 37 38 39 40 41 42 43 ··· 5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