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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설교685

성공회 인물 시리즈 : 제레미 테일러(Jeremy Taylor 1613-1667): 왕정의 옹호자 제레미 테일러는 잘생기고 똑똑하며 말과 글이 빼어난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게다가 성격도 너그럽고 가족을 사랑했고 하느님과 사랑에 빠진 사람이니 누구나 좋아할 만한 인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 그도 개인사의 비극을 많이 겪었고 당대 정치 종교적 격변을 피해가지는 못했습니다. 생전에 수많은 사람에게 존경을 받았건만 객지에서 슬픔의 생을 마쳐야 했던 인물이 테일러입니다. 런던 성 바울로 대성당에 강연을 하기로 한 사람이 갑자기 못 오게 되자 갓 서품 받은 젊은 테일러가 대타를 하게 된 것이 세간의 주목을 끌게 된 계기였다고 합니다. 젊은 사람이 대단히 설교를 잘하더라는 평판을 듣고 당시 켄터베리 대주교인 윌리엄 러드(William Laud)는 늘 제대로 된 성직자를 길러내고 싶어 했던 차에 테일러를 옥스퍼.. 2010. 11. 5.
성공회 인물 시리즈 : 존 쥬얼(John Jewel 1522-1571): 성공회개혁의 변증가 오늘날도 그리스도인들은 이런저런 입씨름을 벌입니다. 16세기 성공회개혁이 일어났을 때도 마찬가지여서 사제의 결혼, 모국어 예배, 평신도의 성서해석 등등을 놓고 논쟁을 벌였습니다. 그런데 이 모든 진리의 출처가 어디인가라는 질문으로 귀결됩니다. 16세기의 경우 성서가 진리의 출처라는 점은 모두가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성서의 진리를 누가 해석할 수 있는지를 놓고는 크게 둘로 입장이 갈렸습니다. 하나는 로마교회의 입장으로 교황을 정점으로 한 고위 성직자계급만이 성서해석을 할 수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종교개혁의 입장으로 그리스도인 개개인이 성령의 안내를 따라 성서를 해석할 권한이 있다는 것입니다. 존 쥬얼은 당시 옥스퍼드에서 가르치고 있던 대륙의 개혁신학자 피터 마타의 지도 아래 신학을 공부하고 1552.. 2010. 11. 5.
성공회 인물 시리즈 : 토마스 크랜머(Thomas Cranmer 1489-1556): 성공회 기도서의 아버지 1556년 3월 21일 토요일 정오 조금 못 미쳐 옥스퍼드에는 차가운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성 마리아 교회에는 사람들이 빼꼭히 들어차 있었고 지난 3년간 옥살이를 했던 캔터베리 대주교 토마스 크랜머가 설교 도중에 끌려 내려와 기둥 앞에 섰습니다. 쇠사슬로 기둥에 묶이자 곧이어 주위에 쌓아올린 나무에 불길이 일었습니다. 크랜머는 오른손을 뻗어 불길에 집어넣으며 울부짖었습니다. “이 손이 죄를 지었소!” 크랜머의 몸이 불붙어 다 타버릴 때까지도 그는 뻗은 손을 거두지 않았습니다. 토마스 크랜머는 원래 대주교 될 생각이 없던 인물입니다. 캠브리지 대학의 학감으로 있으면서 가끔 왕 헨리 8세의 외교사절 노릇이나 몇 번 하곤 했을 뿐인데, 1529년 헨리 8세가 캐서린 왕비와 혼인무효를 원하면서 그의 운명도 .. 2010. 11. 5.
성공회 인물 시리즈 : 리차드 후커(Richard Hooker 1554-1600): 성공회풍의 기초자 어느 교회든 자기 교파의 신학을 대변하는 대표적 인물이 있습니다. 루터교는 당연히 루터를 꼽을 것이고 장로교라면 칼뱅을 들 것입니다. 천주교는 아퀴나스를 들겠지요. 성공회는 누구를 들 수 있을까요? 리차드 후커라는 이름을 기억해 두기로 합니다. 사실 일반 성공회 신자생활에서 자주 들어볼 수 있는 이름은 아니지만 전 세계성공회는 이 사람에게 빚을 진 바가 큽니다. 후커가 아퀴나스처럼 교리의 소소한 부분까지 총망라한 신학대전 같은 저술을 남겼다든지 해서 기억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가 신학적 숙고과정에서 보여준 풍모가 성공회의 소중한 유산이 되었기 때문에 우리는 리차드 후커를 기억하는 것입니다. 영국의 교회는 1532년 로마와 거리를 두기 시작했는데 이후 삼십여 년은 왕이 누구냐에 따라 옛 가톨릭 신앙과 개혁.. 2010. 11. 5.
성공회 인물 시리즈 : 조지 허버트(George Herbert 1593-1633): 시인 성직자 오늘날 조지 허버트를 찬양하는 사람들은 두 부류입니다. 한 부류는 시인으로서의 그에게 열광하는 사람들입니다. 허버트는 나이가 좀 위인 존 돈과 함께 17세기 영국의 시를 대표하는 인물로 꼽힙니다. 또 한 부류는 허버트를 성스러운 사제와 목자로서 존경하는 사람들입니다. 시인으로서의 명성 못지않게 허버트의 성인다운 풍모 역시 세간의 존경을 받았습니다. 왜냐하면 허버트는 궁정고관의 명예를 뿌리치고 시골교회의 성직자로 또 학자로서 살아가길 선택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허버트라고 이런 선택을 가볍게 했을 리는 없습니다. 그는 1616년 성직서품을 받을 생각을 잠깐 하다가 포기합니다. 1620년에 계부에게 쓴 편지를 보면 허버트는 캠브리지 대학의 대표연설가가 된 것에 자못 자부심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대개 그 자리.. 2010. 11. 5.
성공회 인물 시리즈 : 존 돈(John Donne 1573-1631): 죽음과 결투한 시인 성직자 성공회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명시 선집 같은 걸 뒤적이다보면 맞닥뜨릴 이름이 존 돈입니다. 그리고 이 인물이 죽음을 많이 생각하고 씨름한 누구로 인상을 받기 십상입니다. 존 돈이 하느님의 은총과 선하심을 깊이 느끼고 찬미한 성공회 성직자라는 사실을 모른 채 단편적으로 죽음에 대한 구절만을 접한다면 아마도 뭔가 인상 찌푸린 음울한 시인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돈이 죽음에 매혹된 인물인 건 맞습니다. 늘 죽음을 생각하고 그 언저리를 맴돌면서 여러 각도에서 찔러보고 사색하며 분석하고 도전한 것 맞습니다. 사랑하는 아내와 열두 자식 중 여섯을 자기보다 앞세워 보내야 했던 인물이 왜 안 그렇겠습니까! 그러나 존 돈의 설교, 기도문, 시에서 두드러진 것은 음침함이 아니라 선하신 은총의 하느님입니다. 수난과 부.. 2010. 11. 5.
성공회 인물시리즈 : 제레미 테일러(Jeremy Taylor 1613-1667): 왕정의 옹호자 제레미 테일러는 잘생기고 똑똑하며 말과 글이 빼어난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게다가성격도 너그럽고 가족을 사랑했고 하느님과 사랑에 빠진 사람이니 누구나 좋아할 만한 인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 그도 개인사의 비극을 많이 겪었고 당대 정치 종교적 격변을 피해가지는 못했습니다. 생전에 수많은 사람에게 존경을 받았건만 객지에서 슬픔의 생을 마쳐야 했던 인물이 테일러입니다. 런던 성 바울로 대성당에 강연을 하기로 한 사람이 갑자기 못 오게 되자 갓 서품 받은 젊은 테일러가 대타를 하게된 것이 세간의 주목을 끌게 된 계기였다고 합니다. 젊은 사람이 대단히 설교를 잘하더라는 평판을 듣고 당시 켄터베리 대주교인 윌리엄 러드(William Laud)는 늘 제대로된 성직자를 길러내고 싶어 했던 차에 테일러를 옥스퍼드에서.. 2010. 11. 5.
성공회 인물시리즈 : 샤무엘 존슨(Samuel Johnson 1709-1784): 영적 검투사 새뮤얼 존슨은 워싱턴포스트지가 지난 천년의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업적을 남긴 인물 및 최고의 작품을 남긴 작가로 꼽은 영국의 시인이자 평론가입니다. 그는 1709년 영국 중부 리치필드 한 서적상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옥스퍼드 대학에 입학해서 뛰어난 지성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가난했기 때문에 공부를 마치지 못하고 중퇴하게 됩니다. 그런 그가 혼자 힘으로 8년의 작업 끝에 1755년 영국 최초로 영어사전을 발간하여 영문학 발전에 크게 이바지합니다. 그밖에도 자신의 풍자시와 함께 영국의 시인 52명의 전기와 작품을 정리하여 「영국 시인전」 10권으로 내놓습니다. 이런 업적으로 해서 옥스퍼드 중퇴생인 존슨은 “존슨 박사”(Dr. Johnson)로 불리게 됩니다. 새뮤얼 존슨 자신의 작품과 더불어 31세나 연하였.. 2010. 11. 5.
부활3주 강론초 <마태오복음의 핵심1> 부활3주: 마태오복음의 핵심1 마르코복음의 여정을 통해 수난과 십자가를 통과해야 하는 그리스도의 신비를 깨달은 사람들은 이제 모여서 ‘제자들의 공동체’를 이룹니다. 그들은 이제 마태오복음의 신비에 들어갈 준비가 되었습니다. 마태오에서 이들이 만나는 예수는 무엇보다 ‘가르치시는 예수’입니다. 모세가 이집트를 벗어난 과거의 노예들에게 다섯 경전(모세오경)의 가르침을 통해 하느님의 백성을 빚듯이 예수를 따르는 제자들도 마태오복음에서 다섯 개의 가르침을 만납니다. 바로 산상수훈(5~7장), 파견설교(10장), 하느님나라의 비유들(13장), 공동체 강령(18장), 종말설교(24~5장)입니다. 마태오의 예수는 이 가르침들을 베푸셔서 제자들이 건강한 공동체를 이루시는 분, 즉 말씀을 통해 새 이스라엘을 창조하시는 분.. 2010. 4. 20.
부활2주 강론초 <마르코복음의 핵심> 부활2주: 마르코복음의 핵심 초대교회는 오늘날 신약에 배열한 순서와는 약간 다르게 마르코-마태오-루가의 순으로 복음서를 묵상했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각 복음서와 해당 공동체의 신앙수준이 다르고 그들이 공동체 안에서 깨닫고 만나는 예수님이 깊이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마르코의 단계를 거쳐야 마태오 수준으로 깊어질 수 있고 루가 수준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요한복음은 그 전체의 순환과정을 아우르는 포괄적인 전망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 성공회는 초대교회로부터 ‘복음서 체계적으로 읽기’의 전통을 이은 교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파편화된 타교파의 성서접근 및 설교와는 달리 성공회는 3년의 순환과정을 통해 복음서를 조직적으로 읽고 그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려고 합니다. 그러면 마르코복음을 통해 만나고 .. 2010. 4. 20.
부활주일 강론초 <부활하신 예수> 다해 부활주일: 부활하신 예수(루가 24:1-12)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셨다는 것은 무언가 범상한 인간의 상태와는 같지 않은 초월적 차원을 이루셨음을 뜻합니다. 그런데 그렇듯 초월적인 그리스도를 온전한 인간의 표상으로 보는 것이 그리스도교의 오랜 신앙입니다. 부활하신 그분은 “내가 있는 곳에 너희도 있게 하리라” 하셨습니다. 어느 각도에서 그 의미를 음미하든지 우리 범상한 인간도 그분과 같은 의식, 존재의 차원으로 상승하여 자신을 완성할 소명이 있다고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그것을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로 거듭난다’고 표현합니다. 하느님은 영이시니 우리의 핵심적 정체성을 영성에서 찾자는 것입니다. 사람이 본디 그러한 존재이므로 “사람이 빵만으로 살지 않고 하느님 말씀으로 산다”고 한 것입니다. 이렇게 자.. 2010. 4. 20.
사순5주 강론초 <예수께 향유를 부은 마리아> 다해 사순5주: 예수께 향유를 부은 마리아(요한 12:1-8) 금년도 사순절 5주간의 복음을 훑어보면 대략 이러합니다. 첫 주에 우리는 유혹을 맞이하시는 주님, 둘째 주에 예루살렘을 향해 탄식하시는 주님, 셋째 주에 무화과의 열매를 맺으라고 촉구하시는 주님, 넷째 주에 하느님은 엄하게 벌주시는 분이 아니라 자애로우신 아버지와 같으니 어서 돌아서라고 권하시는 주님을 만납니다. 그리고 마지막 다섯째 주에는 사랑의 향유로 십자가를 지는 주님을 사랑하라는 권면을 듣습니다. 이 다섯 주간을 하나의 맥으로 읽는 문법은 아마도 이러할 것입니다. 우선 우리는 그리스도와 일치해서 나란히 길을 걷지 않으면서 복이나 구하는 신앙은 애초에 바리사이의 것이었지 성 바울로도, 복음서도 도무지 낯설어할 관점이라는 것을 기억하고 들.. 2010. 4.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