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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설교

빈무덤에남은것

by 푸드라이터 2013. 3. 31.

빈무덤에 남은 것

(2013년 3월 31일 부활절 설교 말씀)


예수님이 부활하셨습니다. 따스한 봄바람이 겨울의 대지를 녹이고 여린 새싹들과 수줍은 듯이 얼굴을 내미는 봄꽃들의 웃음 속에서 부활절을 맞이합니다.


그러나 부활절은 겨울이 가면 봄이 오듯이 계절의 변화를 따라 기계적으로 맞이하 는 날이 아닙니다. 부활은 아주 특별한 주님의 역사가 일어나는 날입니다. 때문에 준 비된사람,죽음과삶의의미를귀중히여기는사람,새로운삶을살겠다고다짐한사 람, 묵은 생활을 떨쳐버리고 하느님께서 제시하신 은총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살 겠다고 다짐하는 사람에게 찾아오는 축제입니다. 그리고 하늘나라에 희망을 거는 선 한 백성들이 진정으로 기뻐할 승리의 날입니다.


성탄을 하늘이 땅으로 내려오는 사건이라고 한다면, 부활은 땅이 하늘로 올라가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땅의 백성들이 이 세상의 모든 죄와 고통과 죽음 의 강을 건너서 하늘나라에 참여하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되는 축복을 누리게 되 었습니다. 우리에게는 하늘나라가 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에서 앞당겨 사는 새 삶인 것입니다.


명화 ‘쿼바디스’에서 기독교인들이 처형을 당하는 모습은 참으로 감동적인 메시지 를 전하고 있습니다. 네로 황제가 로마 시를 불태우고 그 죄를 기독교인들에게 뒤집 어 씌워놓고 잡아들입니다. 그리고는 교인들을 원형 경기장 안에서 나무 기둥에 묶 어 굶주린 사자의 밥이 되게 합니다. 이 비극적이고 잔인한 처형의 자리에서 통곡과 날카로운 비명이 심장을 찢듯이 들립니다. 그러나 누가 시작했는지 울려 퍼지는 성 가가 어느새 경기장 안을 뒤덮습니다. 죽어가는 교인들은 하느님을 원망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은총의 빛을 바라보는 듯한 평화롭고 기쁨에 찬 표정을 짓습니다.


그리고 원수들에게 분노와 원한의 욕설을 퍼붓는 것이 아니라 용서의 미소를 보냅 니다. 이것은 기적입니다. 사람을 통해 일어날 수 있는 가장 감동적인 기적입니다. 그 들은 신앙으로 거듭남을 체험했고 영생의 세계에 살고 있었던 것입니다. 죽을 수밖에 없는 육신으로 살았고 또 처형당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들은 이미 영원한 하느님의 세 계에 속해 있었던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것을 최초로 목격하고 증언한 사람은 막달라 마리아였습니 다. 그는 보잘 것 없는 죄인에 불과했지만 예수님에 대한 사랑으로 충만했던 여인이 었습니다. 그 소박하고 진실한 사랑이 그를 부활의 현장으로 이끌었습니다. 이른 새 벽에 예수님께서 묻혀 있을 무덤에 달려갔을 때 빈자리를 발견했습니다. 분명히 예수 님의시체가놓여있어야할자리가텅비어있었던것입니다.그빈자리는절망이사 라진 자리입니다. 죽음과 패배와 애통함을 잃어버린 자리입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 에못박힘으로써그간의사랑과기대와희망이와르르무너져내렸던그상실감이없 어져 버린 것입니다. 그리고서는 이전에 경험할 수 없었던 전혀 새로운 희망과 생명 을 만나게 됩니다.


나를 더 이상 붙들지 마라 (Noli me tangere) / 티치아노 (Tiziano Vicellio) / 영국런던국립미술관


부활하신 예수님을 다시 만난 제자들은 변화되었습니다. ‘예수님을 모른다!’고 부 인하며 뿔뿔이 도망쳤던 제자들이 오히려 십자가의 행렬로 담대히 그리고 기쁘게 달 려가는 변화가 일어난 것입니다. 그들에게는 더 이상 절망과 두려움이라는 단어는 필 요 없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감옥에서나 난파된 배에서나 먼 유배지에서나 어디서든 지 부활하신 그리스도와 함께 있을 수 있었고, 하늘나라의 소망으로 이 세상을 승리하 면서 살아갈 수 있었습니다.


멀쩡히 숨을 쉬며 살아 있으면서도 무덤 속에 갇혀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 세 상 것이 전부인 것처럼 생각하고 악착같이 소유와 소비와 향락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 들입니다. 그들의 생을 죽음으로 모든 것이 끝나 버립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 희망을 거는 사람들, 걸 수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큰 축복이겠 습니까? 절망은 사라지고 새생명의 소망이 우리 곁에 있습니다. 부활하신 그리스도 와 함께 승리합시다.


장기용 (요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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