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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설교

거기 너 있었는가?

by 푸드라이터 2013. 3. 25.

거기 너 있었는가?

(2013년 3월 24일 고난주일 설교 말씀)


군중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수 백 년을 나라 없이 이민족의 침략과 억압 을 받아가면서 눈물과 한숨을 토해냈던 사람들이 마침내 왕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거리로 나왔습니다.


예언자를 통해 약속했던 그 분이 나귀를 타고 나타나셨습니다. 사람들은 천지가 진동할 환호와 찬양을 올립니다. “호산나! 다윗의 자손! 주의 이름으로 오시는 이여, 찬 미 받으소서. 지극히 높은 하늘에서도 호산나!” 많은 사람들이 손에는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고 어떤 사람들은 겉옷을 벗어서 그의 앞길에 깔아 놓기도 했습니다. 예수님 이 예루살렘으로 입성하는 모습은 이렇게 감격과 환희의 축제였습니다.


오늘은 우리도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며 세상의 왕으로 오시는 예수님을 환영합니다. 우리 손에 들은 나뭇가지는 예수님을 왕으로 모신다는 고백이요 맹세의 표시입니다. 우리는 그것을 일 년 동안 십자가 위에 걸쳐놓음으로 예수님의 왕국에 살아갑니다.


그런데 우리의 왕이신 예수님은 십자가의 수난을 겪으시는 왕이십니다. 세상의 권력을 쟁취하신 것이 아니라 병사들의 채찍을 맞고 그들이 내뱉는 더러운 침을 얼굴에 맞으며 온갖 수모와 고통을 당하셨습니다. 예수님은 외로웠습니다. ‘주님, 저는 주님과 함께라면 감옥에 가도 좋고 죽어도 좋습니다.’라고 했던 베드로는 하룻밤 사이에 예수님을 모른다고 세 번이나 부인했습니다. 겟세마네 동산에서 예수님이 뼈를 깎는 아픔을 느끼며 간절히 기도할 때 제자들은 잠만 자고 있었습니다. 길에서 환호를 했던 군중들은 저들의 이기심에 부합되지 않는 예수님을 십자가에 매달라고 아우성을 칩니다. 엉뚱하게도 예수님의 십자가를 대신 짊어진 사람은 듣도 보지도 못했던 키레네 사람 시몬이고, 예수님의 얼굴에 흐르는 땀을 닦아준 사람은 연약한 여인 베로니카였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이 숨을 거두셨을 때 제자들도 군중들도 간 곳 없고 여인들과 마리아만이 슬퍼했습니다. 예수님의 시신을 무덤에 안장한 사람은 뜻밖에도 고관인 아리마태아 요셉과 니고데모였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수난 앞에서 우리 자신은 어디에 있을까요? 역할을 한다면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요?


사랑이 진실한지 거짓인지는 고난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고난 속에서도 함께 할 수 있다면 진실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신앙의 진실성도 마찬가지 입니다. 예수님이 놀라운 기적으로 사람들의 칭송을 받을 때는 따라다니다가 십자가의 고난을 받는 자리에서는 제 갈 길로 가는 신앙은 진실 되지 못합니다. 우리 신앙의 현주소, 즉 예수님과 나와의 관계는 어느 정도 거리에 있으며 현장 어디에 있을까요?


재즈 가수 빌리 홀리데이는 ‘이상한 열매’(strange fruit)라는 노래를 불렀습니다. 지금부터 불과 백년도 되기 전에 미국에서는 흑인들에 대한 차별과 학대가 극심했습니다. 남부에서는 이상한 열매가 열린다는 것입니다. 바로 백인들이 흑인들을 산 채로 나무에 매달거나 불에 태우는 처형을 한 것을 노래한 것입니다. 이 노래가 나오기 전에 아프리카에서 사냥꾼에게 붙잡혀 노예선을 타고 미국으로 끌려온 야곱이라는 노예는 목화 농장에서 가혹한 노동을 해야 했습니다. 그는 멀리 떨어진 가족들이 미치도록 보고 싶었지만 그것은 불가능했습니다. 너무나도 고통스럽고 외로운 생활을 하는 중에 다른 노예들을 통해 예수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예수님은 약하고 천하고 보잘것 없는 사람들을 위해 세상에 오셨고 십자가에 달리셨다는 이야기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죄 없으신 그리스도는 죄인의 손에 붙들리어 십자가의 온갖 고통을 당하시면서도 “아버지여, 저들의 죄를 용서하여 주옵소서!”라고 하셨습니다. 이 모든 것을 생각 할때 야곱은 그 사랑과 감사에 녹아져 언제고 이 영가를 불렀다고 합니다.“ 거기 너 있었는가? 그때에... 때로 이 일로 나는 떨려, 떨려, 떨려...”그리고 그는 늘 이 영가를 부르다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지금 우리곁에는 이 사회의 죄 때문에, 우리의 행복을 위해 대신 십자가를 짊어진 사람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내가 지고 있는 십자가에 너무 집착해서 옆에서 쓰러져 신음하는 사람들의 십자가에 대해 맹인이 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장기용 (요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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