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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설교

어서돌아오오

by 푸드라이터 2013. 3. 12.

어서돌아오오

(2013년 3월 10일 사순 4주일 설교 말씀)


홀어머니와 외아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아들을 위해 모진 고생을 다하면서 키웠습니다. 그러나 장성한 아들은 어느날 집안에 깊숙이 간직해 놓았던 약간의 돈과 패물을 훔쳐서 집을 나갔습니다. 멀리 도회지에서 친구들과 방탕한 생활을 하던 아들은 돈이 떨어지자 굶주리며 방황하다가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모두가 잠든 깊은 밤 먼발치에서 본 집에는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습니다. 집으로 다가간 아들은 대문이 열려 있는 것을 보고 이상하다 생각하고는 어머니! 하면서 방안으로 들어갔습니다.어머니는 앉아 있는 채로 졸고 계셨습니다. 어째서 이밤중에 불을 켜놓고 대문까지 열어 놓았느냐고 아들이 물었습니다. 어머니는 ‘네가 집을 나간 이후로 매일 같이 이렇게 했단다. 네가 사람들의 눈이 부끄러워 밤중에 와서 불이 꺼져 있는것을 보면 발길을 되돌릴까봐 불을 켜 놓은 것이고, 대문이 닫혀 있으면 차마 두드리지 못 할까봐 열어 놓고 있었던 것이란다.’라고 했습니다. 아들은 어머니를 부둥켜안고 참회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우리가 잘아는 성가 ‘어서 돌아오오’의 스토리입니다. 1943년 작가 전영택 목사가 작시한 것을 박재훈 선생이 작곡한 이 성가는 어머니의 따듯한 사랑과 넓은 품, 그리고 아들의 참회를 감동적으로 표현한 명곡으로 애창되고 있습니다. 물론 루가복음 의 돌아온 탕자 이야기를 한국적인 감성과 상황으로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루가복음에서는 돌아온 아들을 맞이하면서 아버지가 마을 사람들을 불러 잔치를 베풉니다. 그리고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죽었던 내 아들이 돌아왔다!’ 얼마나 기쁘 면 이렇게 말했을까요.

인간의 언어로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실성한 듯이 울부짖는 부모의 통곡은 주변 사람 들의 가슴을 후벼 팝니다. 그런데 죽었던 아들이 돌아왔다니요...

이것이 부모의 마음입니다. 또한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마음입니다.
그런데 세상은 회개와 용서의 감동보다는 정죄와 심판이 더욱 익숙한 것 같습니다. 한순간의 실수나 방황도 용서 없이 심판하는 사회에서 신뢰와 사랑을 기대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습니다. 수많은 청소년들이 자살에 이르게 되는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또한 용서받지 못한 사람들이 품은 증오와 독기가 커지고 커져서 엄청난 엽기적인 살인 사건들을 양산하는 것을 끊임없이 반복합니다.

19년을 감옥살이하면서 고된 노역에 시달리다가 가석방으로 출소된 장발장은 가는 곳마다 거절당했습니다. 먹을 것도 없고 잘 곳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미리엘 주교는 그 를 받아들여서 먹을 것과 잠자리를 내어주었습니다. 밤새 장발장은 은식기들을 훔쳐 가다가 미리엘 주교에 발각되자 주먹으로 후려치고 달아났습니다. 아침에 경찰이 장발장을 체포해서 성당으로 왔는데 미리엘 주교는 뜻밖에 그 은식기는 자신이 준것이고 은촛대도 가져가라 했는데 왜 가져가지 않았느냐며 꾸려줍니다. 그리고는 ‘장발장! 나의형제여. 당신은 이미 악이 아니라 선에 속한 사람이오. 내가 값을 치르는 것은 당신의 영혼을 위해서요. 나는 당신의 영혼을 암담한 생각과 영원한 벌의 정신에서 끌어 내어 하느님께 바치려는 것이오!’라고 했습니다. 장발장은 영혼이 정화되었고 이후 평생을 미리엘 주교의 화신처럼 이타적인 삶을 살았습니다. 영혼이 재탄생한 것입니다.


영화 레미제라블 중


일전에 법정스님은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바닷가에 널려있는 작은 조약돌이 동그랗고 매끄럽게 된 것은 망치로 두드리고 정으로 쪼아서 된 것이 아니라고... 수천년 동안 부드러운 물결이 파도로 밀려와서 어루만져서 그토록 매끄럽게 된 것이라고 했습니다.

인간의 영혼은 징벌의 망치로 두드려서 변화되는 것이 아니라 부드러운 사랑으로 변화되는 것입니다. 여기에 감동이 있고 신뢰가 있습니다.


장기용 (요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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