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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설교

종착지

by 푸드라이터 2013. 2. 24.

종착지

(2013년 사순 2주일 설교 말씀)


길을 걸으면 길에 펼쳐진 세계가 나에게로 들어옵니다. 그리고 그 길은 나의 세계를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인생을 여행길로 비유하나 봅니다.


누구에게나 가야할 길, 가고 싶은 길, 가기 싫은 길이 펼쳐집니다. 누구든지 자기가 가고 싶은 길만 가려고 합니다. 화창하고 평탄하고 꽃들이 만발한 아름다운 길, 실패란 있을 수 없는 성공의 길을 꿈꿉니다. 때로는 가파른 언덕길을, 때로는 눈물 의 골짜기를 지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성공이라는 종착지를 향해 불가피 한 것이라면 기꺼이 받아들입니다. 그런데 인생이 우리에게 인도하는 길은 엉뚱하게도 전혀 다른 길일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나의 성공과는 거리가 먼 길로만 가기도 하고 감당하기 어려운 시련의 폭풍을 만날 때도 많습니다. 그러나 한참을 지나와 서 돌이켜 보면 이 길이 정말 훌륭한 길을 하느님이 나를 위해 예비하신 길이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예수님은 예루살렘으로 가는 길을 택하셨습니다. 그러나 그 예루살렘이라는 종착 지에서 기다리는 것은 죽음이었습니다. 죽음이 기다리는 길... 아마도 모든 사람들은 안간힘을 다해 그 길만큼은 피하려고 할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오늘도 내 일도 그 다음 날도 계속해서 내 길을 가야한다.’고 말씀하십니다.


도대체 예루살렘은 왜 예수님의 죽음의 종착지가 될 수밖에 없을까요? 모든 유대인들이 성지로 여기고 순례하는 거룩한 길이 예수님에게는 죽음이라는 고통의 길이 되었을까요?


예루살렘은 유대인들에게 있어서 정치와 신앙의 중심지입니다. 그러나 그곳은 예 언자들에게는 죽음의 성지이었나 봅니다. ‘예루살렘아! 예루살렘아! 너는 예언자들을 죽이고 하느님께서 보내신 사람들을 돌로 치는구나!’ 아마도 예언자들이 전하는 하느님의 말씀이 위정자들과 기득권자들의 특권과 그 지배질서를 위협했기 때문일 것 입니다.


예수께서는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율법학자들 그리고 제사장들에게 고발당해 빌라 도 법정에 세워졌습니다. 이 재판에서 유대인들은 예수를 처형시키라고 외쳤습니다. 최초의 순교자 스테파노는 같은 민족인 유대인들이 던지는 돌에 맞아 죽었습니다. 예루살렘을 중심으로 하는 종교지도자들과 그 추종자들은 예수님과 그 일행을 미워했습니다. 아니 미워한 정도가 아니라 그들의 질서와 체제를 위협하는 세력으로 생각했습니다. 바로 율법주의에 대해 반대했기 때문입니다.


율법주의는 행위로서 율법을 지켰다는 교만을 낳았습니다. 자기 스스로 의인임을 자처함으로서 구원은 하느님의 은총으로 온다는 사실을 인정치 않습니다. 그리고 자기처럼 율법을 지키지 못한 사람들을 정죄합니다. 그들은 율법을 잘 지키고 있다는 것을 겉으로 드러내서 자랑합니다. 또한 율법주의는 법조항을 위배하면 벌을 받는다는 생각으로 구원을 얻는다기보다는 징벌을 피하기 위해 법을 지키려 합니다. 그들에게 있어서 법조항만 지키면 되므로 자비나 은혜나 도덕은 고려치 않습니다. 세상에는 법 망을 피해서 야비하고 영악하게 죄를 짓는 경우는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습니다. 진실이 없고 사랑이 없는 법 집행자는 냉혈인 자베르입니다.


예수께서는 율법을 폐기하러 오신 것이 아니라 완성하러 오셨다고 했습니다. 그것 은 십자가의 사랑이고 부활의 승리입니다.


예수께서는 십자가의 길을 당당하게 가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도 각자의 십자가의 길을 인도하십니다. 부활의 영광을 위해서는 기꺼이 가야 할 길입니다. 그것이 우리의 종착지입니다.


장기용 요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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