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436 감사의 영성 감사의 영성 라틴 아메리카 민중의 어머니라고 일컫는 아르헨티나의 메르세데스 소사(Mercedes Sosa)는 군사 독재의 탄압으로 유럽에서 오랜 세월 동안 망명 생활을 했습니다. 그런 그가 부른 Gracias a la vida(생에 감사해)라는 노래는 경이롭기만 합니다. 원래는 비올레타 빠라(Violeta Parra)라는 사람이 작사 작곡 노래한 것인데 그 역시 투옥과 망명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놀랍게도 이 노래의 가사는 생에 대한 예찬으로 넘쳐나고 있습니다. 암울한 시대에 고난 받는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악에 대한 적개심과 분노보다는 오히려 우리 인생에 주어진 모든 것에 감사하고 예찬하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Mercedes Sosa - Gracias a la vi.. 2014. 11. 11. 죄 없는 사람의 죽음 죄 없는 사람의 죽음 부는 바람에 나뭇잎들이 비 오 듯 떨어집니다. 가을의 깊은 맛은 낙엽 떨어지는 늦가을에 있는 것 같습니다. 초록으로 왕성하던 잎들이 모진 태풍도 견디어 냈는데 살짝 부는 바람에도 속절없이 떨어지는 것을 보며 역시 오묘한 창조의 섭리를 깨닫게 됩니다. 빛나는 젊음도 세월이 지나면 늙고 병들고 결국에는 원점으로 회귀된다는 하늘의 섭리를 낙엽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늦가을은 사색의 계절, 성찰의 계절이라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삶과 죽음이 동전의 양면처럼 항상 함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자주 잊고 살아갑니다. 언젠가는 저 떨어지는 낙엽처럼 사라져야만 하고 영원한 본향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잊고 이 세상 것들이 전부인 양 탐욕과 오만에 휩싸여 삽니다. 그래서 이 가을 .. 2014. 11. 5. 첫 째 가는 계명 첫 째 가는 계명율법에는 세 가지의 용법이 있다고 합니다. 첫째는 정치적, 법률적인 용법으로서 죄를 억제 또는 방지하고 강제적으로 선을 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둘째는 교육적인 용법으로 거울과 같은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자신의 얼굴을 거울을 보아 알 수 있듯이, 계명에 비추어 자신의 죄를 깨닫도록 하는 것입니다. 셋째는 교훈적인 용법으로서 밤길을 밝히는 램프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보는 것입니다. 즉 율법이 있으므로 해서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도록 하고 우리 스스로 통제할 수 있게 한다는 것입니다. 계명은 이토록 긍정적으로 필요한 것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사람들의 행동을 수동적으로 만들 위험도 있습니다. 계명에 적힌 내용대로만 하면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다른 말로 .. 2014. 10. 27. 하느님 나라의 초대 하느님 나라의 초대 봄이나 가을철의 주말이 되면 여러 장의 결혼식 청첩장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혼인잔치에 초대를 받아 참석하러 다니는 모습이 잔치를 즐긴다기보다는 의무적으로 인사차 다니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 같습니다. 혼인잔치의 초대장을 마치 고지서처럼 여기는 사람도 있다고 하니 초청을 잘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행여 상대방에게 부담이 되면 기쁨보다는 금전적인 의미가 더 중요해지는 것 같은 서글픔이 앞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시간에 쫓겨서 결혼식을 하는 둥 마는 둥, 사진 찍기에 바쁘고 음식을 먹을 때도 번잡스럽고 혼란스러울 때는 이것이 잔치라기보다 요식행위에 가깝다는 생각마저 들 때가 있습니다. 초대장을 받은 사람들은 결정해야 합니다. 갈 것인가 말 것인가... 바쁜 일이 있으면 가치의 우.. 2014. 10. 15. 인간들만의 세상 인간들만의 세상 옛날 어느 착한 며느리가 부엌에 쥐가 드나드는 것을 보고는 쥐들도 먹고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쥐들이 먹을 음식을 꼬박꼬박 챙겨 주었습니다. 쥐는 그 음식을 먹고 무럭무럭 자랐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며느리가 부엌을 들어갔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자기랑 똑 같은 사람이 부엌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쥐가 둔갑을 한 것이었습니다. 며느리는 당연히 누구냐고 물었는데 놀랍게도 자기가 이 집 며느리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둘이서 서로 자기가 진짜라고 옥신각신하는데 식구들도 이를 보고서 놀랐습니다. 누가 진짜인지 구분이 되질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남편이 생각 끝에 부엌에 있는 그릇 수와 숟가락 숫자가 어떻게 되는지를 물었습니다. 진짜 며느리는 금방 대답을 못했습니다. 그러나 가짜는 정확하게 대답을 했.. 2014. 10. 5. 믿음의 실천 믿음의 실천신영복 선생의 서화에세이에 담겨 있는 주옥같은 잠언들 중에 ‘세상에서 가장 먼 길은 지구 한 바퀴를 도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머리에서 가슴까지, 그리고 가슴에서 발까지의 여행’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만큼 머리에 담겨있는 지식이 가슴으로 이어지는 것이 쉽지 않고, 가슴이 뜨거워졌다 하더라도 발끝까지 옮겨져서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이 어렵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수없이 많이 듣는 격언과 지혜들이 심성을 형성하고 올바른 실천으로 옮겨지는 경우가 드믑니다. 오히려 그 반대의 방향으로 선택하고 행동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매일 영어 단어 하나씩 외우면 몇 년이면 작은 사전 하나 정도의 분량을 다 외우고 유창하게 영어를 할 줄 알 것이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 2014. 9. 29. 예수님 식 공평함 예수님 식 공평함 행복해지려면 남들과 비교하지 말아야 합니다. 내가 남보다 못하다고 느껴지면 그 때부터 열등감과 패배감에 빠져서 마음속으로부터 불행해집니다. 하지만 우리는 끊임없이 비교하면서 행복을 찾으려고 합니다. 자기 아이가 남들보다 성적이 좋으면 행복하고 뒤처지면 불행하다고 여깁니다. 남들보다 잘 살면 인생이 성공한 것 같고, 남들보다 조금 부족하면 인생에 실패한 것처럼 한탄하기도 합니다. 앞서 가는 사람, 더 많이 가진 사람에 대해서 질투하거나 부러워합니다. 그래서 적어도 남들 수준만큼은 되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다보니 개성이 없어지고 획일화 되는 현상까지도 나타납니다. 무슨 집이나 물건을 갖추는 것도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다 그렇게 하니까 따라갑니다. 타인 주도형이 되어서 누가 삶.. 2014. 9. 24.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 평소 우아하게 살던 사람도 급해지면 어쩔 수 없습니다. 화장실 급한 것은 위도 아래도 없고, 인종차별이 없으니까요. 다만 그런 상태를 미리 잘 대비를 한다거나 아니면 점잖은 상태로 교양 있게 해결할 수 있는 장소만 다니면 아무 일이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느닷없는 생리적 현상은 가끔 예상치 못하고 대비하지 못하는 곤혹스러운 상황을 맞게 합니다. 그럴 때면 화장실 가게만 해준다면 무슨 짓이든 다 할 수 있다는 맹세를 하느님께 하고 싶은 심정이 됩니다. 그런데 그 급한 문제를 해결하고 나오면 그 맹세를 깨끗이 잊어버리고 마는 것이 인간의 심성인 모양입니다. 급하게 돈이 필요해서 꿔야 할 때,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해서 옷자락이라도 붙잡고 애원을 해야 할 때... 이러한 상황은.. 2014. 9. 15. 형제적 충고 형제적 충고‘위장된 평화’라는 말이 있습니다.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매너 좋게 그리고 웃으면서 인사하고 서로 사랑한다는 말도 하면서도 상대방의 생각과 가치관에 대해서는 모르고 지내는 경우입니다. 설사 안다고 해도 미움과 증오는 감추어 둔 채로 갈등을 회피합니다. 겉으로 보면 신사적이고 화목한 것 같고 평화로워 보이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위장된 것일 뿐이고 갈등이 표출되지 않았을 뿐입니다. 서로가 마음의 문을 열지 않고 상대방의 마음속으로 들어갈 수도 없고 받아들일 마음도 없으면서 ‘공동체’, ‘사랑’, ‘평화’라는 말을 서슴없이 한다면 그것은 위장된 평화에 불과합니다. 충고를 할 수 없는 공동체는 공동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상대방의 잘못에 대해서 지적하고 바로 잡을 수 있어야 진정한 공동체라고 할 수 있.. 2014. 9. 11. '죽기'와 '살기' ‘죽기’와 ‘살기’ 요즘 가장 화제가 되는 영화 ‘명량’에 많은 국민이 감동을 받고 있습니다. 언제 들어도 가슴이 뭉클한 이순신 장군의 백의종군, 배 12척으로 300척이 넘는 적군을 격퇴하는 명량해전 이야기입니다. 전장에 나가면서 이순신 장군은 왕에게 장괘를 올립니다. ‘전하, 신에게는 아직 배 12척이 있습니다. 신이 만약 죽지 않는다면 적은 감히 우리를 모욕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리고는 이미 전세가 기울어서 더 이상 싸울 엄두를 내지도 못하고 도망 갈 궁리만 하는 병사들에게 외칩니다. ‘죽고자 하면 살 것이고,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다!’ 그리고는 집과 막사를 다 불태워버립니다. 물론 영화 속에서 각색을 했다고 볼 수 있지만 그 비장함을 느끼게 합니다. 결국 죽기를 각오하고 싸운 결과는 전 세계 .. 2014. 9. 5. ‘하더라’와 ‘입니다’ ‘하더라’와 ‘입니다’ 학생들한테 무슨 질문을 하면 매우 주저합니다. 혹시나 틀리지나 않을까... 잘못 말해서 핀잔을 듣거나 창피를 당하거나 할까봐 경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부분 누가 어떻게 말하더라는 식으로 대답합니다.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는 경우입니다. 우리 교육이 대부분 정답을 맞추게 하는 시험준비용 교육이기 때문이리라 생각됩니다. 어릴 때부터 지식을 자기의 생각대로 정리하고 주장하는 훈련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시험만 끝나면 다 잊어버리게 됩니다. 여러 사람이 말하면 그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언어가 생각에 미치는 영향으로 발생하는 편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을 보고 프란시스 베이컨은 ‘시장의 우상’이라고 했습니다. 또는 어떤 권위 있는 사람이 말했다고 해서 그.. 2014. 9. 5. 절망의 벽을 넘은 믿음 절망의 벽을 넘은 믿음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가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도종환 시인의 ‘담쟁이’라는 시입니다. 우리가 90년대 말 가장 힘들었던 경제난국을 이겨나가던 시기에 많은 사람들이 이 시를 통해 위안을 얻고 용기를 얻었다고 했습니다. ‘절망의 벽’ 앞에서 서두르지 않고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그.. 2014. 9. 5. 이전 1 ··· 27 28 29 30 31 32 33 ··· 3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