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436 크게 버리고 크게 얻기 크게 버리고 크게 얻기 (대한성공회 분당교회 2월 16일 연중 6주일 설교 말씀) 짙은 안개가 호숫가를 가득 메운 어느 여름날. 나룻배 하나가 안개를 헤치며 가고 있습니다. 고요한 호수를 조용히 가르는데 안개 저 편에서 다른 배 한 척이 얼핏 보였습니다. 그래서 사공은 외쳤습니다. ‘여보시오. 게 누구요?’ 그러나 상대편 배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배는 점점 다가오는데 상대편 배에서는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사공은 더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여보시오! 배가 부딪히려 하지 않소?’ 그래도 묵묵부답이었습니다. 그래서 사공은 화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욕설을 내뱉으면서 ‘뭐, 이런 놈이 다 있어? 배가 부딪히잖소?’라고 외칩니다. 그래도 대답 없는 배가 점점 가까이 오자 사공은 장대.. 2014. 2. 21. 빛과 소금 빛과 소금 (대한성공회 분당교회 2월 9일 연중 5주일 설교 말씀) “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 되지 못하였네.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 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었네. 나는.” 안도현이라는 시인이 쓴 ‘연탄 한 장’이라는 시입니다. 사랑과 열정으로 남김없이 자신을 태우고 난 뒤에 허무한 재로 남는 것이 두려워서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이 되지 못했다는 말에 많은 공감을 하게 됩니다. 그리스도의 사랑 앞에서 이러저러한 핑계.. 2014. 2. 16. 촛볼의 영성 촛불의 영성 (대한성공회 분당교회 2월 2일 주의 봉헌 축일 설교 말씀) ‘한 가닥의 촛불이 우주의 어둠을 삼킨다!’고 했습니다. 칠흑같이 어두운 세상에 한 가닥의 촛불만 있어도 그 어둠은 사라집니다.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꺼져버리는 연약한 불꽃이지만 한 가닥의 촛불만 있어도 사람은 희망을 보게 됩니다. 도스토예프스키가 가난에 허덕이고 있을 때 쓴 편지글에는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돈이 없어 여관비를 내지 못하자 주인은 식사와 차를 제공하지 않았습니다. 도스토예프스키가 여관 주인에게 화가 났는데 그것은 식사와 난방을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양초를 주지 않았다는 것에 그는 몹시도 화가 났던 것입니다. 촛불을 밝힐 수가 없어서 책을 읽을 수도 없고 글을 쓸 수도 없다는 것이 그에게는 절망적이었.. 2014. 2. 2. 제자들의 소명의식 제자들의 소명의식(대한성공회 분당교회 1월 26일 연중 3주일 설교 말씀) 하느님께서 이 세상에 그의 역사를 이루실 때는 항상 대신할 일꾼을 부르셨습니다. 그리고 그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의 위대한 응답이 역사를 바꾸었습니다. 모세가 그랬고, 사무엘이 그랬습니다. 예언자 이사야는 하늘의 음성을 들었습니다. ‘내가 누구를 보낼 것인가? 누가 우리를 대신하여 갈 것인가?’ 이 때 이사야는 응답합니다. ‘제가 있지 않습니까? 저를 보내십시오!’ 이처럼 성서에서 나타나는 하느님 나라의 행진은 바로 부르심과 응답의 역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 또한 제자들을 부르셔서 하느님 나라의 사역을 맡기셨습니다. 처음 부르심을 받은 제자들은 어부들이었습니다. 예수께서 그들에게 ‘나를 따라 오너라. 내가 너희를 사람 낚는 .. 2014. 1. 27. 우리가 찾던 메시아를 만났소! ‘우리가 찾던 메시아를 만났소!’(대한성공회 분당교회 1월 19일 연중 2주일 설교말씀) 한때 굉장한 세력을 자랑하던 한 수도회 교단이 근대사회의 반종교적이고 세속적인 분위기에 휘말려 다섯 명의 수사만 남아 명맥만 유지하게 되었습니다. 수도원장과 다른 네 수사들은 모두 일흔이 넘은 고령이어서 누가 보더라도 몰락해 가는 교단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런 침울한 상태에 있는데 마침 근처에 유대교 랍비가 왔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수도원장은 랍비가 은거하는 오두막으로 찾아가 교단을 살릴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조언을 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랍비는 수도원장을 반갑게 맞이하였으나 수도원장의 고민을 풀어줄 방법이 없었습니다. 수도원장과 늙은 랍비는 마주 앉아 눈물을 흘리면서 사람들에게서 영혼이 떠나간 현실.. 2014. 1. 25. 거듭난 사람의 축복 거듭난 사람의 축복 (대한성공회 분당교회 1월 12일 주의세례 설교 말씀) 기독교인들은 세 번 태어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 번은 부모님으로부터 육신을 받아 태어나고, 두 번째는 세례를 받고 하느님의 자녀로 태어나는 것입니다. 그리고 세 번째 탄생은 신앙이 성장해서 하느님의 소명을 깨달아 복음을 실천하는 기쁨으로 사는 것입니다. 사람에 따라서 빠른 사람이 있고 늦는 사람이 있겠지만 원리는 비슷합니다. 이렇듯 신자가 된다는 것은 거듭남이지 자기의 본성과 낡은 욕망을 그대로 간직하면서 신앙적인 행위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은 신앙이라는 장식물로 포장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수 십 년 동안, 몇 세대를 걸쳐 교인의 문패를 걸고 있다고 하더라도 거듭남의 체험과 그 기쁨이 없는 사람은 참다운 신.. 2014. 1. 13. 새 빛 따라 온 사람들 새 빛 따라 온 사람들 (대한성공회 분당교회 1월 5일 공현일 설교 말씀) 새 해가 밝았습니다. 수 천 년 동안 태양이 달라지지는 않았지만 년도가 바뀌면 사람들은 해도 바뀌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새해 첫 날 해돋이를 보느라고 동해안은 빼곡히 사람들로 가득 찹니다. 아마도 마음의 태양이 새롭게 뜨는 것이겠지요. 지난해보다는 세상이 달라져서 조금 더 행복하고 희망 찬 새 해를 시작하겠다는 소망과 결단이 담겨져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내일엔 내일의 태양이 뜬다!’는 말처럼 올해는 올해의 태양이 뜨리라 믿는 것입니다.동방 박사들이 새 빛을 따라서 참으로 먼 길을 달려와서 베들레헴이라는 작은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아기 예수 앞에서 보물 상자를 열어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예물로 드립니다. 그리고는 홀.. 2014. 1. 5. 하늘엔 영광, 땅에는 평화! 하늘엔 영광, 땅에는 평화! (대한성공회 분당교회 12월 25일 성탄대축일 설교 말씀) 올해 사람들의 마음속을 파고들었던 단어를 찾으라면 아마도 ‘안녕’이 될 것 같습니다. 서울의 어느 대학에서 한 학생이 ‘안녕하시냐?’라는 질문을 던진 것이 일파만파로 번져 여기저기서 안녕하지 못한 불편한 진실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불안정한 ‘위기사회’임을 반증하는 것이겠습니다. 여기에 더해서 그 ‘안녕’이라는 단어가 어느새 정치적으로 해석되고 이념적인 색깔로 덧칠해서 또 다시 진영을 가르는 단어가 되어버리는 것이 더욱 마음을 불편하게 만듭니다.어느 사회건 의견 차이는 존재합니다. 때로는 격렬한 대립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극적인 타협을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도무지 대화가 성립이 안 된다는 것.. 2013. 12. 26. 위대한 순종 위대한 순종 (대한성공회 분당교회 12월 22일 대림 4주일 설교 말씀) 기독교 교리 중에 가장 설명하기 어렵고 이해가 안 되는 것 중에 하나가 예수님의 동정녀 탄생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과학으로 설명이 안 되고 현대인이 이해할 수 없는 대목입니다. 더러는 문자 그대로 믿어야 한다고 하는 주장하면서 그것을 과학적으로 입증해 보려고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오히려 성서가 간직하고 있는 하느님의 신비와 섭리에 대한 도전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침대는 과학일지 몰라도 신앙은 과학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도무지 인간의 지성이 밝혀낼 수 있는 세계는 얼마 만큼일까요? 아무리 화성을 다녀온다 한들 온 우주를 통 털어 본다면 아마 지극히 일부분일 것입니다. 우주 만물이 서로 조화를 이루고 운행하는 법칙.. 2013. 12. 23. 위대한 조연 위대한 조연 (대한성공회 분당교회 12월 15일 대림 3주일 설교 말씀) 역사상 1인자 뒤에서 역사를 바꾼 조연자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이성계를 왕으로 만들고 조선이라는 나라를 설계하고 건국했던 정도전, 세종대왕을 길이 남을 성군으로 만들었던 황희 정승, 중국의 덩 샤오핑 ... 이들은 권력의 정상에는 서지 못했지만 역사의 한복판에서 한 시대의 전환점을 만들었던 사람들입니다. 이들이 없었다면 주연이라 할 수 있는 1인자도 제대로 역할을 다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이들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조연으로서 자신의 한계와 정체성을 정확히 인식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국민으로부터 추앙받고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에서 1인자를 꿈꾸고 계획했다면 본인도 역사도 불행해졌을 것입니다. 성서에서도 이런 관.. 2013. 12. 17. 광야의 소리 광야의 소리 (대한성공회 분당교회 12월 08일 대림 2주일 설교 말씀) “나에게는 언젠가는 피로 물든 조지아의 언덕에서 예전에 노예였던 부모의 후손들과 노예 소유주의 후손들이 형제애의 식탁에 함께 앉을 수 있으리라는 꿈이 있습니다. 나에게는 심지어 불의와 억압의 열기에 의해 신음하던 저 황폐한 미시시피 주마저도 자유와 정의의 오아시스로 바뀔 것이라는 꿈이 있습니다. 나는 언젠가는 나의 네 명의 어린 자녀들이 그들의 피부색깔에 의해 판단 받지 않고 그들의 인격과 개성에 의해 판단 받을 나라에 살게 될 것이라는 꿈을 지니고 있습니다. ... 오늘 나는 꿈이 있습니다! 언젠가는 모든 골짜기가 솟아오르고, 모든 언덕과 산들이 낮아지며, 거친 땅이 평평해지며, 구부러진 땅이 펴지며, 주의 영광이 드러나 모든 사.. 2013. 12. 9. 왕이신 그리스도 왕이신 그리스도 (대한성공회 분당교회 11월 24일 연중 34주일 설교 말씀) 그리스도라는 말에는 세 가지 직분의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첫째는 하느님께 제사를 드림으로서 백성들의 죄를 용서하고 구원에 이르게 하는 사제직입니다. 둘째는 하느님의 말씀을 선포하는 예언자의 직분이고, 셋째는 하느님의 권능으로 세상을 통치하는 왕으로서의 역할입니다. 그리스도께서는 말씀과 제사로서 우리에게 영적이고 도덕적인 변화와 거룩한 백성으로서의 삶을 인도하십니다. 이와 동시에 왕으로서 세상의 생활 모두를 관장하심을 우리는 고백합니다. 오늘은 왕이신 그리스도께서 이 세상에 오심을 영접하는 날로서 올 해 교회력을 완성하는 마지막 주일입니다. 우리가 그리스도를 세상의 통치자로서 맞이한다는 것은 우리의 모든 일상생활이 그리스도께서.. 2013. 11. 25. 이전 1 ··· 30 31 32 33 34 35 36 3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