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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설교

‘하더라’와 ‘입니다’

by 분당교회 2014. 9. 5.

‘하더라’와 ‘입니다’


학생들한테 무슨 질문을 하면 매우 주저합니다. 혹시나 틀리지나 않을까... 잘못 말해서 핀잔을 듣거나 창피를 당하거나 할까봐 경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부분 누가 어떻게 말하더라는 식으로 대답합니다.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는 경우입니다. 우리 교육이 대부분 정답을 맞추게 하는 시험준비용 교육이기 때문이리라 생각됩니다. 어릴 때부터 지식을 자기의 생각대로 정리하고 주장하는 훈련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시험만 끝나면 다 잊어버리게 됩니다. 여러 사람이 말하면 그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언어가 생각에 미치는 영향으로 발생하는 편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을 보고 프란시스 베이컨은 ‘시장의 우상’이라고 했습니다. 또는 어떤 권위 있는 사람이 말했다고 해서 그것을 진리인 것처럼 생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것을 보고 베이컨은 ‘극장의 우상’이라고 불렀습니다. 이처럼 남들이 말하는 것에만 의존하면 편견과 우상에 빠지기가 쉽습니다.

우리 사회에서도 수많은 ‘하더라’라는 말로서 진실이 왜곡되고 편견에 빠지게 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직접 경험해 보거나, 눈으로 본 것도 아닌데 일종의 편견을 그대로 믿어버리면서 진실을 외면합니다. 언론이 잘못된 정보를 지속적으로 보도한다면 그 폐해는 심각하게 됩니다.

예수님에 대한 정보도 편견에 사로잡힌 사람들에 의해서 변질되거나 왜곡된 경우일 것입니다. 예수님을 따르고 환영했던 사람들이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아우성치는 이 배반은 어디서 왔을까요? 예수님을 반란자로, 율법을 폐기하러 온 분으로, 신성을 모독한 분으로 본 사람들이 당대의 지도자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사람들이 자신을 누구라고 하느냐고 물었습니다. 사람들은 세례자 요한이나 엘리야나 예레미야 같은 예언자라고 한다고 대답합니다. 아마도 사람들 눈에는 위대한 예언자쯤으로 보였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다시 질문을 합니다. ‘그럼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베드로가 당당하게 대답합니다. ‘선생님은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이십니다.’ 예수께서는 베드로의 이 대답에 대하여 이례적인 응답을 하십니다. 베드로 자신의 생각보다도 그것을 알게 하신 분이 있다는 설명을 하십니다. 즉, 이 신앙의 고백은 베드로 스스로 알아 낸 것이 아니라 구원의 신비를 알게 하시는 하느님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복이 있다고 합니다. 베드로가 잘나고 똑똑해서 복이 있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알려주신 예수님의 정체를 자기의 고백으로 할 줄 알기 때문에 복이 있다는 것입니다. 세상에 아무리 많은 학식을 지닌 지식인이라고 해서 이런 고백을 할 수는 없습니다. 아마도 ‘성경에는 예수를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라고 하더라.’라는 지식을 말 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예수를 자신의 구세주 즉, 그리스도라고 고백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일입니다.

이 신앙고백이야말로 교회를 세우는 반석입니다. 물론 베드로라고 하는 인물이 중요하기도 하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고백입니다. 베드로의 후손들이 모였다고 해도 이 고백을 할 줄 모르면 교회가 아닌 것입니다. 교회는 철저히 이 고백을 바탕으로 세워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 말고 그 어떤 다른 이를 구세주로 내세운다면 그것은 그리스도교회라 할 수가 없습니다.

물질을 숭배하면서 예수를 그리스도라고 고백한다면 두 주인을 섬기는 것과 같습니다. 황제나 권력을 숭배하면서, 특정한 이념이나 증오심과 적개심으로 똘똘 뭉친 사람들이 예수를 그리스도라 한들 그것은 단지 ‘하더라’와 같은 것입니다. 진심을 솔직하게 고백해야 합니다. 구원은 그때부터 시작됩니다.

(대한성공회 분당교회 8월 24 연중 21주일 장기용 요한 신부 설교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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