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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설교

불안한 세상에서 평안하기

by 분당교회 2014. 8. 13.

불안한 세상에서 평안하기


어느 등산객이 산에서 발을 헛디뎌 낭떠러지에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간신히 나뭇가지를 잡아 구사일생으로 살았습니다. 나뭇가지를 붙잡고 대롱대롱 매달린 그는 외쳤습니다. ‘사람 살려~ 거기 누구 없어요?’ 계속해서 울부짖으며 살려달라고 했으나 지나치는 사람이 없어 아무 응답이 없었습니다. 팔은 점점 아파오고 힘은 빠져서 떨어질 지경이 되었습니다. 사람이 다니지 않기에 그는 살려달라는 외침이 소용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이제 하느님께 기원했습니다. 정말 간절하게 ‘하느님! 주여! 저 좀 살려주십시오!’하면서 울부짖었습니다. 그랬더니 하느님께서 응답하셨습니다. ‘그래 내가 살려 주마. 살고 싶으면 나뭇가지를 잡은 그 손을 놓아라!’ 이 등산객은 손을 놓을까 생각하다가 저 밑을 보니 아찔했습니다. 잠시 생각을 하더니 다시 외칩니다. ‘거기 누구 없소! 나 좀 살려주시오!’

어차피 팔에 힘이 떨어지고 나뭇가지가 부러진다거나 뿌리가 뽑히면 떨어질 것을 이 사람은 거기에만 의지하고 응답 없는 외침만 되풀이 합니다. 이것이 바로 하느님 앞에 선 인간의 모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나뭇가지는 우리가 현실에서 의지하고 살아가는 것입니다. 돈이나 권력, 명예, 인간관계 등등... 불안하고 위험한 세상에서 우리는 이 끈을 놓으면 마치 천 길 낭떠러지에 떨어지는 것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의존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언젠가는 사라질 것이고 영원히 우리를 구원하지 못합니다.

성서와 기독교 역사에서 우리는 전적으로 하느님께 의지했던 신앙인들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들은 과감하게 현실의 ‘나뭇가지’를 놓고 하느님의 말씀대로 따랐습니다. 고향을 떠나라는 말씀에 따라 정처 없이 길을 떠났던 아브라함이 그랬고, ‘내가 너의 힘이 되어 주겠다!’는 말씀만 믿고 이집트 파라오 앞으로 갔던 모세가 그랬습니다. 사도 바울은 자신의 모든 기득권을 벗어던지고 박해의 돌팔매가 기다리는 선교의 길을 갔습니다. 하지만 이들 모두 불안하고 위험한 현실에서 오히려 가장 평화로운 삶을 살았습니다.

예수께서 제자들을 먼저 배에 태워 보내고 한적한 곳에서 조용히 홀로 기도하셨습니다. 그런데 제자들이 탄 배가 거친 역풍을 만나 풍랑에 시달리게 되었습니다. 새벽 네 시쯤이 되어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오셨습니다. 물 위를 걸어서 오십니다. 제자들은 겁에 질려 ‘유령이다!’하고 아우성을 칩니다. 베드로는 ‘주님이십니까? 그러시다면 저더러 물 위로 걸어오라고 하십시오.’라고 소리칩니다. 예수께서 ‘오너라!’하시자 베드로는 물 위를 걸어갑니다. 그러나 거센 바람을 보는 순간 무서운 생각이 들어서 물에 빠졌습니다. 그는 ‘주님, 살려주십시오!’하고 외쳤습니다. 예수께서 손을 내밀어 붙잡으시며 ‘왜 의심을 품었느냐? 그렇게도 믿음이 약하냐?’하고 말씀하셨습니다.


(물위를 걷는 베드로, 알렉산드로 알로리 Alessandro Allori, 1535~1607)

베드로가 오직 예수님만 바라보고 갈 때는 물 위를 걸었습니다. 불안하고 위험한 세상에서 예수님만을 바라보고 모든 것을 의지할 때는 평안을 얻습니다. 그러나 바람을 보고 무서운 생각이 들었을 때는 물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세상을 바라보고 의지할 곳을 세상 속에서 찾는 순간 겁이 나고 아무 것도 자신을 구제해 줄 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세상에 굴복하고 죽음의 권세에 굴복하고 맙니다.

신앙의 참 의미는 불안한 세상에서 평안을 얻는 것입니다. 거친 풍랑이 이는 바다 위의 한 조각 배 안에서 편하게 잠을 주무시는 예수님처럼 말입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의지하고 바라 볼 곳은 주님 계시는 곳이고, ‘오너라!’ 하시는 예수님의 말씀을 믿고 물 위를 걷는 것이야말로 신앙의 진가입니다.

(대한성공회 분당교회 8월 10 연중 19주일 장기용 요한 신부 설교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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