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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설교

보낼 것 없이 너희가 주어라

by 분당교회 2014. 8. 4.

‘보낼 것 없이 너희가 주어라.’


예수께서 한적한 곳으로 가셨는데 그곳까지 사람들이 쫓아왔습니다. 외딴 곳이고 시간도 이미 늦어서 제자들은 군중들을 헤쳐 제각기 음식을 사먹도록 마을로 보내도록 할 심산이었습니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그들을 보낼 것 없이 너희가 먹을 것을 주어라.’하고 이르셨습니다. 그리고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모든 이들을 배불리 먹이셨습니다.

예수님의 사람들에 대한 배려와 관심과 애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군중들이 남자만 오천 명 가량 되었지만 예수께서는 그들 모두를 존중했습니다. 제자들은 물질의 부족을 생각했지만 예수께서는 사랑의 힘을 믿으셨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경제의 풍요가 가난을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풍요 속의 빈곤’이라는 말이 있듯이 이 세상에 굶주리는 사람들이 있고 죽는 사람들이 있는 까닭은 나누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사람들은 ‘내게’ 나눌 것이 없으니까 ‘저들을’ 내보내려고 합니다. 사랑으로 해결할 일을 경제로 해결하려고 합니다.

‘위대한 행동이라는 것은 없다. 위대한 사랑으로 행한 작은 행동들이 있을 뿐이다.’

가난한 사람들의 어머니이자 20세기의 성녀로 일컫는 마더 테레사 수녀가 남긴 말입니다. 그가 평생 이룬 일은 말로 헤아릴 수 없이 위대한 업적이지만, 그래서 로마 카톨릭에서는 성인으로 추앙을 받고 있지만 실제 그의 신앙에서는 ‘위대한 행동’을 염두에 두고 한 일은 없습니다. 다만 그리스도의 위대한 사랑으로 작은 행동을 했을 뿐이라고 말합니다. 그는 이 세상에서 가난과 굶주림은 물질이 없어서가 아니라 사랑이 없는 까닭이라고도 했습니다. 그래서 사람에 대한 사랑이야말로 가장 위대한 행동임을 스스로 입증해 보였습니다.

우리가 남을 돕거나 이웃과 사랑을 나눌 때 테레사 수녀의 경구를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자칫 도움을 받는 사람을 비굴하게 만들거나, 자기만족에 빠져서 도덕적인 사치 또는 위선이 될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진정한 사랑이 아닙니다.
그는 사람들을 어떻게 존중하고 관심을 가지며 배려해야 하는지를 다음과 같이 일곱 가지로 말하고 있습니다.

첫째, 그 사람을 존중하라. 상대방이 어떤 사람이든 그 사람을 고유의 인격체로서 존중해주어야 마음을 열 수 있다. 아주 어린 아이조차도 자신을 존중하는지 아닌지를 직감할 수 있다. 하물며 성인은 어떻겠는가?

둘째, 먼저 그 사람의 입장에 서 보라. 무엇이든 나의 마음을 전달하기 전에 그 사람이 어떻게 받아들일까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그러면 그 사람이 원하는 것과 내가 주고자 하는 것을 일치시킬 수 있다.

셋째, 관심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라. 일시적인 관심은 무관심보다 더 큰 상실감을 준다. 한 두 번 존중하고 배려해 주다가 참지 못해 포기하거나 관심을 꺼버리는 것은 상처만 남길 뿐이다.

넷째, ‘그 사람’ 자체에 감사하라. 그 사람이 나에게 무엇을 해주었거나 무엇이 되어 주었기 때문이 아니라 단지 내 곁에 존재해주었다는 이유만으로 내 삶은 더 풍부해질 수 있다. 그러므로 ‘그 사람’자체에 감사하라.

다섯째, 그 사람을 자세히 관찰하라. 보는 만큼 알게 되고, 아는 만큼 좋아할 수 있고, 좋아하는 만큼 배려해 줄 수 있다. 가까운 사람들의 행동을 보고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으로 관찰을 실천하라.

여섯째, 자신의 아픔을 치유하라. 자신은 누군가로부터 상처받아 있으면서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 진심으로 관심을 가지고 배려할 수 있겠는가. 행복한 사람만이 다른 사람에게도 행복을 전할 수 있다.

일곱째, 그 사람을 격려하라. 잘한 일에 대한 칭찬에 그치지 말라. 힘들어하고 지쳐 있을 때, 실패하고 좌절하고 실망에 빠져 있을 때, 다치고 병들었을 때, 갈등을 겪고 초조해 하고 불안해 할 때, 격려만이 그 난관을 극복하게 해주는 유일한 힘이다.

우리가 진심으로 이웃을 사랑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는 격언인 것 같습니다. 비록 작은 것이지만 하느님 앞에 내어놓고 기도할 때 그것을 통해서 하느님께서 큰 역사를 이루신다는 것을 기억합시다.

(대한성공회 분당교회 8월 3 연중 18주일 장기용 요한 신부 설교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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