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말씀/설교

겨자씨의 기적

by 분당교회 2014. 7. 28.

겨자씨의 기적 

신앙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일까요? 많은 사람들이 ‘축복’과 ‘소원성취’를 말합니다. 그러나 진정한 축복과 소원성취는 하느님 나라에 있습니다. 하느님의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과 같이 땅에서도, 우리의 삶 속에서도 이루어지는 하느님 나라야 말로 신앙생활의 핵심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성서에서는 하느님 나라를 첫째, 하느님의 법과 질서가 이루어지는 세상을 말합니다. 어느 나라 국민이든 그 나라의 법을 지켜야 하는 것처럼 하느님의 진리와 법에 순종하는 사람의 생활 속에서 하느님 나라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둘째는, 하느님 나라에 사는 사람은 하느님의 뜻을 이론이나 지식으로만이 아니라 인격적으로 받아들여서 하느님과 개인이 인격적인 관계를 맺는다는 것입니다. 하느님과 의로운 관계를 맺음으로서 천국의 시민권을 얻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하느님 나라가 예수님을 통해 왔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구체적으로 실현되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하느님 나라는 먼 미래와 다른 공간이 아닌 ‘이미’ ‘이 세상에서’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예수님을 주님으로 고백할 때 이미 우리는 하느님과 올바른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고 그 나라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볼 때 하느님 나라는 객관적인 상황의 변화만을 말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어떤 이념을 성취하는 것이 아니고, 더군다나 무위도식하는 경제적 풍요를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 각자의 믿음의 고백에 있고 그 실천에 천국의 열쇠가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 안에 얼마나 순결한 믿음이 자라고 있고 그것을 통해서 하느님의 뜻이 실현되고 있느냐에 천국의 문이 열리기도 하고, 닫히기도 합니다.


(세인트 콜롬보 - 스코틀랜드 아이오나 수도원)

예수께서는 하느님 나라를 씨앗의 비유로 말씀하십니다. 그것도 세상에서 가장 작은 씨라고 할 수 있는 겨자씨입니다. 겨자씨는 씨앗 중에 가장 작아 보잘 것 없지만 이 씨가 심어져 자라면 큰 나무가 되어 공중의 새들이 깃들게 됩니다. 우리의 신앙생활도 그렇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의 씨앗 하나가 우리의 마음속에 떨어집니다. 세속의 눈으로 볼 때는 그것이 하찮은 것일지라도 그 말씀의 씨앗을 받아들이고 뿌리내린 사람은 엄청난 변화를 경험합니다. 마치 작은 씨앗이 담벼락이나 바위틈에 떨어져 바위를 쪼개는 것과 같습니다. 씨앗처럼 우리 마음에 떨어진 하느님의 말씀은 놀라운 폭발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의 운명을 변화시키고 그 변화의 물결이 마른 풀밭에 불길이 번지듯이 번져납니다. 그래서 세상이 달라지고 역사가 움직이게 됩니다.

겨자씨처럼 작은 말씀과 신앙에는 우주를 변화시키는 놀라운 힘이 있습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세상에서 작고 하찮은 사람들일지라도 그 안에는 하느님의 말씀을 창대하게 할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갈릴래아의 가난한 어부들, 병자들, 창녀, 세리... 등과 같이 작고 죄인이고 천대받는 사람들일지라도 예수님의 은총을 간직한 사람들로 인해서 하느님의 복음은 세상에서 뿌리를 내리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자라서 세상에 하느님 나라의 소망이 줄기를 뻗게 되었습니다.

예수께서는 우리에게 믿음을 요구하고 계십니다. 그러나 거창하고 영웅적인 믿을 말씀하지 않으십니다. 다만 겨자씨와 같은 작은 믿음만큼을 요구하고 계십니다. 그러나 그것이 진실 되고 순수할 때 우리는 ‘산을 바다로 옮기는’ 믿음의 힘을 얻게 될 것입니다.

(대한성공회 분당교회 7월 27 연중 17주일 장기용 요한 신부 설교 말씀)


'말씀/설교'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불안한 세상에서 평안하기  (0) 2014.08.13
보낼 것 없이 너희가 주어라  (0) 2014.08.04
종교가 사악해 질 때  (0) 2014.07.26
영혼의 현주소  (0) 2014.07.22
무거운 짐 줄이기  (0) 2014.07.12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