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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설교

영혼의 현주소

by 분당교회 2014. 7. 22.

영혼의 현주소

초행길에 찾아가야 할 곳을 어떻게 가야하는지를 전화로 물을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상대방에서 지금 있는 곳이 어디냐고 되묻습니다. 그런데 설명하기가 난감합니다. 큰 건물이 있거나 상대방이 알아들을 수 있는 무슨 특징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면 정말 어렵습니다. 아예 처음부터 설명하는 수밖에 없는데 이마저도 쉽지는 않습니다. 이처럼 앞으로 갈 길을 찾아가기 위해서는 현주소를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구원에 이르는 길을 찾는데 첫걸음은 영혼의 현주소를 아는 것입니다. 자신의 영적 상태가 어떤지를 알 수만 있다면 하느님 나라로 가는 길이 그다지 멀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영혼의 현주소는 어찌 알 수 있을까요? 그것은 혼자서 알 수 있는 것은 아닐 것 같습니다. 혼자만의 상상으로는 자신의 영적인 현주소를 정확하게 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잘못 판단해서 오히려 더 어긋난 길을 갈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잘못된 신념이 얼마나 본인뿐만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파멸로 이끌었는지를 역사에서 배울 수 있습니다. 역사까지 가지 않더라도 우리 일상에서도 얼마든지 잘못된 신념으로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괴롭히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때문에 우리는 영혼의 현주소를 하느님과의 관계 속에서 알아내야 합니다. 하느님과 나와의 관계, 그 거리가 얼마나 되는가... 그리고 하느님의 뜻과 그 방향대로 가고 있는가를 볼 수 있어야 합니다.

가장 불행한 사람은 물질적으로 가난한 사람이 아니라 정신적으로 빈곤한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은 물질적으로 부유하면서도 스스로 행복할 줄 모르는 사람입니다. 정신적으로 부유한 사람은 비록 물질적으로 가난할지언정 궁기가 흐르지 않는다고 합니다. 정신적인 결핍 증세는 사랑을 사랑으로 느끼지 못하고, 은혜를 은혜로 받아들이지 못하게 합니다. 감사함이 없고 내적인 충만함이 없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들어도 자기가 유리한 것만 받아들입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오히려 상대방을 공격하거나 자기 신념을 더 굳게 만드는 도구로 사용합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받기는 받았으나 뿌리를 내리고 성장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예수께서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를 말씀하시면서 우리의 영적인 상태에 대한 성찰을 요구하십니다. 어떤 사람은 길바닥, 어떤 사람은 돌밭, 어떤 사람은 가시덤불, 어떤 사람은 좋은 땅으로 비유하십니다. 제목은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이지만 실제는 씨앗을 받는 우리들의 영적인 밭의 비유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과연 우리는 어디에 해당이 될까요?


(반 고흐의 <씨 뿌리는 사람> 캔버스에 유화, 64.2 x 80.3cm, ⓒ크뢸러 뮐러 미술관)

말씀을 듣긴 들었는데 깨달을 수 없었다면 그 까닭은 무엇이겠습니까? 대부분 교만과 잘못된 선입견, 그리고 편견 때문일 듯싶습니다. 그래서 회개 할 줄 모르고 감사할 줄 모릅니다. 자기가 가지고 있는 생각의 울타리를 좀처럼 벗어날 줄 모릅니다. 사람은 객관적인 지식을 수용하면서 성장하고 발전하기 마련인데 이런 사람들은 좀처럼 남의 의견을 수용할 줄 모릅니다. 대개 똑똑하다는 사람들이 무식할 때가 있는데 평생을 공부한답시고 했는데 늘 자기 생각만 옳고 남의 말을 들을 줄 모르기 때문입니다. ‘들을 귀’가 없기 때문입니다.

말씀을 듣고도 깨닫지 못하고 성장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또 있는데, 그것은 변화에 대한 두려움 또는 거부감 때문입니다. 사람은 선천적으로 변화를 두려워한다고 합니다만, 자기를 바꿔야 하는데 그것이 두려운 것입니다. 변화를 바라는 마음은 있으면서 막상 그 변화를 두려워합니다. 자기의 생각, 생활 습관과 자세, 행동, 이웃과의 관계, 등등 많은 것을 바꿔야 하는데 그것을 두려워합니다. 지나치게 보수적인 경향을 띠게 되는 경우가 바로 변화를 두려워하는 까닭에서 오는 것입니다. 망할 때는 귀부터 먼다고 합니다. 아무리 옳은 소리를 해도 들리지를 않습니다. 그러고 나서 큰 사고가 터지면 그 때를 돌이키면서 후회를 합니다.

하느님 말씀의 씨앗은 누구에게나 심어져 있습니다. 문제는 우리 마음 밭에 있습니다. 30배, 60배, 100배의 열매를 맺는 영광의 기회가 모두에게 주어져 있습니다. 길바닥처럼 분주하고 어수선한 마음, 돌처럼 단단하게 굳은 마음, 가시덤불처럼 잡초가 무성한 마음을 버리고 좋은 밭으로 만들기 위해 쉬지 않고 신앙수련을 해야 합니다.


(대한성공회 분당교회 7월 13
연중 15주일 장기용 요한 신부 설교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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