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설교436

세상의 빛 세상의 빛 2월2일은 성탄 후 40일째가 되는 날로서 ‘주의 봉헌’ 축일입니다. 구약시대의 율법규정에 따라 예수의 부모가 아기 예수를 하느님께 봉헌 한 것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구약시대에는 아기를 낳으면 남자 아이는 40일, 여자 아이는 80일 만에 성전에 가서 하느님을 경배하면서 감사하는 희생제물을 봉헌하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이날 우리가 양초를 축복하는 예식을 거행하는데 이는 시므온이 예수를 세상을 밝히는 구원의 빛이라고 예언한 것에서 유래가 되어 행하는 것입니다. 성찬예배 중에 복음 성경 낭독과 축성기도 때 회중들은 각자 손에 든 양초에 불을 밝힘으로서 빛으로 오신 그리스도를 찬미합니다. 그래서 이 주의 봉헌 축일을 ‘캔들마스’(Candle-Mas)라고도 합니다.한 가닥의 양초가 자기의 몸을 태우면.. 2015. 2. 6.
항복에서 승리로 항복에서 승리로 예수님은 새로운 체제나 질서를 만들어내기 이전에 먼저 사람들의 삶이 변화되기를 원하셨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만나고 거리의 사람들을 만나서 병자를 고치고, 죄인들과 함께 밥을 먹고, 슬퍼하는 사람들을 위로했습니다. 어떤 권력자들과 싸워서 권력을 쟁취한다거나 구조적인 개혁을 위한다기 보다는 다분히 개인적인 변화와 구원을 위해 노력했다는 뜻입니다. 에른스트 트뢸취라는 학자는 그런 면에서 예수는 개인주의를 추구했다고 했습니다. 동시에 예수는 율법에 얽매이지 않는 ‘사랑’을 실현함으로서 인류 보편적인 가치를 추구했다고 합니다. 사람이 변화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제도와 이념을 가지고 있어도 그것은 또 다른 억압의 장치가 될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우리 기독교인들이 추구하는 삶의 방향은.. 2015. 1. 30.
와서 보라! 와서 보라!사람들이 판단을 하고 선택을 할 때 피해야 할 것은 ‘편견’입니다. 공정하지 못하고 한 쪽으로 치우친 사고를 하면 상황과 사람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도록 합니다. 특정한 사람을 이유 없이 우대하거나 차별한다면 상대방의 입장에서 매우 불쾌하고 마음의 상처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냥 한 대 맞는 것은 시간이 지나면 잊혀 집니다. 그러나 차별받는 말 한 마디는 평생의 상처로 남을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가정에서 장남을 지나치게 우대해서 발생하는 문제가 많았던 것을 기억할 수 있습니다. 학교에서는 공부 잘 하는 아이와 못 하는 아이, 잘 사는 아이와 못 사는 아이에 대한 차별이 없었다고 말 할 수 없습니다. 상계동 지역이 계발 될 때 어느 신부님이 하던 이야기가 있습니다. 학교 체육시간에 운동복을 갈.. 2015. 1. 26.
세례와 창조 세례와 창조 “어둠이 깊은 물 위에 뒤덮여 있었고 그 물 위에 하느님의 기운이 휘돌고 있었다. 하느님께서 ‘빛이 생겨라!’하시자 빛이 생겨났다. 그 빛이 하느님 보시기에 좋았다.”(창세1:2-3) 창세기는 이렇게 창조의 첫 광경을 장엄한 서사시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혼돈과 어둠의 세계가 빛이 생김으로서 하느님의 질서가 확립되는 순간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이를 보시고 좋아하셨습니다. 하느님의 사랑이 온 세상에 편만함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세상은 그 무엇을 하느님께 드린 것도 아니고 이쁜 짓을 한 일도 없는데 하느님은 이 세상을 보시고 그냥 좋아하십니다. 예수께서 세례자 요한 앞으로 나와서 세례를 받으셨습니다. 요한은 그의 신발 끈을 풀어 드릴만한 자격조차 없는 사람이라고 했습니다만, 예수께서는 요르단 강으.. 2015. 1. 13.
자녀 되는 특권 자녀 되는 특권 노벨 문학상을 받은 주제 사라마구(Jose Sramago)가 쓴 ‘눈 먼 자들의 도시’라는 소설이 있습니다. 영화로도 만들어졌지만 그리 큰 흥행을 하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 작품을 통해서 인간의 본성과 현실에 대한 깊은 통찰을 볼 수 있습니다. 갑자기 이상한 바이러스가 급속히 퍼지기 시작했는데 이 바이러스는 사람의 눈을 멀게 합니다. 소수의 사람이 눈이 멀었을 때는 다수의 볼 수 있는 사람이 보살필 수 있겠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이 눈이 멀었을 때는 혼란 그 자체의 현상이 벌어집니다. 거리는 아수라장이 되고 전기도 가스도 공급이 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눈 먼 사람들은 전염병자로 낙인찍혀서 누구나 강제수용소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폐쇄적인 수용소 안에서도 생필품과 .. 2015. 1. 11.
일기일회(一期一會) 일기일회(一期一會)일기(一期)는 딱 한 차례를 말합니다. 그리고 일회(一會)는 딱 한 번의 만남입니다. 그러니까 만 년이나 천 년 만에 단 한차례뿐인 귀한 만남을 말합니다. 이 한 번, 이 한 순간을 위해서 우리는 몇 겁의 생을 기다리며 살아왔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스쳐 가는 순간순간을 어찌 뜻 없이 보낼 수 있겠는가를 일깨우는 말입니다. 소동파라는 사람이 어느 날 옷을 벗고 자려고 하는데 달빛이 창문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는 기뻐서 일어났는데, 생각해보니 이 달빛을 함께 즐길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벗을 찾아 나섰습니다. 회민을 찾았는데 그 역시 잠자리에 들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서로 함께 뜰 가운데를 거닐었습니다. 뜰아래는 마치 빈 허공에 물이 잠겼는데, 물속에 물풀이 엇갈려 있는 것만 .. 2015. 1. 1.
영혼의 순종 영혼의 순종 이슬람 여성들의 인권에 관련한 동영상을 인터넷에서 볼 수가 있습니다. 물론 서방 세계에서 제작한 것이라 편향적인 시각이 있으리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만 너무나도 끔직한 장면들이 전개되어서 19세 미만인 사람들은 시청 불가입니다. 명예 살인(부정한 짓을 한 여인의 가족들이 명예를 더럽혔다고 해서 아버지나 가족들이 죽임), 돌팔매 처형(음란한 행위를 한 여인을 땅 속에 가슴까지 묻고 사람들이 돌팔매를 던져 처형하는 형벌), 종교경찰의 폭행(여성이 길거리를 다닐 때는 가족 남성이 동행해야 하는데 혼자 다니는 경우 채찍으로 때림) 등등... 비참한 여성인권의 실태를 동영상으로 고발하고 있습니다. 대다수의 이슬람 사회에서는 그런 일이 없다고 해도 적어도 이슬람 근본주의가 지배하고 있는 지역에서는 지금도.. 2014. 12. 23.
정의의 느티나무 숲 정의의 느티나무 숲 다가오는 시간이 우리 자신의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 될 수도 있다면 어떨까요? 기쁨과 설레임과 두려움 등등 만감이 교차할 것 같습니다. 어쨌거나 다가오는 그 날로 인해 오늘의 의미가 달라질 것입니다. 셍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서 약속의 의미를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네가 오후 4시에 온다면 나는 3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네가 올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나는 점점 더 행복해지겠지. 4시가 되면 흥분해서 들뜨고 설렐거야. 그렇게 행복이 얼마나 값진 것인가 알게 되겠지. 하지만 네가 아무 때나 오면 나는 언제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지 모르잖아. 의식이 필요하거든...” 사막 여우가 어린 왕자에게 한 말입니다. 약속이 있으면 그 기다림의 시간, 준비의 시간에 이미 .. 2014. 12. 16.
주님 오시는 길 주님 오시는 길 주님께서 오시는 길을 미리 알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몇 달 전에 로마 교황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그가 지나가는 길에는 수많은 인파가 몰려서 한번이라도 그의 손을 잡아보려고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하물며 한 인간인 성직자가 지나는 길에 그토록 환영인파가 몰렸는데 예수께서 오신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많은 상상을 하게 됩니다. 엄청난 사람이 몰릴 것이라 예상하기도 합니다만, 혹시 도스토예스키의 소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 나오는 대심문관처럼 예수를 체포하여 밤새 신문을 할런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이미 예수께서 교회에 모든 권한을 위임했으면 그만이지 왜 나타나서 혼란스럽게 만드느냐고 다그치고 2000년 전에 예수가 선택한 결과에 대해서 현실적인 잣대로 심판하려는 사람이 .. 2014. 12. 12.
그 날이 오면 그 날이 오면 상록수의 작가 심훈은 일제 강점기에 조국의 해방을 간절히 바라는 마음을 격정적인 표현이 담긴 시로 남겼습니다. “그 날이 오면, 그 날이 오면은,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 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 날이 이 목숨이 끊기기 전에 와 주기만 하량이면 나는 밤하늘에 나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의 인경을 머리로 들이받아 울리오리다. 두개골은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이 남으오리까....” (심훈, 그날이 오면) 지금은 역사와 시대가 많이 바뀌었지만 ‘그 날’에 대한 희망만큼 여전히 감동적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그 날’에 대한 희망과 믿음이 있는 사람은 아무리 시대가 엄혹하고 힘들어도 참고 견디어 낼 영적인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겨울이 .. 2014. 12. 1.
종말이라는 거울 앞에서 종말이라는 거울 앞에서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고 한다면 과연 우리는 오늘 무엇을 할까요?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정답’을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이 심한 공포와 패닉에 빠지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종말의 그 날이 오면 과연 우리는 어찌 될까요? 또 지구의 종말이 쉽게 오진 않겠지만 이와 비슷하게 우리가 언젠가 이 세상을 등지고 저승으로 간다면 과연 그 세계는 어떨까요? 모든 인간이 피할 수 없는 근본적인 두려움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 두려움과 걱정으로 인한 종말과 사후 세계에 대한 인간의 종교적 상상은 대부분 심판과 구원으로 귀결되어 왔던 것 같습니다. 얼마 전 선운사라고 하는 고찰을 방문 하였는데 명부전이라는 전각이 있었습니다. 사후세계의 심판과 징벌을 하는 10명의 대왕의 상이 서 있고 각.. 2014. 11. 25.
맡겨진 달란트의 의미 맡겨진 달란트의 의미나뭇잎이 바람에 비 오듯이 휘날립니다. 길에 뒹구는 낙엽을 밟으며 한해의 수고와 소임을 다하고 모든 것을 내려놓은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래서 낙엽은 쓰레기가 아니라 나름의 아름다움을 우리에게 주는 것 같습니다. 도시가 아니라 시골이라면 그 낙엽들은 쓸어 모아져서 불꽃이 되고 재가 되어 다시 거름이 될 것입니다. 그것이 대자연의 준엄한 법칙이며 하느님께서 모든 생명을 창조하신 섭리일 것입니다. 나무는 잎들을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하지 않습니다. 때가 되면 아낌없이 다 내어주고 빈털터리가 되는 것을 받아들입니다. 빈 나뭇가지는 마른 팔을 들어 올리고 하늘과 온전히 속살로 만납니다. 그리고 나뭇잎 있던 자리는 상실의 자리가 아니라 찬란한 봄날을 꿈꾸는 자리이며 가장 먼저 봄날의 생명을 잉태.. 2014. 11.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