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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설교

믿음의 실천

by 분당교회 2014. 9. 29.

믿음의 실천

신영복 선생의 서화에세이에 담겨 있는 주옥같은 잠언들 중에 ‘세상에서 가장 먼 길은 지구 한 바퀴를 도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머리에서 가슴까지, 그리고 가슴에서 발까지의 여행’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만큼 머리에 담겨있는 지식이 가슴으로 이어지는 것이 쉽지 않고, 가슴이 뜨거워졌다 하더라도 발끝까지 옮겨져서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이 어렵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수없이 많이 듣는 격언과 지혜들이 심성을 형성하고 올바른 실천으로 옮겨지는 경우가 드믑니다. 오히려 그 반대의 방향으로 선택하고 행동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매일 영어 단어 하나씩 외우면 몇 년이면 작은 사전 하나 정도의 분량을 다 외우고 유창하게 영어를 할 줄 알 것이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는 학생들은 오히려 적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을 올바로 실천할 수만 있다면 세상은 훨씬 달라졌을 것이고 성공하지 못한 사람도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행동하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익이 생기는 일들을 우선적으로 선택하여 행동합니다. 또 어떤 사람들은 정의와 평화가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자기 이익을 포기하거나 희생합니다. 또 어떤 사람들은 예술적 가치를 위해 자기 삶을 바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신앙인들은 당연히 신앙적 가치와 진리를 우선적으로 선택해서 실천해야 옳을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오히려 자기 이익을 위해서 신앙적 행위를 한다면 그것은 진실하지 못한 것이고 위선이 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렇게 되면 알고 있는 성서의 내용이나 교리들은 자기의 본 모습을 감추는 장식물로 전락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기에 우리의 믿음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다시 가슴에서 발로 옮겨지도록 하는 동력을 가져야 합니다. 그것은 바로 진실한 사랑입니다. 우리의 믿음이 하느님에 대한 사랑이 되어야만 실천하는 신앙이 될 것입니다. 

어떤 사람이 맏아들에게 ‘얘야, 너 오늘 포도원에 가서 일을 하여라.’고 했는데 이 아들은 싫지만 뉘우치고 가서 일을 했습니다. 그런데 둘째 아들은 ‘예’하고 가겠다는 대답만 하고는 가지 않았습니다. 맏아들은 솔직했습니다. 싫은 것을 싫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잘못되었음을 깨닫고 뉘우쳐서 아버지의 말씀에 순종합니다. 이 아들의 마음에는 아버지와 솔직하게 만나는 진실이 있었던 것입니다. 아버지와의 올바른 관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둘째 아들이 아버지에게 한 순종한다는 말은 진실성이 없었습니다. 처음부터 실천 할 의지가 없었습니다. 아버지의 뜻보다는 자기의 선택이 우선이었습니다. 아버지와의 관계는 거짓된 것입니다.

교회 안에도 이런 신앙인들이 적지 않습니다. 기도할 때는 열렬하고 뜨거운 고백과 참회와 약속을 하고는 실제 생활에서는 전혀 다른 삶을 사는 경우입니다. 자신이 행동할 것보다 받을 은총만 헤아립니다. 아버지 앞에서는 시원스럽게 대답을 하지만 뒤돌아서서는 그 약속을 실천할 생각이 전혀 없는 둘째 아들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하느님을 사랑하지 않습니다.

어떤 부인이 병원에 입원하고 있을 때 하루는 어떤 남자가 보리밭을 밟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자세히 보았더니 그 병원의 원장이었습니다. 그녀는 놀랐고 이내 평소에 말이 없던 원장이 믿을 만한 사람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병원장인 사람이 정원사나 하는 일을 정성껏 하는 것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작은 일에도 매사에 최선을 다했던 그 사람은 슈바이처 박사입니다. 한번은 누군가 슈바이처에게 ‘당신은 왜 의사가 되었습니까?’라고 질문을 하자 그는 ‘나는 말로는 사람을 감동시킬 수 없기 때문입니다.’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아무리 유창하고 현란한 말주변을 늘어놓더라고 진실이 없고 실천이 따르지 않는다면 그 말은 죽은 말일 것입니다. 사람을 감동시킬 수도 없고 변화를 시킬 수도 없을 것입니다.

하느님과의 솔직하고 진실한 대화가 나를 변화시킬 것입니다. 그리고 놀라운 은총은 그 대화를 통해 전달 될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내가 예수님처럼 행동할 줄 안다는 것입니다.

(대한성공회 분당교회 9월 28 연중 26주일 장기용 요한 신부 설교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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