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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설교

예수님 식 공평함

by 분당교회 2014. 9. 24.

예수님 식 공평함

행복해지려면 남들과 비교하지 말아야 합니다. 내가 남보다 못하다고 느껴지면 그 때부터 열등감과 패배감에 빠져서 마음속으로부터 불행해집니다. 하지만 우리는 끊임없이 비교하면서 행복을 찾으려고 합니다. 자기 아이가 남들보다 성적이 좋으면 행복하고 뒤처지면 불행하다고 여깁니다. 남들보다 잘 살면 인생이 성공한 것 같고, 남들보다 조금 부족하면 인생에 실패한 것처럼 한탄하기도 합니다. 앞서 가는 사람, 더 많이 가진 사람에 대해서 질투하거나 부러워합니다. 그래서 적어도 남들 수준만큼은 되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다보니 개성이 없어지고 획일화 되는 현상까지도 나타납니다. 무슨 집이나 물건을 갖추는 것도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다 그렇게 하니까 따라갑니다.

타인 주도형이 되어서 누가 삶의 주인인지 혼동이 될 정도입니다. 그러나 진실한 행복은 어디까지나 자기 안에서 나오는 것이고 감사하며 얻어지는 것입니다.

예수께서 하늘나라에 대한 비유를 하시면서 포도원 농장 주인의 비유를 들었습니다. 포도원 주인이 일꾼을 얻으려고 이른 아침에 나서서 일꾼을 구해 옵니다. 그리고 또 오전 9시에, 12시에, 3시에 나가서 일꾼들을 데려다가 일을 시킵니다. 모두 약속하기를 한 데나리온씩 주기로 했습니다. 그리고서는 오후 5시에 나가서 또 일꾼을 데려와서 일을 시키고는 날이 저물자 임금을 나누어 줍니다. 맨 나중에 온 사람들부터 시작해서 한 데나리온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그러자 처음 새벽부터 나와서 일을 한 사람이 불평을 하기 시작합니다. ‘막판에 와서 한 시간밖에 일하지 않은 저 사람들을 온종일 뙤약볕 밑에서 수고한 우리들과 똑같이 대우하십니까?’ 그러자 주인은 애초에 품삯을 한 데나리온으로 정했으니 당신들 품삯이나 가지고 가라고 합니다. 그리고는 ‘내 후한 처사가 비위에 거슬린단 말이오?’하고 말합니다.

예수님의 이런 비유는 참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공평하지 않다고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하늘 나라가 이래서야... 그렇다면 누가 새벽부터 일을 하겠는가? 얍삽하게 기다리다가 맨 마지막에 나와서 건들거리다가 같은 품삯을 받아 가면 되는 것 아닌가? 이런 질문을 하게 됩니다. 그야말로 주인 맘대로 인데 왜 참견이냐고 말한다면 할 말이 없겠지만 아무래도 공평한 것 같지가 않아서 새벽부터 나와 일한 사람의 마음으로 들어갑니다.

그러나 예수님이 가지고 있는 ‘일’과 ‘임금’에 대한 생각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고 또 상식이라고 생각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이른 아침부터 일을 한 사람들과 하루 종일 일거리가 없어서 빈둥거리며 서성이던 사람과 누가 더 행복할까요? 맨 나중에 온 사람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아무도 우리에게 일을 시키지 않아서 이러고 있습니다.’ 그들은 일을 할 의지도 있었습니다. 아니 시간이 갈수록 일을 시켜줄 사람이 나타나기만 기다리며 종일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기다리는 그 긴 시간 동안에 일을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부러웠을까요? 새벽부터 일한 사람들은 일을 한다는 자체가 행복임을 잊었습니다. 자기들은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겠지요. 그러나 일이 없던 사람, 누구도 자기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여겼던 그 사람들은 일 자체가 참으로 감사하게 여겼을 사람들입니다. 일, 직업 자체가 주는 행복입니다. 사람은 관계와 노동을 통해서 존재가치를 느끼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임금은 무엇일까요? 보통 노동생산성으로 임금을 생각합니다. 얼마나 많이 수확했는가? 얼마나 일을 중요한 일을 했는가? 이런 기준으로 임금을 생각하고 월급, 주급, 시급을 넘어서서 이제는 ‘분급’으로까지 빠듯하게 임금을 계산합니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임금이란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요건이라고 여깁니다. 늦게 온 사람도 가족들과 먹고 살아야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누구나 한 데나리온이 필요한 것입니다. 예수님 입장에서의 공평함은 이런 방식입니다. 소위 보편적 복지라는 말이 우리 사회의 의제가 되었습니다만, 이를 실행해 나가는 것이 하느님 나라에 조금 더 가까이 가는 길일 것 같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늦게 나와서 일한 사람이 같은 임금을 받았다고 배가 아파 주인에게 항의하는 마음이 변해야 합니다.

(대한성공회 분당교회 9월 21 연중 25주일 장기용 요한 신부 설교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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