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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420

한 여인의 눈물 한 여인의 눈물 (대한성공회 분당교회 6월 16일 연중 11주일 설교 말씀) 한 여인이 예수님의 발 앞에 엎드려 하염없이 눈물을 흘립니다. 얼마나 흘렸는지 예수님의 말을 적셨다고 합니다. 무엇이 그토록 서러워서, 또는 억울해서 눈물을 흘렸는지 알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 눈물은 보통의 눈물이 아님을 우리는 금방 알 수 있습니다. 그 여인은 자신의 머리카락으로 예수님의 발을 닦고 향유를 부었습니다. 적어도 그 눈물은 거짓 눈물이 아님을 우리는 금새 짐작할 수 있습니다. 웃음은 억지로 웃어 보일 수는 있어도 눈물은 쉽게 짜내지지 않는 법이기 때문입니다. 가슴 속 깊은 곳에서부터 복받쳐 오르는 감격이나 슬픔, 진실이 없다면 그렇게 철철 흐를 수가 없습니다. 물론 악어는 그 큰 입으로 먹이를 삼키고 나서 찔끔.. 2013. 6. 17.
한 말씀만 하소서! 한 말씀만 하소서! (대한성공회 분당교회 6월 2일 연중 9주일 설교 말씀) 가슴이 따스한 사람이 그리워지는 세상입니다. 환하던 봄꽃이 만발하더니 연초록의 신록이 아름답게 펼쳐지고 장미꽃 피는 계절이 오는 축복받은 이 땅에는 여전히 마음에 피는 따스한 꽃이 아쉬운 세상입니다. 약육강식의 정글이 법칙이 철저한 교리로 적용되는 사회에서 약자들에 대한 차별이 서러움의 앙금으로 남는 현실은 꽃의 아름다움을 잊게 만듭니다. 경쟁에서 낙오된 사람들, 또는 낙오의 위험에서 절망하는 사람들은 인간 이하의 패륜과 저주 섞인 욕설과 반사회적 범죄로 역습합니다. 가슴이 따스한 사람이 그리워지는 정도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가슴의 온도를 측정해봐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루가복음에 나오는 백인대장은 가슴이 따스한 사람입니다. 그.. 2013. 6. 3.
가물어 메마른 땅에 가물어 메마른 땅에 (대한성공회 분당교회 5월 19일 성령강림대축일 설교 말씀) 인간은 나약 하지만 신앙은 강합니다. 모두가 포기하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신앙이 있는 사람들은 희망과 긍정의 끈을 절대 놓지 않습니다. ‘구름이 하늘을 가려도 태양은 여전히 빛나고 있음’을 믿고 희망의 불씨를 스스로 꺼버리지 않은 위대한 신앙인들이 역사를 바꾸고 새로운 삶의 좌표를 만들어 왔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외면하는 일들도 신앙인은 기쁨으로 해내면서 참된 가치를 실현하기도 합니다. 이기적인 사랑이 아닌 하느님의 사랑으로 세상을 새롭게 볼 수 있도록 하는 신앙의 힘이야말로 인간이 이룰 수 있는 ‘기적’이라 아니 할 수 없습니다. 그 기적은 다름 아닌 성령의 역사입니다. 인류의 역사는 그 기적들을 통해 발전해 왔고 하느님 .. 2013. 5. 19.
진정한 승리자 진정한 승리자 (대한성공회 분당교회 5월 12일 승천후주일 설교 말씀) ‘귀천’(歸天)이라는 시로 유명한 천상병 시인은 평생을 욕심 없이 살았다고 합니다. 그는 아내나 혹은 친구들이 집어주는 단돈 몇 푼만으로도 삶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그에게는 자식도, 돈도 없었습니다. 과거에 동백림 사건 때문에 억울한 누명을 쓰고 폐인이 될 정도로 고문을 받아 심신이 온전치 못했습니다. 그 때문에 수개월 동안 시립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도 그는 언제나 “좋다! 참 좋다!”라는 말을 진심으로 했다고 합니다. 생전의 천상병 시인 (출처 : 도서출판 답게) 歸天귀천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아침 이슬 더불어 손에 손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 2013. 5. 13.
사랑의 거듭남 사랑의 거듭남(대한성공회 분당교회 5월 5일 부활 6주일 설교 말씀) 하느님이 우리에게 주신 많은 선물 종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만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가까이 있는 가족이야말로 하느님께서 내게 주신 가장 고귀한 선물이라고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누구나 부모를 선택해서 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은 없습니다. 이 넓은 세상에서 하필이면 그 분들을 통해 이 세상에 태어나게 되었을까... 알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냥 하느님이 보내주신 것이라 할 수밖에요. 우리는 부모님의 자식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숭고하고 이타적인 것인가를 잘 알고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가 전해옵니다. 한 청년이 여인을 만나 사랑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여인은.. 2013. 5. 6.
교회 성장의 원동력 교회 성장의 원동력(대한성공회 분당교회 4월 28일 교회축성 14주년 부활 5주일 설교 말씀) 오늘은 우리 분당교회가 설립된 지 14주년을 맞는 뜻 깊은 날입니다. 우리에게 교회를 허락하시고, 인도하시어 교회의 지체로 공동체를 이루신 하느님을 찬양합니다. 14년이면 사람으로 치면 이제 청소년기에 들어서는 시기입니다. 청소년기는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자신의 삶의 방향과 정체성에 대해 질문하고 답을 구하는 매우 중요한 시기입니다. 지금 분당교회도 이러한 중대한 시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어떤 교회를 이룰 것인가를 고민하고 공동체적 합의를 해야 하는 시점에 이른 것입니다. 우리는 이 시대 이 지역사회에서 우리의 교회가 꼭 존재해야 하는 가치와 이유를 물어야 합니다. 우리 교회의 정체성 확립과 성장은 가장 .. 2013. 4. 28.
목자와 양 목자와 양(대한성공회 분당교회 4월 21일 부활 4주일 설교 말씀) 성경에서는 하느님과 백성들과의 관계를 여러 가지 비유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왕과 신하, 주인과 종, 남편과 아내, 어버이와 자녀 등등... 그 중에 가장 많이 여러 곳에 등장하는 비유는 목자와 양입니다. 어릴 때 목동이어서 양떼를 돌보았던 다윗은 시편 23편을 통해 하느님을 믿는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지를 감동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야훼는 나의 목자, 아쉬울 것 없어라...” 이 세상을 아쉬울 것 없이 산다면 아마도 가장 행복한 사람일 것입니다. 세상을 다 가져도, 가장 높은 지위에 올라도 아쉬울 것이 있고 부족하며 허기가 지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다윗은 하느님이 나의 목자가 되어 주신 것 하나만으로 아쉬울 것이.. 2013. 4. 20.
그러나 그러나(대한성공회 분당교회 4월 14일 부활 3주일 설교 말씀) 인생을 한 권의 책으로 비유하기도 합니다. 모든 사람이 각자 자신만의 책을 한 페이지씩 평생을 두고 써내려간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책은 몇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우선 한 번 쓰면 다시는 수정할 수 없습니다. 어느 누구도 한 번 지나간 삶을 돌이켜서 다시 고쳐서 살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책은 아무리 잘못 써도 찢어 없앨 수 없습니다. 아무리 부끄러운 흉과 허물이라도, 아무리 괴로운 사건이라도 한 번 지나간 일을 지우거나 없앨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기에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중하고 엄숙한 삶인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그 부끄럽고 괴로운 내용들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끝까지 간다고 생각하면 정말 고통스러운 일.. 2013. 4. 15.
종착지 종착지 (2013년 사순 2주일 설교 말씀) 길을 걸으면 길에 펼쳐진 세계가 나에게로 들어옵니다. 그리고 그 길은 나의 세계를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인생을 여행길로 비유하나 봅니다. 누구에게나 가야할 길, 가고 싶은 길, 가기 싫은 길이 펼쳐집니다. 누구든지 자기가 가고 싶은 길만 가려고 합니다. 화창하고 평탄하고 꽃들이 만발한 아름다운 길, 실패란 있을 수 없는 성공의 길을 꿈꿉니다. 때로는 가파른 언덕길을, 때로는 눈물 의 골짜기를 지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성공이라는 종착지를 향해 불가피 한 것이라면 기꺼이 받아들입니다. 그런데 인생이 우리에게 인도하는 길은 엉뚱하게도 전혀 다른 길일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나의 성공과는 거리가 먼 길로만 가기도 하고 감당하기 어려운 시련의.. 2013. 2. 24.
산에서 나와 봐야 산이 보입니다 오늘의 말씀 : 산에서 나와 봐야 산이 보입니다2013년 2월 3일 연중 4주일 설교 말씀 / 루가복음 4장 21절 ~ 30절설교 : 장기용 요한 신부님 지구 밖 우주를 처음 여행한 사람이 돌아와서 말했습니다. 지구가 푸른 별이라고... 지구가 푸른별이라는 것을 우주밖으로 나가서 비로소 알게 된 것입니다. 산속에서만 있으면 자기가 머무는 산이 어찌 생겼는지 모릅니다. 산에서 나와 봐야 산이 보이는 법입니다. 자기가 머물고 있는 곳에 안일하게 안주해서 그것이 세계의 전부라고 생각하면 우물 안 개구리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우물 안에 있는 개구리는 자신이 행복하다고 생각 할 수도 있습니다. 자기가 본 세계만이 전부라고 믿어버리면 그만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고민이나 희망도 필요 없습니다. 플라톤은 이것.. 2013. 2. 3.
2007년 9월 22일(토) 강론초고 (말씀의 씨를 뿌리시는 주님) 말씀의 씨를 뿌리시는 주님예수님은 이 세상에서 무엇을 하셨는가?우리의 죄를 위해 십자가에 달려 죽으시고 부활하셨다. 당연히 맞는 말이지만 이 대답은 일종의 스포일러(spoiler)^^다.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에 관한 신비는 예수님의 공생애를 함께 했던 사랑하는 제자들조차 예수님이 죽으시고 부활하시고 성령을 내리신 후에야 깨닫게 된 것이다. 이것은 인간의 추론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알려주시는 비밀이다. 십자가 사건과 부활사건과 성령강림을 깊이깊이 생각한 후에 다시 이 대답을 채택하기로 하자. 오늘 복음서의 비유를 말씀하신 우리 주님, 예수님은 한마디로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신 분이다.예수님이 하느님 나라의 일을 시작하시면서 받으신 세 가지 유혹은 하느님의 아들로서 어떤 방편으로, 어떤 능력으로, 어떤 지향으.. 2007. 9. 21.
[설교] 불을 지르러왔다, 시대를 분별하라 _ 루가 12:49~56 믿음은 말씀이 우리 안에서 불 타는 것 (루가 12:49-56) 8월 19일(연중20주일) 임종호(프란시스) 신부 믿음이 좋다는 것을 주관적인 확신의 강도가 쎄다는 걸로 이해한다면 이는 매우 얄팍하고 가벼운 판단이라 하겠습니다. 물 론 예수님은 사람들의 믿음을 눈여겨 보시고 “네가 믿는 대로 될 것이다”(마태8:13 외)고 하셨습니다. 이른바 '적극적 사고방식(긍정적 신념)'을 주장하는 이들은 이런 말씀들에 근거하여 긍정적인 믿음이 삶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능력이 된다고 강조합니다. 그건 분명 일리가 있습니다. 우리는 동물처럼 단순히 환경에 반응하지 않습니다. 영적인 인간으로서 우리는 자신의 믿음을 통하여 사고방식과 삶의 입장과 태도를 결정합니다. 하 지만 믿음은 우리 머리 속의 믿음이 아니라, 하.. 2007. 8.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