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436 거룩한 낭비- 경제로부터의 자유 거룩한 낭비- 경제로부터의 자유 어떤 실리나 보상 그리고 효율을 기대하지 않고 투자를 한다면 낭비가 될 것입니다. 우리는 가급적 낭비를 줄이려고 합니다. 그 어떤 분야에 투자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우리는 공부를 해도 그 어떤 반대급부를 얻을 것을 기대합니다. 하다못해 선물을 줄 때도 상대방의 감사하는 마음이라도, 또는 상대방의 호감이라도 얻으려고 합니다. 어떤 길을 갈 때에도 가급적 적은 노력으로 짧은 길로 빠르게 가려는 효율을 계산합니다. 이렇게 본다면 인간의 많은 행위가 ‘최소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는다는 경제 원칙에 의해서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합리적인 이유와 타당성이 없으면 행동의 동기가 없어지고 무의미한 일로, 시간과 재물과 정력의 낭비로 치부되기가 쉽습니다. 이렇게 본.. 2016. 3. 13. 아버지의 집으로 아버지의 집으로 미국 하버드 대학 심리상담학자이며 천주교 신부인 헨리 나우엔은 장애인 공동체에 가기 직전에 화가 렘브란트의 ‘탕자의 귀향’이라는 그림을 접합니다. 러시아를 방문할 때 진본을 직접 볼 기회가 있어서 하루 종일 앉아서 그림을 보며 장애인 공동체에 들어 갈 결심을 하게 됩니다. 렘브란트의 일생 자체가 돌아온 탕자와 비슷한 인생이기도 하거니와 그림이 담고 있는 영성의 깊이에 매료된 것입니다. 복음의 축소판이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는 헨리 나우엔은 이 그림을 소재로 글을 썼는데 ‘탕자의 귀향’이라는 책으로 출판되었습니다. 그림에서 붉은 망토를 걸친 아버지의 표정과 눈빛은 인자함과 거룩함의 광채가 풍겨 나오는 모습입니다. 그리고 돌아온 아들은 세상에서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는 밑바닥에서 온갖 고생을.. 2016. 3. 6. 회개의 열매 회개의 열매 작년 연말 뉴스에 종군 위안부 문제의 ‘최종적, 불가역적 합의’라는 말이 나왔을 때 눈과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한 일 양국 정부가 종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협상이 진행된다고 하는 보도를 접한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일본 정부 책임자가 사과를 하고 100억 원을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한 사업에 제공한다는 것으로 마침내 ‘최종적 불가역적’으로 타결을 했다고 하는 소식을 접하고는 과연 종군 위안부로 끌려가 일생을 고통 속에 살아온 할머니들이 받아들일 것인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이 합의로 말미암아 다시 정신대 할머니들의 피눈물 나는 증언을 상기하지 않을 수 없었고, 일본의 사과는 당연히 마음에도 없는 형식적인 것이라는 것이 불과 몇 시간 지나지 않아 드러.. 2016. 2. 28. 고난 속에 숨은 영광 고난 속에 숨은 영광 예수께서 제자 세 사람과 함께 산에 오르셨습니다. 그런데 예수께서 기도하시는 동안 그 모습이 변하여 눈부시게 빛났습니다. 그리고 천상에 존재한다는 모세와 엘리야와 대화를 하십니다. 깊이 잠들었던 베드로가 깨어나 예수의 영광스러운 모습과 함께 서 있는 두 사람을 봅니다. 베드로는 ‘우리가 여기서 지내면 얼마나 좋겠습니까?’하며 초막을 짓겠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하늘에서 ‘이는 내 아들, 내가 택한 아들’이라는 소리가 들립니다. 이는 일종의 초월적인 신비체험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예수야말로 천상의 존재이며 하느님의 아들이라는 것을 드라마틱하게 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 이야기를 그저 예수께서 신비로운 하느님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전하기 위한 것으로만 생각할 수는 없습니.. 2016. 2. 22. 네 번째 유혹 네 번째 유혹 예수께서 광야에서 악마의 유혹을 물리치는 과정을 두고서 여러 문인들이 글을 써 왔습니다. T. S 엘리엇은 시극 ‘대성당의 살인’에서 순교를 앞 둔 베케트 대주교에게 유혹자들이 나타나는 것으로 그렸습니다. 예수께서 광야에서 악마에게 세 번의 유혹을 받은 것처럼 물질과 권세와 명예에 대한 유혹에 덧붙여서 엘리엇은 의도적으로 순교함으로서 성인이 되라고 말하는 네 번 째 유혹자를 등장시킵니다. 베케트 대주교는 이 유혹자야말로 가장 교활하고 견디기 힘든 유혹이라고 말하며 물리칩니다. ‘선한 결과를 예측한 불순한 의도’이기 때문입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중에 ‘대신문관의 전설’이라는 대목 속에서 예수가 악마의 유혹을 거절함으로서 인류를 더욱 풍요롭고 고통 없이 살게 할 수 있.. 2016. 2. 14. 그러나 그러나 ‘그러나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니 그물을 치겠습니다.’ 베드로의 이 한 마디는 신앙인들의 순명이 어떠한 것인가를 가장 정확하게 말해주고 있습니다. 베드로는 고기잡이로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으로 나름 전문가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물을 어느 때 어디에서 쳐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아침에 깊은 곳으로 가서 그물을 치라는 예수님의 말씀에 대해 ‘밤새도록 애썼지만 한 마리도 못 잡았습니다.’라고 대답한 것입니다. 깊은 밤에 호수 언저리에서 그물을 치는 것이 대대로 내려온 고기잡이 방법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것을 보면 예수께서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치라’고 하신 말씀은 기존의 관습과 고정관념을 버리고 새로운 시도 또는 도전을 하라는 의미로 해석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새.. 2016. 2. 10. 마음 속의 촛불 마음속의 촛불 어둠을 밝히는 빛에는 내 몸 안에 있는 빛이 있고, 내 몸 밖에 있는 빛이 있습니다. 몸 안에 비치는 빛은 무지의 먹구름을 거두어내는 빛입니다. 사람으로서 살아야 할 이치를 깨닫는 것이고, 마음속에서 진리의 빛을 보는 것입니다. 또한 절망과 슬픔에 빠져있을 때 마음속에서 피어오르는 희망이,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아 외로움에 빠져든 사람들에게 찾아오는 사랑이 바로 몸 안을 밝히는 빛이 될 것입니다. 삶이 공허하고 보람도 의미도 찾지 못하는 인생의 방황 속에 마음속으로 찾아오는 하느님의 빛 역시 그렇습니다. 몸 밖에 있는 빛은 우선 우리 일상생활을 돕는 조명 기구의 빛을 생각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둠 저 편에서 검붉은 여명을 일어 올리는 태양이나, 밤하늘을 수놓는 별빛이나, 지금도 토끼가 절.. 2016. 1. 31. 변방에서 복음을 변방에서 복음을 며칠 전에 별세하신 성공회대학교 신영복 선생은 인류 문명의 역사는 언제나 변방이 새로운 역사의 중심이 되어왔다고 했습니다.(‘변방을 찾아서’, 2012) 오리엔트의 변방인 그리스 로마, 그리스 로마의 변방인 합스부르크와 비잔틴, 근대사의 시작이 된 네덜란드와 영국, 그리고 영국의 식민지 미국에 이르기까지 인류 문명은 그 중심지가 부단히 변방으로 변방으로 이동해 간 역사라는 것입니다. 역사의 사표가 된 인물들 역시 변방에서 나서 변방의 삶을 살았습니다. 인도의 마하트마 간디가 그랬고, 공자의 삶이 그랬습니다. 조선의 이성계 또한 변방인 동북면이 근거지였습니다. 때문에 사회를 발전시키고 역사를 변화시킬 원동력과 잠재력은 바로 이 변방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창조적이고 변화의 원.. 2016. 1. 24. 세례와 정체성 세례와 정체성 모든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가장 중요한 질문 중에 하나가 아마도 ‘나는 누구인가?’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라는 질문 역시 인간의 근본적이고도 영원한 숙제를 의미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평생을 살아도 풀리지 않는 이 질문에 대해서 명쾌한 답을 구하기는 어렵지만 성숙한 사람이라면 나름대로 자기 자신을 규정하는 정체성을 지니고 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가령 부모는 부모답게 어떤 역할과 책임을 지니고 있다고 하든지, 정치인이면 사회지도자답게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 종교인이면 그 종교인으로서 어떤 도덕성과 계율을 지녀야 한다든지 하는 것들을 알고 있습니다. 사람들마다 각자 자기가 어떤 사람으로서 살아야 하고 또 추구해야 할 바람직.. 2016. 1. 10. 별 따라 온 사람들 별 따라 온 사람들 동방박사 세 사람이 별을 따라 유다 예루살렘에 왔습니다. 그리고 유다인의 왕으로 나신 분이 어디에 계시는지를 사람들에게 묻습니다. 그들은 이방인이라서 유다인의 왕을 경배하러 올 까닭이 없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외교적인 행위로 이웃 나라의 사절이라면 모를까요. 그런데 이들이 새로 나신 유다인의 왕을 찾는 것을 보고는 헤로데 왕은 당황했으며 예루살렘이 온통 술렁거렸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유다인들은 새로운 왕의 탄생과 존재를 모르고 있던 것이었습니다. 오히려 이방인이 하늘의 징조를 알아보고 메시아 탄생을 경배합니다. 베들레헴에 도착한 그들은 아기 예수께 보물 상자를 열어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드립니다. 황금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고, 유향은 거룩하신 분께 드리는 것이며, 몰약은 시신이 .. 2016. 1. 3. 소년 예수 소년 예수 자식을 잃어버린 부모의 심정은 너무나 애달파서 장이 토막이 날 정도라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부모를 잃은 아이의 심정은 어떨까요? 아마도 갑자기 극도의 불안과 충격과 두려움에 휩싸일 것 같습니다. 해마다 과월절이 되면 이스라엘 사람들은 예루살렘 성전에 가서 제사를 드려야 했습니다. 그러니 그 기간에는 무수히 많은 인파가 예루살렘에 모였을 것입니다. 예수가 12살 때 가족들과 함께 예루살렘에 갔습니다. 그런데 예수의 부모는 집으로 돌아가고 예수는 예루살렘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고 합니다. 예수의 부모는 하룻길을 가고 나서야 예수가 보이지 않은 것을 발견했습니다. 여러 가족들과 친척들이 함께 움직이고 마치 난민들이 피난을 가듯 많은 사람들이 함께 길을 간다고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볼 .. 2015. 12. 26. [성탄대축일] 하늘에는 영광, 땅에는 평화 ‘하늘엔 영광, 땅에는 평화!’ 루가 복음에서는 예수님의 탄생의 경위를 비교적 소상하게 설명하고 성탄의 소식을 목자들에게 가장 먼저 전하는 것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마태복음에서 동방 박사들이 별을 따라와서 아기 예수 탄생을 경배한 것과, 요한복음에서 ‘말씀이 육신이 되셨다.’는 신학적 해석으로 설명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마르코 복음에서는 아예 예수 탄생의 사건에 대해서는 기록하지 않고 있습니다. 루가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신학적 입장이 드러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루가는 약자들과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가지고 정의와 평화를 이루시는 그리스도의 상을 그려주고 있습니다. 예수 탄생 당시 목자들은 때때로 남의 풀밭에 짐승을 몰고 가서 풀을 뜯게 하거나 자기 주인 몰래 양과 염.. 2015. 12. 25. 이전 1 ··· 21 22 23 24 25 26 27 ··· 3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