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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436

십자가에 달리신 '왕' 십자가에 달리신 '왕' 유다인들은 오랜 세월 동안 위대한 왕이 등장하기를 학수고대 했습니다. 그들이 꿈꾸었던 왕은 화려한 왕관과 제의를 입고 권좌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왕이었습니다. 그들이 바라던 왕은 모든 사람들을 다스리며 원수를 무릎 꿇리고 복종케 하는 왕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왕국이 영원토록 세상을 지배하는 희망을 품었습니다. 이런 왕에 대한 기대에 루가 복음서에서 하느님의 응답을 전합니다. 그 왕은 바로 해골산이라는 곳에서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입니다. 그의 머리 위에는 ‘유다인의 왕’이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다윗 왕과 같이 위대하고 강력한 권력을 가진 분이 아닙니다. 그 분은 단지 매우 불행한 사나이에 불과했습니다. 높은 권좌에 있지도 않고, 허리를 굽혀 충성을 다하는 신하도.. 2016. 11. 24.
두려워 말라 두려워 말라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고 한다면 과연 우리는 오늘 무엇을 할까요? 스피노자는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했습니다. 사과나무를 심는다면 그것이 자라고 열매를 맺을 때까지는 꽤 많은 해가 지나야 할 텐데 내일 당장 종말을 맞이한다면 그야말로 쓸데없는 일이라고 비웃음을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종말이 와서 열매를 얻는 것을 볼 수 없을지라도 지금 내가 희망을 가지고 묵묵히 자신의 일을 다 하는 것이야말로 모든 사람들이 가져야 할 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종말 앞에서 심한 공포를 느끼며 패닉에 빠지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종말의 그 날이 오면 과연 우리는 어찌 될까요? 많은 재난 영화들이 인류 최후의 날에 일어나는 현상들을 보여줍니다. 급격한 기상 변화로 말미암아 전 세계가.. 2016. 11. 13.
부활에 대한 토론 부활에 대한 토론 추풍낙엽. 가을바람에 마른 잎들이 우수수 떨어지고 있습니다. 가을의 깊은 맛은 이렇게 낙엽 흩어지는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여름에 태풍이 불어올 때 나무뿌리가 뽑히고 가지가 찢길지언정 잎은 떨어지지 않았는데 시나브로 떨어지는 것을 보면서 창조의 섭리를 보게 됩니다. 생명체가 모든 수고를 마치고 언젠가는 그 출발의 원점인 흙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준엄한 법칙을 바라보면서 우리 삶을 출발한 원점을 생각합니다. 가을을 사색의 계절이라고 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저 나뭇잎처럼 언젠가 돌아갈 본향을 바라보며 오늘의 나는 과연 제대로 살고 있는지, 어떤 열매를 안고 그 나라로 갈 것인지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종교와 신앙은 죽음이라는 절대적인 문제 앞에 선 인간에게 영생이라.. 2016. 11. 6.
행복의 깊이 행복의 깊이 1849년 12월 러시아 세묘노프 광장에 칼바람이 부는 사형대 앞에 28살 청년인 도스토예프스키가 서 있습니다. 그는 반체제 운동에 가담한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았던 것입니다. 사형 집행관이 외쳤습니다. " 죽기 전에 5분 동안 마음을 정리할 시간을 주겠다!" 도스토예프스키는 혼자서 말합니다.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는 먼저 가족과 동료들을 생각하며 기도합니다. “사랑하는 나의 가족과 친구들, 먼저 떠나는 나를 용서하고 나 때문에 너무 많은 눈물을 흘리지 마십시오. 너무 슬퍼하지도 마십시오.” 집행관은 2분이 지났음을 알렸습니다. “아, 후회할 시간도 부족하구나. 난 왜 그리 헛된 시간 속에서 살았을까. 찰나의 시간이라도 더 주어졌으면...” 그는 생각하면서 후회와 반성을 합니.. 2016. 10. 30.
두 사람의 기도 두 사람의 기도 기도는 하느님과의 대화입니다. 모든 사람이 하느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았으나, 우리는 기도함으로서 하느님과 특별한 관계에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우리는 기도를 통해서 하느님이 살아계시고 나와 함께 계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가 기도할 때 하느님 앞에 서게 되며, 하느님 앞에서 내가 어떤 존재인지를 알게 됩니다. 구약성서에서 욥이 폭풍 속에서 하느님의 음성을 들을 때 자신이 티끌보다 못한 존재임을 고백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때문에 기도 속에서 우리는 자신의 욕심과 집착과 교만을 버리고 하느님의 은총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사람임을 깨닫게 됩니다. 기도로 그 무엇인가를 채우기보다는 자신을 비우는 것, 이것이 영성생활의 출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예수께서 자신만이 옳다고 믿고 .. 2016. 10. 24.
포기하지 말라! 포기하지 말라! 가을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서서히 단풍이 드는 나뭇잎을 바라보면서 한 해의 수고를 마감하고 겨울을 준비하는 시간이 왔음을 알게 됩니다. 과연 어떤 소망을 간직하고 달음질 쳐 왔는가? 어떤 꿈과 기도 제목을 가지고 하느님과 대화 하고 있는가를 생각하게 됩니다. 가을을 사색의 계절이라고 하는 것은 가을 나뭇잎을 바라보며 삶의 중심을 되돌아보는 시간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사람들에게 꿈과 소망을 빼앗는다면 사는 의미를 잃게 되고 살아도 사는 게 아닌 것처럼 될 것입니다. 매일 기계적으로 지루한 일상이 반복된다면 삶은 정체될 것이고 이는 곧 무덤을 향해 한 걸음씩 다가가는 것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누구나 꿈과 소망을 가져야 삶의 의미와 보람을 얻게 될 것입니다. 인류의 역사는 꿈꾸는 사람들에 .. 2016. 10. 17.
은총을 두 배로 받는 법 은총을 두 배로 받는 법 선물을 주었는데 받는 사람이 감사하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면 선물 준 사람의 기분은 별로 좋지 않을 것입니다. 아니면 선물이 마음에 들지 않을까, 뭐가 부족한가, 혹시 좋지 않은 감정이 있는지를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감사의 인사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고 또 인간관계를 더욱 깊게 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어떤 젊은 30대의 남성이 치명적인 암에 걸렸습니다. 부인도 있고, 3살짜리 아이도 있습니다. 의사들마다 그의 치료를 포기했습니다. 그런데 그 암에 관련해서 최고의 권위를 가지고 있는 한 의사가 그의 수술을 시도했습니다. 수술 전에 그는 이 수술은 매우 위험해서 자칫 환자가 죽을 수도 있으나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했습니다. 9시간이나 되는 장시간의 대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나 이 .. 2016. 10. 10.
신실한 믿음, 신실한 종 신실한 믿음, 신실한 종 예언자 하박국이 활동하던 시대는 이스라엘이 이민족의 침략으로 멸망을 앞두고 있던 때입니다. 하박국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고통 받는 상황에서 하느님에게 항의를 합니다. “야훼여, 살려달라고 울부짖는 이 소리, 언제 들어주시렵니까? 이 고생살이를 못 본 체하십니까? 보이느니 약탈과 억압뿐이요, 터지느니 시비와 말다툼입니다. 법은 땅에 떨어지고 정의는 끝내 무너졌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끝내 악인은 심판을 받고 이스라엘에 새날이 올 것이다. 그러니 희망을 가지고 마음을 고쳐먹고 끝까지 신실함을 잃지 말라고 하십니다. “의로운 사람은 그 신실함으로 살리라!” 아무 대가나 보상을 기대하지 않고 하느님을 믿을 수 있을까요? 재난과 공포 앞에서 하느님을 원망하지 않고 오히려 신실한 믿음을 지닐 .. 2016. 10. 2.
자비심 없는 죄 자비심 없는 죄 ‘부자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는 낙타가 바늘귀로 빠져나가는 것이 더 쉬울 것이다.’(마태 19:24) 예수께서는 부자에 대한 편견을 가지신 것일까요? 부자와 재물에 대한 경고는 항상 엄중할 뿐만 아니라 재물을 하느님 나라의 적인 것처럼 말씀하실 때도 있습니다. 물론 탐욕스럽게 재물을 모으고 주변 사람들을 괴롭히는 경우야 말 할 것도 없지만 ‘부자와 나자로’의 비유에서 부자는 별다른 이유 없이 지옥의 불길 속으로 던져진 것 같습니다. 부자는 화려하고 값진 옷을 입고 날마다 호화로운 생활을 했습니다. 그리고 거지 라자로는 부자의 식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로 주린 배를 채웠다고 했습니다. 부자는 무슨 죄를 지었을까요? 그리고 라자로는 천국에 갈만큼 선행을 했는가요? (부자와 라자로, .. 2016. 9. 26.
뱀 같은 슬기 뱀 같은 슬기 ‘너희는 뱀같이 슬기롭고 비둘기같이 양순해야 한다.’(마태 10:16) 예수께서는 세상에 제자들을 보내시면서 마치 양을 이리떼 가운데 보내는 것과 같은 심정으로 이렇게 당부하셨습니다. 높은 이상을 가진 사람, 순결하고도 도덕적인 양심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세상은 매우 험난하고 위험하기도 합니다. 너무 순진해서 속기도 쉽고 이용당하기도 쉽습니다. 그래서 순수한 신앙인이 가져야 할 것이 바로 뱀 같은 지혜입니다. 어떤 청지기가 주인의 재산을 낭비한다고 하기에 주인은 그 청지기를 해고하려고 합니다. 청지기는 실직을 하면 앞으로 살 길이 막막해서 꾀를 내어 빚진 사람들을 불러다가 대출 장부를 조작합니다. 기름 백말을 빌린 사람은 오십 말로, 밀 백 섬을 빌린 사람은 팔십 섬으로 적게 해서 훗날 .. 2016. 9. 19.
한 사람 한 사람 자동차 판매 사원인 주인공이 딸에게 줄 생일 케이크를 자동차 뒷좌석에 싣고 집으로 달려갑니다. 터널을 통과하는 순간 갑자기 터널이 붕괴되어 갇힙니다. 휴대 전화로 부인과 119에 연락해서 구조를 요청합니다. 급히 출동한 구조대원들은 터널이 붕괴되어 무너진 산을 뚫고 안에 있는 사람을 구조해야 하는 어려움에 처합니다. 어느 위치에 사람이 있는지 알 수가 없는 와중에 간신히 알아낸 환풍기 번호로 파악된 위치도 원래 설계대로 시공이 되지 않은 까닭에 오랜 기간 동안 진행된 시추 작업이 헛일이 되고 맙니다. 터널 밖에서는 고위층 사람들이 구조작업을 격려하고 사진을 찍고는 돌아가고, 기자들은 최장 시간 고립에 초점을 맞추어 보도를 합니다. 구조 작업은 지연되고 40일, 50일을 넘게 됩니다. 주인공은 실.. 2016. 9. 12.
자기 십자가 자기 십자가‘누구든지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 오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고 예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예수께서는 십자가를 어디서 구해오라거나, 새로 만들라고 하지 않으셨습니다. ‘자기의 십자가’를 짊어지라고 하셨습니다. 이 말씀에는 우리 각자에게 이미 주어진 십자가가 있다는 뜻이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자기 십자가는 발견하는 것이지 만들어 내거나 어디서 구해오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말로 한다면 십자가는 우리의 선택이 아니라는 말씀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자기 십자가는 하늘로부터 오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것을 무시할 수도 있고, 거부할 수도 있고, 또 부인할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는 미워할 수도 있습니다. 반면에 그것을 짊어지고 예수님을 따를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2016. 9.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