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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설교

성공회분당교회는 복 받은 사람들!

by 분당교회 2022. 2. 13.

오늘 분당교회에서 마지막 설교를 드리게 되었네요. 지난 한 주간 내내, 어떤 말씀을 나누어야할지 기도해도 생각이 정리되지 않아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먼저 지난 5년간 부족한 저의 설교를 경청해 주신 교우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지난 5년간 제가 나눈 설교 중에 많이 들으셔서 기억나는 단어들이 있으실 겁니다. 하느님의 나라, 공평, 정의 등등. 히브리어로도 기억하시죠? 헤세드 - 사랑, 쩨다카 - 분배적 관계적 정의, 미슈파트 - 사법적 정의. 

 

그래서 제가 자주 말씀드린 표어가 있지요. “하느님의 사랑으로 공평과 정의를 행하는 우리는 세상의 빛!”

 

교회는 하느님 나라 운동을 시작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몸이기에, 이 시대 이 땅에서 공평과 정의를 행함으로 하느님의 나라를 일구어가는 희년 공동체입니다. 

 

지난 5년을 돌아보면, 성공회 분당교회 교우 여러분 모두 한 마음이 되어 아름답고 건강한 주님의 교회를 세워오셨습니다. 깊이 감사드립니다.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그래서 오늘 저는 “성공회 분당교회는 복 받은 사람들입니다!”라는 제목으로 말씀을 나누고자 합니다. 여러분은 어떤 복을 받으셨다고 생각하시나요?

 

보통 사람들은 성공하고 돈 벌어 넓은 집, 좋은 차를 끌면 ‘잘 산다’고 말하고 “저 사람 복도 많아”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을 보면,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복은 세상의 복과는 전혀 다릅니다. 

 

가난한 사람이, 지금 굶주린 사람이, 지금 우는 사람이, 사람의 아들 때문에 미움을 받고 쫓기고 누명을 쓴 사람이 복이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하지만, 세상 사람들은 이런 사람들을 향해 ‘지지리도 복이 없다’고 말합니다. 심지어는 저주 받은 인생이라고 여깁니다. 

 

그런데 이런 반성경적인 생각이 한국교회 안에 널리 퍼져 있습니다. 전에 섬기던 오산 세마대교회에서 운영하는 지역아동센타 생활복지사님이 장로교회 여선교회장이셨는데, 목사님이 자주 “가난은 저주다, 예수 잘 믿어야 복 받는다”고 설교해서 힘들어하시다가 임기를 마치자마자 우리 교회로 전입하셨습니다. 

 

그렇다면 “가난한 사람은 복이 있다”고 하시는 예수님의 말씀에서 가난한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을 말씀하시는 걸까요?

 

먼저, 실제 절대적인 가난, 구조적인 가난에 처한 사람들을 말합니다. 

 

예수님 당대의 사람들은 로마제국의 식민지 지배 하에서 견딜 수 없는 착취를 당했습니다. 고리대금과 국가와 성전에 내는 세금을 피해 고향을 떠나 유랑하는 무리들이 많았습니다. 

 

어제 묵상한 복음을 기억하시나요? 빵 7개와 물고기 몇 마리로 4천명을 먹이신 기적이야기입니다. 오병이어 기적이야기도 그렇고, 이런 급식기적이야기들은 다 당대 정치사회적 이유로 인한 구조적 가난이 배경이 되는 이야기들입니다. 

 

‘우는 사람들’ 또한 자연사나 질병으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눈물짓는 사람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런 슬픔은 인간이면 누구나 갖는 일반적인 감정입니다. 

 

루가가 말하는 눈물은 제국의 횡포로 인해 고통 받는 식민지 백성들이 흘리는 한의 눈물입니다 일제 강점기에 독립운동을 하시던 선조들이 흘린 한의 눈물과 같은 것입니다.

 

성서를 보면 이렇게 사회경제적으로 가난하고 굶주리고 우는 사람들이 누구보다도 먼저 예수님 앞에 나왔습니다.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듣고 그 나라에 들어가는 구원을 누렸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그 누구보다 행복한 사람들인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바로 알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가난해도 세속의 가치관에 사로 잡혀 물질의 부요만을 복으로 여기며 욕심에 가려 하느님을 무시한다면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가난한 사람이 복이 있다고 말씀하셨다고 해서, 부자가 구원의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말은 결코 아닙니다. 성서는 가난을 사회경제적인 차원으로만 이해하지 않습니다. 

 

오늘 복음 22절을 보면, “사람의 아들 때문에”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예수님 때문에 가난해지고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에 순종하고자 스스로 가난해 지고 고난을 겪는 사람입니다. 

 

루가복음 19장에 나오는 자캐오와 같은 사람들 말입니다. 이를 자발적 가난이라고 합니다. 성서는 이렇게 경건한 사람을 가난한 사람이라고 부릅니다. 

 

사회경제적으로 가난해도 그 마음에 욕심이 가득하면 하느님을 의지할 수 없고 악한 세상과 타협하고 굴종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구원에서 먼 사람들입니다. 

 

부자여도 하느님만을 의지하며 그 말씀에 순종하여 자발적 가난을 살아가는 경건한 사람이 있습니다. 구원에 이르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마태오는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행복하다”고 말했습니다. 마음이 가난하다는 것은 하느님만을 믿고 의지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읽은 독서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예레 17:7, “나를 믿고 의지하는 사람은 복을 받으리라.” 

시편 1:1-2, “복되어라, 악을 꾸미는 자리에 따라 가지 않고 죄인들의 길을 거닐지 않으며 조소하는 자들과 어울리지 않는 사람, 주께서 주신 법을 낙으로 삼아 밤낮으로 그 법을 되새기는 사람” 

 

2독서에는 복이라는 단어는 나오지 않지만, 1고린 15장19절을 거꾸로 읽으면 이렇습니다. “만일 우리가 하느님의 나라에 희망을 걸고 있다면 우리는 누구보다도 가장 복 받은 사람일 것입니다.”

 

이렇게 하느님만을 의지하여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떤 복을 받는지 오늘 1독서와 시편은 이렇게 말합니다. 

예레 17:8, “물가에 심은 나무처럼, 개울가로 뿌리를 뻗어 아무리 볕이 따가워도 두려워하지 않고 잎사귀는 무성하며 아무리 가물어도 걱정 없이 줄곧 열매를 맺으리라.”

시편 1:3, “그에게 안 될 일이 무엇이랴! 냇가에 심어진 나무 같으니 그 잎사귀가 시들지 아니하고, 제철 따라 열매 맺으리.”

 

하느님만을 믿고 의지함으로 누리는 하느님의 축복을 ‘푸른 잎이 무성하고 열매 맺는 나무’라는 이미지로 표현했습니다. 저는 성공회분당교회 여러분이 바로 이런 복을 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푸르른 잎이 무성하여 새들이 깃들여 쉬는 나무입니다. 

지난 5년간 40여명의 새 가족이 분당교회라는 나무에 깃들여 함께 하느님의 은총을 누리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열매 맺어 사람들에게 생명을 주는 나무입니다. 

3년째 계속되는 코로나 재난으로 많은 교회들의 재정이 20-30% 감소되었는데, 2021년 분당교회 작년 결산을 보니, 예산을 초과 달성했습니다. 월세와 관리비 대출 이자를 낼 뿐 아니라, 재정의 20%을 선교구제비로 흘러 보냈습니다. 대출금도 지난 3년간 9천만 원이나 갚았습니다.

 

성공회분당교회가 푸르른 잎이 무성한 나무, 싱그러운 열매를 맺어 나누는 나무로 튼실하게 자라나고 있으니, 분당교회의 지체된 여러분은 한 사람 한 사람은 그 누구보다 하느님의 복을 받아 누리는 사람들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더욱 하느님만을 의지하고 그 말씀대로 행하여 세상을 복되게 하는 희년의 공동체로 성장해 가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오늘 말씀으로 만든 찬양이 있어 함께 부르며 서로를 축복하고 싶습니다. 

 

“너는 시냇가에 심은 나무라

 하느님의 사랑 안에 믿음 뿌리 내리고

 주의 뜻대로 주의 뜻대로 항상 살리라

 

 주의 시절을 쫓아 구원 열매 맺으면

 주의 영화로운 빛 너를 보호하리니

 주의 뜻대로 주의 뜻대로 항상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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