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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설교

새로운 존재가 되어 새로운 삶을 살게 하는 세례!

by 분당교회 2022. 1. 9.

1월

용혜원

 

1월은

가장 깨끗하게 찾아온다

새로운 시작으로

꿈이 생기고

왠지 좋은 일이 있을 것만 같다

 

올해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어떤 사람들을 만날까

기대감이 많아진다

 

올해는

흐르는 강물처럼 살고 싶다

올해는

태양처럼 열정적으로 살고 싶다

 

올해는

먹구름이 몰려와

비도 종종 내리지만

햇살이 가득한 날들이 많을 것이다

 

올해는

일한 기쁨이 수북하게 쌓이고

사랑이란 별 하나

가슴에 떨어졌으면 좋겠다

 

성부와 성자와 성의 이름으로 말씀을 나눕니다.

 

성공회의 특징 중에 하나가 교회력으로 예배하는 것입니다. 교회력이란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기억하는 장치입니다. 이렇게 교회력으로 예배드리는 이유는 우리의 구원을 위해 사람으로 오시어 십자가에서 죽임 당하시고 부활하신 예수님께 영광을 돌리며 그분을 따르고 닮아가기 위함입니다. 

 

교회력은 성탄절과 부활절을 두 축으로 해서, 성탄절 4주 전 주일을 대림1주일로 해서 새로운 한 해를 시작했습니다. 성탄절을 지나, 8일째 되는 날 1월1일은 ‘거룩한 이름 예’수 축일을 지키고, 지난 목요일 1월 6일은 ‘공현대축일’이었습니다. 

 

공현이란 ‘공적으로 드러난다는 의미’로, 공현절에 구세주로 오신 예수님이 세상에 공적으로 드러나신 사건을 기념합니다. 

 

공현일에는 예수님이 최초로 사람들에게 드러난 사건인, 동방에서 온 박사들이 아기 예수님께 황금과 몰약과 유향을 드리며 경배한 마태복음을 읽습니다. 

 

그런데 먼 동방에 사는 이방인들이 예수님을 만나는 은총을 누리게 된 것은 빛의 인도를 받아서입니다. 

 

이 시대에도 하느님을 모른 채, 아니 무시한 채, 세상의 질서와 가치관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예수님께 인도할 빛은 무엇일까요? 

 

교회입니다. 어둠을 밝히는 빛, 진리를 앙망하는 이들을 진리이신 주님께 인도할 빛, 그 빛이 교회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성공회분당교회는 이 의미를 담고자 표어를 만들어 마음에 새기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사랑으로 공평과 정의를 행하는 우리는 세상의 빛!”

 

오늘, 주님의 세례 축일은 예수님이 세례자 요한에게 가서 세례를 받으신 사건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주님의 세례 축일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무엇일까요? 

 

이를 알기 위해서 먼저, 요한이 전개한 세례운동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요한이 전개한 세례운동은 회개운동이었습니다. 회개란 인식의 전환에서 출발하여 삶의 변화까지 총칭하는 말입니다. 하느님 나라 백성으로 살지 못한 삶을 돌이켜 하느님 나라 백성답게 살겠다는 결단이 회개입니다. 

 

이스라엘에서 원래 세례는 원래 이방인이 회개하고 하느님을 믿는 백성이 될 때, 즉 유대교로 개종할 때 받는 것입니다. 하지만 타락한 이스라엘이 모두 하느님을 모르는 이방인처럼 살고 있었기에 요한은 회개를 선포했습니다. 요한 이렇게 회개하고 물세례를 받으면 하느님께 죄 사함을 받아 메시아가 오는 날 있게되는 하느님의 심판을 피할 수 있다고 선포했습니다. 

 

율법에 따르면, 죄 사함은 성전에서 드리는 제사를 통해서만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성전은 제사를 통해 돈 벌이를 하는 종교 정치 기득권자들의 사업체로 타락했습니다. 당시 성전은 제사를 드리는 기능만이 아니라, 돈이 가장 많이 모이는 오늘날로 말하면 금융자본의 본산인 은행 같은 역할을 했습니다. 

 

제사장은 종신직입니다. 그런데 당시 제사장의 임기가 평균 5년이었다고 합니다. 로마권력에 돈을 더 많이 내는 사람이 제사장으로 임명되고 임명받은 사람들은 재임하는 동안 투자한 돈보다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이고자 성전 제사를 이용했기에 예수님께서는 성전이 강도들의 소굴이 되었다고 비판하신 것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요한이 성전 제사가 아닌 물세례를 통해서 죄 사함을 받도록 했다는 것은 타락한 성전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는 권력의 카르텔에  맞서는 저항운동 운동이기도 했습니다. 

 

우리와 똑 같은 사람으로 오신 예수님이 죄인들이 받는 세례를 받으심으로 죄인들인 우리들과 하느님이신 자신을 동일시한 사랑의 사건입니다. 이 사랑으로 예수님은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서 죽으신 것입니다.

 

그리고 예수님이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심은 세례자 요한이 전개한 저항운동을 지지하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다만 요한에게 회개는 심판을 피하기 위한 소극적인 의미가 있는 것이었는데, 예수님에게는 구원으로 도래하는 하느님 나라를 받아들이는 것이었습니다. 

 

예수님은 세례를 받으시면서 로마의 황제가 아닌 하느님만을 왕으로 모시는 하느님 나라를 이 땅에 일구어가는 운동을 전개하신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 예수님이 세례를 받으시는 장면이 나옵니다.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시고, 침례죠, 기도를 하고 계실 때 하늘이 열리며 성령이 비둘기 형상으로 그에게 내려오셨고 하늘에서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요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라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라는 표현은 이스라엘 왕의 대관식 때 선포되는 시편 27편 7절의 말씀입니다. 이 말이 들려왔다는 말인즉 예수님의 세례가 메시아로서 즉위하는 임직식이라는 말입니다. 

 

성령이 임했다는 말은 예수님께서 메시아 사역을 수행하도록 하느님의 능력이 부어진 것을 말합니다. 구약시대에는 왕, 제사장, 예언자라는 하느님의 특별한 직무로 쓰임 받는 특별한 사람들을 기름을 부어주며 성령의 기름부음을 나타냈습니다. 지금 그러한 임직식이 이루어진 것입니다. 이 날 이후로 예수님은 이 땅에 하느님의 나라가 임하게 하는 메시아로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되었습니다. 

 

이와 같이 세례란 하느님이 부여하는 새로운 직무에 따른 새로운 사역을 감당해 가는 새로운 출발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이 새로운 인생을 살아감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성령의 기름부음입니다. 

 

우리에게도 세례의 의미는 동일합니다. 예수님에게 세례가 공생애를 시작하는 메시아  취임식이었다면, 우리에게 세례는 하느님 나라 백성이라는 공적인 인생을 시작하는 사제들이 하는 서품식과 같은 것입니다. 

 

오늘 2독서를 보면, 필립 집사의 전도를 받고 물세례를 받는 사마리아인들에게 베드로와 요한이 가서 안수기도를 통해 성령 세례를 베풉니다. 하느님 나라 백성이라는 공적인 인생을 새로운 삶을 살도록 하느님께서 성령으로 기름 부어 주시는 것입니다. 

 

베드로와 요한이 사마리아 새신자들에게 성령세례를 위해 안수 기도한 것이 우리 교회에서 행하는 견진성사입니다. 1년 한 번 주교님이 오시면 물세례를 통해 죄 사함을 받고 하느님의 자녀가 된 사람들이 세상에 나가 왕, 제사장, 예언자라는 그리스도의 삼중직을 살아가도록 성령을 능력이 부어지도록 안수기도 하는 것이 견진성사입니다.

 

성령세례를 통해 성령으로 충만해지는 특정한 경험이 있습니다. 예수님은 늘 성령의 인도를 받으셨지만, 공식적인 외부 활동의 첫 시작이었던 세례의 순간에 이런 특별한 경험을 하셨고 늘 성령님과 동행하며 메시아 사역을 감당하셨습니다. 

 

제자들도 오순절 사건 이전에도 성령님의 일하심과 권능을 경험했지만, 오순절에 성령 세례를 받은 후 능력 있는 증거자들이 되었습니다.  

 

하느님 나라 백성답게 능력 있는 그리스도인으로 살기를 갈망하는 자라면 누구든지 성령 충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루가복음 11장을 보면, 하느님께서는 진실한 마음으로 구하는 자에게 성령을 부어주십니다. 13절, “너희가 악하면서도 자녀에게 좋은 것을 줄줄 알거든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야 구하는 사람에게 더 좋은 것 곧 성령을 주시지 않겠느냐?” 

 

성령 충만은 결코 일회적인 사건이 아닙니다. 바울로는 에베소의 그리스도인들에게 계속하여 “성령의 충만을 받으라(에페 5:18)”고 말합니다. 사도행전을 보면, 제자들은 거듭하여 성령의 충만함을 받습니다. 

 

물세례는 단 한 번 받는 성사이지만, 성령세례는 믿음의 여정에서 반복되어야 하는 하느님의 은총입니다. 그래서 교회는 성세성사 견진성사의 효과가 지속되도록 하고자 성체성사를 거듭 반복합니다. 

 

성찬기도 중에 이렇게 성령청원기도를 드립니다. “이 생명의 빵과 구원의 잔을 받는 모든 이에게, 그리고 영상으로 이 예배를 드리는 모든 이에게 성령을 내리시어 하늘의 축복을 나누게 하시고, 자신의 몸과 영혼을 하느님께 드리어 합당한 산 제물이 되며, 예수 그리스도와 한 몸이 되게 하소서.” 

 

이 기원문처럼, 오늘 성당에서 또 영상으로 예배를 드리는 여러분에게 성령님이 충만하게 임하기를 기도합니다. 주님과 하나 되고 성령으로 충만하기를 갈망하며 성찬례에 임하시면 우리 예배 가운데 임재하시는 성령님으로 충만케 되실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교우 여러분 모두가 2022년 새 해에도 성령으로 충만하여 세례 받은 신자답게, 하느님 나라 백성으로 살아가기를 바라십니다. 

 

특별히 오늘 1독서 말씀은 이렇게 살아갈 여러분 모두를 격려하는 말씀입니다. 2022년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는 여러분 모두에게 주시는 약속의 말씀입니다. 

 

몇 구절을 읽어드릴 때 마음으로 깊이 새기시기 바랍니다. 눈을 감고 들어보십시오.

  1절, “두려워하지 마라. 내가 너를 건져주지 않았느냐? 내가 너를 지명하여 불렀으니, 너는 내 사람이다.

  2절, 네가 물결을 헤치고 건너갈 때 내가 너를 보살피리니 그 강물이 너를 휩쓸어가지 못하리라. 네가 불 속을 걸어가더라도 그 불길에 너는 그을리지도 타버리지도 아니하리라. 

  4절, 너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나의 귀염둥이, 나의 사랑이다. 

  7절, 너희는 내 백성이라고 불리는 것들, 나의 영광을 빛내려고 창조한 내 백성, 내 손으로 빚어 만든 나의 백성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오늘 1독서로 만든 찬양이 있어 함께 불러보길 원합니다. 

 “나의 안에 거하라 나는 네 하나님이니 모든 환난 가운데 너를 지키는 자라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널 도와주리니 놀라지 말라 네 손 잡아 주리라

 내가 너를 지명하여 불렸나니 너는 내 것이라 내 것이라 너의 하나님이라

 내가 너를 보배롭고 존귀하게 여기노라 너를 사랑하는 네 여호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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