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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설교

서울교구장 신년교서

by 분당교회 2022. 1. 2.

서울교구장 신년교서

 

2022년 임인년 새해 첫주일입니다. 검은 호랑이의 해를 맞이해 “호랑이 눈으로 세상을 통찰하고 소의 걸음으로 천리를 가라.”는 호시우보虎視牛步라는 고사성어로 격려하더군요. 저는 “예수님의 눈으로 세상을 통찰하고, 성령님과 동행하는 2022년이 되라.”는 말씀으로 새해 축복의 인사를 전합니다. 

 

2021년을 마감하고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는 지난 주간에는 많은 분들의 별세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강승희(휘데스)교우의 남동생분이 아직 70세도 안 되셨는데 지병으로 별세하셨고, 노윤선(엘리사벳)교우의 시부님께서 향년 78세로 별세하셨습니다. 슬퍼하시는 유족들에게 주님의 위로가 함께 하시기를 기도드립니다.

 

안타까운 것은 두 분 다 예수님을 믿지 않으시고 돌아가셨는데, 잠시 “비신자을 위한 별세기도문”으로 두 분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전능하신 하느님, 주님께서는 죄인의 죽음을 원치 아니하시고 다만 모든 인류가 구원받기를 원하시나이다. 비오니, 이 세상을 떠난 강승희 교우의 남동생과 노윤선 교우의 시아버지 김영만님의 영혼을 불쌍히 돌아보시고 그들을 위한 우리의 기도를 들으시어 마지막 심판의 날에 엄히 심판치 마시고 주님의 자비로 안식을 누리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함께 영원히 사시며 다스리시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기도하나이다. 아멘“

 

또 지난 주일에는 전 세계 성공회 신자들이 사랑하고 세계 시민들이 존경하는 남아공 성공회의 데스몬드 투투 주교님이 향년 90세로 별세하셨습니다. 

 

아프리카 대륙은 400여년 넘게 유럽대륙들의 식민지 침략과 약탈로 모든 것을 빼앗겼습니다. 그런데 투투 대주교님은 “온갖 자원들, 심지어 인간을 노예로까지 다 빼앗겼는데, 한 가지 남겨놓고 간 것이 있다. 그것이 무엇인가? 성경”이라고 말씀 하셨습니다. 

 

이토록 성경을 사랑하신 주교님은 로마서 5장 8절, “우리가 아직 죄인 되었을 때에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죽으심으로,”라는 말씀을 마음에 담고 하느님께서 십자가의 은혜로 우리를 사랑하신 대로, 용서와 화해를 선포하시며 인종차별이 극심한 아프리카를 평등하고 정의로운 사회로 변화시켜 가셨습니다. 그 공로로 1984년 노벨평화상까지 받으셨습니다.

 

투투 주교님이 별세하신 12월26일 성스테파노 축일에 저스틴 웰비 켄터베리 대주교가 쓰신 추모글이 있습니다. 교회 단톡방에 올려있으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이 시간, 별세하신 투투 주교님을 위해서도 잠시 기도하겠습니다. “우리의 목자 되시는 주 하느님, 주님의 종 투투 주교에게 주님의 양들을 맡기시고 정성을 다해 돌보게 하셨으니 감사하나이다. 투투 주교에게 성령을 부으시어 인종차별과 가난으로 고난 받는 흑인들을 사랑으로 섬기고 그들을 차별하고 억압하는 모든 악에 저항하며, 십자가의 사랑으로 용서와 화해의 복음을 선포하여 평등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일구어 가는 일에 헌신함으로 세상의 찬란한 빛이 되게 하셨나이다. 비오니, 우리도 투투 주교가 보여주신 신앙을 본받아, 어두운 이 세상에서 하느님의 사랑으로 공평과 정의를 행하는 세상의 빛으로 살아가게 하소서. 이는 성부와 성령과 함께 한 분 하느님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하나이다. 아멘”

 

이제 서울교구장 이경호 베드로 주교님의 신년 사목 교서를 전해드리겠습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새해가 시작되었지만, 코로나 19 감염증은 여전히 우리의 신앙생활과 일상의 삶을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전 지구 차원의 기후위기, 생태위기도 매우 심각한 상황입니다.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는 정치적 분쟁과 전쟁의 위험, 인권 침해와 사회 곳곳에서 만연한 차별과 편견 그리고 혐오와 갈등은 우리를 더욱 힘들게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교회는, 어떻게 주님의 몸을 이룰 수 있는지…. 어떻게 교회의 역할과 사명을 감당할 수 있을지…. 어떻게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면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함께 연대하고 협력하여 이 위기를 이겨낼 수 있는지…. 기도 가운데 대안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 서울교구는 ‘신자에서 제자로!’, ‘주님의 제자, 세상을 위한 교회’라는 표어 아래 우리 교회가 건강한 주님의 교회로 거듭나도록 애써왔습니다. 지난해에는 “친교의 신앙으로 선교하는 제자공동체”로 표어를 정하고 올 해도 계속 이 표어를 사용하고자 합니다. 

 

이는 주님의 몸인 교회를 이루고 있는 성직자와 신자들이 거룩한 친교로 일치를 이루어야만 사목과 선교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성직자와 신자들이 거룩한 친교와 상통으로 일치를 이룰 때, 우리가 드리는 기도와 전례를 통해 하느님의 은총을  누리며 치유와 회복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교회 안에서 거룩한 친교로 일치를 이룰 때 인격의 변화, 삶의 변화가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그럴 때 우리 교회는 영적인 성장과 성숙을 이룰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교회는 서로를 위해서, 서로 함께, 서로를 향해서 존재하시는 성부 성자 성령 하느님의 존재 방식을 본받아, 거룩한 친교로 일치를 이루는 신앙공동체입니다.

 

그래서 요한복음 13장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라는 말씀을 2022년 주제 성구로 정했습니다. 주님은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라고 말씀하십니다. 

 

환대의 삶과 십자가로 몸소 사랑의 본을 보여 주신 예수님께서는 그 사랑을 본받아 서로 사랑하라고 말씀하십니다. 그 사랑으로 더 깊은 일치와 연대를 이루고 하느님의 생명과 진리가 온 누리에 가득하도록 힘쓰라고 요청하십니다. 

 

우리는 하느님께서 베푸신 사랑의 힘, 은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그 사랑의 힘으로 주님 가신 그 길을 따르는 사람들입니다. 그 사랑의 힘으로 변화와 성장, 성숙을 꿈꾸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그 사랑의 힘과 능력으로 하느님의 구원, 새로운 세상, 하느님 나라를 만들어가는 주님의 제자들입니다. 주님은 우리에게 서로 사랑하라는 새로운 계명을 주셨고, 우리가 서로 사랑하면 그것이 제자의 표가 될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사랑하는 성직자, 수도자, 교우 여러분, 교회는 이 세상 한가운데서 우리를 구원하신 주님의 사랑과 능력을 드러내야 합니다. 진실한 사랑과 우정에는 언제나 자기희생이 따릅니다. 자기희생 없는 사랑이나 우정은 거짓입니다. 

 

교회의 복음적 사랑과 능력은 규모와 업적으로 드러나지 않습니다. 주님은 단 두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여 함께 예배하고 기도하면 그곳에 함께 하시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주님을 중심으로 함께 할 때 복음의 능력은 드러날 것입니다. 

 

서울교구는 이 믿음으로 2022년 새해부터 “신앙(신학) 운동과 신심(기도) 운동”을 전개하려고 합니다. 역사적으로 교회는 신앙 운동과 신심 운동으로 교회를 쇄신해왔습니다. 

 

신앙(신학)은 성서와 전통과 이성을 통한 공동체의 성찰과 해석입니다. 성직자들이 신자들과 함께 하느님의 진리를 찾아갈 때 교회의 신앙은 자라납니다. 신심 운동은 모든 신자가 주님의 제자로서 참여하는 헌신과 기도 운동입니다. 신자들의 기도는 삶의 현장에서 하느님을 더욱 구체적으로 만나는 은총과 체험으로 이끌어 갈 것이고 이럴 때 교회의 신앙은 살아있는 신앙이 됩니다.

 

지난해 서울교구는 365 성서통독운동을 통해 하느님의 말씀을 읽으며 코로나의 힘든 상황을 이겨왔습니다. 2022년에도 365 성서통독 운동이 지역교회에서 지속하도록 지원하고, 미래세대를 위한 프로그램을 계속 이어갈 것입니다. 

 

아울러 코로나 19 일상회복에 맞추어 회복과 변화를 위한 신앙교육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전개하려고 합니다. 작년 2021년에 만들어 시행하고 있는 세례교육 과정에 이어 견진교육과 혼배교육, 세대별 교육으로 계속 넓혀질 것입니다. 세실대학 학사운영이 보강되고, 신자사역자 관리가 더욱더 충실히 지원될 것입니다. 

 

지난 해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도 성직자와 교우 여러분이 눈물과 기도로 “친교 상통의 공동체”를 이루어주심을 깊이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코로나 19 극복기금, 성직자 생활안정기금, 퇴직기금에 교회와 교우들의 꾸준한 관심과 봉헌이 필요합니다. 

 

세상이 고통을 겪을 때, 이웃이 도움이 필요할 때 성공회는 늘 사랑의 섬김으로 응답해 왔습니다. 기후위기 생태위기의 해결을 위해서도 크고 작은 과제를 적극적으로 실천할 것입니다. 

 

어둠에서 빛이 비쳐 오듯이 성공회의 신앙과 실천은 우리 사회에 새로운 희망이 되리라 믿습니다. 깊은 밤은 새벽에서 아침으로 이어지고, 추운 겨울은 따스한 봄과 뜨거운 여름으로 이어집니다. 

 

우리는 다만 삼위일체 하느님의 한결같은 사랑과 자비에 의지하여 신실하고 충실하게 살아갈 일입니다. 

 

우리의 모든 것을 다 아시는 주님께서 서울교구의 모든 성직자, 수도자, 교우들을 은총으로 지키시며 돌보아주시기를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대한성공회 서울교구 교구장 이경호 베드로 주교

 

이제 오늘 읽은 말씀들을 잠시 되새기며 설교를 마치고자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16절에서 사도 요한은  “우리는 모두 그분에게서 넘치는 은총을 받고 또 받았다.”고 말합니다. 이 표현을 영어 성경으로 보면, 시제가 현재완료형으로서, 예수님을 믿은 그 순간부터 받은 은총을 날이 갈수록 더 넘치게 누리고 있다고 고백하는 것입니다. 

그 은총이란 12절에서 말하는 ‘예수님을 믿음으로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특권’을 말합니다. 

 

창조주 하느님을 아버지로 부르는 하느님의 아들딸이 되는 것이 예수님이 주시는 은총입니다. 하느님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그분의 자녀로 받아주셨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돈 많은 부자의 아들이 되는 것이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말하길 자신의 꿈은 건물주의 아들이 되는 건데 아버지가 건물주가 아니어서 이생망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성경은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것이 특권이라고, 이것을 오늘 서신성경에서는 하느님께서 그리스도를 통하여 주시는 하늘의 온갖 영적인 축복이라고 증언합니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하느님을 아버지로 부르는 이 놀라운 특권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누리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이 축복이 어떤 것인지 이런 비유로 이해해 봅니다. 호와유람선 크루즈를 타는 것이 꿈이었던 사람이 열심히 돈을 모아 티켓을 샀습니다. 타서 보니 사람들이 좋은 방에서 자고 뷔페식당에서 맛난 음식을 먹고 멋진 쇼를 보며 즐기는데 자기는 돈이 없어 빵부스러기를 먹으며 갑판에서 잠을 자면서 그 사람들을 부러워만 합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와서 ‘당신은 왜 갑판에서 자고 빵만 먹고 있냐’고 묻습니다. 돈이 없어서 그런다니까 ‘당신이 산 티켓에 이 모든 것을 누릴 수 있는 권리가 있소’라고 알려줬습니다. 

 

우리가 예수님을 믿는다는 것은 창조주 하느님을 아버지로 부르며 예배하는 특권, 언제든지 기도하며 그분의 사랑을 누릴 수 있는 특권을 가진 것입니다. 

 

언제나 나와 함께 하시는 성령님의 도우심과 인도하심을 받을 수 있는 특권, 성령님이 주시는 은총의 선물로 교회와 세상을 섬길 수 있는 특권을 지녔다는 것입니다. 

 

2022년 올 해도 여러분이 풍성한 생명을 누릴 수 있도록 성실하게 안내드릴 것입니다. 교구의 사업 계획에 근거한 여러 교회의 활동이 이런 축복을 더 누리도록 하는 좋은 도구가 될 것입니다. 

 

여러분이 열심히 참여하시기만 하면, 하느님을 더 알아가며 더 깊이 사랑하는 하느님의 자녀가 되어 하늘의 온갖 영적 축복을 더욱 더 풍성하게 누리는 행복한 2022년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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