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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설교

새 해에는 기쁨 가득한 일상을 살자

by 분당교회 2022. 1. 16.

세계적으로 유명한 낭만파 시인으로 바이런이라는 분이 있습니다. 그의 작품 중에 ‘희망’이라는 시가 좋아서 읽어드립니다.

 

“폭풍이 부는 들판에도 꽃은 피고 

지진 난 땅에서도 샘은 솟고 

초토 속에서도 풀은 돋아난다. 

밤길이 멀어도 아침 해 동산을 빛내고 

오늘이 고달파도 보람찬 내일이 있다. 

오! 젊은 날의 꿈이여 

낭만이여 영원히…”

 

그가 켐브리지 트리니티 대학을 다닐 때, 신학 시험을 보는데 '물이 포도주로 변한 이유를 쓰라'는 문제가 나왔다고 합니다. 뭐라고 답을 썼을까요? "물이 수줍어 얼굴을 발그레 붉혔다.“ 역시 낭만파 시인답습니다. 

 

오늘 복음이 물이 포도주로 변한 기적 이야기입니다. 요한은 그의 복음서에 7개의 기적이야기를 기록했는데 그 중에 첫 번째 기적입니다. 요한이 예수님이 행하신 첫 번째 기적이야기로 물이 포도주로 변한 기적을 기록한 이유를 생각해 봅니다.

 

이스라엘에서 혼인잔치는 신랑의 친구들이 신부를 신랑의 집으로 데려오면서 시작해서 보통 일주일 동안 진행되었습니다. 사랑하는 두 사람이 가정을 이루는 혼인은 하느님께서 축복하시는 거룩한 일이기에, 동네 사람들과 일가친척 친구들이 함께 모여 축하하고 기뻐하는 축제입니다. 오늘날 교회는 결혼식을 혼배성사라는 거룩한 예식으로 축복합니다. 

 

그런데 사회경제적인 이유와 가치관의 변화로 결혼이 늦어지거나 비혼자가 늘어나는 작금의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젊은이들이 좋은 짝을 만나 사랑하고 가정을 이루어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지는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포도주가 떨어진 것을 알게 되신 마리아는 예수님께 그 상황을 알려줍니다. 예수님은 ‘아직 자신의 때가 오지 않았다’고 대답 하십니다. 

 

히브리어에 ‘때’로 번역되는 단어가 두 개 있습니다. 연대기적으로 흘러가는 시간을 의미하는 ‘크로로스’라는 단어가 있고, 적절한 기회나 터닝 포인트를 의미하는 ‘카이로스’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갈라디아서 4장 4절에 “때가 찼을 때 하느님께서 당신의 아들을 보내시어 여자의 몸에 나게 하시고”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이 구절에 나오는 ‘때’가 카이로스입니다.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신 후 하느님 나라 운동을 시작하시며 외치신 “때가 찼다. 하느님의 나라가 다가왔다. 회개하고 이 복음을 믿어라”는 말씀에서도 ‘때’는 카이로스입니다. 그리고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이 말씀하신 ‘때’도 카이로스입니다. 

 

예수님은 늘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카이로스를 묻고 사셨습니다. 그리스도인은 예수님의 모범을 따라 주님의 뜻을 묻고 순종함으로 하느님의 때를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마리아는 아들 예수가 이 위기적인 상황을 해결해 줄 것이라고 확신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하인들에게 “무엇이든지 예수님이 시키는 대로 하라”고 말합니다. 

 

마리아는 잔치를 벌이고 있는 사람을 대신해서 예수님께 문제해결을 요청했습니다. ‘자기 때가 아직 아니’라고 대답했던 예수님은 어머니의 요청에 응답하십니다. 여기에서 ‘마리아를 통해서 예수에게로’라는 ‘마리아 중보설’ 교리가 발전하였고 로마 가톨릭 교회는 마리아를 통해 예수님께 기도하는 신앙이 강합니다.

 

대한성공회도 앵글로 카톨릭 전통의 선교사가 세운 교회라, 성공회기도서에 주요기도문으로 ‘성모경’이 들어 있습니다. “은총을 가득히 입으신 마리아여! 기뻐하소서. 주님께서 함께 하시니 여인 중에 복되시며, 마리아에게 나신 예수님 또한 복되시나이다. 하느님의 모친 되신 마리아여, 이제와 임종 시에 우리 죄인을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마리아에게 중보를 요청하는 기도입니다.

 

이제 예수님이 상황을 주도하는 장면으로 넘어갑니다. 그리고 소재가 돌 항아리입니다. 잔치 열리는 집에 손과 발을 씻는 정결법을 지키기 위해 물을 담아 두는 돌 항아리가 여섯 개 있었다고 합니다. 

 

정결법은 안식일법과 함께 당시 유다교를 지탱하는 주요 율법이었습니다. 예수님은 자주 이 두 계명을 어기시면서 하느님이 주신 율법의 본질을 회복하고자 하셨습니다. 

 

흔히 토라라고 하는 율법의 본질은 공평과 정의를 행함으로 샬롬이 넘치는 하느님 나라를 세워가는 것입니다. 그런데 유다인들은 율법의 본질인 공평과 정의를 행하는 것에는 순종하지 않고 안식일법과 정결법을 지키는 것이 거룩이라고 여기며 집착했습니다. 

 

그 결과 그들 자신만이 거룩하다는 선민의식으로 다른 사람들을 차별하는 율법주의 신앙을 갖게 되었습니다. 율법주의는 사람을 의무감으로 살게 합니다. 신앙생활에 기쁨이 없습니다. 

 

신앙은 의무가 아니라 자원하는 기쁨입니다. 하느님께 예배드림이, 하느님의 말씀을 묵상하고 기도하는 것은 의무가 아니라 그리스도인의 특권입니다. 

 

“주께 와 엎드려 예배드립니다. 주 계신 곳에 기쁨 가득, 무엇과도 누구와도 바꿀 수 없네 예배드림이 기쁨 됩니다. / 주께 와 엎드려 기도드립니다. 주 계신 곳에 기쁨 가득 무엇과도 누구와도 바꿀 수 없네 기도드림이 기쁨 됩니다.”

 

예배와 기도와 묵상 가운데, 내 안에 충만히 임하는 하느님의 사랑으로 나누고 섬기는 것이 기쁨이 되고 보람이 되는 것이 신앙생활입니다. 

 

특별히 예수님의 공동체인 교회는 이 기쁨을 경험하는 하느님 나라 공동체입니다. 오늘 2독서 말씀대로 성령의 도우심으로 예수님을 주로 고백하는 사람들이 성령이 주시는 은총의 선물로 자원하여 섬기는 기쁨을 맛보는 공동체가 교회입니다. 

 

예배조차 힘든 코로나시기이지만, 분기별로 섬기는 노숙인 무료급식을 하는 날이면 여러 모양으로 섬기는 교우들로 우리 교회 안에 기쁨과 보람이 가득함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할렐루야!

 

오늘 2독서에 나오는 성령의 은사들은 이 기쁨과 보람을 누리는 삶을 살아가라고 하느님께서 부어주시는 선물입니다. 2022년, 성령의 은사로 섬김을 다하며 기쁨과 보람을 풍성하게 누리는 은총의 한 해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이제 예수님께서 하인들에게 돌 항아리마다 물을 가득 채우라고 하시고 퍼서 잔치 맡은 이에게 갖다 주라고 하십니다. 

 

하인들이 잔치 맡은 이에게 갖다 주었더니 물이 어느새 포도주로 변해 있었습니다. 술맛이 얼마나 좋은 지 사람들은 신랑에게 이 좋은 술을 왜 이제 내왔다며 감탄합니다. 아! 저도 이 포도주를 맛보고 싶네요.

 

이 기적을 통해 요한은 예수님이, 인간이 할 수 없는 일을 행하시는 신적인 존재, 즉 하느님이심을 말하고 있습니다. 이 기적을 통해 예수님의 영광이 드러나며 제자들이 예수님을 믿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기적의 신비를 가장 먼저 알고 예수님의 영광을 본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하인들입니다. 

 

포도주가 떨어진 상황에서 돌 항아리에 물을 갖다 부으라는 이성적으로 납득이 안 되는 명령에도 묵묵히 예수님의 말씀에 따름으로, 하인들은 이 기적의 비밀을 아는 사람들이 되었습니다. 

 

“이 몸은 주님의 종입니다. 지금 말씀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라고 고백했던 마리아가 생각납니다.

 

그 자리에 함께 하고 있던 베드로도, 하인들에게서 물이 포도주로 변하게 된 사연을 듣고는 엄청 흥분했을 겁니다. 베드로도 이런 경험을 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루가복음 5장에 보면, 밤새도록 빈 그물질을 하고 아침이 되어 지친 몸으로 그물을 손질하고 있을 때 예수님이 배를 빌려 군중들을 가르치시더니, 베드로에게 말씀하셨습니다.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쳐 고기를 잡으라.” 

 

갈릴리 어부인 베드로가 목수였던 예수님의 말씀에 “그대로 하였더니”  “그대로 하였더니” 과연 엄청나게 많은 고기가 걸려들어 그물이 찢어질 지경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감격하는 신앙생활을 해야 합니다. 주님의 말씀에 온전히 순종함으로 살아계신 하느님을 경험하는 2022년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 기적이야기를 통해 요한은 유대교는 포도주가 떨어져서 파장한 잔치와 같다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유다인들에게 완전수는 ‘열둘’입니다. ‘여섯’은 불완전수입니다. 돌 항아리가 6개 있었다는 것은 바로 이러한 유다교의 실패를 상징합니다. 

하느님께서는 하느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사람들이 구원의 기쁨을 누리며 살기를 원하십니다. 

 

오늘 1독서는 하느님께서 그 비전을 이루시고자 일하시는 분임을 보여 줍니다.  시온을 생각할 때, 나는 잠잠할 수가 없다. 예루살렘을 생각할 때, 나는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그의 정의가 동터 오고 그의 구원이 횃불처럼 타오르기까지 어찌 잠잠할 수 있으랴? 

 

무너진 하느님의 도성, 예루살렘, 무너진 하느님의 나라, 이스라엘을 다시 공평과 정의가 회복되어 샬롬이 넘치는 하느님의 나라로 세우시겠다는 하느님의 강력한 의지를 보게 됩니다. 

 

그래서 오신 분이 예수님입니다. 그리고 그가 행한 첫 번째 기적이 물로 포도주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포도주가 기쁨을 상징하는 성서적 맥락에서 기쁨이 없는 사람들, 기쁨을 빼앗긴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시고자 하느님께서 예수님을 보내셨다는 것을 말합니다.

 

삶이 지치고 힘드신가요? 삶의 의미도 없고 사는 재미가 없으신가요? 여러분의 인생에 예수님을 주인으로 모셔 보십시오. 포도주가 떨어졌다고 말씀드리고 모든 상황을 주님께 의탁해 보십시오. 주님의 말씀에 순종하십시오. 지루한 삶에 의미가 살아나고 살아가는 기쁨과 보람을 맛보게 되는 기적이 일어날 것입니다.

 

그리고 내 안에 계신 성령님이 내게 주신 은총의 선물이 무엇일까 생각하며 나의 재능과 시간과 물질을 드려 봉사하고 섬기는 삶을 살아보십시오. 샘솟는 기쁨으로 행복이 가득한 삶으로 변화되고 지금 여기에서 하느님 나라를 경험하는 신나는 인생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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