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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설교

제자답게!

by 분당교회 2022. 1. 23.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이사야서 61장 1-2절의 말씀을 인용하여 당신이 이 땅에 오신 목적을 알려주십니다. 이 말씀을 다시 읽어봅니다. 18 “주님의 성령이 나에게 내리셨다. 주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으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셨다. 주께서 나를 보내시어 묶인 사람들에게는 해방을 알려주고 눈먼 사람들은 보게 하고, 억눌린 사람들에게는 자유를 주며 19 주님의 은총의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

 

19절에 나오는 “은총의 해”란 희년을 말합니다. 희년은 레위기 25장에 기록된 하느님의 명령으로, 안식년을 7번 지키고 난 다음 해인 50년째를 말합니다. 

 

그 해에는 땅을 경작하지 않고 쉬게 해야 하며, 빚을 탕감해주어야 하고, 빚을 갚지 못해 노예가 된 자를 해방시켜야 할 뿐만 아니라, 노예가 갖고 있던 재산을 각자에게 돌려주어야 합니다. 

 

이사야서를 읽으신 예수님은 마지막에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21절, “이 성서의 말씀이 오늘 너희가 들은 이 자리에서 이루어졌다.” 자신이 이사야가 예언한 하느님의 기름 부음을 받은 그 종, 메시야임을 밝히시며, 하느님의 통치가 자신의 인격과 사역을 통해 실현되고 있음을 말씀하신 것입니다.

 

하느님 나라의 복음은 사람들을 모든 결박으로부터 자유하게 합니다. 분배적 정의, 쩨다카가 실현되면 사람들은 가난으로부터 벗어나게 됩니다. 사법적 정의, 미슈파트가 실현되면 억울하게 묶여 있는 이들이 해방됩니다. 이렇게 하느님의 나라가 임하면 억눌린 이들이 자유를 얻게 됩니다. 

 

루가는 공생애를 시작하시는 예수님께서 하신 첫 말씀이 ‘희년의 선포’였음을 기록하면서, 예수님의 주된 관심이 사회경제적인 회복에 있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루가복음에서 가난한 자란 경제, 종교, 사회적인 차원에서 주변부에 있는 사람들을 가리킵니다. 그러나 성서를 통전적으로 읽어보면, 성서는 가난을 사회경제적으로만 이해하는 것을 뛰어 넘습니다. 

 

요한의 묵시록 3장에 라오디게이아교회에 하신 말씀을 봅시다. 3:17, “너는 스스로 부자라고 하며 풍족하여 부족한 것이 조금도 없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네 자신이 비참하고 불쌍하고 가난하고 눈멀고 벌거벗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나는 부자다” 그러는데, “너는 가난해”라고 하느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다른 가난이 있다는 것입니다. ‘영적인 가난, 정신적 가난’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인격적으로 정신적으로 영적으로 가난하여 헐벗었는데, 경제적으로 부요하니까 자신이 실상 가난한 자라는 것을 깨닫지 못합니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은 여러 가지 묶임 가운데 살아갑니다. 빈 마음을 채우고자 쾌락을 탐하고 세상 권력을 추구하고 사람들로부터 인정받는 것에 목말라합니다. 무엇보다 ‘돈 돈 돈’ 하며 죄의 노예로 살게 되는 것이 영적으로 가난한 자들의 삶입니다. 

 

사람이 하느님이 아닌 다른 것을 첫 번째로 여기며 살면, 그것이 우상이 되어 그 우상에 매여 살게 됩니다. 

 

예수님은 사회경제적 가난뿐만 아니라, 영적인 가난에서도 우리를 자유하게 하시고자 오셨습니다. 예수님이 선포하신 하느님 나라는 사람을 이 모든 묶임으로부터 자유하게 하는 나라입니다. 

 

성서가 보여주는 초대교회를 보십시오. 경제적으로 부유한 이들은 자신의 소유를 나눔으로 영적인 부유함을 누렸습니다. 이를 통해 사회경제적으로 가난한 이들이 가난으로부터 벗어났습니다. 더불어 하느님의 가족이 되어 서로 존중하며 살았습니다. 

 

이를 성령의 코이노니아라고 합니다. 이렇듯 초대교회는 하느님 나라를 경험하는 친교의 공동체였습니다. 

 

2022년 서울교구 표어가 “친교의 신앙으로 선교하는 제자공동체”입니다. 이 표어 아래 “제자답게, 교회답게, 성공회답게”라는 모토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잘 만든 모토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난 한 주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제자답게” 사는 것이 어떤 삶인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제자’란 예수님을 따르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오늘 복음에 나오는 예수님의 모범을 보며 제자다움의 특징을 3가지 정리해 보았습니다.  

 

1. 제자는 희년의 정신으로 세워지는 하느님 나라를 비전으로 품은 사람입니다.

19절, “주님의 은총의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

21절, “이 성서의 말씀이 오늘 너희가 들은 이 자리에서 이루어졌다.” 

 

예수님의 비전이 하느님의 나라입니다. 사도들은 이 비전을 이루고자 복음을 증거하였고 순교했습니다. 그래서 희년공동체인 주님의 교회가 세워졌습니다. 교회는 이 땅에서 하느님 나라를 경험하고 일구어가는 복음공동체입니다. 

 

성공회는 사도로부터 이어오는 주님의 교회이기에 성공회의 신자는 모름지기 하느님 나라를 그 인생의 비전으로 품어야 합니다. 자신의 인격과 삶을 통해서 하느님 나라 백성 됨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저는 대학교 2학년 때 예수님을 다시 만나게 되면서, 하느님 나라 비전을 품게 되었고 예수님을 본받고자 애써 왔습니다. 60세 가까운 나이가 되어서도 집도 없고 노후보장도 없는, 사회 경제적으로 가난한 계층에 속하지만, 예수님을 믿음으로 의미 있고 보람 있는 삶을 살아왔다고 자부합니다. 저를 만나 고생한 아내도 동의하리라 믿습니다. 

 

그래서 저는 늘 저의 두 딸을 위해서 매일 이렇게 기도합니다. “하느님 나라의 비전을 품고, 직업과 생활을 통해 그 나라를 일구어가는 주님의 제자가 되어 의미있고 보람있는 인생이 되게 해 주소서”

 

성공회분당교회 여러분 모두, 예수님이 선포하시고 일구어 가신 하느님 나라를 비전으로 품고 살아가는 예수님의 제자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2. 이를 위해서 필요한 것이 성령의 능력입니다. 

14절, “예수께서는 성령의 능력을 가득히 받고,” 

18절, “주님의 성령이 나에게 내리셨다. 주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으시어”

 

예수님은 우리와 똑 같은 사람으로 오신 분입니다. 그럼에도 그가 하느님의 뜻을 이루어가는 메시아가 되신 것은 늘 성령으로 충만하셨기 때문입니다. 사도 10:38, “하느님께서는 그분에게 성령과 능력을 부어주시고 그분과 함께 계셨습니다. 그래서 그분은 두루 다니시며 좋은 일을 해주시고 악마에게 짓눌린 사람들을 모두 고쳐주셨습니다.”

 

우리도 성령의 능력을 받아야만 제자의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사도 1:8, “그러나 성령이 너희에게 오시면 너희는 힘을 받아 예루살렘과 온 유다와 사마리아뿐만 아니라 땅 끝에 이르기까지 어디에서나 나의 증인이 될 것이다."

 

예수님께서 늘 성령으로 충만하셨던 영적인 원리가 오늘 복음에 나옵니다. 16절,“늘 하시던 대로”. 

 

루가에 따르면 예수님은 “늘 하시던 대로” 기도셨습니다. 루가 22:39, “예수께서 늘 하시던 대로 밖으로 나가 올리브 산으로 가시자 제자들도 뒤따라갔다.”

 

예수님에게 예배, 기도, 말씀묵상은 “늘 하시던” 거룩한 습관이었습니다. 이 거룩한 습관이 있을 때, 성령님이 우리 안에서 충만히 역사하십니다. 우리를 통해 하느님의 일을 이루어 가도록 거룩한 소원과 능력을 부어 주십니다. 

 

2022년이 시작하고 벌써 3주가 지났는데, 그 어떤 계획이나 목표보다 거룩한 습관을 갖는 것에 우선하는 여러분이 되기 바랍니다. 

 

3. 제자는 세상 속에서 매력 있는 삶을 삽니다. 

“14 예수께서는 성령의 능력을 가득히 받고 갈릴래아로 돌아가셨다. 예수의 소문은 그 곳 모든 지방에 두루 퍼졌다. 15 예수께서는 여러 회당에서 가르치시며 모든 사람에게 칭찬을 받으셨다” 

 

성령의 능력을 가득히 받으신 예수님이 갈릴래아로 돌아 오셨습니다. 세상 속으로 사람들의 일상 속으로 오셨다는 말입니다. 그분의 소문이 그 마을에 퍼졌습니다. 모든 사람에게 칭찬을 받으셨습니다. 

 

제자는 사람들과 더불어 살며 그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는 매력 있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하느님의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세상 속에서 매력 있는 제자가 되게 하시고자 하느님은 우리를 교회로 모이게 하셨습니다. 공동체를 통해 매력 있는 존재로 성장하도록 훈련하시기 위함입니다.  

1) 가장 먼저 말씀의 훈련을 꾸준히 받아야 합니다.

오늘 1독서는 하느님 말씀에 진실하게 반응하는 이스라엘의 모습을 보게 합니다. 

9절, “백성은 법전에 기록되어 있는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들으면서 울었다.”

 

바벨론 포로에서 돌아온 유다인들은 이스라엘은 재건해 가는 과정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하느님의 말씀으로 서는 것이기에, 학자 에스라를 통해서 말씀을 듣고 배웠고 그 말씀 앞에 회개함으로 삶을 바로 세운 것입니다. 

 

부족한 설교이지만, 하느님께서 주시는 말씀을 받아들이고 되새기며 일상의 삶가운데서 실천하며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교회 안에서 이루어지는 성경공부와 제자훈련에 능동적으로 참여하시기 바랍니다.

2) 섬김으로 사랑을 훈련하게 하십니다. 

지난 주일에 이어 오늘도 고린토전서 12장을 읽으면서, 성령님께서 우리 각자에게 주신 은총의 선물을 있음을 알게 하십니다. 

 

사랑은 시간을 드려 몸으로 섬기는 것을 통해 자라납니다. 성령의 은사는 우리를 그런 사랑의 존재로 키워가는 하느님의 축복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섬김의 훈련을 통해 매력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게 되고, 그렇게 매력적인 신자가 있는 교회는 지역과 사람들에게 칭찬받는 소문만 교회가 될 것입니다. 

 

분당교회는 대한성공회 안에서는 좋은 교회로 소문난 것 같습니다. 앞으로 이 분당지역 안에서 그런 교회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선교적 과제입니다. 

 

이를 위해서 더 많은 교우들이 하느님의 주신 성령의 은사로 다양한 사역에서 섬김을 다하는 공동체가 되어야 합니다. 

 

이 땅에 희년의 말씀이 이루어지는 하느님 나라를 일구시고자 오신 예수님께서 여러분 모두를 제자로 부르시고 그 나라를 함께 일구어 가자고 하십니다. 

 

그 나라를 일구어 가는 자원은 내 노력이나 열심이 아닙니다. 예배와 기도, 말씀 묵상을 통해서 부어지는 성령의 능력입니다. 

 

특별히 성령님이 주시는 은총의 선물로 힘껏 봉사하여 하느님 나라 운동 공동체인 교회를 세워가며 세상 속에서 그 나라를 확장해 가는 것이 제자다움입니다. 

 

따라해 주실까요? 

“제자답게! 교회답게! 성공회답게!”

 

이제 말씀들을 기억하며 주님께 응답하는 침묵의 시간을 갖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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