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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설교

성령으로 가득 차서!

by 분당교회 2018. 5. 21.

2018년 5월 20일 성령강림주일

성령으로 가득 차서!


지난 510일이 주의 승천일이었습니다. 승천일은 사람으로 오시어 우리를 대신하여 죽으신 예수님을 하느님이 다시 살리시고 원래 계셨던 하느님의 보좌 우편으로 올리심으로, 예수님이 만물의 주, 만왕의 왕이 되신 날입니다.

 

승천 신앙은 초대교회 신자들에게, 복음을 위하여 기꺼이 박해와 순교를 감당하게 하는 용기를 주었습니다. 승천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승천하시는 예수님이 하신 약속 때문입니다. 승천일에 읽는 루가복음에서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24:49, 나는 내 아버지께서 약속하신 것을 너희에게 보내주겠다. 그러니 너희는 위에서 오는 능력을 받을 때까지 예루살렘에 머물러 있어라.

 

이 말씀을 들은 제자들의 반응을 사도행전 1장은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12 그 뒤 사도들은 그 올리브라고 하는 산을 떠나 안식일에 걸어도 괜찮을 거리에 있는 예루살렘으로 돌아왔다. 13 성안에 들어온 사도들은 자기네가 묵고 있던 이층 방으로 올라갔는데 그 일행은 베드로, 요한, 야고보, 안드레아, 필립보, 토마, 바르톨로메오, 마태오, 알패오의 아들 야고보, 혁명당원 시몬, 야고보의 아들 유다 들이었다. 14 그 자리에는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를 비롯하여 여러 여자들과 예수의 형제들도 함께 있었다. 그들은 모두 마음을 모아 기도에만 힘썼다.”



승천일 이후 10일 동안 기도에만 힘쓰며기다리던 제자들에게 오순절이 되자, 오늘 2독서의 기록처럼 성령이 임했습니다. 사도 2:1-4, “1 마침내 오순절이 되어 신도들이 모두 한 곳에 모여 있었는데 2 갑자기 하늘에서 세찬 바람이 부는 듯한 소리가 들려오더니 그들이 앉아 있던 온 집안을 가득 채웠다. 3 그러자 혀 같은 것들이 나타나 불길처럼 갈라지며 각 사람 위에 내렸다. 4 그들의 마음은 성령으로 가득 차서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는 가슴 벅찬 장면입니다. 성령으로 가득 한 제자들은 새로운 언어로 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4절입니다. 그들의 마음은 성령으로 가득 차서 성령이 시키시는 대로 여러 가지 외국어로 말을 하기 시작하였다.” 방언의 은사라고 합니다. 방언은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디아스포라 유다인들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증거 하도록 하느님이 주신 성령의 은총의 선물입니다.

 

성령으로 가득 찬 제자들은 새로운 용기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불과 며칠 전까지는,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났어도 두려움에 숨어 지내던 제자들이었습니다. 자신들의 생업으로 돌아가 고기잡이 하던 그들이었습니다. 그런데 14절을 보십시오. 하느님의 나라의 복음을 힘차게 외치고 있습니다. 그 때 베드로가 다른 열한 사도들과 함께 일어서서 군중을 보고 큰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유다 동포와 예루살렘 시민 여러분, 내가 하는 말을 귀담아듣고 잘 생각해 보십시오.’”

 

성령으로 가득 차서 새로운 용기를 가지고 새로운 언어로 복음을 외치니, 불신자들이 회개하고 돌아오는 새로운 능력이 나타났습니다. 41절입니다. 그들은 베드로의 말을 믿고 세례를 받았다. 그 날에 새로 신도가 된 사람은 삼천 명이나 되었다.”

 

새로운 언어, 새로운 용기, 새로운 능력! 성령이 주시는 은총의 선물입니다. 이것이 있어야만 교회가 세워지고 하느님의 나라가 확장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복음에서 주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요한 16:7, 그러나 사실은 내가 떠나가는 것이 너희에게는 더 유익하다. 내가 떠나가지 않으면 그 협조자가 너희에게 오시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가면 그분을 보내겠다.

 

협조자란 헬라어로 파라클레토스라고 하여 부름받아 나란히 함께 하시는 하느님을 뜻합니다. 히브리어로는 루아흐라고 하여 바람 기운 등으로 번역되는데, 오늘 시편에서는 입김, 1독서에서는 으로 번역되어 있습니다. 파라클레토스는 예수를 따르는 자들에게 조력자, 상담가, 변호자 그리고 인도자의 역할을 하는 예수님이 보내주시는 진리의 영이십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성령으로 가득차야만, 온전히 믿음의 길을 걸어갈 수 있습니다



이 시대 교회에도 절대적으로 필요한 분이 바로 협조자 성령님입니다. 이 시대는 무신론자들이 인구의 반을 넘고, 기독교는 개독교로 조롱받으며 쇠퇴하는 시대입니다.

 

최근에 감리교회가 통계를 발표했는데, 2009년까지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다가 2010년부터 쇠퇴하며 지난 8년 간 25만 명이 감소하여 1998년 수준으로 돌아갔다고 합니다. 그런데 교회와 성직자의 수는 1998년보다 교회는 41%가 증가하고 목사는 83%가 늘었다고 합니다.

 

대한성공회의 현실도 마찬가지입니다. 성공회 역사자료관 회지 43(20185월호)에 실린 서울교구의 통계입니다. 서울교구 출석신자 수가 1997년에 4475, 2007년에 4982명이었는데, 2017년엔 4715명입니다. 반면에 성직자 수는 1997년에 72, 2007년에 121명이었는데, 2017년엔 149명입니다.

 

이런 통계를 보면 한국교회와 성공희의 미래는 어둡기만 합니다. 학자들은 이런 한국교회를 보며 이제 곧 영국 교회처럼 될 것이라는 말을 합니다. 영국교회란 영국 성공회를 말하는 것입니다. 실제 20세기 말까지만 해도 영국교회는 교인수가 끝없이 감소했고 성당들이 팔려 술집이 되거나 모스크가 되는 사례가 빈번했기에 그런 말이 나올 만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한국교회가 영국교회처럼 될 것이다는 말은 아주 잘못된 말입니다. 영국성공회는 무신론시대에 어떻게 하면 그 사람들을 그리스도께 인도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기도하면서 복음을 전파해 왔습니다. 영국성공회는 21세기를 앞두고 복음화 10년을 선포하고 전도에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Fresh Expressions라는 말을 들어보셨는지요? 카페 춰치, 팝 처치, Messy 처취, 주중교회 등등 교회 밖, 기독교 문화에 낯선 사람들에게 다가가 복음을 새롭고 신선하게 전하고자 행하는 시도들을 통칭하는 표현입니다. 이런 노력으로 우정을 쌓은 사람들을 전도양육프로그램으로 초청합니다.

 

우리 교회가 하는 엠마우스도 영국성공회에서 나온 전도양육프로그램인데, 대표적인 전도양육프로그램은 알파코스입니다. 알파코스는 런던교구의 HTB 교회에서 시작되어 영국성공회 전체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전도양육신앙프로그램입니다.

 

알파ALPHA라는 말은 A-Anyone come, L-Laughing together, P-Pasta, H-Hephing oneanother, A-Ask anything라는 다섯 단어의 첫 글자 모음으로, 그 의미하는 바를 알 수 있습니다. 누구든지 와서 편안한 분위기에서 기독교 신앙에 대해서 자유롭게 질문하고 토론하는 가운데 예수님을 만나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입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성령수양회입니다. 12일이나 23일 피정을 들어가 성령은 누구신가? 성령님은 어떤 일을 하시는가? 어떻게 하면 성령으로 충만할 수 있는가?” 라는 주제로 강의와 대화를 나눈 후에 안수 사역을 합니다. 이 때 대부분의 불신자나 구도자들이 성령을 통해 하느님의 사랑으로 경험하고 예수님을 믿게 되는 구원의 역사가 일어납니다.

 

제가 10여 년 전 HTB교회를 방문했을 때, 교회의 스탭이 한 말이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지난 10년간 20여개의 교회를 개척했다. 21세기에는 영국교회를 배가하는 것이 비전이다.” 이 비전대로 영국 교회가 부흥하고 있습니다. 오늘 1독서의 말씀처럼, 마른 뼈 같던 영국성공회에 성령의 바람이 불어와 살이 붙고 근육이 생기고 생명이 살아나고 있습니다. 한국교회와 대한성공회가 이렇게 될 수 있다면 한국교회가 영국교회처럼 될 것이다라는 말이 맞는 말이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켄터베리 대주교가 “9일 기도를 제안한 배경입니다. 예수님의 제자들은 주의승천일부터 10일간 위로부터 오는 능력을 받을 때까지 기다려라는 약속의 말씀을 붙들고 한 마음으로 기도함으로 성령으로 가득 차서 하느님 나라 운동의 공동체인 교회를 세워갔습니다. 2000년이 지난 영국성공회에도 성령의 바람이 불어와, 교회가 새로워지고 부흥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경험한 켄터베리 대주교는 이 하느님의 은총이 세계성공회에도 임하기를 갈망하며 주의 나라 임하시며라는 기도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것입니다.

 

교회만이 십자가와 부활의 복음을 선포합니다. 교회는 서로 사랑하며 하느님의 나라를 일구어가는 복음 공동체입니다. 그래서 교회는 이 세상을 향한 새로운 대안공동체이며 이 세상의 희망이고 희망이어야 합니다. 오직 성령의 바람이 불어올 때 교회는 새로워 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한 마음으로 기도하며 성령으로 가득 찬 신자가 되어야 합니다.

 

성령으로 가득차서, 격려와 칭찬과 사랑이라는 새로운 언어를 말하고 실제 방언으로 기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성령으로 가득차서, 불의와 부정에 타협하지 않고 하느님의 정의와 공의가 이루어지도록 불의한 세상에 맞서는 새로운 용기를 지니게 되기를 바랍니다. 성령으로 가득차서, 물질을 신으로 섬기는 탐욕의 시대에 방황하며 살아가는 영혼들을 주님께 인도하는 새로운 능력의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사도 바울로는 에페소서 518절에서 주님의 이름으로 명령합니다. 술 취하지 마십시오. 방탕한 생활이 거기에서 옵니다. 여러분은 성령을 가득히 받아야 합니다.” 이 예배를 통해 우리 모두가 성령으로 충만해 지기를 바랍니다. 우리의 마음이 성령으로 가득 채워지기를 간절히 기도합시다.


<성령이여 어서 오소서>


상지종신부


성령이여 어서 오소서.

양심을 잃고 죽은 듯 살아가는 먼지 같은 삶에

새 생명 불어넣는 거센 바람으로 오소서.

 

성령이여 어서 오소서.

사그라지는 검은 재 가득한 어둠 같은 삶을

환히 밝히는 찬란한 불꽃으로 오소서.

 

성령이여 어서 오소서.

벗들의 심장을 겨눈 비수 같은 독을 머금은 말들을 흩어버리는

생명의 말씀 품은 혀들로 오소서.

 

성령이여 어서 오소서.

하느님과 갈림 없이 하나 되어

하느님의 뜻을 깨닫고 실천함으로써

하느님을 온 누리에 드러내는

슬기(지혜)의 은사 베푸소서.

 

성령이여 어서 오소서.

발 딛고 선 지금여기 깊이 스며든

시공을 초월한 하느님의 진리를 깨달아

이미아직사이의 하느님 나라를 사는

깨달음(통찰)의 은사 베푸소서.

 

성령이여 어서 오소서.

교묘히 본색을 숨긴 악의 민낯을 밝혀내고

악에 짓눌린 가녀린 선을 들어 높이는

일깨움(의견)의 은사 베푸소서.

 

성령이여 어서 오소서.

불의에 무릎 꿇어 목숨을 구걸하지 않고

사랑과 정의의 제단에 기꺼이 몸 바치는

굳셈(용기)의 은사 베푸소서.

 

성령이여 어서 오소서.

순간의 달콤함으로 유혹하는 헛된 거짓 물리쳐

이제로부터 영원으로 인도하는 진리를 보듬는

(지식)의 은사 베푸소서.

 

성령이여 어서 오소서.

모든 것을 존재케 하시는 하느님을 흠숭하고

하느님께서 만드신 모든 피조물을 존중하는

받듦(공경)의 은사 베푸소서.

 

성령이여 어서 오소서.

하느님의 자녀요 벗으로서

하느님과의 단절을 두려워하며

하느님의 영광과 기쁨을 위해 헌신케 하는

두려워함(경외)의 은사 베푸소서.

 

성령이여 어서 오소서.

이 땅의 모든 이를 당신으로 채우시어

벗을 위해서 목숨을 바치는 사랑의 열매를,

암울한 세상을 이기는 희망 가득한 기쁨의 열매를,

하느님과 모든 벗들이 하나 되는 평화의 열매를,

자유와 해방의 발걸음 이끄는 인내의 열매를,

주님의 가장 작은이들을 품에 안는 친절의 열매를,

함께 사는 따뜻한 세상을 일구는 선행의 열매를,

뭇시선 의식하지 않고 제 소명에 충실한 진실의 열매를,

약한 자에 약하고 강한 자에게 강한 온유의 열매를,

감정과 욕망으로부터 자유를 선사하는 절제의 열매를,

 

지금까지처럼 이제와 영원히

저희 안에서 저희를 통하여

언제나 어디서나 맺어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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