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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설교

혼배성사 예식문을 통해 배우는 성가정의 원리

by 분당교회 2018. 5. 7.

혼배성사 예식문을 통해 배우는 성가정의 원리


연휴를 맞이해서 많은 분들이 여행을 떠난 주일에 이렇게 하느님께 예배드리러 오신 여러분을 환영하고 축복합니다. 일기예보에 오늘 비가 온다고 하여 어제 5월 첫토요일 아침예배를 중, 모처럼 여행 떠난 교우들이 하느님이 창조하신 자연에서 잘 놀다 올 수 있도록 비를 멈춰 달라고 기도했는데, 이렇게 비가 와서 안타깝네요. 그래도 좋은 날입니다.


어제는 어린이 날이었습니다. 천상병 시인의 ‘어린이’라는 시를 읽어드리겠습니다.


  “정오께 집 대문을 나서니

   여섯 일곱쯤 되는 어린이들이

   활기차게 뛰놀고 있다.


   앞으로 저놈들이 어른이 돼서

   이 나라의 주인이 될 것을 생각하니

   발걸음을 멈추고 그들을 본다.


   총명하게 생긴 놈들이

   아기자기하게 잘도 놀고 있다.

   그들의 영리한 눈에 축복이 있기를 빈다.“


시인의 바람대로, 우리나라가 어린이 청소년 청년 등 다음 세대들이 건강하게 자라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좋은 나라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그 책임이 우리들에게 있음을 알고 기도하고 행동하기를 바랍니다.


우리 성공회 교회를 기도서의 교회라고 합니다. 생애주기에 맞춘 여러 예식문들이 기도서 안에 들어 있습니다. 산후감사, 세례성사, 성체성사, 그리고 견진, 혼배, 고해, 조병, 장례예식 등입니다. 이는 사람이 살아가면서 필요한 하느님의 은총을 기도하는 예식문들 입니다. 


오늘은 가정주일을 맞이해서 혼배성사 예식문에 담긴 하느님의 뜻과 마음을 살펴보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혼배성사는 권면의 말씀, 동의확인, 본기도, 성서독서와 설교, 혼인서약, 반지축복 및 교환, 성혼선언, 신혼부부를 위한 기도, 혼배축복기도 등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성찬의 전례를 이어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주보에 권면의 말씀과 혼인서약, 그리고 신혼부부를 위한 기도문을 게재했습니다. 



오늘은 ‘권면의 말씀’에 나타난 혼배의 의미를 되새겨보고자 합니다. 부부들은 혼인서약을 갱신하는 시간으로, 홀로 사시는 분들이나 청년들은 결혼에 대한 성경적인 지침을 배우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1.  “오늘 우리는 이 남녀 두 사람이 거룩한 혼인예식으로 한 몸이 되는 것을 축복하고 증거하기 위하여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결혼식을 ‘거룩한 혼인예식’이라고 하는데 앞서 말씀드렸듯이 혼배가 성사이기 때문입니다. 성사란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은총을 보이는 것을 통해 나타내는 것을 말합니다. 남녀가 한 몸을 이루는 결혼을 통해 가정을 이루어 남남이었던 남녀가 함께 살고 자녀를 낳아 기르면서 하느님의 사랑을 배워가게 되며 성숙하게 됩니다. 


그리스도인들이 하느님의 은총 가운데 사랑의 가정을 세워가며 행복을 누릴 때 세상은 신자의 가정을 보며 하느님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 결혼을 통해 세워지는 신자의 가정이 세상을 향한 성사가 되는 것입니다. 


우리 교회 모든 가정이 천국을 경험하고 천국을 확장하는 성가정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를 위해서 필요한 신앙적인 관점과 원칙들이 ‘권면의 말씀’에 계속 나와 있습니다.


2.  “결혼의 연분은 하느님께서 맺어 주신 것이고 예수 그리스도께서 축복해 주신 것입니다.”

이 말은 나의 배우자가 하느님이 붙여주신 짝이라는 것입니다. 나보다 더 나를 잘 아시는 하느님께서 나를 거둘 짝으로 나의 아내를 제게 허락하셨습니다. 물론 예외도  있습니다. 한 때 감정이 쏠려서 실수로 우연히 만난 사람으로 인해 고통받는 결혼생활도 있습니다. 성경의 지침과 교회법에 따르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서로 사랑함으로 결혼하여 함께 살아가는 배우자는 하느님이 주신 인생 최고의 선물입니다. 나의 장인 장모가, 나의 시부모가 하느님이십니다. 그래서 배우자를 존귀하게 여겨야 합니다. 



3. “그러므로 결혼은 그리스도와 교회의 신비한 관계처럼 신랑과 신부가 사랑으로 한 가정을 이루는 거룩한 일이며, 경솔히 할 수 없는 영예롭고 고귀한 삶의 시작입니다.

하느님 나라를 일구어 가는 복음의 공동체가 교회이지만, 또한 가정이어야 합니다. 오늘 복음은 그런 공동체를 일구어가는 유일한 방법이 바로 사랑이라고 가르칩니다. 

12절,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이것이 나의 계명이다. 

17절, 서로 사랑하여라. 이것이 너희에게 주는 나의 계명이다."


그 사랑을 에페소서에서는 ‘순종과 희생’이라는 두 가지의 단어로 표현했습니다. 

에페 5:22, 아내 된 사람들은 주님께 순종하듯 자기 남편에게 순종하십시오.

에페 5:25, 남편 된 사람들은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사랑하셔서 당신의 몸을 바치신 것처럼 자기 아내를 사랑하십시오. 


사랑하면, 교회가 그리스도에게 순종하듯이 아내가 남편에게 순종합니다. 사랑하면,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위해서 몸을 바치셨듯이 남편이 아내를 위해서 희생합니다. 순종과 희생은 배우자를 향한 사랑을 확증하는 태도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 안에 이 사랑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하느님으로부터 사랑을 공급받고 그 자원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에페소서 5장 22절, 25절이 연결되어 있는 18절 말씀에 주목해야 합니다. “술 취하지 마십시오. 방탕한 생활이 거기에서 옵니다. 여러분은 성령을 가득히 받아야 합니다.” 이것이 하느님의 사랑 안에 거하는 길입니다.


두 주 후인 5월 20일이 성령강림주일입니다. 성령강림주일이 있기 전, 120여명의 제자들은 예수님이 승천하신 후 10일 동안 마가다락방에 모여 기도에 전념하였습니다. 


켄터베리 대주교는 예수승천일부터 성령강림주일까지 “주의 나라 임하시고”라는 주제로 하는 특별기도기간을 세계성공회에 제안했습니다. 그래서 우리교회도 승천일인 5월 10일, 다음 주 목요일부터 오전 6시 30분에 특별기도회를 갖습니다. 


함께 모여 성령 충만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그럼으로 교회와 가정과 이 땅에 하느님의 나라가 임하도록 하는 생명의 통로가 되도록 간절히 기도합시다. 예배 후에 9일 기도 소책자를 나눠드립니다. 성당에 오지 못하셔도 함께 기도에 전념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4. “또한 신랑과 신부가 몸과 마음으로 하나 됨은 하느님께서 기뻐하시는 것이며, 부부로서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넉넉할 때나 어려울 때나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서로 돕고 위로하는 것이 하느님의 뜻입니다.”

부부가 몸만 하나가 되고 마음으로 하나가 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음으로 하나되지 못하면, 때로 배우자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결국 몸을 섞는 죄악을 범하기도 합니다. 하느님이 아주 싫어하시는 죄악입니다. 


마음으로 하나되지 못하는 이유는 사랑을 실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랑을 여러 가지로 정의하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고전 13장의 내용이 가장 좋은 표현들입니다. 눈을 감아 보십시오. 내가 하는 사랑이 주님의 사랑과 얼마나 일치하는지를 돌아보십시오. 


“4 사랑은 오래 참습니다. 사랑은 친절합니다. 사랑은 시기하지 않습니다. 사랑은 자랑하지 않습니다. 사랑은 교만하지 않습니다. 5 사랑은 무례하지 않습니다. 사랑은 사욕을 품지 않습니다. 사랑은 성을 내지 않습니다. 사랑은 앙심을 품지 않습니다. 6 사랑은 불의를 보고 기뻐하지 아니하고 진리를 보고 기뻐합니다. 7 사랑은 모든 것을 덮어주고 모든 것을 믿고 모든 것을 바라고 모든 것을 견디어냅니다.” 


내후년이 결혼한 지 30년이 됩니다. 살아보니까 “사랑이란 함께 하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주님이 우리를 사랑하신 이유가 바로 우리와 함께 하시고자 함입니다. 그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십자가에 내어 주시고 그 거룩한 피로 하느님과 우리 사이를 갈라놓은 죄를 없이 하시고 하느님과 우리를 화해시켜 주셨습니다. 


바로 그 주님이 마태오복음의 끝 절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세상 끝날까지 너희와 함께 하리라!” 이 말은 내가 영원히 너희를 사랑한다는 주님의 사랑 고백입니다. 주님께서 우리와 함께 하시고자 우리의 죄를 용서하셨고 우리를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주셨고(용납) 그리고 오래 참고 기다려주십니다. 


“함께 한다는 것”은 언제나 항상 그리고 영원히 우리와 함께 하시면서 함께 대화를 많이 나누기를 원하십니다. 주님과 시간을 함께 하며 대화하는 것을 ‘기도’라고 합니다. “쉬지 말고 기도하라”는 성경의 말씀은 언제나 우리와 함께 하시며 우리와 대화함으로 마음의 나누기를 원하시는 주님의 간절한 사랑의 초대입니다. 이렇게 주님과 영적으로 하나되면 거기에 가장 큰 행복과 기쁨이 흘러넘치게 됩니다. 침묵기도학교를 여는 이유입니다.


이렇듯 부부도 하나 되기 위해서 함께 해야 합니다. 용서하고 용납하고 기다려주고 시간을 함께 하며 많은 대화를 나눌 때 마음을 나누게 되며 진정 몸과 마음이 하나 됨으로 참으로 행복한 가정, 천국을 경험하는 가정을 이루게 되는 것이죠.


5. “그리고 하느님께서 주시는 자녀들을 주님의 뜻에 따라 주님의 사랑으로 잘 기르고 가르치는 것이 부부의 도리입니다.”

결혼을 통해 가정을 이루면서 직면하게 되는 가장 큰 과제는 자녀 양육입니다. 주님의 뜻에 따라 사랑으로 잘 기르고 가르치는 부부의 책임에 직면합니다. 


미국의 유명한 판사였던 포터박사는 어느 날 자신이 존경하는 스승의 아들을 재판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난감한 상황에 처한 포터 박사는 피고인에게 아버지가 쓴 책을 읽어보았는지 물어보았습니다. 스승의 그 훌륭한 책을 읽어보았다면 이러한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스승의 아들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네, 저도 그 책을 알고 있지만,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아버지가 그 책을 쓰는 제 어린 시절에 저는 항상 뒷전이었고, 제가 응석을 부리면 빨리 원고를 끝내야 한다고 저를 물리치셨습니다.”

  

자신의 삶에서 아무리 성공적인 업적을 남겼다고 해도 자녀가 어둡고 그늘진 삶을 살아간다면 결코 가치 있는 성공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좋은 부모가 되고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것, 이것이 이 세상 그 어떤 일보다도 소중하고 값진 일입니다.


성경적인 자녀 교육의 길도 역시 “자녀와 함께 하는” 사랑입니다. 밥을 같이 먹고, 함께 놀고, 함께 가정예배를 드리는 것이 사랑의 실천입니다. 자녀를 용납하고 기다려주며 많은 대화를 나누는 사랑이 주님의 정신으로 자녀를 양육하는 방법입니다.



이상 혼배성사 권면의 말씀을 통해 행복한 가정을 세우기 위한 성경적인 원리를 살펴보았습니다.

결혼은 거룩한 가정을 세우는 하느님의 은총이 임하는 성사입니다.

지금의 배우자는 하느님이 제게 허락하신 존귀한 짝입니다. 

가정을 세우는 유일한 원리는 함께 하는 사랑입니다. 함께 함이란 용서하고 용납하고 기다리며 마음의 대화를 나누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혼배예식 권면의 말씀에 없는 한 가지를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수욕정이 풍부지(樹慾靜而 風不止), 자욕양이 친부대(子慾養而 親不待)”라고 했습니다. 논어에 나오는 말이라고 합니다. “나무는 가만히 있고자 하나 바람이 그치지 않고, 자식은 효도를 하려하나 부모는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부모님께 진심으로 효도하고 공경하는 가정이 되기를 바랍니다. 자녀들은 부모의 거울이기에 이 역시 자신에게 자녀의 효도로 돌아올 것입니다.


우리 교회의 모든 가정들이 천국을 경험하고 천국을 확장해 가는 성가정이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이제 주보에 있는 신혼부부를 위한 기도문을 읽어드리며 설교를 마칩니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화답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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