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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설교

강남교무구 교회개척을 위한 연합성찬례

by 분당교회 2018. 5. 21.

강남교무구 교회개척을 위한 연합성찬례 (2018.5.13.)

천용욱 파비안 신부(영등포교회 관할사제)


교회는 예수님께서 몸소 사셨던 삶과 그 삶의 뜻과 내용을 모든 사람과 함께 나누기 위해 행하셨던 예수님의 모든 활동으로부터 비롯되었습니다. 예수님은 사람들을 아프게 하고 힘들게 하고 위험하게 만드는 세상의 잘못된 세태와 질서를 넘어서서 오히려 사람들을 구하고 살리는 근원적이고 궁극적인 하느님의 창조질서가 엄연히 지금 여기에서 작용하고 있음을 드러내고 그 뜻에 따라 모든 사람들이 함께 살기를 간절히 바라며 이를 이루기 위해 온 힘을 기울이신 분이십니다. 


하느님의 창조질서의 뜻은 사람은 물론이요 온 세상 만물은 하느님이 지으신 것이며, 지어진 모든 피조물은 서로 조화롭게 어울려 아름다운 세상을 이루고, 특별히 모든 사람은 하느님의 사랑하는 자녀로서 서로를 제 몸처럼 아끼고 섬기며 살도록 하셨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바로 이 하느님의 나라를 몸소 사시고, 드러내셨으며, 모든 사람들과 더불어 다함께 그 나라를 살고 완성해 나가기를 염원하셨습니다. 이와 같은 예수님의 간절한 염원과 부르심에 응하고 공감하여 주님의 길을 따랐던 사람들이 예수님의 첫 제자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비록 예수님이 수난당하시기까지는 그 분에 대한 오해와 그에 따른 좌절이 있기도 했지만 마침내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의 삶과 그 뜻에 감화되고 공감하여 그의 길을 기꺼이 따르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예수님을 따라 함께 산 사람들의 공동체가 바로 초대교회인 것입니다. 그리고 같은 마음으로 하나가 되어 살아가는 초대교회공동체 신자들의 삶의 모습을 보고 또 수많은 사람들이 그 길에 동행하게 되었고, 시공을 넘고 이어 오늘 우리의 교회에까지 이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교회는 예수님으로부터 비롯하여 초대교회공동체를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을 힘들게 하고 아프게 하고 죽게 만드는 현상의 모든 질서를 넘어서고 극복하는 근원적이고 궁극적인 하느님 나라의 질서를 드러내고 살아내는 사람들의 모임이며, 교회가 이와 같은 본연의 역할을 온전히 감당하지 못하여 아파하고 죽어가는 사람들을 고치고 살려내는 일에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그 존재의 이유도 가치도 잃어버리게 될 것입니다. 만일 오늘 우리의 교회가 활력이 없고 사람들에게 딱히 드러내 보여줄 만한 모습이 없다면 그 까닭은 다 여기에 있다 할 것입니다.

  


이러한 믿음의 고백과 성찰을 바탕으로 오늘 우리 강남교무구 모든 교회는 교회개척을 위한 염원을 마음에 품고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새 교회를 개척하겠다는 것은 결국 교회의 본분인 하느님의 나라를 넓혀 나가겠다고 하는 믿음의 고백이며 결연한 의지의 표현입니다. 


이천년 전 예수님이 하느님의 나라가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라며 복음을 전하시던 당시의 힘들고 어두웠던 세상만큼이나 오늘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도 사람이 살기에 몹시 어렵고 힘겨운 세상입니다. 위험하고 무섭고 고단하고 아픈 것이 일상입니다. 너 나 할 것 없이 쉴 틈 없이 바쁘게 살고 있지만 막상 기쁨도 보람도 없습니다. 서로에 대한 끝없는 의심과 경쟁 그리고 그에 따른 갈등과 분열로 늘 몸과 마음이 무겁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와 같이 무겁고 힘든 삶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분명한 답을 찾지 못한 채 무기력하고 답답한 일상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 오늘을 사는 사람들의 안타까운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바로 이와 같이 숨 막히는 처지에서 살길을 찾으려 발버둥치고 있는 지금 여기, 사람들은 다시 한 번 자신들의 삶에 활기를 불어넣어 줄, 살맛을 되살려 줄 그 무엇인가를 애타게 찾고 있지 않을까요. 


일찍이 예수님께서 사시고 드러내 보여주셨으며 많은 사람들이 감화를 받고 공감하여 기꺼이 함께 살기로 결심했던 하느님 나라의 질서와 삶의 내용이 바로 그 답이 되어 줄 수 있을 것입니다. 하느님이 축복으로 지어주신 세상과 사람에 대한 믿음과 소망과 사랑의 마음을 바탕으로 서로를 내 몸처럼 돌보며 살아감으로 혼자서는 결코 이룰 수 없었던, 그리고 기존의 삶의 방식과 세상의 질서로는 도저히 도달할 수 없었던 기쁨과 만족을 얻게 하는 새로운 삶이 내용이 오늘 교회가 먼저 찾아야 하고 살아야 하고 전해야 할 복음이 아닐까요. 이 생명의 복음이 오늘 우리 교회를 통해 고단하고 힘겨운 삶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애쓰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퍼져나갈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이 먼저 나와 우리 가정과 우리 교회에 기쁜 소식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은 힘들고 고단하고 아픈 우리의 몸과 마음에 새로운 활력을 불러일으켜 주십니다. 예수님의 사랑이 갈라지고 막힌 형제와 이웃 사이에 화해와 협력의 관계를 회복시켜 주십니다. 하느님의 은총이 꼬이고 망가져 어두워진 세상에 정의와 평화의 새 빛을 밝혀줍니다. 


이렇게 살려주시고 고쳐주시고 새 힘을 불어넣어주시는 하느님의 은총이 나와 우리 가정과 우리의 교회 안에 먼저 가득차면 그 기운이 흘러넘쳐 세상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지고 나누어지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우리가 먼저 찾고 믿고 살게 된 하느님 나라의 생생한 경험과 그 경험을 나누고자 하는 간절한 열망이 지금 힘들고 아프고 헤어날 길을 찾지 못하여 무거운 몸과 마음을 짊어지고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이웃에게 마땅히 전해지도록 하자는 것이 교회개척의 뜻일 것이며 또 반드시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가 될 것입니다. 


오늘 우리 강남교무구 모든 교회가 여기에 모여 한 마음으로 바쳐 드리는 이 연합성찬례가 이와 같은 교회개척의 뜻과 염원을 함께 공감하고 다짐하는 거룩하고 소중한 자리가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이천년 전 아프고 어둡던 유대땅에 예수를 보내시어 새로운 삶의 기운을 불러일으켜 주시고 밝은 빛을 밝혀주신 것과 같이 오늘도 우리 교회를 쓰시어 아프고 힘든 이들을 구하시고 살리시는 하느님의 구원의 은총이 힘차게 펼쳐질 수 있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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