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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설교

먼저 일어나 일어서게 하는 사람들

by 분당교회 2018. 4. 15.

2018년 4월 15일 나해 부활3주일


먼저 일어나 일어서게 하는 사람들


4월 15일입니다. 내일은 4월 16일입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4년이 되는 날입니다. 세월호 유가족 및 삶의 여러 고통으로 아파하고 주저앉아 있는 이웃들이 여전한 부활 3주일에, ‘감사’라는 말이 붙은 ‘성찬예배’를 집례하고 설교하는 사제의 마음이 무겁습니다. 이런 제 마음을 잘 표현한 시가 있어 읽어 드립니다. 


숨쉬기도 미안한 사월 

함민복


배가 더 기울까봐 끝까지 

솟아오르는 쪽을 누르고 있으려

옷장에 매달려서도 

움직이지 말라는 방송을 믿으며

나 혼자를 버리고 

다 같이 살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갈등을 물리쳤을, 공포를 견디었을

바보 같이 착한 생명들아! 이학년들아!


그대들 앞에 

이런 어처구니없음을 가능케 한 

우리 모두는

우리들의 시간은, 우리들의 세월은 

침묵도, 반성도 다 부끄러운 

죄다


쏟아져 들어오는 깜깜한 물을 밀어냈을 

가녀린 손가락들

나는 괜찮다고 바깥세상을 안심시켜주던

가족들 목소리가 여운으로 남은 

핸드폰을 다급히 품고

물속에서 마지막으로 불러보았을 

공기방울 글씨

엄마,

아빠,

사랑해!


아, 이 공기, 숨쉬기도 미안한 사월 >


참사로 죽은 403명의 영혼을 주님께 의탁합니다. 유가족들에게는 주님의 위로가 함께 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제자들도 ‘숨쉬기도 힘든 시간’을 보냈을 것입니다. 그래서 혼돈과 절망 가운데 주저앉아 있습니다. 불과 일주일 전에 ‘주님’이라고 ‘그리스도’라고 고백하던 예수를 따라 예루살렘에 들어왔습니다. 군중들이 ‘호산나’를 외칠 때 새로운 시대에 대한 희망이 벅차올랐었습니다. 



하지만 3일 전 금요일, 십자가에서 무력하게 죽은 예수와 함께 그들의 삶도 무너졌습니다. 자신들은 사랑하던 주 예수 그리스도를 모른다고 하고 도망치며 배반했습니다. 


예수님과 하느님 나라의 꿈과 떡과 포도주를 함께 먹고 마시던 행복했던 시간은 아득하기만 합니다. 자신들이 예수를 십자가형에 처한 유대 종교지도자들과 로마 제국의 총칼이 무서워 숨어있습니다. 


이른 아침, 예수의 무덤을 찾아갔다가 돌아온 여인들이 한 말, “무덤이 비어 있었어요. 다시 살아나신 예수를 만났어요.” 혼란스럽습니다. 엠마오로 가던 글레오파와 또 한 제자는 거친 숨을 내쉬며 돌아와 ‘예수를 만났다’고 말합니다. 혼돈을 더 합니다. 


이 두 사람은 예루살렘을 떠나 엠마오로 가던 중이었습니다. 터벅터벅 맥없이 걸어가며 그들이 겪은 십자가 사건과 예수가 다시 살아났다는 소문 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다가와 나란히 걸어가며 그 이야기를 듣더니 모세와 예언서의 말씀으로 십자가와 부활을 설명해 주었습니다. 날이 저물어 집으로 들어가 저녁을 함께 먹는데, 그 사람이 떡을 들어 감사의 기도를 드리는 던 중 바로 그가 예수님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내 두 사람은 제자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와 이 놀라운 소식을 전하던 중이었습니다. 


‘그들이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에, 예수님이 나타나 그들 한 가운데 서셨습니다. 제자들은 유령이 나타난 줄 알고 무서워했습니다. 예수님은 하느님이 자신을 다시 살리셨다고 말씀하셨습니다. 38-39, "38 왜 그렇게 안절부절 못하고 의심을 품느냐? 39 내 손과 발을 보아라. 틀림없이 나다! 자, 만져보아라. 유령은 뼈와 살이 없지만 보다시피 나에게는 있지 않느냐?" 


예수님은 자신의 몸을 보여주었지만, 믿지 못하는 제자들에게 먹을 것을 달라고 하시고 드셨습니다. "41 여기에 무엇이든 먹을 것이 좀 없느냐?" 하고 물으셨다. 42 그들이 구운 생선 한 토막을 드리니 43 예수께서는 그것을 받아 그들이 보는 앞에서 잡수셨다.“


46절, "성서의 기록을 보면 그리스도는 고난을 받고 죽었다가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난다고 하였다.“는 말씀의 의미는 하느님이 예수를 다시 살리심으로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가르치고 함께 경험했던 하느님의 나라가 승리했다는 것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은 주저앉아 있는 제자들에게 오시어 이 복음을 전하시며 하느님 나라 운동이 계속 이어가라고 일으키십니다. 48절, 너희는 이 모든 일의 증인이다. 


루가가 이 장면을 이렇게 자세히 묘사하는 이유가 분명합니다. 예수가 다시 살아나셨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을 만난 사람들의 증언이 성서가 예언한 그대로임을 확증해주고자 함입니다.


예수의 부활은 인간의 합리적 이성과 경험으로는 믿을 수 없는 사건입니다. 그래서 신학자들조차도 예수 부활 사건을 실제 몸으로 다시 산 것이 아니라. 제자들의 마음에 다시 살아난 실존적인 부활이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부활의 사실 여부를 논쟁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예수가 다시 살아났다는 가장 확실한 증언은 하느님 나라를 이어가는 제자들의 변화된 삶입니다. 엠마오로 가던 두 제자가 절망의 도시인 예루살렘으로 다시 돌아와 다른 제자들에게 자신들이 부활하신 예수를 만났다고 증언하는 증인이 되었습니다. 이 증언을 들은 제자들도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고 예수님의 말씀대로 부활의 증인이 되었습니다.


오늘 1독서와 2독서는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남으로 변화된 제자들의 삶의 특징을 보여줍니다. 예수님의 부활을 믿는 하느님 나라 백성의 삶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알게 해 줍니다. 


1독서는 솔로몬 행각에서 한 베드로의 설교입니다. ‘여러분이 예수를 죽였는데 하느님이 다시 살리셨다. 우리는 다 그 목격자들이다. 바로 그 예수의 이름으로 이 사람이 낫게 되었다. 그러니 회개하라.’ - 부활의 증인이 된 제자들의 모습입니다.


이 설교를 하게 된 사건이 바로 앞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성전 문 앞에서 구걸하던 앉은뱅이를 제자들이 일어나게 한 사건입니다. 이 치유의 사건에서 기억하는 유명한 말씀이 있습니다. 

6절, 베드로는 "나는 돈이 없습니다. 그러나 내가 줄 수 있는 것은 이것입니다. 나자렛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걸어가시오." - 은과 금은 내게 없거니와 내게 있는 이것을 네게 주노니 나사렛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일어나 걸으라(개역).


제자들은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가 주인이 된 사람들, 오직 예수에게만 속한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예수와 함께 절망의 자리에서 떨쳐 일어난 사람들입니다. 부활이라는 말은 ‘일어서다’라는 뜻입니다. 제자들은 절망 가운데 있었지만,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남으로 다시 일어나 하느님 나라를 이어 가는 증인이 되었습니다.  


믿지 못하는 제자들에게 예수는 자신의 손과 발을 보여주며 부활을 확증 했습니다. 십자가의 길을 걸어간 발, 십자가를 지고 간 손, 못에 박힌 손과 발입니다. 부활을 진심으로 믿는 것은 이제 우리가 주님의 손과 발이 되어 주저앉아 있는 일으켜 세우는 섬김의 삶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2독서 요한일서에서는 제자란 3절, ‘그리스도에 대해 이런 희망을 가진 사람’이라고 합니다. ‘이런 희망’이란 2절, ‘그리스도께서 나타나시면 그리스도와 같은 사람이 되리라는 것’입니다. ‘이런 희망’이란 예수님이 다시 오실 때, 우리도 다 예수님처럼 부활하게 되리라는 믿음을 말합니다. 


이 믿음은 ‘그리스도께서 나타나시는 날’, 주님의 재림으로 완성될 영원한 하느님 나라를 바라보게 합니다. 그래서 기꺼이 하느님 나라를 이루어가는 십자가의 삶을 살게 합니다. 



아프칸과 같은 분쟁 지역에 가서 하느님의 사랑과 평화를 실천하는 ‘개척자들’이라는 선교단체가 있습니다. 이 단체를 세운 송강호 박사는 ‘평화, 그 아득한 희망을 걷다’라는 책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와 의를 위해서 핍박받았던 그리스도인들의 생애와 죽음을  통해, 감추어진 역사의 진실을 배워야 한다. 삶의 의미는 이기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패배하는 데 있다. 한 번 혹은 몇 번의 패배로 물러나는 미완성의 패배가 아니라, 어떤 시련과 절망도 좌절도 끝내 거부하고 끝없이 패배하는 삶을 한없이 긍정하면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삶이 우리의 운명이 되어야 한다. 나는 믿는다. 우리는 패배하고 하느님은 승리하며 우리는 죽지만, 하느님은 우리를 다시 살려내신다는 진실을.”


인간의 죄를 대신하여 나무 십자가에서 저주받아 죽은 예수를 하느님이 다시 살려 내셨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난 사람들은 주저앉은 그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나자렛 예수 이름으로 주저앉은 사람들을 일으켜 세우며 하느님 나라를 이어가는 증인의 삶을 살았습니다.


부활절기 동안 성찬예배 중에 드리는 봉헌기도문이 있습니다. “이곳에 오소서. 이곳에 임하소서. 주 예수 그리스도, 부활하신 대사제여! 우리가 이 예물을 바치며 이 빵을 나눌 때에 주님을 뵙게 하소서.” 


이 기도대로 부활하신 예수님은 이 시간 성령으로, 예배하는 우리들 한 가운데 오십니다. 말씀을 듣고 성찬을 나누는 우리를 만나 주십니다. 우리를 일어나게 하십니다. 


그리고 우리 주변에 주저앉아 있는 모든 이들에게 보내십니다. 세월호 유가족, 제주의 4.3 가족, 성추행과 성폭력의 상처로 아파하는 여성들, 차별 가운데 힘들게 살아가는 이주 노동자와 다문화 가정들, 장애우들, 직장에서 쫓겨나 주저앉은 실업자들, 건물주의 횡포로 쫓겨나는 자영업자들, 깨어진 가정에서 상처받는 청소년, 미래가 불투명한 채 힘들어 하는 청년들, 예수님을 알지 못한 채 세속과 정욕을 따라 탐욕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이 모든 사람들에게 가서 ‘예수가 부활했다. 하느님 나라가 승리했다’는 복음을 전파하며 그들을 일으켜 세우라고 하십니다. 


저와 여러분 모두, 

그리스도에 대해 희망을 가진 사람답게, 

나자렛 예수 이름으로 일어나, 

주저앉은 이들을 일으켜 세우며 하느님 나라를 세워가는 

부활의 증인이 되기를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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