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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설교

꽃들에게 희망을!

by 분당교회 2018. 3. 18.

2018년 3월 18일 나해 사순 5주일


꽃들에게 희망을!


나무에도 물이 올라와 파릇파릇 새 싹이 움트는 봄입니다. 생명의 기운이 가득합니다. 겨울을 몰아내고 이 땅에 봄을 가져오는 생명의 기운이 교우 여러분들에게 함께 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사순 5주일입니다. 다음 주일은 성지 고난주일이고 두 주 후 4월 1일은 부활주일입니다. 고난주일부터 부활절 전야까지 성주간 전례가 진행됩니다. 주보 2면을 참고하시고 전례에 참여하시어 하느님의 은총을 누리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복음은 유월절을 지키러 올라 왔던 그리스인 몇 사람이 예수님을 찾아오면서 시작됩니다. 필립보와 안드레가 예수님께 그들의 말을 전하자, 예수님은 “사람의 아들이 큰 영광을 받을 때가 왔다”고 말씀하시면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사람의 아들’은 예수님 자신을 말합니다. 성경에서 ‘영광’이란 하느님이 하느님으로 드러나는 사건을 말합니다. ? 히브리인들에게는 두 가지 시간 개념이 있습니다. 흘러가는 시간인 크로노스와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사건을 말하는 카이로스가 있습니다. 여기서 ‘때’는 카이로스를 말합니다.  


카이로스의 내용이 24절에 나와 있습니다. “정말 잘 들어두어라.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아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밀알 하나’는 예수님 자신을 말합니다. ‘죽는다’는 말은 예수님의 십자가의 희생을 말하는 것입니다. ‘많은 열매를 맺는다’는 것은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으로 인류가 구원을 받게 된 것을 의미합니다. 


이제 곧 그리스인 몇 사람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사람들이 예수님을 통해서 하느님의 사랑을 알게 되는 때가 올 것이라는 말씀을 하신 것입니다. 


예수님은 하느님의 뜻에 따라 십자가에서 죽으셨습니다. 하느님은 그를 다시 살리심으로 이 세상을 구원하는 이름이 되게 하셨습니다. 예수님이 하느님의 사랑이심을 드러낸 사건이 바로 예수님의 십자가입니다. 그래서 영광이라고 합니다. 


하느님이 예수님을 이 땅에 보내신 목적 두 가지를 기억하시나요? 우리를 위한 희생제물, 그리고 경건한 삶의 모본입니다. 밀알의 비유는 예수님이 걸어가신 십자가의 길을 나타냅니다. 이것이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따라야 하는 모본이라는 것입니다. 


밀알이 땅에 떨어졌는데 밀알로 그냥 있으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죽어야만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 하느님이 창조하신 자연이 보여주는 생명의 법칙이기도 하지만, 기독교 신앙의 핵심을 말해 줍니다.


땅에 떨어져 땅에 묻히는 것 – ‘성육신’을 말합니다. 밀알이 죽는 것 – ‘십자가’를 말합니다. 성육신과 십자가의 죽음을 살아내는 십자가의 길이 바로 예수님이 살아가신 삶이며 우리가 따라야 하는 경건의 모본입니다. 


십자가의 길은 순종으로 이루어집니다. 예수님은 하느님의 뜻에 순종하심으로 카이로스를 살아가셨습니다. 예수님처럼, 크로노스 속에서 하느님의 뜻을 이루어가는 카이로스를 살아가는 존재가 그리스도인입니다. 


모든 사람들에게 경건한 삶의 모본이 되는 예수님의 성육신과 십자가는 부활을 위한 자기 부인의 과정입니다. 이 과정이 쉽지는 않습니다. 오늘 2독서 히브리서 기자는 ‘고난을 겪으심으로 복종을 배우셨다’고 하십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언제나 기도하셨습니다. 십자가를 지기 전 날 밤에는 히브리서의 말씀처럼, ‘하느님께 큰 소리와 눈물로 기도하고 간구하셨습니다.’ 


“꽃들에게 희망을” 이라는 그림동화책이 있습니다. 그 내용이 십자가의 길을 알게 해 주는 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이 그 내용을 아실 테지만 간단하게 줄거리를 말씀드립니다.


나뭇잎을 갈아먹으며 살던 줄무늬 애벌레가 더 나은 삶을 향해, 기둥을 올라가기만 합니다. 꼭대기에 올라가면 대단한 것이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안고 남들처럼, 다른 애벌레를 밟고 올라갑니다. 기둥 중간쯤에서 노랑애벌레를 만나게 됩니다. 더 이상 서로를 밟고 올라가는 것에 회의를 느낀 두 애벌레는 다시 땅으로 내려옵니다. 여유롭게 잎사귀를 먹으면서 서로 사랑하며 살던 중 줄무늬 애벌레는 다시 그 삶에 회의를 느낍니다. 다시 기둥을 타고 올라갑니다. 


줄무늬 애벌레가 떠나고 노랑애벌레는 늙은 애벌레가 나무에 거꾸로 매달려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고치를 만드는 것이죠. 그로부터 신비한 말을 듣습니다.  

“한 마리의 나비가 되기 위해서는 이럴 수밖에 없단다."  

”나비는 네가 되어야 하는 바로 그것을 뜻하는 거란다. 그것은 아름다운 날개로 하늘을 날며, 하늘과 땅을 이어주기도 하지. 그것은 꽃에서 나오는 달콤한 꿀만을 마시면서 이 꽃에서 저 꽃으로 사랑의 씨앗을 운반해 주기도 한단다."  

"나비가 없어지면 따라서 꽃도 자취를 감추게 된단다.


그를 따라서 노랑애벌레는 고치를 만들어 그 속에 들어가 어둠을 견딥니다. 한편 기둥을 힘차게 오르던 줄무늬애벌레는 정상에 가까이 다다랐을 때 충격적인 소리를 듣습니다. “위에 아무것도 없잖아!” 


주변을 둘러보니 아무것도 없는 정상을 향해 올라가고 있는 수많은 애벌레들의 기둥이 보였습니다. 다시 땅으로 내려와 기진맥진 해 잠든 줄무늬 애벌레는 선선한 바람을 느끼고 깨어납니다. 전혀 다른 생명체인 노랑나비가 자신에게 날개로 바람을 불어준 겁니다. 


사랑 깊은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노랑나비가 바로 노랑애벌레였다는 것을 직감했습니다. 노랑애벌레를 통해 자신도 전혀 새로운 존재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됩니다. 그리고 이제는 나무를 올라갑니다. 스스로 고치를 만들어 그 속에서 어둠을 견디어 냅니다. 마침내 노랑나비와 함께 하늘을 나는 나비가 됩니다. 그리고..... 애벌레 기둥만 가득했던 이 땅은 수많은 나비들이 날아다니고 예쁜 꽃들이 가득한 다른 세상이 되었습니다. 


애벌레가 고치가 되는 것이 자기 부인입니다. 바로 십자가의 길입니다. 고치가 되어야만 꽃들에게 희망이 되는 새생명이 됩니다. 그것이 부활이고 나비의 영광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십자가의 길을 걸어가는 존재입니다. 사순절은 십자가의 영성으로 나와 교회를 바로 세우는 기간입니다. 


우리가 예수님을 따라 십자가의 길을 갈 때 하느님은 우리의 삶에 많은 열매를 맺어주십니다. 그 열매는 세상의 어둠을 밝히는 빛이 되는 교회, 세상을 살맛나게 하는 소금이 되는 교회가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교회의 영광입니다. 


우리 모두가 땅에 떨어져 죽는 밀알 하나가 될 때 이 세상에, 꽃들이 활짝 핀 세상처럼 공평과 정의, 평화가 가득한 하느님의 나라가 임하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맞이하게 되는 부활의 신비입니다. 


설교 : 김장환 엘리야 신부 (성공회 분당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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