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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설교

이 시대에 깨어있는 삶이란?

by 분당교회 2021. 11. 28.

단계적 일상 회복을 위해 위드 코로나로 접어들은 지 한 달 가까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확진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것은 예상한 바이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중증환자가 늘어나고 있어 걱정이 큰데, ‘오미크론’이라는 새로운 코로나 바이러스 변이가 출현해서 다시 어려운 상황으로 가게 되는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습니다. 

 

힘들겠지만, 이 또한 지나갈 것입니다. 일단 백신 3차 접종과 10대 청소년들의 백신 접종이 현재 위기를 이겨갈 수 있는 길이라고 합니다. 물론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는 여전히 최고의 방역입니다. 

 

위드 코로나가 되면서 우리교회는 11시 성당대면예배를 한 주는 접종완료자들이 참여하는 대면예배로 드리고, 인원 제한이 없습니다. 다른 한 주는 교회학교 학생들의 분반활동이 가능하도록 학생과 학부모들이 중심으로 참여하는 대면예배로 드립니다. 예배 회복과 다음 세대에 신앙을 계승하기 위해서 교우들의 적극적인 협조 부탁드립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이제 3일 후면 12월입니다.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교회력으로는 오늘이 새해를 시작하는 대림 첫 주일입니다. 

 

성탄절 4주 전 주일부터 시작하는 대림절은 하느님께서 우리 인간에게 오셨던 일을 기념하면서, 동시에 다시 오실 예수님을 기다리며 준비하는 신앙을 독려하는 기간입니다. 

 

대림절 전례색은 자색입니다. 다시 오시는 주님을 맞이하기 위해서 회개와 절제의 생활을 상징합니다. 그리고 푸른 나뭇가지를 둥글게 엮어서 4개의 초를 밝혀가는 대림환을 준비합니다. 

 

푸른 나뭇가지와 둥근 환은 온 세상을 상징하고, 4개의 초는 동서남북을 의미하며, 온 세상을 비추시는 빛이신 그리스도를 상징합니다. 

 

대림 첫 주일에는 자색 초를 밝히고 그 다음 주일에는 좀 더 밝은 색의 초를 밝히며 매주 초를 하나씩 밝혀 갑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성탄이 임박했음을 알게 합니다. 

 

대림절은 영어로 Advent라고 하는데, ‘오고 있는 것으로서의 미래’를 의미하는 라틴어 아드벤투스(Adventus)에서 온 말입니다. 대림이라는 한자말도 ‘오고 있는 것을 기다린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성당문 앞에 자색 바탕에 ‘기다림’이라는 글을 새긴 배너를 세워 놓았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진정으로 예수님의 다시 오심을 기다리시는지요? 

 

예수님은 말씀하신대로, 십자가에서 죽임 당하시고 부활하셨고 하늘의 보좌로 올라가시면서 다시 오시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사도 1:11, “갈릴래아 사람들아. 왜 너희는 여기에 서서 하늘만 쳐다보고 있느냐? 너희 곁을 떠나 승천하신 저 예수께서는 너희가 보는 앞에서 하늘로 올라가신 것 그 모양으로 다시 오실 것이다.”

 

초대교회 신자들의 인사가 ‘마라나타’였습니다. 마라나타는 “주여! 어서 오소서!”라는 뜻입니다. 예수님의 재림을 믿는 종말신앙은 예수 공동체의 생명이었고 교회를 교회답게 하는 동력이었습니다. 

 

2000년이 지났어도 종말신앙은 기독교의 핵심 교리입니다. 그래서 그리스도인들은 예배 중에 이 신앙을 고백합니다. 사도신경, “산 이와 죽은 이를 심판하러 다시 오시리라 믿나이다.” / 니케아신경, “산 이와 죽은 이를 심판하러 영광 속에 다시 오시리니 그분의 나라는 끝이 없으리이다.” 아멘. / 성찬의 전례 중에 드리는 성찬기도 중에는 이렇게 외칩니다. “우리는 신앙의 신비를 선포합니다. 그리스도는 죽으셨고 그리스도는 부활하셨고 그리스도는 다시 오십니다.” 

 

그런데 종말에 대한 오해가 많습니다. 예수님은 재림의 때에 대해서 자기 자신도 모르고 천사들도 모르고 오직 아버지만이 아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마르 13:32, “그 날과 그 시간은 아무도 모른다. 하늘에 있는 천사도 모르고 아들도 모르고 오직 아버지만이 아신다.”

 

이렇게 하느님의 주권에 속한 재림의 때를 자신들만이 계시 받았다고 말하며 사람들을 미혹하는 자들이 있습니다. 이단인 시한부 종말론자들입니다. 이런 자들을 조심해야 합니다. 

1992년 10월18일에 주님의 재림으로 역사의 종말이 오기 전에 그리스도인들이 하늘로 들임 받는 휴거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던 다미선교회가 대표적입니다. 

 

현대 한국사회의 대표적인 이단인 ‘하나님의 교회’나 ‘신천지’도 종말을 강조하며 사람들을 미혹하는 아주 위험한 이단들입니다. 

 

예수님 당대 유다인들도 종말에 관한 잘못된 이해를 갖고 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오늘 1독서를 보면 예레미야는 이렇게 선포합니다. 33:15, “내가 다윗의 정통 왕손을 일으켜줄 그 날, 그 때가 온다.” 

 

이 말씀에 따라 유다인들은 다윗왕 같은 정치적 군사적 메시야를 기대했습니다. 메시야가 오는 그 날, 그 때, 악은 심판받아 옛 시대는 끝나고 자신들은 구원받아  하느님의 나라에서 새로운 시대를 살게 된다는 믿음을 가졌습니다. 

 

예수님을 따르던 제자들도 이런 믿음을 가지고 있었기에, 예수님께서 3번이나 수난과 부활의 예고를 하셨어도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예수님을 로마제국을 몰아낼  정치적 군사적인 구원자로 여기며, 자신들의 출세에만 관심을 가졌던 것입니다.  

 

기독교의 종말신앙은 예수님의 성육신으로 이 땅에 하느님의 나라가 시작되었고 예수님의 십자가와 부활로 하느님의 나라가 승리하였으며, 예수님의 재림으로 하느님의 나라가 완성된다는 믿음입니다. 

 

종말신앙을 가장 잘 표현해 주는 표현이 ‘이미’ ‘아직 아니’이라는 시간표입니다. 종말론의 그릇된 신앙은 ‘이미’와 ‘아직 아니’라는 두 시간의 측면 가운데서 하나만을 강조하는데서 비롯됩니다.

 

‘아직 아니’를 소홀히 하고 ‘이미’만을 강조하면 재림신앙을 잃어버리게 되고 교회의 활력이 없어집니다. ‘이미’를 잊고 ‘아직 아니’만을 강조하면 시한부종말론 같은 이단으로 빠지게 됩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의 재림으로 완성될 하느님 나라를 기다리면서, 예수님의 초림으로 시작된 하느님의 나라를 지금 여기에서 누리며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이렇게 올바른 재림신앙은 항상 깨어서 주님의 재림을 맞이하기 위하여 스스로를 하느님 앞에 올바로 세우는 일에 집중하도록 합니다. 

 

오늘 서신과 복음의 권면이 이것입니다. 1데살 3:13, “우리 주 예수께서 당신의 모든 성도들과 함께 다시 오시는 날, 우리 아버지 하느님 앞에 거룩하고 흠없는 사람으로 나설 수 있게 되기를 빕니다.” / 루가 21:36, “너희는 앞으로 닥쳐올 이 모든 일을 피하여 사람의 아들 앞에 설 수 있도록 늘 깨어 기도하여라.”

 

오늘 복음을 보면, 해와 달과 별에 징조가 나타나고 바다 물결이 사납게 날뛰고 사람들은 불안해하며 모든 전체가 흔들리는 징조들이 나타나는 때가 종말의 시작이라고 말합니다. 해, 달, 별 등은 지상 나라 권력들을, 바다 물결은 혼돈의 죽음의 세력을 상징하는 구약의 표현들입니다. 

 

이렇게 인류의 역사는 수많은 전쟁으로 제국들이 무너지고 새로운 나라가 서는 등,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혼란이 계속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혼돈의 역사 가운데도 하느님의 나라는 임하고 있고 구원 사건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 27절, “그 때에 사람들은 사람의 아들이 구름을 타고 권능을 떨치며 영광에 싸여 오는 것을 볼 것이다”는 말씀은 다니엘서를 인용한 말씀인데, 혼돈의  시대에도 종말 신앙으로 살아가는 교회를 통해서 그분의 영광이 이 땅에 드러나게 되는 것을 말합니다.  

 

초대교회가 그 모본입니다. 로마제국의 억압, 유대교의 핍박, 그리고 전염병이 창궐하는 등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박해와 고난 속에서도 초대교회는 서로 사랑하는 공동체를 이루고 죽어가는 사람들을 섬기는 이웃 사랑을 실천함으로 주님의 살아계심과 영광을 드러냈습니다. 

 

이렇듯 강력한 종말 신앙을 지닌 신자들의 믿음으로 하느님의 나라의 복음이 들불처럼 번져나갔고 교회가 세워졌던 것입니다.

 

나무에 잎이 돋으면 여름이 벌써 다가 온 것을 알 수 있듯이 시대의 징조 가운데 주님의 뜻이 드러납니다. 교회가 그 뜻을 깨닫고 순종할 때, 이 땅에 하느님의 나라를 일구어가는 공동체가 되어 주님의 영광을 드러내게 됩니다. 

 

이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아까 읽어드렸던 오늘 복음 루가 21장 36절의 말씀입니다. “너희는 앞으로 닥쳐올 이 모든 일을 피하여 사람의 아들 앞에 설 수 있도록 늘 깨어 기도하여라.”

 

깨어 있는 것, 기도하는 것이 주님의 재림을 기다리는 신자의 모습이라는 것입니다. 

 

“깨어 있다는 것”은 시대에 요청되는 주님의 뜻을 실천하는 삶을 말하는 것입니다. 기도는 시대 가운데 주님의 뜻을 분별하고 순종하기를 결단하는 시간입니다.

여러분은 이 시대의 징조 가운데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순종하고 실천해야 하는 주님의 뜻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희뿌연 미세먼지와, 코로나19, 산불과 기상이변, 동식물의 멸종, 해수면 상승은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이 땅이 더 이상 생명이 자랄 수 없고 우리가 우리의 후손들에게 생명이 아닌 죽음을 물려주고 있음을 보여 줍니다. 

 

하느님께서는 깨어진 피조세계의 신음을 통해 인류가 생태적인 삶으로 돌아가기를 말씀하고 계십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지금 이 시대의 경고 가운데 있는 주님의 요청에 응답해야 합니다. 

 

개발과 편리, 이윤추구를 최선으로 믿고 살았던 우리의 죄를 고백하고 지금이라도 모든 생명이 공존할 수 있는 삶의 형태로 바꿔야 합니다. 이것이 이 시대에 깨어있는 신자의 삶입니다.

 

짧은 동영상이지만 큰 도전을 받은 것이 있어 그 내용을 나눕니다. 기후위기를 고발하고 저지하기 위해서 시위를 하다가 11번이나 잡혀갔던 82세 된 노인의 이야기입니다. 이 분의 이름은 필 킹스턴입니다. 

 

킹스턴은 ‘멸종저항행동’에 참여해서는 4번이나 잡혀갔다고 합니다. 진술서를 쓸 때마다 “ACT NOW”라고 적었다고 합니다. 평생 보호감찰관으로 일했던 필 킹스턴은 법이 지구를 파괴하는 기업들의 이윤을 보호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어 시위에 참여했다고 합니다. 프리랜서 사진기자가 “죄명이 뭐예요?”라고 물었을 때 “지구를 보호한 것”이라고 대답합니다. “어디로 잡혀간 건가요?” 물었을 때는 “천국”이라고 대답합니다. 

 

“지금은 돈이 머리 꼭대기에 있다”고, “그래서는 안 된다”고 “마지막 물고기까지 잡아먹고 나면 알게 됩니다.” 인디언 속담을 인용하며 “지구는 돈을 먹고 살 수는 없는데 지금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안타까워합니다.

 

‘사람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뭐냐’는 질문에 한참을 울먹이다가 말합니다. “서로 사랑하세요. 지구를 사랑하세요. 돈은 수단이에요 사랑하는 일에 쓰이는...”

“이제야 철이 든 것 같다”는 말로 마치는 동영상을 보면서 얼마나 먹먹하던지요.  

 

‘흥청대며 먹고 마시는 일’‘더 잘 살려는 욕심에 사로잡힌 걱정거리’에 마음을 빼앗긴 채 살아가고 있는 철들지 않은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기후 위기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어떤 신학자는 “개인적이 되는 것을 멈추라”고 대답합니다. 

 

지금의 생태적 위기 속에서 삶의 형태를 바꾸고 진정한 교회와 그리스도인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공동체가 함께 기도하고 예배드리는 이 시간에 기후위기와 창조세계 파괴로 고통스러워하시는 주님의 마음을 알기를 바랍니다. 

 

성공회 선교정신 다섯 번째 “하느님의 창조질서를 보존하며 지구 생명의 회복과 유지에 헌신한다”는 주님의 뜻에 헌신하겠다고 결단하기를 바랍니다. 

 

“서로 사랑하는 일에, 지구를 사랑하는 일에, 이렇게 사랑하는 일에 여러분의 재정을 사용하면서 살아” 다시 오시는 주님 앞에 떳떳하게 서는 여러분 모두가 되기를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말씀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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