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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나눔

맥추감사편지(2)

by 푸드라이터 2020. 7. 19.

주님. 

 

인생의 어느 날, 예수님을 선물로 받았을 때, 그것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 잘 몰랐습니다. 영원한 생명, 용서, 구원 같은 것들은 제가 가늠하기 힘든 것들이어서요. 지금도 그렇습니다. 하느님이 어떤 분이신지... 저는 상상하기가 벅차요. 그래서 여전히 제가 얼마나 귀한 것을 받은 것인지 아마 잘 모르고 있을 겁니다. 

 

그러나 서서히 알아가는 그런 나날을 살고 있습니다. 조금씩, 그리고 불현 듯, 주님이 제게 주신 것이 무엇인지 깨달아 가고 있습니다. 그럴 때면 새삼 그 선물에 감격합니다. 제 삶의 남은 나날이 그런 깨달음의 순간들로 채워질 것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벅차오릅니다. 

 

주님 감사한 것이 너무도 많습니다. 건강한 것, ~ 한 것..... 그냥 살아 누리는 모든 것이 감사합니다. 그러나 불안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가진 이것들을 누리지 못하는 이웃들도 있으니까요. 그 결핍이나 불행을 생각하면, 감사 이전에 두려움이 먼저 엄습했습니다. 그들이 그것을 빼앗길 수 있었다면, 저 역시 안전하지는 않은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주신 것들을 온전히 기뻐하고 감사할 수만은 없는 불안에 빠져 있는 것이 괴로웠습니다. 너무 좋아하면 빼앗기지 않을까? 그리고 지금 가진 것이 없어졌을 때에도 감사할 수 있을까? 이런 불편한 상념들에 쫓겼습니다. 

 

그러나 주님, 이제는 압니다. 이제는 제 마음이 편합니다. 삶에 여러 풍파와 슬픔이 닥치더라도 저, 그리고 제 이웃이 받은 가장 좋은 것인 주님은 우리 모두가 절대 뺏기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에요. 제가 온전히 기뻐할 수 있는 것은 주님의 위로와 치유뿐입니다. 우리 모두가 이것을 받았고, 이를 빼앗길 사람이 없습니다. 이것이 너무나 기쁘고, 또 기쁘고 감사합니다. 

 

별다른 사건은 없는 평범한 일상인데 메일이 기쁩니다.

 

하느님이 하느님이셔서 기쁩니다. 사랑이셔서, 지혜롭고, 선하셔서. 성실하시고 포기를 모르는 분이셔서. 아름답고 거룩한 분이셔서. 좋은 분이셔서. 또 그런 분이 제게 참 다정하셔서 너무 기쁩니다. 의심 없이, 두려움 없이 마음껏 감탄하고 의지할 수 있는 분이셔서.  희망을 걸 수 있는 분이셔서 기쁩니다. 용서하고 사랑해 주시는 분이셔서. 정의로운 분이셔서...  이 우주의 주인이 놀랍게도 그런 분이라는 사실이, 신음하는 세상을 살아가는 제게 큰 기쁨이 됩니다. 

 

왜 우리들은 이런 것들을 우러러보고, 무한이 안심할 수 있게 되는 것일까요? 그리워하던, 어떤 가장 좋은 것을 마침내 찾은 것처럼...

 

주님, 제 기쁨이 느껴지시나요?

 

세상은 두렵고, 제 내면은 때로 실패하고 비루하여 슬플 때가 있지만, 실패하지 않는 주님의 존재하심에 곧 희망을 품게 됩니다. 그리고 곧 저는 기쁨의 자리로 조용히 옮겨집니다. 

 

주님의 존재가 기쁘다 보니, 마침내 그런 분이 지으신 저의 존재 역시 기뻐집니다. 주님 같으신 분이 저를 짓겠다 생각하고 계획하신 사실이, 제가 다른 누구도 아닌 이토록 아름다운 분이 만들어 주신 그런 존재라는 사실이 정말 기쁩니다. 

 

비록 오늘의 저는 부족하고 흠이 많지만, 그래도 변함없이 기쁩니다. 틀림없이 저를 계속 빚어 가실 것이고 포기하지 않으실 거니까요. 

 

제 인생에 오셔서 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이 눈부신 기쁨을 주심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주님의 사랑에 이만큼 큰 빚을 졌으니, 주님 뜻대로 많이 사랑하며 살 수 있도록 부디 도와주십시오. 

 

사랑합니다.

 

사랑하는 딸, 박유진 베로니카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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