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하신 하느님, 2020년도 벌써 절반이 지나갔습니다. 반년동안 주님의 평화 안에 저희 이웃을 보호하시고, 지켜주심에 감사드립니다.
평일 일터에서 일할 수 있는 것, 주님의 날에 예배드리려 교회에 올수 있는 것, 가족 친지와 만날 수 있는 것, 교우들과 친교를 할 수 있는 것 등 뻔하고 반복되는 루틴이 이번 covid19를 통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사실은 코로나 이전에도 제 주변에는 온전히 하루를 더 살아 병원 밖을 나가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지내고 싶어하는 이가 있었고,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일자리가 간절한 이웃이 있었음에도 주변을 돌아보지 못했는데, 상황을 바꾸어 옆 사람을 보게 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몇 년 후의 퇴직을 미리 걱정하고, 잠깐 느껴지는 신체의 통증을 미리 의심하고, 갑자기 전화 걸려오는 부모님의 입원 소식에 미리 슬퍼하는 사람입니다. 밀린 숙제를 해치우듯 매일의 삶을 살아가는 제가 재미없게도 느껴집니다.
인내의 하느님, 몇 년 동안 집을 늘리지 않고, 차를 바꾸지 않고, 명령어를 쓰지 않으며, 물건 배달이 늦어져도 독촉전화를 하지 않고, 돈에 따라 달라지는 세인의 눈초리에 연연하지 않고 지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업무 속도가 늦은 직원을 채근하지 않아도 회사일은 돌아가고, 과거 얘기만 무한 루프 재생하는 꼰대가 제 자신임을 지적 당해도 겸허히 받아드리는 강함도 갖추게 되었습니다.
권능의 하느님, 저는 대부분의 시간을 회사동료나, 가족과 함께 보내기에 소망이 있습니다. 난해한 교회 언어를 쓰지 않고, 3줄 이상의 복합문장을 쓰지 않아도, 회사동료가 성경이 진짜 재밌는 책이라고 읽고 싶다고 말하는 것을 보고 싶습니다.
저의 아내와 딸은 당신이 주신 웃음입니다. 감사드리며 주변 모두에게 인화(人華) 사람 꽃으로 존재 자체로 제값을 다하는 그녀들이 되게 해주세요.
끝으로, 교회 교우들과 살갑게 지내지 못해 아쉽습니다. 애찬의 힘듦과 군중 속에 고독 때문에 어려움이 있던 교우들에게 멈추어 고요히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박철성 루이스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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