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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설교

멈추어, 말씀을 삶 속에 심으라, 열매로 풍성하리니!

by 분당교회 2020. 7. 12.

2020년 7월 12일 연중 15주일

설교 말씀

김장환 엘리야 사제 

마태 13:1-9, 18-23

요즘 들어 점심을 혼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후식으로는 테라스로 나가 방울토마토 2-3알을 따 먹습니다. 진짜 싱싱하고 맛있습니다. 우리 주일학교 아이들이 한 알이라도 함께 따먹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고추도 많이 열려, 따 가고 집에 가면 저녁 반찬으로 굿 입니다. 

 

그런데 고추에 진드기가 많아서 3차례나 약을 쳤습니다. 농부의 수고를 조금 했지요. 전에 섬기던 교회는 성당 경내에 주말농장이 있어 농사를 좀 지어봤습니다. 열매를 맺기까지 들이는 농부들의 수고가 만만치 않습니다. 잡초 제거하고, 매일 물주고, 또 필요하면 농약까지 칩니다. 우리 교회도 화분으로 만든 텃밭과 홀에 가득한 화초를 가꾸는 일에 암부로스 교우님의 수고가 큽니다.

 

하지만, 이렇게 농부가 수고해도, 하늘에서 비가 내리지 않으면 낭패입니다. 농사일에는 하늘의 도우심이 절대적인 것이죠. 관개시설의 발달로 가뭄을 극복해가고 있지만, 하늘이 오랫동안 비를 내려주지 않으면 속수무책입니다. 옛날에는 그저 기우제를 드리고 하늘만 바라보는 것 밖에는 다른 방도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맥추감사주일예배나 추수감사예배를 진정으로 드릴 수 있었을 것입니다.

 

지난주일 맥추감사주일을 드리면서 감사편지를 봉헌했습니다. 주중에 읽으면서 많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 감동을 나누고 싶어, 몇 분에게 허락받아 주보에 연재 합니다. 오늘은 지난주일 2부 예배 때 나누셨던 막달라마리아님의 편지입니다. 

 

예수님은 직업이 목수(석수)셨지만, 농사이야기를 비유로 자주 사용하셨습니다. 농사일도 잘 아셨던 것이죠. 아마 나자렛이라는 깡촌에서 자라나셨으니, 직접 농사를 지어 필요한 것들을 자급하셨을 것 같습니다. 

 

오늘도 “씨 뿌리는 농부의 비유”를 들려주십니다. 우리는 벼농사를 지을 때, 모내기를 하지만, 예수님 당시 이스라엘 농부들은 허리에 씨앗 통을 메고 보리나 밀 씨앗을 흩뿌리며 파종했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길바닥에도, 돌밭에도, 가시덤불이 있는 곳에도 씨앗을 뿌려졌습니다. 그런 땅에 뿌려진 씨앗이, 뿌리를 내리고 자라나 열매를 맺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런데 어떤 땅에 뿌려진 씨앗은 30배, 60배, 100배의 열매를 맺었습니다. 그런 땅을 좋은 땅, 옥토라고 하지요.

 

이 비유를 묵상하며 드는 몇 가지 생각이 있습니다. 

 

묵상 1

예수님의 비유 풀이를 보면, 씨앗이란 하늘나라에 관한 말씀입니다.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하는 전도와 선교가 씨를 뿌리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전도와 선교는 그 대상이 길바닥이든 돌밭이든 가시덤불이든 차별이 없다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사랑은 누구에게나 향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좋은 땅에서 열매가 풍성하게 맺어질 때, 농부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나 자신과 우리 교회가 그렇게 열매 맺는 옥토가 된다면, 하느님의 기쁨이 얼마나 크실까요? 주님의 기쁨이 되는 저와 여러분이 되기를 바랍니다.

 

 묵상 2 

예수님의 말씀을 들어 보면, 농사에서 절대적인 것이 하늘이 아니라 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하늘이 중요하다고 말씀드렸는데 말이죠. 예수님의 비유에서 햇빛과 비를 주는 하늘이 할 일은 하느님께서 책임지신다는 것이 전제 되어 있습니다. 햇빛과 비를 책임져 주시는 하느님만을 신뢰하는 믿음이 필요합니다. 

 

묵상 3

씨앗 안에는 이미 풍성한 열매를 맺을 수 있는 생명이 담겨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말이 있죠. ‘사과 안에 있는 씨앗을 셀 수 있다. 그러나 씨앗 안에 있는 사과는 셀 수 없다.’ 씨앗이 심겨지고 잘 자라나 열매를 맺으면, 해를 거듭하여 마침내 온 지구를 덮을 수 있을 만큼 열매가 맺어질 것입니다. 

 

이것이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시는 예수님의 비전입니다. “물이 바다 덮음같이 여호와의 영광을 인정하는 것이 온 세상 가득하리라 물이 바다 덮음같이 물이 바다 덮음같이 물이 바다 덮음같이”

 

묵상4, 

하느님이 햇빛과 비를 책임지실 것이고, 씨앗에는 무한한 생명이 담겨 있으니, 열매를 맺기 위해서 한 가지만 준비되면 됩니다. 씨앗을 품어주고 뿌리를 내리게 하고 줄기를 뻗어 꽃이 피고 열매 맺도록 하는 좋은 땅 말입니다. 우리 각자와 공동체가 농부의 마음으로 열심히 땅을 기경해서 좋은 땅을 만들어야 합니다. 

 

요즘 광화문 교보문고에 이런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씨앗처럼 정지하라. 꽃은 멈춤의 힘으로 피어난다.” 

 

(이미지 출처) https://kyobolifeblog.co.kr/4264

이 글은 원래 백무산 시인의 ‘정지의 힘’이라는 시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전문을 좀 읽어 드리겠습니다.

 

기차를 세우는 힘, 

그 힘으로 기차는 달린다

 

시간을 멈추는 힘, 

그 힘으로 우리는 미래로 간다.

 

무엇을 하지 않을 자유, 

그로 인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안다.

 

무엇이 되지 않을 자유, 

그 힘으로 나는 내가 된다.

 

세상을 멈추는 힘, 

그 힘으로 우리는 달린다.

 

정지에 이르렀을 때, 

우리가 달리는 이유를 안다.

 

씨앗처럼 정지하라, 

꽃은 멈춤의 힘으로 피어난다.

 

씨앗이 정지한다는 것은 땅이 그 씨앗을 품어주는 것을 말합니다. 하인을 고쳐달라고 주님 앞에 온 백부장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주님 말씀 한 마디면 제 하인이 나을 것입니다.” 주님의 말씀을 받아들이고 그 말씀이 내 안에 심겨지면 생명이 살아나는 것입니다. 

 

씨앗을 품고 정지시키는 일은 곧 내가 하느님 나라에 관한 말씀을 품고 하느님 앞에 멈추는 일입니다. 그것이 바로 “묵상”입니다. 

 

신앙생활을 하면서, 많이 듣는 말 중에 하나가 묵상일 것입니다. 그런데 실제 일상에서  잘 실천하지 않는 것이 묵상입니다. 

 

묵상의 여러 방법이 있는데, 오늘은 씨앗을 품고 좋은 땅을 기경하는 영성 훈련으로 “렉시오 디비나”를 다시 소개드리려고 합니다. 

 

렉시오 디비나 Lectio Divina (거룩한 독서)

 

1. 성령청원기도

성령을 기다리는 간절한 마음

자신의 주관적인 생각과 편견을 비워내기 : 이성의 정화 - 믿음

 

2. 말씀 읽기 LECTIO

삼삼 3:9, 사무엘에게 ”가서 누워 있어라. 그리고 다시 부르는 소리가 나거든, 이렇게 대답하여라. '야훼여, 말씀하십시오. 종이 듣고 있습니다.'" 하고 일러주었다. 사무엘은 돌아와 자기 자리에 누워 있었다.

 

본문을 주의 깊게 읽기 : 본문을 통하여 하느님께서 나에게 직접 말씀하신다.

내가 성경을 읽는 것이 아니라, 성경이 나를 읽는다.

말씀 중에서 나의 마음을 건드리는 구절, 단어를 붙잡기

 

성서 구절을 천천히 읽는다. 희미한 빛으로 주의를 끄는 단어나 문장을 있으면 거기에서 멈추고 하느님의 비추심을 기다린다. 그 구절을 끝까지 읽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하느님 안에서 그 말씀이 바닥으로 들어가고, 우리와 만나시는 하느님으로 이끌어가는 단어 혹은 문장에 이르는 것이다. 그 인식은 항상 강렬하지는 않다. 때로는 희미하게 비출 뿐이겠지만, 하느님의 현존하심을 희미하게 인식하기는 충분하다.

 

3. 말씀을 묵상하기 MEDITATIO

요한 8:31-32, 예수께서는 당신을 믿는 유다인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희가 내 말을 마음에 새기고 산다면 너희는 참으로 나의 제자이다. 그러면 너희는 진리를 알게 될 것이며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

 

오늘 나에게 주신 말씀을 묵상 

- 되새김 - 일상으로 연장 

- 연상 - 떠오르는 다른 말씀 

 

말씀에서 하느님을 이해하려 한다. 나의 삶에서 그 말씀의 영적인 의미는 무엇인가? 의미를 억지로 만들어내려 하지 말고, 의미가 저절로 드러나게 한다. 의미가 분명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느님이 깊은 곳에서 자신을 위해 활동하고 계심을 신뢰하는 것만이 필요하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분명히 이해해야할 필요는 없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정말로 중요할 때에는 그 의미가 드러날 것이다. 하느님을 향한 안정적인 신뢰와 열림이 중요하다.

 

4. 기도로 응답하기 ORATIO

“만일 성서 본문이 기도하면 기도하시오. 만일 성서 본문이 신음하면 신음하시오. 만일 감사하면 감사하시오. 희망의 본문이라면 희망하시오. 두려움을 표현하고 있다면 두려워하시오. 왜냐하면 성서 본문에서 붙들고 있는 것들은 여러분 자신의 거울이기 때문입니다.”(어거스틴)

 

묵상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솟아오르는 기도

무리해서 적용으로 연결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올라오도록 하자.

한 문장의 짧은 기도로 정리 - 일상으로 연결

 

하느님의 말씀은 지성(mind)에서 가슴(heart)으로 움직인다. 어떤 의미라도 드러나면 적극적인 기도로 응답하라. 자신의 가슴이 하느님과 직접 연합하여 하느님께로 열리고, 자신의 의지가 부르심에 따라 응답하며 하느님께로 열리기를 기도하라. 기쁨, 청원, 감사, 찬양 등 어떤 것이든 자신 안에서 일어나는 진심어린 반응으로 기도한다.

 

5. 하느님 안에서 쉼 - 관상 CONTEMPLATIO

시편 131:2,  “차라리 내 마음 차분히 가라앉혀, 젖 떨어진 어린 아기, 어미 품에 안긴 듯이 내 마음 평온합니다.?

 

관상 - 하느님께서 거하시는 성전에 함께 머물러 있는 것

 

마지막으로 하느님 안에서 쉬면서 고요히 현존한다. 생각이 떠오르면 그대로 흘려보낸다. 그 생각들이 현존으로부터 자신을 “빼앗아” 간다면 성서에서 비추어주었던 단어나 문장을 사용하여 향심기도를 드린다. 그렇게 부드럽게, 판단하지 말고, 하느님의 현존으로 돌아간다. 단순하게 주님 곁에 머물라.

 

이 시간 잠시, 오늘 시편으로 렉시오 디비나를 실습해 보겠습니다. 제가 읽어드릴 때, 알려드린 방법대로 묵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실습)

 

지난주일 맥추감사주일을 드리면서 2020년 하반기를 시작했습니다. 코로나-19 뉴 노멀의 어려운 시기를 계속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농부의 마음으로 매일매일 말씀을 묵상하며 우리의 마음을 기경할 때, 살아있는 주님의 말씀이 우리의 삶을 인도해 주실 것입니다. 

 

시편 119:105, 당신의 말씀은 내 발에 등불이요, 나의 길에 빛이옵니다.

 

그리고 2020년 한 해를 마무리할 때, 하느님의 말씀이 우리 삶과 공동체에 맺은 풍성한 열매로, 하느님을 기쁘게 해드리는 감사가 넘쳐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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