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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설교

이 시대의 제자도 – 일상에서 순교의 영성으로 사는 삶!

by 분당교회 2020. 6. 21.

2020년 6월 21일 연중 12주일 설교 말씀

김장환 엘리야 사제 

마태 10:24-39

 

주보 2면에 실린 ‘수요예배 단상’은 지난 주중 수요예배를 드리고 집에 가서 쓴 글입니다. 잠시 읽어드립니다. (낭독) 코로나-19 시대에 교회의 본질, 존재 이유인 예배와 교제에 대해 고민이 깊은 요즘입니다.

 

남과 북의 관계가 많이 경색되어 걱정입니다. 이번 주간에는 6.25 한국전쟁 기념일도 있어, 평화를 위해서 더 간절하게 기도하게 됩니다. 하느님께서 당국자들에게 지혜를 주시어, 어려운 남북문제를 잘 풀어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교회력으로 내일은 영국 브린튼 섬의 최초의 순교자 Alban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성인사전에 실린 Alban에 대한 글을 읽어드립니다. 

 

<304년경 브리튼 최초의 순교자로 알려진 성 Alban은 로마시민으로 베룰라미움(지금의 영국 St. Alban city)에 살고 있었다. 당시에는 로마제국의 기독교 박해가 심했다. 어느 날 기독교 복음을 전하던 사제가 당국의 박해를 피해 Alban의 집으로 도피하자 Alban은 그를 따듯하게 맞아들이고 며칠 동안 그의 집에 숨겨주었다. Alban은 그 사제가 전념하여 기도하는 모습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 알반은 그 사제로부터 지도를 받고 기독교로 개종하였다. 그 사제가 Alban의 집에 숨어 있다는 것이 발각되어 병사들이 그 사제를 잡으러왔다. Alban은 사제가 도망갈 수 있도록 시간을 벌기 위해 자기가 사제의 옷을 입고 사제를 피신시켰다. 사제 대신 끌려간 알반은 로마 병사들에 의해 고문을 당했다. Alban은 그의 신앙을 부정하도록 권유 당했으나 거절하였다. 그리하여 그날 Alban은 목이 잘렸다. 그는 영국 최초의 순교자로 알려져 있으며, 그의 성물함은 순례자들이 찾는 성 Alban의 수도원과 교회 안에 남아 있다.> 

 

이렇듯 순교란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위하여, 예수님에 대한 믿음을 지키고자 기꺼이 죽음을 감당하는 것입니다. 민주주의가 피를 먹고 자란다는 말이 있는데, 교회는 바로 순교자들의 피 위에 세워진 것입니다. 순교의 열매가 교회입니다. 

 

주보 간지로 들어있는 6.25 대한성공회 순교자들에 관한 글을 읽어드립니다.  

<그리스도교의 역사는 순교자의 피로 얼룩져 있습니다. 130년을 맞이하는 대한성공회의 역사에는 수많은 신앙의 선조들의 헌신과 희생이 깃들여 있습니다. 특히 성공회 성직자는 1950년 한국 전쟁이라는 민족상잔의 비극 속에서 신자와 함께 했습니다. 전쟁 발발 후에도 피난길을 마다하고 쉬지 않고 지역교회를 방문하고 격려하다가 납치당한 구세실 주교의 고난을 기억합니다. 신앙과 교회를 지키려는 고난 속에서 여러 분의 성직자와 수도자는 고귀한 생명을 하느님께 바쳐야 했습니다. 이 순교의 피와 땀을 바탕으로, 현재 다시 경색으로 치닫는 남과 북이 화해하고 협력하여 마침내 평화를 이룰 수 있도록, 우리 그리스도인은 정의와 평화와 사랑의 땅을 건설하고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간지에 있는 순교자 6인의 초상화가 주교좌성당에 걸려 있습니다. 

 

순교자 알반 기념일과 대한성공회 순교자들을 기억하게 되는 6.25 기념일이 있는 새로운 한 주간을 시작하는 오늘, 주님께서는 복음을 통해 이 시대 교회에 진정 필요한 것이 순교의 영성임을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오늘 복음은 지난주일 복음에 이어지는 내용이죠.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파송하시면서 주신 말씀입니다. 그런데 적힌 제목으로 읽어보면, ‘박해를 각오하라!’ ‘두려워하지 마라!’입니다. 하느님 나라 복음을 선포할 때 박해를 받게 되는 것이 당연하다는 말씀입니다.

 

오늘 복음 끝에 나오는 말씀을 보면, 주님을 따르는 삶에 고난이 필연적인 것임을 다시 확인하게 됩니다. 마태 10:38-39, “38 또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오지 않는 사람도 내 사람이 될 자격이 없다. 39 자기 목숨을 얻으려는 사람은 잃을 것이며 나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잃는 사람은 얻을 것이다.”

 

“십자가?” 죽음의 형틀이죠! 죽음을 각오하고 따라오라는 말씀입니다. “나를 위하여 목숨을 잃는 사람?” 알반을 비롯한 순교자들인 것이죠. 선교를 하다보면 순교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이란 한 마디로 순교의 영성으로 살아가는 존재임을 알게 됩니다. 

 

구약의 예언자들, 세례자 요한(이번 주 24일이 축일), 예수님, 초대교회로부터 이어진 교회의 역사 속에서, 그리고 현재 이슬람 국가나 북한과 같이 신앙의 자유가 없는 나라에 이르기까지 목숨을 바치는 순교가 계속 되어 왔습니다. 이를 적색순교라고 합니다.

 

그런데 신앙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는 자유주의 국가에 사는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순교가 없는 것일까요? 선교에 순교는 당연한 결과인데, 어떤 고난이 있는 것일까요? 

 

생명을 바치는 적색순교는 아니지만, 현대 자유주의 국가에서도 그리스도인들이  순교의 영성으로 살아갈 때, 주님의 교회를 통해 하느님 나라가 확장될 수 있습니다. 이를 백색순교라고 합니다. 오늘 서신은 이 시대에 어떻게 백색 순교를 살 수 있는 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오늘 서신 로마서는 세례에 대해 말합니다. 로마 6:3, 세례를 받고 그리스도 예수와 하나가 된 우리는 이미 예수와 함께 죽었다는 것을 모르십니까? 무슨 말입니까? 세례가 곧 죽음이라는 것입니다. 6절, ‘죄에 물든 육체가 죽는 것’이 세례라고 합니다. 

 

세례를 받을 때, 3가지 언약을 합니다. “세속과 정욕과 마귀를 거절하겠다. 삼위일체 하느님만을 믿겠다. 하느님의 말씀만을 따르겠다.” 마귀의 궤계 가운데, 육체의 욕망을 만족시키려고, 세속을 따르던 옛사람이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서 죽었고 거듭난 새 생명으로 하느님의 뜻에만 순종하며 살겠다는 결단과 고백이 세례입니다. 

 

믿음의 삶은 이렇게 계속, 자기 죽음을 확인하는 여정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이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자격이 없다”고 말씀하시는 겁니다. 

 

산업혁명 이후, 인류는 자본주의 체제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자본주의는 자본의 이윤을 극대화 하고자, 공장을 멈추지 않고 가동시켜 대량으로 물건을 생산합니다. 이를 소비하도록 사람들의 욕망을 끊임없이 자극합니다. 그 배후에는 물신이 다스리고 있는 것이죠. 인생의 주인이 하느님이 아니고 물신인 그리스도인이 많습니다.

 

코로나–19는 이런 악한 체제에 순응하며 살아온 인류가 스스로 초래한 비극입니다. 인간들은 물신의 궤계 가운데, 이윤을 극대화하고, 죄 된 육체의 욕망을 만족시키고자,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를 하면서 생태계를 파괴해 왔습니다. 그 죄악의 부메랑이 코로나 19인 것이죠. 

 

이러한 결과를 초래한 세속과 욕망을 십자가에 못 박고, 생명과 노동을 존중하며 자족의 영성으로 감사하며 살아가는 것이 이 시대 그리스도인에게 요청되는 삶입니다. 

 

이는 자기 십자가를 지는 순교의 영성으로 충만할 때 가능합니다. 예수님의 순교를 기억하고 그 분의 살과 피를 먹고 마시는 성체성사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순교의 영성을 깊게 하는 주님의 은총입니다.

 

백색 순교를 생활 속에서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것이 “슬기로운 소비생활”입니다. 이 시간에 같이 점검해 보려고 합니다. 문항 하나하나를 살아내는 것이 백색 순교의 구체적인 모습이 됩니다. 지난주일 주보에 간지로 넣어드렸으니 집에서 영상을 보시는 분들은 그 자료를 함께 보시며 체크해 보시기 바랍니다. 

 

슬기로운 소비생활

 

1. 개인 

1) 가계부를 쓰고 있고 매달 소비패턴을 분석한다. 

2) 밤에 야식을 자주 시켜먹는다. (주 2회 이상)

3) 새 상품보다 중고 거래를 선호한다. 

4) 마음에 드는 것이 있으면 꼭 사는 편이다. 

5) 아직 뜯지 않은 택배 상자가 몇 개 있다. 

6) 아직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을 새 제품으로 교체 한 적이 있다. 

7) 카드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2. 이웃

1) 대형 마트가 싸고 할인을 많이 하더라도 꼭 동네 마트를 이용한다.

2) 안 쓰는 물건들을 이웃에게 나눔 한다.

3) 공정무역 제품이나 노동자의 권리를 지켜주는 기업 제품을 이용한다.

4) 고민이 있는 친구를 위해 기꺼이 밥이나 커피를 산 적이 있다.

5) 이웃을 돕기 위해 재정을 긴축한 적이 있다.

6) 어려운 이웃을 돕는 기관 혹은 바른 가치를 가진 기관에 후원하고 있다.

7) 재난 소득을 일부(또는 전부)를 나눔 하거나 기부할 계획이다.

 

3. 환경

1) 온라인 거래를 통해 택배를 자주 이용한다,

2) 플라스틱 제품과 과대포장된 물건을 잘 사지 않는다.

3) 외출할 때 텀블러, 장바구니를 꼭 들고 다닌다.

4) 핸드폰을 구입한지 3년 이상 지나더라도 고장 날 때까지 쓴다.

5) 친환경 제품을 찾아서 구매한다(저탄소인증, 탄소발자국, 대나무 칫솔 등).

6) 업사이클링 제품을 사용하기 좋아한다.

7) 고기 보다는 채식을 선호한다.

 

어떠신가요? 어떻게 소비하고 사는지를 보면 나의 영성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게 됩니다. 영성은 어떤 느낌이 아닙니다. 생활 속에서 살아가는 삶의 습관과 패턴이 영성입니다.

 

여러분 모두 순교의 영성으로, 일상 가운데 ‘슬기로운 소비 생활’을 함으로, 세속과 정욕을 거절하고 생명을 살려가는 예수님의 제자가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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