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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420

낮으나 깊은 마음 낮으나 깊은 마음시인 도종환은 ‘깊은 물’이라는 시에서 ‘이 저녁 그대 가슴엔 종이배 하나라도 뜨는가...’라고 묻습니다. 강물엔 나룻배를 띄우고 바다엔 고깃배를 띄울 수 있습니다. 개울엔 종이배를 띄우고 큰 바다엔 여객선이나 화물선을 내보냅니다. 사람들은 물을 보고 그 물에 뜰 수 있는 배가 어떤 배인지를 압니다. 물의 처지에서 보면 그 물이 품을 수 있는 배가 따로 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는 ‘물이 깊어야 큰 배가 뜬다. 얕은 물에는 술잔 하나 뜨지 못한다.’라고 말합니다.과연 우리 가슴에는 종이배 하나라도 뜰 수 있는 깊이와 여유를 지니고 있는가를 반성하게 됩니다. 마음의 깊이보다는 눈앞의 이익에 사로잡혀서 시냇물커녕 메마른 돌밭이나 사막이 되어 가고 있지는 않은지 성찰해 볼 문제입니다... 2015. 9. 18.
베드로 베드로베드로는 매우 독특한 성품의 소유자로서 여러 에피소드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어부였던 그는 밤새 고기잡이에 허탕치고 난 아침에 예수께서 호수 가운데로 가서 그물을 던지라고 했을 때 속으로는 불만이 많았지만 ‘주님이 그러라고 하시니 그렇게 하겠습니다.’라고 하면서 고기잡이에 다시 나가 배가 가라앉을 정도로 많은 고기를 잡습니다. 그러면서 두려움을 느낍니다. 과연 저 분은 누구신가? 대대로 내려오는 고기잡이 일을 하면서 나름대로 전문가인 자신의 상상과 노하우를 무참하게 만들고 상상할 수 없는 수확을 얻게 하는 저분이 도대체 누구신가를 생각하면서 절대자 앞에서나 느끼는 그 두려움을 경험했습니다. 이어서 예수께서 ‘나를 따르라. 사람 낚는 어부로 만들어 주겠다.’고 했을 때 가족도 그물도 배도 버리고 떠납니.. 2015. 9. 14.
이방인 이방인이방인(異邦人). 글자 그대로 풀이한다면 다른 나라 사람, 또는 다른 지역 사람입니다. 그러나 이방인에 대해서 우리는 단순히 다른 지역, 또는 다른 나라 사람이라고만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르기 때문에 아웃사이더 또는 이상한 사람으로 여겨지는 사람이라고 해야 더 그 뜻이 와 닿는 것 같습니다. 나아가서 다르기 때문에 박해받는 사람이나 사회공동체에서 배제된 사람까지도 포함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성서에서 이방인의 존재는 특별합니다. 아마도 유다인들의 순혈주의와 율법 때문에 더욱 이방인은 경멸과 천시 또는 경원의 대상으로 존재합니다. 예수님마저도 한 여인의 간절한 소망을 들으시면서 ‘강아지’에 비유하고 있습니다. 시로 페니키아 여인이 자신의 어린 딸이 마귀가 들렸으니 제발 쫓아내달라고 간청합니다. 그러나 .. 2015. 9. 7.
안에서 나오는 것 안에서 나오는 것어느 유명한 대학에 목발을 짚고 다니는 학생이 있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장애로 고통을 당해왔지만 그 학생은 아주 쾌활하며 동시에 낙관적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공부도 잘해 많은 상을 타기도 했고 동료 친구들로부터 존경을 받기까지 했습니다. 어느 날 한 친구가 그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보았습니다. ‘너는 소아마비인데도 어떻게 이토록 명랑하고 자신감이 넘치게 사는지 그 비밀을 말해 줄 수 있겠니?’ 그러자 그는 ‘별 것 아니라구. 소아마비가 내 마음까지 파고든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지.’이 학생의 마음은 그 어떤 고난과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는 긍정의 에너지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래서 행복은 마음속에서 나오는 것인가 봅니다. 장애로 인해서 마음의 병까지 드는 경우 세상을 원망하고 남들과.. 2015. 8. 30.
예수를 떠난 사람들 예수를 떠난 사람들‘이 때부터 많은 제자들이 예수를 버리고 물러갔으며 더 이상 따라 다니지 않았다.’(요한6:66)예수께서 베푸신 오병이어의 기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풍성하게 먹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예수를 끈질기고 귀찮게 쫓아다녔습니다. 그러자 예수께서는 그들이 먹은 빵의 의미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십니다. 그것은 하늘에서 내려 온 빵이라고, 예수 자신이 그 빵이며 음료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면서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서 살고 나도 그 안에서 산다.’고 하셨습니다. 그 빵은 이스라엘 조상들이 먹고도 결국 죽어 간 그런 빵이 아니라 영원한 생명의 양식임을 가르치셨습니다. 그러나 제자들 여럿이서 이 말씀을 듣고는 ‘이렇게 말씀이 어려워서야 누가 알아들을 수 있겠는가?’하며 수근 거립.. 2015. 8. 24.
가장 큰 지혜 가장 큰 지혜 솔로몬 왕은 지혜의 왕으로 교회에서 뿐만 아니라 세상에 널리 알려졌습니다. 그가 내린 명 판결들은 어린이들의 동화에도 등장할 정도입니다. 여인 둘이 아이 하나를 가지고 서로 자기 아이라고 주장할 때 솔로몬은 칼 하나를 가져오라고 해서 아이를 반으로 쪼개 나누어 주려고 합니다. 이 때 한 여인이 ‘임금님, 산 아이를 저 여자에게 수시고 아이를 죽이지만 마십시오.’라고 합니다. 다른 여인은 ‘어차피 내 아이도 네 아이도 아니니 나누어갖자.’고 합니다. 솔로몬은 그 아이의 어머니는 처음 여자임을 밝혀냅니다. 이 판결이 온 나라에 알려지고 정의로운 재판관으로서 왕을 두려워하게 되었다고 합니다.(열왕상 3:16-28) 또한 그의 명성은 이방 나라에 까지 알려져서 모든 민족들로부터 솔로몬의 지혜를 들.. 2015. 8. 17.
하늘에서 내려온 빵 하늘에서 내려온 빵소설 레미제라블에서 장발장은 어린 조카들이 굶주리는 것을 보다 못해 빵을 훔치다가 걸려 5년 동안이나 징역을 살게 됩니다. 탈옥을 거듭 실패하면서 무려 19년이나 감옥 생활을 하고 세상에 나왔지만 아무도 반겨줄 사람이 없었습니다. 아니, 가는 곳마다 범죄자를 들여놓을 수 없다고 하면서 배척했으므로 먹을 것을 구할 수도 없었고 지친 몸을 이끌고 무거운 발걸음을 옮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미리엘 주교의 사택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미리엘 주교는 그를 반겨 집안으로 들어오게 했습니다. 평소에 매우 검소하게 생활하는 주교는 적은 음식을 나누어 그에게 줍니다. 아마도 장발장은 감옥 이전에도 굶주림에 시달린 그였기에 식탁에 앉아 편안한 저녁식사를 하는 것은 난생 처음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감옥의.. 2015. 8. 10.
기적의 뜻 기적의 뜻 “항상 앞만 바라보지 말아요. 가끔은 뒤돌아 볼 줄도 아세요. 때로는 기쁜 날도 때로는 슬픈 날도 있었지만 거기 우리가 있잖아요.항상 밖을 쳐다보지만 말아요. 가끔은 안을 들여다 볼 줄도 아세요. 때로는 고운 날도 때로는 미운 날도 있었지만 거기 우리가 있잖아요.인생, 인생이란 그런 것 가을 날 단풍이 곱게 지듯 우리도 언제나 한 번은 떠나는 것 오, 떠나는 것 이제 우리 늘 푸른 잎 새처럼 살아요. 잎 새처럼, 잎 새처럼” 폭염의 열기에 지상에 머물던 습기는 증기가 되어 온통 땀을 흘리게 만들고 사람들은 휴가를 떠나는 계절입니다. 정작 세상의 열기를 피해 떠나지만, 다시 절박하게 아까운 시간 동안 놀이와 재미의 열기로 더 피곤하게 되는 경우도 많을 듯 싶습니다. 도시의 번잡스러움과 가스, 사.. 2015. 8. 3.
연중 18주 분당교회 8월 2일 연중 18주일 아래 주보 이미지를 클릭하면 큰 이미지로 보실 수 있습니다. 2015. 8. 3.
풍요로운 잔치의 비결 풍요로운 잔치의 비결예수께서는 사탄이 돌을 빵으로 만들라고 유혹했을 때 단호하게 거절하시면서 사람이 빵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으로 산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오병이어의 기적 속에서는 오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먹고도 남을 빵을 나누어 주십니다. 풍족한 잔치가 벌어진 것입니다. 여기서 예수께서 나누어 주신 음식은 사탄이 유혹한 빵과는 그 성격이 다릅니다. 사탄이 유혹한 것은 물질에 대한 숭배 또는 소유에 대한 집착이라고 한다면, 오천 명을 먹이신 빵은 사랑과 나눔입니다. 이 빵은 예수님의 ‘말씀’ 그 자체이며 성찬의 풍요를 상징하고 있습니다. 예수께서는 하느님 나라를 혼인 잔치에 비유하셨듯이 모든 사람들의 잔이 넘치고 기쁨에 충만한 것을 바라고 계셨습니다. 그 충만함과 풍요로움은 사랑과 봉헌으.. 2015. 7. 27.
예수님의 측은지심 예수님의 측은지심사람은 모두 남에게 차마 모질게 하지 못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가령 어떤 사람이 어린아이가 우물에 빠지려고 하는 것을 보았다면 깜짝 놀라고 측은한 마음이 생길 것입니다. 그 사람은 어린아이의 부모와 사귀려고 하기 때문이 아니며 마을 사람이나 친구들로부터 칭찬을 듣기 위해서도 아닙니다. 반대로 어린아이를 구해주지 않았다는 비난을 받는 것을 싫어서도 아닙니다. 오로지 위험에 빠진 아이를 보고 측은한 마음이 일어나서 구해주는 것입니다. 이것은 인간 본래의 바탕에 측은해 하는 마음이 있다는 것이며, 반대로 측은해 하는 마음이 없다면 사람이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측은해 하는 마음이 어짊(仁)의 싹입니다. 이것이 바로 유명한 맹자의 ‘측은지심 인지단야’(惻隱之心 仁之端也)입니다... 2015. 7. 20.
의인의 죽음 의인의 죽음복음서에서 세례자 요한의 죽음을 전하는 기사를 접할 때마다 섬뜩하고도 허망함을 느끼게 됩니다. 예수께서는 세례자 요한을 보고 여인에게서 난 사람 중에 가장 위대하다고 할 정도로 요한은 당대의 예언자였습니다. 그렇게 의인으로 여겨진 그의 최후는 매우 엽기적인 죽음으로 그려지고 있는 것에 놀라울 따름입니다. 의인이라면 적어도 다른 사람을 구하면서 최후를 맞든, 전사를 하든... 그런 장면을 생각할 수 있는데 요한은 잔치의 희롱거리로서 그의 머리가 쟁반에 받쳐오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악인들은 의인의 죽음을 향연의 도구로 삼는 것일까요? 죽은 사람의 머리를 이 사람 저 사람 돌려가며 갖다 바치는 그 잔치는 즐거울 수 있었을까... 죽은 사람의 머리를 가지고 희롱할 줄 아는 사람들의 심리는 과연 어떤 .. 2015. 7.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