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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420

고난 속에 숨은 영광 고난 속에 숨은 영광 예수께서 제자 세 사람과 함께 산에 오르셨습니다. 그런데 예수께서 기도하시는 동안 그 모습이 변하여 눈부시게 빛났습니다. 그리고 천상에 존재한다는 모세와 엘리야와 대화를 하십니다. 깊이 잠들었던 베드로가 깨어나 예수의 영광스러운 모습과 함께 서 있는 두 사람을 봅니다. 베드로는 ‘우리가 여기서 지내면 얼마나 좋겠습니까?’하며 초막을 짓겠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하늘에서 ‘이는 내 아들, 내가 택한 아들’이라는 소리가 들립니다. 이는 일종의 초월적인 신비체험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예수야말로 천상의 존재이며 하느님의 아들이라는 것을 드라마틱하게 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 이야기를 그저 예수께서 신비로운 하느님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전하기 위한 것으로만 생각할 수는 없습니.. 2016. 2. 22.
네 번째 유혹 네 번째 유혹 예수께서 광야에서 악마의 유혹을 물리치는 과정을 두고서 여러 문인들이 글을 써 왔습니다. T. S 엘리엇은 시극 ‘대성당의 살인’에서 순교를 앞 둔 베케트 대주교에게 유혹자들이 나타나는 것으로 그렸습니다. 예수께서 광야에서 악마에게 세 번의 유혹을 받은 것처럼 물질과 권세와 명예에 대한 유혹에 덧붙여서 엘리엇은 의도적으로 순교함으로서 성인이 되라고 말하는 네 번 째 유혹자를 등장시킵니다. 베케트 대주교는 이 유혹자야말로 가장 교활하고 견디기 힘든 유혹이라고 말하며 물리칩니다. ‘선한 결과를 예측한 불순한 의도’이기 때문입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중에 ‘대신문관의 전설’이라는 대목 속에서 예수가 악마의 유혹을 거절함으로서 인류를 더욱 풍요롭고 고통 없이 살게 할 수 있.. 2016. 2. 14.
그러나 그러나 ‘그러나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니 그물을 치겠습니다.’ 베드로의 이 한 마디는 신앙인들의 순명이 어떠한 것인가를 가장 정확하게 말해주고 있습니다. 베드로는 고기잡이로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으로 나름 전문가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물을 어느 때 어디에서 쳐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아침에 깊은 곳으로 가서 그물을 치라는 예수님의 말씀에 대해 ‘밤새도록 애썼지만 한 마리도 못 잡았습니다.’라고 대답한 것입니다. 깊은 밤에 호수 언저리에서 그물을 치는 것이 대대로 내려온 고기잡이 방법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것을 보면 예수께서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치라’고 하신 말씀은 기존의 관습과 고정관념을 버리고 새로운 시도 또는 도전을 하라는 의미로 해석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새.. 2016. 2. 10.
마음 속의 촛불 마음속의 촛불 어둠을 밝히는 빛에는 내 몸 안에 있는 빛이 있고, 내 몸 밖에 있는 빛이 있습니다. 몸 안에 비치는 빛은 무지의 먹구름을 거두어내는 빛입니다. 사람으로서 살아야 할 이치를 깨닫는 것이고, 마음속에서 진리의 빛을 보는 것입니다. 또한 절망과 슬픔에 빠져있을 때 마음속에서 피어오르는 희망이,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아 외로움에 빠져든 사람들에게 찾아오는 사랑이 바로 몸 안을 밝히는 빛이 될 것입니다. 삶이 공허하고 보람도 의미도 찾지 못하는 인생의 방황 속에 마음속으로 찾아오는 하느님의 빛 역시 그렇습니다. 몸 밖에 있는 빛은 우선 우리 일상생활을 돕는 조명 기구의 빛을 생각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둠 저 편에서 검붉은 여명을 일어 올리는 태양이나, 밤하늘을 수놓는 별빛이나, 지금도 토끼가 절.. 2016. 1. 31.
변방에서 복음을 변방에서 복음을 며칠 전에 별세하신 성공회대학교 신영복 선생은 인류 문명의 역사는 언제나 변방이 새로운 역사의 중심이 되어왔다고 했습니다.(‘변방을 찾아서’, 2012) 오리엔트의 변방인 그리스 로마, 그리스 로마의 변방인 합스부르크와 비잔틴, 근대사의 시작이 된 네덜란드와 영국, 그리고 영국의 식민지 미국에 이르기까지 인류 문명은 그 중심지가 부단히 변방으로 변방으로 이동해 간 역사라는 것입니다. 역사의 사표가 된 인물들 역시 변방에서 나서 변방의 삶을 살았습니다. 인도의 마하트마 간디가 그랬고, 공자의 삶이 그랬습니다. 조선의 이성계 또한 변방인 동북면이 근거지였습니다. 때문에 사회를 발전시키고 역사를 변화시킬 원동력과 잠재력은 바로 이 변방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창조적이고 변화의 원.. 2016. 1. 24.
미리 맛보는 하늘나라의 축제 미리 맛보는 하늘나라의 축제 요한복음은 예수께서 물을 포도주로 변화시킨 기적이 첫 번째 행한 기적은 이라고 전합니다. 다른 복음서에 비해서 요한복음에서는 예수님의 기적 사건들을 불과 몇 개만 전하고 있는데 이들은 다른 기적들 중에서도 매우 깊은 의미를 담은 예수님의 표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가운데에서 첫 번째로 행한 기적이라고 특히 강조한 것을 보면 매우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는 사건이라고 여겨집니다. 예수께서는 하느님 나라를 혼인 잔치에 비유를 하셨습니다. 그만큼 잔치의 기쁨이야말로 우리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잠시 일상의 짐을 내려놓고 기뻐하고 흥겨운 축제를 벌이는 것이야말로 하느님 나라를 미리 맛보는 것입니다. 특히나 왕의 아들의 잔치에는 모두를 초대하.. 2016. 1. 17.
세례와 정체성 세례와 정체성 모든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가장 중요한 질문 중에 하나가 아마도 ‘나는 누구인가?’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라는 질문 역시 인간의 근본적이고도 영원한 숙제를 의미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평생을 살아도 풀리지 않는 이 질문에 대해서 명쾌한 답을 구하기는 어렵지만 성숙한 사람이라면 나름대로 자기 자신을 규정하는 정체성을 지니고 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가령 부모는 부모답게 어떤 역할과 책임을 지니고 있다고 하든지, 정치인이면 사회지도자답게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 종교인이면 그 종교인으로서 어떤 도덕성과 계율을 지녀야 한다든지 하는 것들을 알고 있습니다. 사람들마다 각자 자기가 어떤 사람으로서 살아야 하고 또 추구해야 할 바람직.. 2016. 1. 10.
별 따라 온 사람들 별 따라 온 사람들 동방박사 세 사람이 별을 따라 유다 예루살렘에 왔습니다. 그리고 유다인의 왕으로 나신 분이 어디에 계시는지를 사람들에게 묻습니다. 그들은 이방인이라서 유다인의 왕을 경배하러 올 까닭이 없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외교적인 행위로 이웃 나라의 사절이라면 모를까요. 그런데 이들이 새로 나신 유다인의 왕을 찾는 것을 보고는 헤로데 왕은 당황했으며 예루살렘이 온통 술렁거렸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유다인들은 새로운 왕의 탄생과 존재를 모르고 있던 것이었습니다. 오히려 이방인이 하늘의 징조를 알아보고 메시아 탄생을 경배합니다. 베들레헴에 도착한 그들은 아기 예수께 보물 상자를 열어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드립니다. 황금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고, 유향은 거룩하신 분께 드리는 것이며, 몰약은 시신이 .. 2016. 1. 3.
소년 예수 소년 예수 자식을 잃어버린 부모의 심정은 너무나 애달파서 장이 토막이 날 정도라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부모를 잃은 아이의 심정은 어떨까요? 아마도 갑자기 극도의 불안과 충격과 두려움에 휩싸일 것 같습니다. 해마다 과월절이 되면 이스라엘 사람들은 예루살렘 성전에 가서 제사를 드려야 했습니다. 그러니 그 기간에는 무수히 많은 인파가 예루살렘에 모였을 것입니다. 예수가 12살 때 가족들과 함께 예루살렘에 갔습니다. 그런데 예수의 부모는 집으로 돌아가고 예수는 예루살렘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고 합니다. 예수의 부모는 하룻길을 가고 나서야 예수가 보이지 않은 것을 발견했습니다. 여러 가족들과 친척들이 함께 움직이고 마치 난민들이 피난을 가듯 많은 사람들이 함께 길을 간다고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볼 .. 2015. 12. 26.
'낮 꿈'의 노래 ‘낮 꿈’의 노래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문자로 기록하고, 꼭 하고 싶은 말을 편지로 전해 왔습니다. 그리고 이별과 사랑 등 간절한 마음을 시로 표현하고 그것을 넘어 노래를 합니다. 그래도 그 마음이 다 드러나지 않을 때 노래하면서 춤도 춥니다. 그런데 같은 노래가 여러 사람들의 입에서 흘러나올 때는 한 개인의 간절함을 넘어서서 시대와 사회의 염원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몇 백 년이 흘러도 사람들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고전적인 명곡뿐만 아니라 통속적인 대중가요 속에서도 시대정신과 역사적인 상황이 담겨있기 마련이니까요. 그런 것을 보면 오랫동안 불리어온 성가는 인류의 보편적이고 근원적인 염원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리아의 노래’(루가 1:46-55)는 마리아가 예수를.. 2015. 12. 20.
신발 끈 풀어 드릴 자격 신발 끈 풀어 드릴 자격 인간(human)이라는 말의 어원은 겸손(humility)라는 말과 같은 흙(humus)에서 왔다고 합니다. 창세기에서 하느님은 첫 사람 아담과 하와에게 말합니다. ‘너희는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가리라!’ 모든 인간은 겸손 할 수밖에 없으며 겸손해야만 인간답게 살 수 있다고 하는 것을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흙은 가장 낮은 곳에 있으면서 모든 사람들, 동물들, 식물들, 물건들을 떠받들고 있습니다. 여러 종류의 사람들이 밟고 지나가고 또 그 위에 살아갑니다. 그러나 한 번도 자기주장을 하지 않습니다. 모두가 딛고 살게 할 뿐입니다. 이것이 겸손한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며 또 겸손한 사람의 넓은 인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겸손한 삶이란 마치 대지처럼 모든 것을 포용하고 받아들일 수.. 2015. 12. 13.
주님 오시는 길 주님 오시는 길 유대교 랍비이자 철학자인 아브라함 요수아 헤셀은 예언자에 대해서 이렇게 말합니다. ‘예언자는 인간의 마음을 습격하는 자이다. 양심이 끝나는 곳에서 그의 말이 불타오르기 시작한다.’ 예언자들은 신앙과 양심이 굳어있고 영혼이 잠들어 있는 시대에 위정자들과 제사장들과 백성들에게 하느님의 말씀을 전했습니다. 때문에 그들은 때로는 핍박을 받기도 했고, 백성들로부터 외면받기도 했고 고통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그런 예언자들이 있었기에 이스라엘은 신앙을 회복하고 하느님의 백성으로서 존재할 수 있었습니다. 구약의 마지막 예언자이며 신약의 첫 번째 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 세례자 요한은 광야에서 낙타 털옷을 입고 메뚜기와 석청을 먹으며 수행하던 사람이었습니다. 그가 세상에 나타나 잠들어 있는.. 2015. 12.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