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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설교

주의 변모, 주님의 시청각 교육

by 분당교회 2021. 8. 9.

다들 편안하신지요? 교우님들이 걱정하시고 중보하셨던 박철성 한지혜님 가족은 이제 모두 자유인이 되었습니다. 박철성 루이스님은 지난 주일에 생활치료센터에서 나오셨고, 가족들은 엊그제 금요일부로 자가격리에서 해제되었습니다. 너무 고생 많으셨습니다. 

 

코로나 확진자가 좀처럼 줄지 않아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두 주 더 연장되었습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이 또한 지나갑니다.” 방역지침 잘 지키시며 인내하시기 바랍니다. 

 

기억하고 계시겠지만, 이번 주 토요일 8월14일 오전 10시30분에 ‘성평등한 우리교회’라는 주제로 열리는 ‘안전한 교회 만들기’ 강좌가 있습니다. 교회 단톡방에 줌을 연결해 드리니, 여성 교우들의 많은 참여바랍니다. 

 

또 8월14일(토), 21일(토) 오후7시30분에는 강남교무구 학생회연합 온라인 수련회가, 8월22일(일), 29일(일) 오후 2시에는 우리 교회 온라인여름성경학교가 열립니다. 학생들이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부모님들의 협조 부탁드립니다.

 

어제가 입추여서 詩 한 편 읽어드리고 설교 말씀을 나누겠습니다. 제목 “입추가 오면,” 작가 시인 백원기.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그래 봐야 양력 팔월 칠일이면

보따리 쌀 준비를 해야 되는데

 

입추 때는 벼 자라는 소리에

동네 개가 놀라 짖는단다

 

입추는 입동이 올 때까지

가을이란 이름표 달기 위해

첫 문을 여는 날

 

낮에는 늦더위가 발악하지만

밤이 오면 서늘한 바람에

너나 나나 미소 지으며 잠을 잔다

 

입추가 오면

옥수수 하모니카를 입에 물고

축가를 부른다

 

온 세상사람 함께 모여

아름다운 화음의 노래를 부른다

 

지구 이곳저곳에서 폭염으로 수천 명이 죽었습니다. 이제 여름은 생존의 계절이 되었습니다. 

지속되는 열대야에 잠을 설치기가 다반사였는데, 입추가 되자 열대야는 떠나고 하늘은 푸르기만 합니다. 

결코 물러설 것 같지 않은 저 무시무시한 더위를 밀어내고 들어서는 입추는 대단합니다. 

우주가 아직 길을 잃지 않은 것 같습니다. 지구는 아직 견딜만한가 봅니다. 아직 희망이 남은 이유입니다. 

인류가 자신들만을 위해 하느님의 피조세계를 파괴해 온 죄악에서 돌이키기를, 생태적 회심과 지구생명보존에 우리 교회가 앞장서기를 기도드립니다.  

 

오늘 주일예배는 주요축일인 지난 금요일 ‘주님의 변모’ 축일을 옮겨와 지킵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말씀을 나눕니다. 

 

예수님께서 베드로 요한 야고보를 데리고 산에 오르셨습니다. 제자들과 산에 오르신 때가 ‘이 말씀을 마치신 뒤 여드레쯤 지나서’라고 합니다. 오“이 말씀‘은 오늘 복음 바로 앞 단락에 나오는, 예수님의 첫 번째 수난예고입니다. 

 

첫 번째 수난 예고를 하신 후에 예수님은 27절, “여기에 서 있는 사람들 중에는 죽기 전에 하느님의 나라를 볼 사람들도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과 함께 산에 오른 베드로 요한 야고보가 이 사람들입니다. 예수님의 변모 사건은 마치 하느님 나라를 경험하는 것과 같이 황홀한 것이었습니다. 

 

예수님이 산에 가신 이유는 기도하기 위함입니다. 루가복음에서 산은 예수님이 기도 가운데 하느님을 만나는 장소입니다. 어디서든 기도할 수 있지만, 루가는 예수님께서 자주 산에서 기도하셨다고 알려줍니다. 루가 22:39, “예수께서는 늘 하시던 대로 밖으로 나가 올리브 산으로 가시자”. 예수님에게 기도는 “늘 하시던” 거룩한 습관이었다고 알려줍니다.

 

요한 웨슬리 신부님의 어머니 수산나는 식구가 많아 따로 기도할 장소를 구할 수 없어, 기도할 시간이 되면 머리에 띠를 둘렀다고 합니다. 어머니 수산나가 머리에 띠를 두르면 자녀들은 어머니가 기도하는 시간임을 알았습니다. 어머니 수산나 기도로 위대한 신앙인 요한 웨슬리 신부와 찰스 웨슬리 신부를 양육했던 것입니다.

 

교우 여러분도 수난나 어머니와 같으시지요? 

하느님과 만나는 장소나 시간이 구별되어 있으시리라 믿습니다.

 

예수님이 기도하시는 중에 그 모습이 변하고 옷이 눈부시게 빛났습니다. 이 모습이 오늘 1독서 다니엘서에 나오는 표현과 같습니다. ‘옷은 눈 같이 희고’. 다니엘서는 종말의 때에 오실 메시아의 모습을 예언하는데, 루가는 주님의 변모 이야기를 전하면서 예수님이 바로 다니엘이 예언한 종말에 심판주로 오실 분임을 알려 줍니다. 

 

그 때 갑자기 모세와 엘리야가 나타났습니다. 모세와 엘리야는 모두 산에서 하느님의 현존을 경험했었고 두 사람 다 죽음을 보지 않고 승천한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들이 예수님과 만나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서 이루실 일, 곧 그의 죽음에 관해 논의했다고 합니다. 여기서 죽음이라는 단어가 헬라어로 “엑소도스”입니다. 엑소도스란 탈출, 벗어남을 의미합니다. 

 

구약에서 엑소도스는 이집트의 노예에서 해방되는 출애굽입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이 인류를 죄와 죽음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새로운 출애굽 사건이라는 말입니다. 

 

모세는 율법을, 엘리야는 예언자를 대표하는 인물로, 즉 구약을 상징하는데, 모세와 엘리야가 예수님과 예수님의 엑소도스를 논의했다는 것은 예수님이 바로 구약이 예언하고 있는 메시아이심을 말해 주는 것입니다. 

 

그 때 잠들었다가 깬 제자들이 그 광경이 보자 초막 셋을 짓고 그 곳에 머물러 있자고 말합니다. 루가는 베드로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도 모르고 말했다고 합니다. 자신들이 본 광경이 너무나 영광스러워 어안이 벙벙하니 그냥 나오는 대로 말을 한 것입니다.

 

신앙생활을 하다보면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하느님의 사랑과 그 분의 영광을 경험하는 때가 있습니다. 마치 천국에 있는 듯한 감격스러운 경험입니다. 이것이  평생 주님을 사랑하고 주님의 교회에 헌신하게 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지난 5월12일 영등포교회 박도묵 마리아 교우가 104세의 일기로 별세하셨습니다. 제가 만난 성공회 신자 중에 이 분 만큼 주님을 사랑하고 교회에 헌신하셨던 분은 드뭅니다.  

 

고향인 평양에서, 성당의 삼종소리에 이끌려 15세에 성공회에 나와 세례를 받으시고 18세에 혼배성사를 하고, 한국전쟁 피난길에 강화 온수리에 정착해 사시던 중, 아들과 남편이 병으로 죽어 실의에 빠져 냉담하게 되었습니다. 

 

인천에서 삯바느질을 하며 힘들게 사시던 중 병에 걸려 입원하셨는데, 그 때 간절히 하느님께 기도하셨는데, “마리아야 마리아야” 부르시는 하느님의 음성을 듣고 하느님의 사랑을 깊이 경험하며 신부님께 조병성사를 받은 후 치유되어, 30년 만에 다시 주님을 영접하셨다고 합니다. 

 

이후 영등포교회에 다니시며 교회위원으로, 예수원 후원조직으로 시작되었던 예수사랑선교회 회장 등으로 봉사하셨는데, 성공회대학교 일만회원 첫 번째 기부자로, 나눔의집 후원자로, 전국교회를 돌아보며 이 모양 저 모양으로 도우셨고, 어렵게 노동하며 모은 돈으로 사 놓은 강화 온수리 임야 8800평을 교구에 봉헌하신 분입니다. 

 

마리아 교우님은 늘 “내가 성공회 신자인데, 성공회가 어려우니까 내 생활이 어떠하든 교회가 가장 우선이어서 기부하고 봉헌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토록 평생 주님을 사랑하고 헌신하실 수 있었던 동력이 투병 중에, 주님을 만나고 하느님의 사랑을 깊이 경험했던 사건이었습니다. 

 

마리아 교우님처럼 하느님의 현존을 깊이 경험하는 황홀하고 감격스러운 만남을 해보셨는지요? 예배와 기도가 바로 그런 경험을 하는 시간입니다. 주님께서 영적으로 참되게 예배드리라고 하신 이유, 산으로 오르신 이유입니다.

 

베드로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른 채 말을 하는 중에 구름이 일어 그들을 덮고 모세와 엘리야는 사라지고 하느님의 음성이 들려왔습니다. “이는 내 아들, 내가 택한 아들이니 그의 말을 들어라.” 공동번역 성경의 각주를 보면, 시편 2장 7절과 이사야 42장 1절, 신명기 18장 15절의 말씀들이 인용된 표현이라고 합니다. 시편 2편은 왕위 즉위식 때 부르는 노래이고, 이사야서는 고난 받는 종의 노래입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의 고난을 받고 부활 승천하시어 이 세상을 구원할 메시아 왕이심을 말씀하는 것입니다.

 

지난 목요일 전례독서 마태오복음이 기억납니다. 예수님께서 수난에 대해 첫 번째 예고를 하시니, 베드로가 예수님을 붙들고 결코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렸습니다. 

 

그 때 예수님께서 베드로를 향해 ‘사탄아 물러가라. 너는 나에게 장애물이다. 너는 하느님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을 생각하는 구나’하고 꾸짖으셨습니다. 그래서 하느님은 베드로에게 “그의 말을 들어라”는 음성을 들려 주셨나 봅니다.

 

“그의 말을 들으라” 사람의 일이 아닌 하느님의 일을 생각하며 하느님의 뜻을 분별하고 순종하는 것이 제자의 길입니다. 

 

이상 살펴 본대로, 주님의 변모 사건은 제자들을 위한 시청각 교육이었습니다. 

 

먼저는 예수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보여주는 시청각 교육이었습니다. 십자가와 부활로 인류를 죄와 죽음으로부터 자유하게 하는 구세주이시며, 종말의 때에 심판주로 오실 분이 예수님입니다. 

 

그러니 주님을 믿는 이들은 오늘의 본기도처럼, 근심과 불안 중에도 믿음의 눈을 들어 영광스러운 주님을 바라볼 일입니다.

 

두 번째로 주님의 변모 사건은 기도의 능력을 보여준 시청각 교육이었습니다. 

기도하는 중에 예수님은 신적인 원형으로 변화되고 모세와 엘리야와 대화하며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신 목적을 확인했습니다. 산에서 내려오는 길에 악령에 사로잡힌 자식을 구원해 달라고 간청하는 사람을 만나 그 자식을 구원해 주셨습니다. 

 

그 사람은 이미 제자들에게 요청했지만 제자들이 마귀를 쫓아내지 못했다고 합니다. 마르코복음을 보면, 예수님이 마귀를 쫓아내시자, 제자들은 우리는 왜 쫓나내지 못 한 거냐고 묻자 예수님이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마르 9:29, “기도하지 않고는 그런 것을 쫓아낼 수 없다.” 어제 전례독서 마태오도 비슷합니다. 17:21 “이런 종류의 마귀는 기도와 단식을 하지 않고서는 쫓아낼 수 없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기도하는 중에 임하시는 하느님의 영광 가운데 자신의 원형을 알게 되고, 주님의 뜻을 분별하며, 하느님의 능력을 받아, 세상속에서 하느님 나라를 일구어가는 선교적 존재가 되는 것임을 가르쳐 주신 것입니다.

 

입추를 지나 벼가 익어가는 소리에 개들이 놀라는 이 가을에 우리가 할 일은 분명합니다. 

 

믿음의 눈을 들어 영광의 주님을 바라보는 가운데 더 깊이 기도의 세계로 들어가는 일입니다. 

 

예수님이 산으로 올라가 기도하셨듯이, 수산나가 머리에 끈을 동이고 기도했듯이, 세상의 분주함과 소란함에서 물러나 하느님의 임재로 들어가는 기도의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매일매일 기도와 묵상으로 주님과 교제하는 사람은 오랜 세월이 지난 후 알게 됩니다. 자신이 주님의 향기가 드러나는 예수님의 제자로 자라나고 있음을, 자신을  통해 내가 머무는 그 곳에 하느님의 나라가 임하고 있음을.

 

교우 여러분 모두, 기도의 산으로 올라가, 이 영광스러운 축복을 누리실 수 있기를 바라며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말씀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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