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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설교

어떻게 세상의 빛이 될 수 있을까

by 분당교회 2020. 1. 12.

2020년 1월 12일
주의세례주일 설교 말씀
김장환 엘리야 사제
(성공회 분당교회 관할사제)

 

새 해 두 번째 주일입니다. 많은 교우들이 새 해를 맞이하실 때, 올 해는 묵상과 기도에 좀 더 충실해야지 결심하십니다. 잘 하고 계시나요? 저는 수요일 복음을 묵상하면서 “너희가 먹을 것을 주어라”는 말씀을 묵상하며 큰 감사를 느꼈습니다. 아시다시피 저희 교회가 상가 월세 교회이고 또 사제관 마련하느라고 대출도 받아서 이자와 원금상환 등으로 고정비용지출이 큽니다. 그럼에도 작년에  “우리 먹을 것도 없어요.” 하지 않고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힘껏 나누는 한 해였습니다. 저녁에 수요예배를 드리면서 다시 묵상하는데, 얼마나 큰 감사가 밀려 오던지요. 

 

목요일에는 그 큰 기적을 경험하고도 풍랑 가운데 시달리는 제자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성서에서 바다는 혼돈을 상징합니다. 거기에 풍랑까지 일어나니 누군들 두렵지 않을까요? 제자들의 모습에 2020년이라는 새 해를 맞이하는 저의 모습이 오버랩 됐습니다. 제가 부임하고 지난 3년간 하느님이 부어주신 은총이 너무 컸기에, 마음 한 구석에서 “올 해 이 은총을 잘 간직하며 지낼 수 있을까” 하는 두려운 마음이 있었습니다. 묵상 중에 ‘나다 겁내지 말고 안심하여라’는 주님의 말씀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할렐루야!

 

지난 주일에는 서울교구장 이경호 주교님의 신년교서를 전해드렸습니다. 오늘은 분당교회 관할사제로서 사목 방향성을 나누고자 합니다. 주교님이 저희 교회의 표어를 카피하여 2020년 서울교구 표어를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로 정하셨습니다.  마태오복음 5장 14절의 말씀입니다. 

 

올 해 성공회분당 표어도 동일합니다. 그런데 성구가 다릅니다. 5장 14절의 세상의 빛에서 올 해는 5장 16절로 진보했습니다. “너희도 이와 같이 너희의 빛을 사람들 앞에 비추어 그들이 너희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아버지를 찬양하게 하여라.” 

 

이 말씀은 세상의 빛이 되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말씀하십니다. 무엇일까요? “너희의 빛을 사람들 앞에 비추어, 그들이 너희의 착한 행실을 보고” 너희는 제자들, 제자들을 통해 이루어지는 교회. 빛=착한 행실. 그렇다면, 교회가 보여줘야 하는 착한 행실의 내용은 무엇일까요?

 

“교회가 무엇이고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인지”를 기록한 에페소서의 2장을 보면, 사도 바울로는 10절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작품입니다. 곧 하느님께서 미리 마련하신 대로 선한 생활을 하도록 그리스도 예수를 통해서 창조하신 작품입니다.” 

 

이 말씀에서 “우리는‘은 교회를 말합니다. ’작품‘이라는 말은 헬라어로 ’포이에마‘라고 하는데 마스터피스, 최고의 걸작품이라는 뜻입니다. 하여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성공회 분당교회는 세상의 빛이 되도록 하느님께서 그리스도 예수를 통해서 창조하신 작품이다“ 하느님은 여러분을 성공회 분당교회로 부르시어, 더불어함께 이 세상에서 선한 생활을 하는 최고의 존재가 되기를 원하십니다.

 

그렇다면 “선한 생활”은 무엇일까요? 이것이 예수님이 말씀하신 “착한 행실”이고 세상을 밝히는 “빛”의 실체이기도 합니다. 그 내용을 바로 알기 위해서, 믿음의 조상으로 아브라함을 부르신 하느님의 목적을 보아야 합니다. 하느님은 아브라함을 부르시어 말씀하십니다. 창세 12:1  “야훼께서 아브람에게 말씀하셨다. "네 고향과 친척과 아비의 집을 떠나 내가 장차 보여줄 땅으로 가거라.” 하느님이 아브라함을 부르신 비전이 2절에 나옵니다. “ 나는 너를 큰 민족이 되게 하리라. 너에게 복을 주어 네 이름을 떨치게 하리라. 네 이름은 남에게 복을 끼쳐주는 이름이 될 것이다.”

 

당시 아브라함이 살던 갈대아 우르는 황제가 절대 권력으로 다스리는 피라미드 체제, 제국의 질서였습니다. 하느님은 제국의 질서에서 아브라함을 빼내시어, 그 후손으로 하느님의 백성을 일구시고 약속의 땅 가나안에서 하느님의 말씀대로 살아감으로 공평과 정의가 넘치는 샬롬의 왕국을 세우기를 원하셨습니다. 열방이 하느님의 나라, 이스라엘을 보고 하느님을 알게 되고 하느님께 돌아오는 것이, 만민이 아브라함을 통해 받게 되는 복의 내용입니다. 

 

이 비전을 품으신 하느님은 창세기 18장 19절에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 나는 그로 하여금 그의 자손과 그의 뒤를 이을 가문에게 옳고 바른 일을 지시하여 이 야훼의 가르침을 지키게 하려고 그를 뽑아 세우지 않았던가? 그러니, 나는 아브라함에게 약속한 것을 그대로 이루어주어야 하리라.” 개역성경으로 보면, “내가 그로 그 자식과 권속에게 명하여 여호와의 도를 지켜 의와 공도를 행하게 하려고 그를 택하였나니 이는 나 여호와가 아브라함에게 대하여 말한 일을 이루려 함이니라.”

 

아브라함을 뽑아 세우신 목적이 무엇이라고요? “여호와의 도를 지켜, 공평과 정의를 행하는 하느님의 백성이 되는 것!” 바로 이것이 우리를 부르신 목적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행해야 하는 착한 행실, 선한 행실의 내용입니다. 

 

성공회는 이것을 구체적으로 선교정신 5MARKS로 정리하였습니다. 1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전하기. 2 새신자를 가르치고, 세례를 주고, 양육하기 .3 사랑의 섬김으로 이웃의 필요에 응답하기. 4 불의한 사회를 변혁하며, 모든 폭력에 도전하고 평화와 화해를 위하여 노력하기. 5 창조질서를 보존하며, 지구 생명의 회복과 유지에 헌신하기. 

 

우리 교회가 성공회 선교 정신를 실천할 때 세상의 빛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 교회가 행해야 하는 공평과 정의의 내용이 선교정신 3,4,5로 정리되어 있습니다. 

 

3‘ 작년까지는 절기헌금을 그때그때 그 대상을 정하여 플로윙 했는데, 올 해는 각 또래모임별로 선교구제 대상을 입양하여 매달 정기적으로 후원하면 좋겠습니다. 선교사님이나 단체들은 작지만 매달 들어오는 후원금이 가장 큰 힘이라고 합니다. 

 

4’에 있어서는 계속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대한 이해를 넓혀가고자 합니다. 성경적 정의에 입각하여 이 세상이 얼마나 불의한지를 알아가며 그리스도인들이 세상 속에서 실현해야 하는 하느님의 공의를 배워 가면 좋겠습니다. 

 

5‘는 시대적 당위입니다. 주보 2면에 짧은 단상의 글이 적었습니다. “작년 9월부터 5개월 동안 계속된 산불로 야생동물 5억 마리 사상자가 나오고, 남한 면적 절반이 산불로 소실되고 있는 호주 기후비상사태, 극심한 폭염과 가뭄! 생태계의 아마겟돈이라 통칭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지난 주 초반, 가장 추워야 할 소한 무렵인데도 따뜻하기만 하고 장맛비처럼 비만 연일 내렸습니다. 남의 일 같지 않습니다.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요?” 일상의 삶에서 그 무엇보다 생태계 회복과 보전을 위해 실천하는 2020년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렇게 의와 공도를 행하는 하느님 나라의 백성이 되기 위하여 1‘ 우리가 먼저 하느님 나라를 누려야 합니다. 예수님을 우리 삶의 주인으로 우리 교회의 머리로 모시고, 주님의 새 계명대로 서로 사랑하는 공동체가 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또래 모임으로 모이는 것입니다. 특별히 올 해는 침묵기도학교 수료자들을 중심으로 영성소그룹을 조직해 영적인 교제를 강화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2‘ 양육이 필요합니다. 지난 주일에도 말씀드렸듯이 제 목회철학은 제자훈련이고 그 방식을 맞춤형으로 진행하는 일대일 양육입니다. 부담 갖지 마시고 저에게 요청해 주십시오.

 

오늘은 교회력으로 주의세례일입니다. 오늘 복음이 보여주듯이 예수님은 요한에게 가서 세례를 받았습니다. 예수님이 세례 받으신 것에 대한 의미가 몇 가지 있습니다. 첫째는 연대입니다. 요한이 펼치는 물세례 운동에 대한 연대이고 요한에게 와서 세례를 받는 사람들과의 연대입니다.

 

자주 말씀드렸다시피 유다인은 물세례를 받지 않습니다. 이방인이 유대교로 개종할 때 세례를 받습니다. 유대인은 성전에 가서 제사를 드림으로 죄 사함을 받습니다. 요한이 죄 사함의 표지로 물세례 운동을 벌인 것은 당시 성전체제에 대한 저항이었습니다. 그리고 요한에게 와서 세례를 받은 이들은 평소 성전체제에 불만이 있던 가난하고 의로운 사람들이었습니다. 예수님은 이들과 뜻을 같이 하셨다는 것입니다.

 

예수님 수세의 두 번째 의미는 새로운 출발입니다. 예수님은 세례를 받으신 후  공생애를 시작하셨습니다. 엊그제 금요일 묵상 본문의 내용입니다. 예수님이 세례를 받으시고 광야에서 금식 기도하신 후 갈릴래아로 돌아와 전도운동을 시작하셨습니다. 예수님이 전개하는 전도운동이 바로 희년을 이루어가는 하느님 나라 운동임을 말씀하신 것입니다. 루가 4:18-19, “18 주님의 성령이 나에게 내리셨다. 주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으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셨다. 주께서 나를 보내시어 묶인 사람들에게는 해방을 알려주고 눈먼 사람들은 보게 하고, 억눌린 사람들에게는 자유를 주며 19 주님의 은총의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

 

새 해를 시작하고 맞이한 둘째 주일에 교회력으로 예수님의 세례를 기념하는 목적이 새로운 출발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스도인이 받는 세례는 개인적으로 하느님의 자녀라는 새로운 존재로의 변화이지만, 세상에 대해 하느님 나라 백성이라는 공적인 존재로의 변화를 상징합니다. 공평과 정의를 행하는 세상의 빛이 되는 존재로 공생애를 살아가라는 의미인 것이죠.

 

주의 세례주일 예배를 드리며 여러분 모두 세례 때의 언약을 기억하시고 빛으로 살아가기를 다시 결단하기를 바랍니다. 따라해 보실까요? “세속과 정욕과 마귀를 거절하겠습니다.” “삼위일체 하느님만을 믿겠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묵상하며 그 뜻에 순종하며 살겠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살아갈 능력이 우리 안에는 없음을 고백합니다. 우리와 똑같은 사람으로 오신 예수님은 어떻게 그 삶을 살아가실 수 있으셨을까요? 그 비결이 오늘 2독서에 나옵니다. 사도 10:38, “하느님께서는 그분에게 성령과 능력을 부어주시고 그분과 함께 계셨습니다. 그래서 그분은 두루 다니시며 좋은 일을 해주시고 악마에게 짓눌린 사람들을 모두 고쳐주셨습니다.”

 

하느님께서 오늘 주의 세례주일예배에 오신 여러분에게 예수님에게 부어주신 성령과 능력을 동일하게 부어주시기를 바랍니다. 하여 2020년 새 해에도 여호와의 도를 지키며 의와 공도를 행하는 하느님의 백성이 되어, 이 세상에 하느님의 나라를 드러내고(공현) 일구어 가, 우리 이웃들이 성공회분당교회를 통해 하느님을 알게 되고 함께 예배하게 되어, 감사와 감격이 넘치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새로운 한 해, 하느님 나라 백성으로 살아갈 성공회 분당교회 여러분에게 하느님은 말씀하십니다. 오늘 1독서의 말씀입니다. 이사야 42:6,  "나 야훼가 너를 부른다. 정의를 세우라고 너를 부른다. 내가 너의 손을 잡아 지켜주고 너를 세워 인류와 계약을 맺으니 너는 만국의 빛이 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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