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말씀/설교

사탄의 체제와 하느님 나라의 대결!

by 분당교회 2019. 12. 29.

2019년 12월 29일
성탄 1주일 송년주일 설교 말씀
김장환 엘리야 사제
(성공회 분당교회 관할사제)

 

12월 마지막 주일입니다. 2019년 지난 한 해는 국제적으로나 국가적으로 진짜 다사다난 했던 한 해였습니다. 우리 분당교회는 올 해로 2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성당 이전 논의로 상반기를 보냈는데 아쉽게도 계획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감사한 일이 많았습니다. 

 

어떤 일들이 떠오르시나요? 김학수 바우로님이 성경 전체 필사, 가을에 있었던 강화로 교회수련회, 그리고 절기헌금을 거의 전액 외부 선교구제헌금으로 플로윙할 수 있었습니다. 또 고송준영그레고리님 별세 1주기를 맞이하여 가족들이 선교 차량을 봉헌해 주셨습니다. 거듭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새 가족들이 많이 오셔서 가족공동체 자라난 것입니다. 양적 성장만큼 서로 사랑하고 선교하는 질적 성장이 이루어지기를 소망해 봅니다.

 

여러분은 한 해 어떻게 지내셨는지요? 소망하고 계획했던 일들을 이루셨는지요? 아니면 벽에 부딪치고 실패하기도 하셨는지요? 엊그제 금요성경공부 종강모임을 하며 2019년을 돌아보는 나눔의 시간을 가졌는데, 한 분이 ‘힘들고 어려운 일들이 계속 되었지만 버티게 해 주신 주님께 감사하다’는 고백하시더군요.

 

이렇게 여러 모양으로 인생 여정을 걸어가는 우리에게, 하느님께서는 두 가지 메시지를 주십니다. 하나는 그럼에도 “하느님은 당신을 향한 놀라운 계획을 갖고 계십니다.” “하느님은 당신을 특별한 소명으로 초대하십니다.”는 메시지입니다. 옆에 분에게 전해봅시다. 그리고 뭐 그리 특별하지 않은 일상을 살아가며 무력함을 느끼는 우리들이기에, 재의수요일에 들려지는 “인생아,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갈지라.”는 말씀도 마음에 깊이 새겨집니다.

이런 점에서 ‘신비와 저항’이라는 책에서 도로테 죌레가 전하는 글이 공감됩니다. “랍비 부남은 그의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누구든지 두 가방을 가져야 한다. 상황에 따라서 둘 중의 하나를 잡을 수 있도록 말이다. 오른쪽 가방에 있는 다음의 말이 중요하다. ‘나 때문에 세상이 창조되었다.’ 왼쪽 가방에 있는 다음의 말도 중요하다. ‘나는 흙이며, 재이다.’”

 

재작년 대림절 특강 강사로 왔던 박총형제는 ‘내 삶을 바꾼 한 구절’이라는 책에서 죌레의 글에 대해 이런 댓글을 적었습니다. 

“이 구절을 온 몸으로 사모한다. 사는 날이 더해질수록 우리가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지 앎이 어찌나 긴요한지, 우리가 얼마나 하찮은 존재인지 앎이 어찌나 필요한지. 인간사의 제(諸)문제는 이 둘 사이의 모순을 껴안는 대신 한쪽을 취하고 다른 한쪽을 버리기 때문에 생긴다. 내가 입버릇처럼 말하건대 영성은 두 극단 사이의 봉오리를 오르거나 두 극단 사이의 골짜기를 흐르는 것이다. 이를 게오르크 짐멜(G. Simmel)보다 더 아름답게 표현한 이는 없으리라. ‘인간의 가능성은 무한하다. 이와 모순되게 보이나 인간의 불가능성도 무한하다. 이 양자 사이에 그의 고향이 있다.’”

 

그런데 이런 개인적인 성찰과 아울러, 성서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가져야 하는 관점을 하나 더 제시합니다. 하느님 나라의 관점입니다. 하느님 나라란 하느님이 왕으로 통치하시는 상태와 영역을 말하죠. 그리스도인들은 하느님께서 역사의 주관자이시며 왕이심을 믿는 하느님 나라의 백성들입니다. 하느님 나라의 원리를 잘 표현한 것이 우리 교회 표어입니다. “하느님의 사랑으로 공평과 정의를 행하는 우리는 세상의 빛!” 

 

오늘 복음 성경은 이런 관점으로 한 해를 돌아보도록 합니다. 마태오는 유대교 출신의 그리스도인들에게, 예수님이 유대인의 왕으로 오신 분임을 증거 하고자 복음서를 기록했습니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서 마태오는 예수님을 유대인들이 신앙의 선조 중에 최고로 여기는 모세와 견주어 소개합니다. 

 

오늘 복음도 그런 의도로 기록된 말씀입니다. 두 살 이하의 어린이를 학살하는 헤로데와 파라오, 예수의 이집트 피신과 모세의 미디안 광야 피신, 유대 땅 나자렛  으로의 귀환과 이집트로의 귀환 등이 대비됩니다. 이외에도 마태오 복음서 안에는 모세의 오경에 견주는 다섯 개의 설교가 있고, 십계명에 견주는 산상수훈 등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마태오는 예수가 바로, 모세보다 훨씬 더 위대한, 하느님께서 보내신 유대인의 왕이심을 증거 합니다.

 

유대인의 왕으로 오시어 하느님 나라를 시작하신 예수님의 삶과 가르침은 이 세상 왕국의 가치와 질서에 도전합니다. 세상 권력의 폭력성과 불의함을 드러냅니다. 십자가는 폭력적인 사탄의 체제와 그에 동조하는 인간의 죄성을 폭로하는 가장 극적인 사건입니다. 

 

예수님의 탄생으로 하느님의 나라가 이 역사 가운데로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첫 번째 충돌이 오늘 복음의 기록입니다. 2세 이하 어린이들이 살해되는 것입니다. 하느님 나라를 반대하는 사탄은 모세의 때에도, 예수님의 때에도 생명을 죽이고 있습니다. 이 폭력은 인류 역사 가운데 계속 되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이 제시하는 하느님 나라의 관점에서 2019년 한국사회는 어떠했을까요?  많은 부분에서 공평과 정의를 회복해가려는 노력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노동과 생명이 경시되는 사회로 보여 집니다. 

 

 

지난 한 해, 생계관련성 자살자가 몇 명이나 될까요? 3300명입니다. 전체 자살자의 1/4입니다. 그러니까 한 해 자살자가 1만 3000여 명된다는 것입니다. 여전히 OECD국가 중에 1,2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수치스러운 일입니까? 

 

그런데 올 해는 유독 일가족이 생활고를 비관해 "집단자살"하는 일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이런 사건은 70년 이후 신문에 가끔 등장하던 것이었습니다. ‘오죽하면 죽을까’ 했습니다. 시절이 바뀌면서, 부모가 자식의 목숨을 끊는 것이 과연 옳은가 하는 '권리' 담론도 펼쳐졌습니다. 

 

그러나 일가족이 집단 자살하는 사건에 대한 여러 분석을 다 넘어서서 21세기 대한민국에서, 1인당 GDP가 3만 불이 넘어섰다는 나라에서, 이렇게 참혹한 일가족 집단자살이 유독 많이 발생했다는 사실이, 너무 슬프기만 합니다. 

 

그런데 어제 뉴스를 보니까, 부동산 규제로 대출이 안 되는데도, 현금 15~20억이 있어야 구입할 수 있는 강남 아파트 255세대 분양에 2만 8천명이 몰렸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이 나라가 과연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 것인가요? 

 

이런 기사들을 접하면서 두 개의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마태오복음 20장에 나오는 예수님이 말씀하신 ‘포도원 일꾼과 품삯 비유’입니다. 포도원 주인이 이른 아침, 오전 9시, 정오, 오후 3시, 오후 5시에 나가서 사람들을 데려와 일을 시킵니다. 그리고 똑같이 한 데나리온을 줍니다. 한 데나리온은 한 가족이 하루를 살아가는데 필요한 생계비입니다. 

 

하느님의 나라가 어떤 나라여야 하는지, 그 나라 백성들이 추구해야 하는 가치관은 어떤 것인지를 깨닫게 해주는 비유 말씀입니다. 

 

그래서 ‘선한 사마리아 사람의 비유’ 말씀입니다. 강도만난 이웃에게 사랑을 베푼 사마리아 사람처럼 너도 가서 그렇게 하라는 주님의 말씀입니다.

 

맘몬이 왕이 되어 지배하는 사탄적인 체제 안에서, 돈만 많으면 잘 사는 것이라는 세상의 가치관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하느님의 명령인 쩨다카와 미슈파트를 살지 않습니다. 예수와 함께 시작된 하느님의 나라를 대항합니다. 왕이신 하느님을 무시하는 것입니다. 

 

그 결과 우리 사회는 여전히 노동과 생명을 경시되고 파라오 때처럼, 헤로데 때처럼,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아니 죽임을 당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느님 나라의 관점으로 돌아본 2019년 한국사회는 파라오, 헤로데에 이어오는 사탄의 체제입니다. 오늘 복음은 이런 한국사회를 고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을 믿고 왕이신 하느님께 예배드리는 여러분을 통해서 하느님의 나라는 임하고 있고 확장되고 있습니다.

 

교우 여러분, 이렇게 죽음의 권세가 득세하는 세상 속에서 복음으로 살아가고자 애쓰셨습니다. 지난 한 해 하느님의 사랑으로 공평과 정의를 행하는 세상의 빛이 되고자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 예배 가운데 주님께서 주시는 위로와 격려가 넘쳐나시길 바랍니다. 

하느님의 나라의 비전을 더 선명하게 부어주시길 바랍니다. 

십자가의 사랑과 성령의 능력을 가득 부어 주셔서 오는 새 해 2020년에도 하느님의 사랑으로 공평과 정의를 행함으로 세상의 빛이 되는 성공회분당교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