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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설교

임마누엘의 은총을 누리자!

by 분당교회 2019. 12. 22.

2019년 12월 22일
대림 4주일 설교 말씀
김장환 엘리야 사제
(성공회 분당교회 관할사제)

 

예수님의 탄생을 기념하는 성탄절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우리 모두에게 예수님의 탄생이 가장 큰 기쁨이지만, 예수님의 은총으로 하느님의 자녀로 거듭나는 세례식과 새 가족을 환영하는 신자 영접식 또한 공동체의 기쁨입니다. 

 

작년에는 김선민 이삭, 김새봄 아비가일 두 명이 세례를 받아 참 기뻤는데, 올 해는 박서아, 박서윤, 허경은 세 분이 세례를 받게 되고 서아 서윤이의 할머니 이경희님과 허경은님의 남친 송치협님이 신자영접식을 갖게 되어 너무 너무 기쁩니다. 

 

좋은 교회를 평가하는 여러 기준이 있을 것인데, 저는 새 가족이 계속 탄생하는 교회가 건강하고 좋은 교회라고 생각합니다. 성공회 분당교회가 계속 그런 교회이기를 소망합니다.

 

기사를 보니까 세계에서 기부를 제일 많이 한 사람들의 순위가 빌 게이츠 30조, 워런 버핏 25조, 조지 소로스 10조 순입니다. 그런데 아마도 조만간 1위가 바뀔 것이라고 합니다. 그 주인공은?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입니다. 그는 첫째 딸이 태어나자 자신의 주식의 99%를 기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기준으로 약 52조이라고 합니다. 

 

이들은 모두 세계 최고의 부를 가졌고, 세계 최고로 기부를 많이 한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유대인이라는 겁니다. 유대인들은 경제교육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들은 돈을 버는 것을 가르치기에 앞서, 돈을 잘 쓰는 법부터 가르친다고 합니다. 유대인 부모들은 아이가 태어나면 ‘쩨다카’라는(많이 들어보셨죠? 관계적 정의, 분배적 정의) 기부 저금통을 만들고, 자녀들이 갓난아기 때부터 기부 저금통에 돈을 넣는 기부 습관을 들인다고 합니다. 그렇게 유다인들은 기부를 전통이자 의무로 배워갑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초등학교 아이들의 꿈이 건물주라고 합니다. 어른들이 얼마나 잘못 살고 있는지를 반성하게 됩니다. 우리도 유대인들처럼 아이들에게 부자 되는 것을 가르칠 것이 아니라, 돈을 가치 있게 잘 쓰는 법을 가르쳐야 합니다. 잘 쓰는 법을 알면 잘 버는 법도 알게 될 것입니다. 

 

저는 십일조와 선교구제헌금 등으로 하느님께 드리는 봉헌이 성경적으로 돈을 잘 쓰는 법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올 해 성탄절기 감사헌금도 작년에 이어 나눔의집으로 플로윙합니다. 

 

용산나눔의집 자캐오신부님이 오셔서 말씀해 주셨듯이, ‘성공회 나눔의 집’은 변두리로 밀려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과 동행하는 공동체입니다. 우리는 기도와 물질로 그들과 동행하기를 바랍니다. 특별히 여러분의 자녀들도 액수에 상관없이 각자 성탄감사헌금을 준비해 와서 헌금통에 넣도록 훈련시키시기 바랍니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성탄하시기까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알려줍니다. 우리는 대개 예수님의 탄생에서 주요한 역할을 한 인물로 마리아를 생각합니다. 엊그제 금요일에 묵상한 복음 말씀이었습니다. 

 

마리아는 자신이 하느님의 아들을 잉태하게 될 것이라는 천사의 말을 듣고 이렇게 고백합니다. 루가 1:38, 이 말을 들은 마리아는 "이 몸은 주님의 종입니다. 지금 말씀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천사는 마리아에게서 떠나갔다.

 

유다인들은 정혼하고 1년 정도 지나서 결혼식을 갖고 동침했습니다. 하지만 정혼 때부터 부부로 인정합니다. 마리아가 남편 요셉과 동침하지도 않았는데 배가 불러왔으니 얼마나 난처했을까요? 이 사실을 알게 된 요셉의 입장 또한 그러했을 것입니다. 미치고 팔짝뛸 노릇이겠죠. 

 

법대로 사는 의로운 사람 요셉은 정혼한 사실을 없던 일로 하면서 조용히 덮으려고 했습니다. 요셉은 괴로움에 뒤척이다가 잠이 들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주의 천사가 꿈에 나타나 하느님의 뜻을 전해 줍니다. 마태 1:20, "다윗의 자손 요셉아, 두려워하지 말고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이어라. 그의 태중에 있는 아기는 성령으로 말미암은 것이다.“

 

요셉은 천사가 일러준 대로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이고 출산 때까지 동침하지 않다가 아기를 낳자 천사가 일러준 대로 “예수”라고 이름을 지었습니다. 

 

주님의 계획 앞에서 자신들의 생각을 내려놓고 순종하는 요셉과 마리아의 믿음을 보게 됩니다. “이 몸은 주님의 종입니다. 지금 말씀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라고 고백하는 마리아! ”두려워하지 말고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이어라“는 말씀대로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이고, ”그 이름을 예수라 하라“는 말씀대로 마리아가 아들을 낳자 그 아기에게 ”예수라고 이름을 지어준“ 요셉! 

 

하느님을 경외하며 그 분의 뜻에 순종하는 믿음의 사람들이 얼마나 존귀한지요! 이런 분들이 살아계신 하느님과 함께 하느님의 역사, History를 써 가는 하느님의 동역자들입니다. 여러분 모두 이런 믿음의 사람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오늘의 본기도 : 은혜로우신 하느님, 은총으로 요셉과 마리아를 택하시어 예수 그리스도를 이 땅에 보내셨나이다. 비오니, 이제 우리도 요셉과 마리아를 본받아 이 세상의 구원을 위하여 모든 일에서 하느님의 뜻을 이루며 살아가게 하소서.

 

예수라는 이름은 히브리어 ‘여호수아’를 헬라식으로 부르는 것입니다. 여호수아는 “야훼께서 구원하신다”라는 뜻입니다. 천사가 요셉에게 일러준 ‘예수는 자기 백성을 죄에서 구원할 것이다’라는 말은 이름의 뜻을 풀이해 준 것입니다. 

 

이름은 존재를 설명해 주는 것입니다. 곧 정체성과 사명을 말합니다. 하느님을 만난 사람들 중에 이름이 바뀐 사람들이 많습니다. 아브람이 아브라함이 되고 사래가 사라가 됩니다. 야곱도 이스라엘이 되었습니다. 

 

우리도 세례를 받을 때 이름을 받았습니다. 그 이름이 나의 정체성이자 주님이 부여하시는 사명입니다. 성탄을 맞이하면서 새로 부여 받은 이름의 뜻을 잘 새겨 보시고, 그 이름에 합당한 존재로 살고 있는지를 돌아보시기 바랍니다.

 

다시 복음을 살펴보면, 마태오는 ‘예수’라는 이름이 부여된 아기에 관한 모든 일이 하느님의 장구한 구원의 역사 가운데 일어나는 일임을 밝히고자 이사야서를 인용합니다. 오늘 1독서의 말씀입니다. 7:14, “처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고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고 하리라.”

 

마태오는 예수의 인간적인 혈통을 아브라함과 다윗에게 연결시키고자 의도적으로 이사야를 인용한 것입니다. 구약은 다윗의 후손이 메시아로 올 것임을 예언합니다. 그리고 그 예언대로 오신 분이 바로 예수라는 것입니다. 마태오복음서는 구약의 예언이 예수에게서 성취되었다는 표현을 많이 사용합니다. 그 이유는 마태오 복음서를 읽는 독자들이 대부분 유대교 출신 그리스도인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이야기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임마누엘”이라는 용어입니다. 임마누엘은 “하느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다. 우리와 함께 하시는 하느님”이라는 뜻입니다. 마태오는 예수님이 바로 죄와 죄로 인한 죽음의 권세 아래 신음하는 죄인을  구원하려 오신 하느님, 임마누엘의 구현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마태오는 그의 복음서 마지막 장에서도 하느님은 함께 하시는 분임을 강조합니다. 28:19-20, 19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을 내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그들에게 세례를 베풀고 20  내가 너희에게 명한 모든 것을 지키도록 가르쳐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항상 너희와 함께 있겠다."

 

이를 수미상관기법이라고 합니다. 중요한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편집기법입니다. 하느님은 언제 우리와 함께 하시는 분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하느님은 그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사람을 고아처럼 버려두지 않으십니다. 사람이 그를 멀리하고 무시했지만, 다시 사람들과 함께 하시고자 오신 하느님이 예수님입니다. 예수님은 그의 삶을 통해서 환대하시는 사랑의 하느님을 보여주셨습니다. 그의 죽음을 통해서 하느님과 사람을 갈라놓은 죄의 권세를 멸하셨습니다. 누구든지 예수님을 믿기만 하면 하느님은 그를 자녀로 받아주십니다. 언제나 함께 하시는 하느님의 은총을 누리며 살 수 있습니다. 할렐루야!

 

지난주일 설교를 통해서 대림절기의 의미가 하느님 나라의 신앙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하느님 나라는 예수님의 초림으로 시작되어, 재림으로 완성될 것이고 교회는 중간기를 살아가며 그 나라를 확장해 가는 증인의 사명을 살아간다고... 하여 중간기를 살아가는 하느님 나라 백성인 그리스도인은 이 세상의 가치와 문화와 갈등하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이렇게 하느님 나라의 중간기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은 함께 하시는 하느님, 임마누엘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경험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요? 

 

바로 성령님과 교회입니다.

 

하느님 나라의 중간기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이 증인의 삶을 살도록 도와주시고자오신 분이 성령님입니다. 요한복음 14장에서 예수님이 성령을 약속하시면서 “다른 협조자”라고 소개합니다. another Christ라는 말입니다. Jesus Christ와 another Christ이신 성령님! 성령님이 임마누엘입니다. 누구든지 성령님을 인정하고 의지하며 그분의 인도하심을 따를 때 우리와 함께 하시는 하느님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임마누엘을 경험하는 또 다른 은혜의 수단이 교회 공동체입니다. 마태오는 그의 복음 중간에 임마누엘을 강조하신 예수님의 약속을 기록해 놓았습니다. 마태 18:19-20,  "19 내가 다시 말한다. 너희 중의 두 사람이 이 세상에서 마음을 모아 구하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는 무슨 일이든 다 들어주실 것이다. 20  단 두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기 때문이다."

 

교회 공동체 지체들이 서로 사랑을 나눌 때 임마누엘 하느님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특별히 두 세 사람이라도, 성도들이 함께 모여 드리는 기도를 통해서, 임마누엘 하느님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어제로 마친 대림절기 매일기도는 공동체가  함께 모여 기도하며 임마누엘을 경험하는 은총의 시간이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주일은 임마누엘 하느님을 경험하는 가장 큰 은총의 시간입니다.  성도들이 함께 모여 감사성찬예배를 드리고 애찬을 나누면서 임마누엘 하느님을 경험하고 하느님 나라를 누리게 됩니다. 

 

여러분 모두, 죄와 죽음으로부터 구원하여 하느님과 함께 살아가는 새 삶을 선물로 주시는 예수님이 주인 되시기를 축복합니다. 

 

언제나 나와 동행하며 하느님 나라의 백성으로 살게 하시는 성령님을 더욱 의지하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교회 공동체로 모여 함께 예배드리고 교제하는 주일이 가장 소중한 시간되기를 바랍니다. 

 

이럴 때 임마누엘 하느님의 은총으로 하느님 나라의 중간기를 견디며 마침내 다시 오시는 주님 앞에 서는 영광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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