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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설교

2017년 부활밤 설교문

by 분당교회 2017. 4. 16.

2017년 부활밤 설교문

성공회 분당교회 김장환 엘리야 신부 설교 말씀


창조주, 절대자, 궁극적인 진리를 믿는 여러 고등종교가 있지만 기독교와의 차별점이 있다. 예수의 부활이다. 창조주가 인간의 구원을 위해서 죽고 다시 살아났다는 사실이 기독교가 지닌 절대적인 차별성이다. 기독교에서 예수 부활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교회력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부활 전 평일로 40일 동안 사순절을 지키고 부활을 맞이한다. 부활절 이후 40일 후에는 예수승천일로 부활이 완성된다. 50일 후 성령강림절을 통해 부활의 능력을 살아가는 교회가 탄생하게 된다. 이렇듯 예수님의 부활은 우리 기독교의 핵심이고 생명이다. 그래서 우리 성공회는 성찬예배를 드릴 때마다 이 믿음을 신비로 선포한다. “그리스도는 죽으셨고 그리스도는 부활하셨고 그리스도는 다시 오십니다.”


하느님이 십자가에서 죽은 예수를 다시 살리셨다는 것은 예수님의 삶과 가르침에 대한 긍정이고 확증이다. Affirmation! 예수님은 그의 공생애를 통해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을 환대하고 고쳐주시며 하느님의 사랑을 보여주셨다. 하느님이 왕이 되어 다스리시는 공평과 정의의 나라인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셨다. 누구든지 그 나라로 초대하시며 하느님 나라 백성이 어떻게 살 것인지를 가르치셨다. 이러한 예수님의 삶과 가르침을 싫어하는 종교 정치 기득권자들은 서로 연합하여 예수를 로마의 가장 극형인 십자가에서 죽였다. 이는 자신들의 왕국을 유지하려는 욕망의 정절이며 하느님에 대한 거역이었다. 



예수는 순수하게 십자가의 죽음을 받아들이심으로 하느님을 떠난 인간들의 욕망과 제국의 폭력이 얼마나 잔인한 것인지를 폭로하셨다. 하지만 이 죽음은 역설적이게도 하느님을 거역하는 인간들의 죄 값을 대신하는 죽음이었다. 하느님은 예수님의 죽음으로 자신을 거역한 모든 사람들을 용서하셨다. 그리고 예수님을 믿는 사람은 누구든지 하느님의 자녀로 받아주시고 하느님 나라의 백성이 되게 하셨다. 

하느님은 예수를 다시 살리심으로 예수를 믿는 이들을 자기 백성으로 삼으시어 예수가 펼치신 하느님 나라 운동을 계속 이어가도록 하셨다. 예수의 부활이 역사적인 사실이라는 것에는 여러 증거들이 있다. Fact Check! 빈 무덤, 법적 효력이 없는 여자들의 증언, 부활하신 주님을 만난 여러 증인들, 그리고 제자들의 변화와 교회의 시작과 부흥 등이다. 여기서 제자들의 변화와 교회의 출현은 가장 결정적인 증거이다. 


배반하고 도망갔던 제자들이 부활하신 예수를 만남으로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고 살아가는 사도로 변화되었다는 그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실재였다. 예수의 십자가와 부활을 선포하는 교회가 하느님의 나라를 경험하고 드러내는 공동체로 이 역사 가운데 출현한 것 역시 그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예수 부활의 증거이다. 그리고 지난 2000년이 넘는 역사에서 제자들처럼 부활하신 예수를 만나 변화되고 세상과 다른 거룩한 주님의 교회를 세워온 수많은 사람들이 증인으로 있다. 예수의 부활은 교리도 아니고 지어낸 신화도 아니다. 하느님 나라를 세워가는 하느님이 행하신 일이다. 


부활하신 예수는 제자들에게 갈릴래아에서 만나자고 하셨다. 이는 예수가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며 사람들을 만났던 사람들의 삶의 자리인 갈릴래아에서 계속 그 일을 하자는 초대이다. 우리가 부활을 믿는다는 것은 바로 우리의 일상에서 하느님 나라를 살아가는 주님의 제자가 되는 것이다. 세상 한가운데서 하느님 나라의 공동체를 세워가는 것이다. 가난하고 병든 사회적 약자들을 섬기며 하느님 나라의 복음이 선포되고 하느님 나라의 백성을 세워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내 안에 부활하신 예수의 생명이 살아 있는 것이다. 내 안에 예수의 생명이 살아있게 하기 위해 우리는 부활 전야에 세례 언약을 갱신한다. 세례란 내가 예수와 함께 죽고 죽은 내안에 부활하신 예수가 살아있도록 하는 믿음의 사건이다. 나는 예수님을 믿고 세례를 받음으로 예수와 함께 십자가에서 죽었다. 이제 하느님은 내 안에 성령으로 부활의 생명이 살아있도록 하신다. 사도 바울로의 고백처럼, 내 안에 사는 이는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세례를 받았다고 이런 생명의 역사를 기계적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다. 매일 예수와 함께 죽을 때 생명의 역사가 내 삶에 일어나는 것이다. 나를 통해 부활하신 예수가 살며 내가 예수와 함께 하느님 나라를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예수 부활의 생명으로 하느님의 나라가 살아가기 위해서 세례 언약을 기억하고 선포한다. 일상 가운데 세속과 정욕과 마귀를 거절한다. 오직 예수님만을 주님으로 모시고 하느님을 신뢰한다. 그리고 하느님의 말씀에 나타난 주님의 뜻을 분별하여 순종하며 살아간다. 이러한 믿음의 삶은 결코 혼자 살아낼 수가 없다. 그래서 내 옆에 지체가 있는 것이다. 공동체인 교회가 존재하는 이유다. 함께 묵상하며, 함께 기도하며, 함께 주님의 뜻을 분별하며, 함께 순종을 격려하는 가운데, 나는 주님의 제자로 세워지고 우리교회는 하느님 나라의 공동체로 성장하게 된다. “새 불 축복”으로 시작된 부활의 전례는 이렇게 빛이신 예수님을 주인으로 모시는 나와 교회를 통해 이 어두운 세상에 새생명의 빛을 비추게 한다. 나의 일상의 자리에서 부활의 생명으로 하느님 나라를 일구어 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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