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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설교

진실의 증언

by 분당교회 2015. 4. 18.

진실의 증인


부활하신 예수님이 우리 인간에게 주신 첫 선물은 바로 평화와 성령입니다.

제자들은 예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시자 겁에 질려 어떤 집에 모여 문을 모두 걸어 잠그고 숨어 있었습니다. 이들이 겁을 내고 두려워했던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아우성 치고 재판한 유다인들을 두려워했을 것입니다. 베드로가 세 번이나 그를 모른다고 부인했던 것을 생각하면 예수님의 제자라는 사실만 가지고도 그들은 박해를 받기에 충분한 상황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제자들이 진정으로 두려워했던 것은 그들 내면에 있는 불안과 죄책감이 아닐까 합니다. 더군다나 예수님이 부활하셨다고 하니 예수님을 다시 만나게 된다면 이 얼마나 괴로운 일일까요? 예수님을 배반하고 도망쳤다는 사실은 그들의 양심을 괴롭히는 두려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이들에게 못 자국 난 손과 창에 찔린 옆구리를 보여주시면 말씀하십니다. ‘너희에게 평화가 있기를!’ 예수께서는 이들을 질책하거나 심판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평화를 주십니다. 제자들은 영혼을 다해 기뻐할 수 있었습니다.

부활하신 예수께서 주신 평화는 단순히 갈등과 분쟁이 없는 조용한 상태가 아닙니다. 예수께서 안일하고 편안하게 도망쳐서 사는 삶을 축복하실 리가 없습니다. 예수께서 주신 평화는 제자들의 죄가 용서받고 용기를 얻어 진실의 증인이 되는데 아무런 걱정이 없는 상태를 말할 수 있습니다. 비록 유다인들이 서슬이 퍼래서 예수를 박해하고 제자들을 색출하려 한다 하더라도, 그 위험과 고난이 앞에 보인다 하더라도 부활의 증인으로서 세상에 나가는데 조금도 두려움이 없는 영적인 평안함이 바로 예수님의 평화입니다. 피 흘린 손과 발과 옆구리의 상처를 통해 주신 평화입니다. 예수님의 부활에 대해 의문이 많은 토마에게 역시 상처를 보여주시면서 평화를 주십니다.

우리에게도 예수께서는 평화를 주십니다. 그러나 우리는 평화를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 년 전 우리는 지금 살고 있는 모두가 경험할 수 있는 가장 비참한 참사를 겪었기 때문입니다. 세월호 참사는 세간에 말해지는 대로 단순한 교통사고라고 말할 수 없는 우리 사회 공동체가 안고 있는 뿌리 깊은 문제가 한꺼번에 드러난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일본에서 쓰고 난 노후 된 배가 다시 우리의 여객선이 되고 무리하게 짐을 싣고 사람을 태우는 모든 과정이 극단적인 배금주의와 관료들의 부패의 소산이었습니다. 또한 자질이 부족한 선원들이 수 백 명의 목숨과 소중한 재산들을 싣고 운항을 할 수 있었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이를 통제하고 관리하는 관계기관의 부패와 무능은 국민 모두를 절망케 했습니다. 배가 기울고 침몰하는 상황이 전 국민에게 보여 지는 상황에서도 고기잡이 어선들의 구조 활동과 자원하는 잠수사의 구조 활동도 해경에서 계약한 회사의 구조를 기다리기 위해 물러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자발적으로 나온 사람들 말고는 한 사람도 국가에 의해 구조된 사람은 없었습니다. 여기에 온 국민이 분노하고 절망하고 비통한 마음을 금치 못했습니다. 우리는 가장 슬픈 부활절을 지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마음을 더욱 아프고 슬프게 만드는 상황은 세월호 사태가 일어나고 일 년 동안 지내면서 일어났습니다. 국가가 국민을 버린 것처럼 보이는 이 기가 막힌 사태에 유족들은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요구했고 대통령은 이를 적극적으로 수행하리라고 약속했습니다. 유족들은 보상금이나 배상금에 대한 요구, 의사상자 지정, 단원고 학생들의 특례 입학 등을 요구해 본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언론과 사람들은 유족들의 마음에 심한 상처를 내는데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유족들이 원하는 진상규명은 정치 쟁점이 되었고 이 과정에서 국민은 반으로 갈라지게 되었습니다. 침몰한 배를 인양하는데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고 인양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과연 세월호가 보물선이라면 그렇게 말할 수 있을는지 모르겠습니다.

모든 국민이 평화롭지 못한 상황에서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사실 그대로 보여주셨습니다. 못 자국 나고 창에 찔린 상처를 그대로 보여주셨습니다. 부활의 진실을 똑똑히 보라고 보여주셨습니다. 그리고 증언하라고 하십니다. 평화로운 마음으로 서로 용서하면서 증인이 되라고 명령하십니다.

우리는 부활의 증인입니다. 진실의 증인이 되라는 것입니다. 세월호 사건뿐만 아니라 눈물 흘리고 고통 받는 백성들의 편에서 진실을 알고 정의로운 세상을 이루어 가는데 조금도 두려움이 없어야 합니다.

주님께서는 ‘너희에게 평화가 있기를! 내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 주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보낸다.’고 말씀하십니다.

(대한성공회 분당교회 4월 12일 부활 2주일 장기용 요한 신부 설교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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