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말씀/설교

선교하는 교회

by 분당교회 2015. 5. 1.

선교하는 교회


“무엇인가 불타오른 것을 보면, 그것을 타오르게 하는 불씨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과 같이 사람들은 선교를 보고 교회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에밀 부르너)

교회의 존립 목적은 당연히 ‘선교’(mission)입니다. 하느님께서 이 세상을 지으시고 당신의 뜻과 사랑을 ‘지금’, ‘이곳에서’ 성취하시려고 교회를 세우셨습니다. 교회는 그래서 하느님의 심부름꾼(agent)으로서 하느님의 사역을 하는 역할을 맡고 있으며, 또한 그 일을 담당하게 하시려고 당신의 백성을 부르시어서 공동체를 형성하도록 인도하십니다. 그리고 교회 공동체 안에서 당신의 백성들이 진리를 배우고 깨우치며 예배를 드리고 세상에 나아가 복음을 전하도록 하십니다. 교회 공동체는 백성들의 삶의 구심점이며, 흔들리지 않는 진리의 바위이요, 하느님의 몸을 가시적으로 표현합니다. 이 교회를 보고 세상 사람들은 하느님이 살아계심을 알게 되고 주님 앞으로 나아올 가능성을 갖게 됩니다.

선교하지 않는 교회는 고여 있는 물과 같아서 금방 부패될 수밖에 없습니다. 선교의 의지가 없는 교회는 하느님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를 묻지 않는 교회이며 하느님의 영이 임재하지 않는 교회입니다. 왜냐하면 하느님은 선교하시는 하느님이시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교회의 미래를 걱정합니다. 최근에 통계에 의하면 종교 인구가 점차 감소하고 있는데 가장 큰 원인은 젊은 층이 종교를 떠나는 것에 있다고 합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개신교회의 감소폭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오히려 천주교회는 미세하나마 성장하고 있고, 불교는 현상 유지 수준이라고 합니다. 이제 한국인의 종교적 성향과 욕구가 ‘한국 개신교’식의 전도방식을 떠나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 현실에서 우리 교회는 더욱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개신교, 천주교, 불교로 한국의 종교 판세가 굳어져 있는 상태에서 우리의 길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2012년도 교회진단과 분석에서는 현재 상태에서 아무런 노력도 기울이지 않는다면 향후 10년이면 성공회는 유명무실한 교회가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런 질문을 합니다. 

“우리 교회는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교회 운영은 어떻게 하지요?”

“20년 후에도 우리 교회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이처럼 교회가 존립위기를 느끼며 어떻게 하면 교회가 계속해서 살아남을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들에만 몰두하고 있다면, 아니 그 질문조차도 하지 않는다면 그 교회는 이미 문을 닫기 위한 사실상 하나의 수순 밟기에 돌입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이런 상태에서 우리 교회가 진지하게 물어야 할 질문은 '선교'에 관한 것들입니다. 

우리 교회의 장점으로 내세우는 것은 ‘가족적인 분위기’가 꼭 들어갑니다. 교우들 상호간의 친밀도가 좋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가족’ 아닌 사람들이 그 안에 들어가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폐쇄적인 관계 속에서 친분 있는 사람들끼리 교제하는 것에 머문다면 선교의 씨앗이 자랄 수가 없습니다. 교회는 낯선 사람들이 환영받아서 정착하고, 양육되어 그리스도의 제자로 성장하는 보람을 얻을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교회는 이웃의 삶 속으로 들어가 이웃을 섬기면서 세상 속에 그리스도의 정의와 평화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나아갈 수 있어야 합니다. 나아가서는 하느님의 창조질서가 회복되고 생태계가 복원되며 하느님과 세상의 관계가 올바로 정립될 수 있도록 노력할 수도 있어야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백성을 모으고, 양육해서 세례를 주며, 이웃을 섬기며 세상에 정의와 평화와 창조질서의 보전이 이루어지는 일을 몸소 하고 계십니다. 그 일에 우리는 부름을 받았고 매 주일마다 세상에 보내어집니다.

선교의 주체는 교회나 신자들이 아니라 하느님입니다. 문제는 선교하시는 하느님께 우리들이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채, 어두운 현실과 자기 생각에 생각과 눈길이 고정되어 있거나, 세상과 우리들 가운데 일하시고 계신 하느님을 못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분당교회가 이제 설립 16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이 지역 사회에서 선교의 사역을 잘 감당할 수 있도록 지체가 성장하고 역량이 배양되기를 위해 우리 모두 힘써 기도하고 힘을 모아야 할 때입니다.

(대한성공회 분당교회 4월 26일 부활 4주일 장기용 요한 신부 설교 말씀)


'말씀/설교'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벗을 위한 사랑  (0) 2015.05.15
분당교회의 꿈  (0) 2015.05.09
증인의 사명  (0) 2015.04.27
진실의 증언  (0) 2015.04.18
‘잔인한 달’과 부활  (0) 2015.04.06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