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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설교

분당교회의 꿈

by 분당교회 2015. 5. 9.

분당교회의 꿈

우리 분당교회에 역사적인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오는 6월 30일(화)에 우리는 판교로 이사를 갑니다. 이런 전격적인 결정에 당황하실 분들도 계시겠습니다만, 이는 우리가 지난 6개월 동안 추진해 온 이전 계획을 실현하는 것입니다. 이미 다수의 교우님들이 이전 예정지를 방문해 보셨고, 또 3곳의 후보지를 놓고 교우님들께 설명회도 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주일에는 교회위원회와 교회발전특별위원회 위원들이 이전 후보지를 놓고 심사숙고했습니다. ‘무엇이 우리 교회의 미래와 선교를 위한 것인가!’를 최우선의 가치로 생각하며 논의한 끝에 판교 상가건물을 임대하여 이전하기로 결의하였습니다. 이를 두고 교우님들께서 여러 의견들이 있을 수 있겠지만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현실적인 역량과 객관적인 상황에서 더 이상 더 좋은 조건이 발견 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판단이었습니다. 

우리가 이전을 계획하고 준비한 까닭은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였습니다. 또한 우리가 선교하는 교회로 성장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현 상태에 머무르는 것은 현상유지 이상의 어떤 비전을 가지기가 어렵습니다. 그리고 교회의 생리상, 특히 우리에게 현상유지란 퇴보와 다름이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성장하고자 하는 것은 단순히 교회의 생존과 교세 확장만을 위한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성장하고자 하는 이유는 우선 자립과 자전의 교회로 우뚝 서기 위한 것입니다. 우리는 현재 엄격한 의미에서 자립하고 있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늘 임대 교회로서 살림살이를 꾸려가야 하니까 항상 주변 여건에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성직자 사택에 대한 대책도 없습니다. 교회가 영속적으로 존립하기 위해서는 독자적인 건물이 필요한 것입니다. 거룩한 하느님의 몸으로서 우리가 늘 본향으로 여길 수 있는 성스러운 건물이 필수적입니다. 이를 당장 이룰 수 없기에 성장의 발판을 놓기 위해서 100명을 수용할 수 있고 성공회의 예전적 예배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한 것입니다.

(Cosimo Rosselli, Crossing of the Red Sea)

우리가 성장을 추구하는 보다 본질적인 이유는 보다 효과적으로 성공회의 정신과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것입니다. 한국 기독교, 특히 개신교회의 현실을 보면 이제는 기대와 희망보다는 실망과 지탄의 대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리스도의 복음과는 거리가 먼 교세 확장에만 혈안이 되어 있고 비도덕적인 교회 세습도 마다하지 않고 있습니다. 성공회가 지향하는 복음화와 하느님의 선교 정신은 이 시대 우리 사회공동체에 절실한 가치가 아닐 수 없습니다. 또한 예전과 말씀의 조화, 중도와 관용의 정신, 교회의 사회적 책임 모두가 한국 기독교 신앙에 매우 절실하게 필요한 덕목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선교정신을 보다 여러 사람과 세상에 담대하게 내놓을 수 있어야 하고 백성들을 초대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우리가 이전을 추진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 중에 가장 두려운 것은 마음이 갈라지는 것입니다. 앞에 놓여 있는 홍해바다를 보면서 이스라엘 백성들은 갈라졌습니다. 공연히 이집트 땅에서 나왔다고 했습니다. 이런 마음이 행여나 우리 교회 공동체에서 나온다면 참으로 두려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경제적인 부담과 변화되는 환경과 이동 거리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분들에게 참으로 죄송한 일이지만 우리 교회의 원대한 목표를 위해서 서로 이해하고 격려하며 뜻을 모아주시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하느님은 아브라함에게 정든 고향 땅에서 떠나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땅과 수많은 자손들을 약속하셨습니다. 그러나 아브라함의 손에 쥐어 준 것은 없었습니다. 아브라함은 하느님의 약속만 믿고 길을 떠났습니다. 그곳이 어디인지도 모르고 언제 실현될 것인지도 모른 채 길을 떠났습니다.

모세에게 하느님께서 백성들을 이집트 땅에서 이끌어 내오라고 명령하셨습니다. 그리고는 ‘내가 너의 힘이 되어 주겠다!’고 하셨습니다. 단지 말씀뿐인 이 하느님의 약속을 믿고 모세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광야로 이끌었습니다.

우리가 손에 쥔 것은 보잘 것 없습니다. 다만 우리에게 있는 것은 꿈과 신앙입니다. 마틴 루터 킹 목사 역시 강고한 흑백 차별의 벽 앞에서 ‘나는 꿈이 있습니다!’라고 외쳤습니다. 그리고 그 꿈은 마침내 미국 사회를 변화시켰습니다.

우리가 함께 꿈을 꾸고 기도하고 마음과 힘을 다하면 분명히 하느님께서는 이루어주실 것입니다.

(대한성공회 분당교회 5월 3일 부활 5주일 장기용 요한 신부 설교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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